[집중취재] 꼭꼭 숨긴 불량 소방시설… 신도림 디큐브시티 엉터리 소방점검

- ‘700건 달하는 불량 소방시설 내역, 1/10로 줄였다’
- 소방점검 해놓고도 문제 숨긴 채 소방서엔 거짓보고
- 점검 업체는 지적사항 축소 인정하면서도 현실 호소
- “우리 담당 구역 아니다”… 안전 뒷전인 복합시설

최영 기자 | 입력 : 2018/10/08 [20:41]

▲ 서울 구로구 신도림 디큐브시티는 2011년 지어진 연면적 22만9988㎡ 크기의 복합시설로 지상 42층 지하 8층으로 이뤄져 있다.     ©배석원 기자

 

[FPN 최영 기자] = 하루 유동인구가 10만 명에 달하는 신도림 디큐브시티가 화재 시 자동으로 불을 꺼주는 소화설비를 고장 상태로 운영하는 등 불량 소방시설을 방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수백 개에 이르는 고장 난 소방시설을 점검 과정에서 확인하고도 소방서에 의무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는 1/10 수준으로 줄여 허위 제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소방시설 자체점검의 축소 또는 허위보고 문제는 대형 화재사고 때마다 도마 위에 오르던 사안이다. 하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규모 복합건물에서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대규모 시설의 부실한 화재안전관리 실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충격을 준다.


최근 수개월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영호 의원(서울 서대문구을)실과 함께 <FPN/소방방재신문>이 조사해 온 신도림 디큐브시티의 엉터리 소방점검 실태를 집중취재했다.

 

직접 나간 현장 점검… 시작부터 ‘엉망’


지난 4일 오전 7시부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영호 의원실과 JTBC, <FPN/소방방재신문>은 소방 전문가 2명과 함께 서울 신도림역에 위치한 디큐브시티를 찾았다. 소방시설 등 화재안전 시스템의 관리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진행된 점검에선 시작부터 심각한 결함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우선 통합방재실로 통하는 출입구 쪽 천장에는 스프링클러 헤드에 페인트 도색이 이뤄진 채로 방치돼 있어 화재 온도 감지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였다.

 

▲ 디큐브시티 소방시설을 점검하는 과정에서는 지하 1층 방재실 천장을 비롯해 설치된 스프링클러 헤드에 페인트가 뭍은 채로 상태로 방치돼 있다. 이 경우 감열 온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스프링클러 설비의 정상 작동을 보장할 수 없다.     ©최영, 배석원 기자


특히 지하 8층에 위치한 이산화탄소소화설비 용기 저장실의 수신반은 ‘단선’ 표시가 들어와 있었지만 안전관리자는 이 표시가 왜 들어와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이 수신반에 ‘단선’ 표시가 들어오는 건 화재 신호나 소화약제 방출 유무를 알려주는 선로에 이상이 있음을 의미한다.


점검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이곳의 이산화탄소소화설비는 지하 8층의 열병합발전실과 전기실에서 불이 날 경우 자동으로 불을 꺼주도록 구성된 시스템이지만 실제 화재 시 무용지물 상태로 관리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지하 8층에 위치한 이산화탄소소화설비 수신반에는 단선 표시가 점등(왼쪽)돼 있고 청정(할로겐)소화설비 수신반에는 상용전원이 연결되지 않아 예비전원의 부족 표시가 나타나 있었다. 정상 작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 최영 기자

 

같은 층에 위치한 청정소화설비(할로겐화합물 소화설비)의 상태도 엉망이었다. 심지어 소화약제 저장실에는 선반까지 구성해 온갖 잡동사니와 장비 등을 보관하고 있었다. 위험천만한 고압 용기가 보관되는 소화약제 저장실을 창고 용도로 쓰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은 소화설비에도 역시 문제가 있었다. 청정소화설비를 제어해 주는 수신반은 전원조차 연결돼 있지 않았고 정전에 대비해 구성된 예비전원도 부족한 상태였다. 디큐브시티 관계자는 이 현상 또한 영문조차 알지 못했고 당황스럽다는 표정만을 지었다.

 

▲ -각종 설비 부품 등 잡동사니를 쌓아 놓은 지하 8층의 청정소화설비(할로겐소화설비) 소화약제 용기 저장실을 국회 김영호 의원실 보좌진이 둘러보고 있다.     ©최영 기자


대규모 지하 주차장의 소방시설도 화재 시 가장 중요한 방화구획조차 제대로 안 돼 있었다. 지하 6층과 5층의 층간 방화구획을 만들어주는 방화셔터 제어기는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로 방치돼 있어 지하 6층에서 화재 시 지하 5층으로 불과 연기가 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 일부 주차장 천장에도 화재감지기가 이탈된 채 매달려 있기도 했다.

 

▲ 지하 주차장에는 이탈된 화재감지기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고 백화점 내부 천장 화재감지기는 온데간데 사라진 상태였다.     © 배석원 기자


현대백화점의 현장 점검에서도 곳곳에서 크고 작은 문제점이 확인됐다. 지하 2층의 한 미용용품 매장 옆에 위치한 스프링클러 알람밸브는 경보정지 밸브가 폐쇄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백화점 지하 2층 1/4 면적의 스프링클러설비가 이 밸브를 거치도록 구성돼 있었지만 스프링클러 설비가 작동되더라도 경보가 울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음식점이 즐비한 현대식품관 내 스프링클러 헤드는 여기저기 페인트 도색이 된 상태여서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발견됐다.

 

▲ 스프링클러 설비의 구성품인 알람밸브 경보가 울리지 않도록 밸브를 폐쇄해 놓았다.     © 배석원 기자

 

특히 지하 2층 맥도날드 매장에서 신도림역으로 이어지는 출입문 쪽의 방화셔터 제어기는 전원조차 인입돼 있지 않았다. 화재 시 불이나 연기 확산을 막아주지 못해 신도림역으로의 확대가 우려되는 실정이었다. 맥도날드는 방화셔터가 내려오는 자리에 테이블을 놓고 영업을 하다 점검 과정에서 이를 확인하자 급하게 치우기까지 했다.

 

▲ 지하2층 신도림역 가는 길과 연결된 맥도날드의 방화셔터는 전원이 공급되지 않는 것도 모자라 셔터 하강 자리에 테이블을 놔두고 영업까지 하고 있었다.     © 최영 기자

 

패션 상품 매장이 가득한 지하 1층 복도 천장에도 화재감지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는가 하면 패션 상품 매장 한 곳에 위치한 방화셔터 연동제어기는 꺼 놓은 채 방치돼 있었다. 백화점도 지하 주차장처럼 화재 시 방화구획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해 불과 연기 확산이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었다. 일부 방화 셔터는 수동 제어 시 올라가지 않는 곳도 있었다.

 

▲ 전원이 꺼져 있는 방화셔터 제어부가 확인되자 현대백화점 측은 점검 과정에서 뒤늦게 전원 스위치를 켰고 수동작동 버튼을 눌러도 셔터가 올라가지 않는 제어기도 발견됐다.     © 최영, 배석원 기자

 

며칠 만에 사라진 불량 시설… 부랴부랴 고쳤나


이번 점검 과정에서는 디큐브시티 측이 국회 차원의 조사를 코앞에 두고 부랴부랴 소방시설을 정비한 것으로 추정되는 몇 가지 정황도 포착됐다.


정식 조사를 앞둔 지난달 26일 국회 김영호 의원실과 <FPN/소방방재신문>은 사전 조사를 위해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의 소방시설을 한 차례 점검했었다.


당시 겉으로 보이는 몇 가지 소방시설의 문제점을 직접 확인했었지만 정식 점검을 실시한 4일에는 이 문제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히 고쳐져 있었다.


사전 조사 당시 지상 5층에 위치한 모 음식점의 화재감지기는 화재 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위치에 설치돼 있었고 6층 에스컬레이터 뒤편에 화재 대비 시설조차 없이 운영하고 있는 오락장의 실태를 사전 점검에서 확인했었다.


그러나 정식 조사 당일에는 잘못된 화재감지기는 정상 위치로 이설돼 있었고 또 소방시설이 전무했던 에스컬레이터 뒤편 오락장에는 기존에 없던 소화기 두 대가 깔끔하게 놓여 있었다.

 

▲ 지난달 26일 지상 5층 한 음식점에서 확인한 잘못 설치된 화재감지기는 4일 진행된 정식 조사에서 정상 장소로 이설된 상태였다.     © 최영 기자

 

감지기 위치 문제의 경우 선로를 재구성해야 하는 별도 공사까지 필요한 사안이었지만 이 역시 언제 그랬냐는 듯 고쳐 놓은 것이다.


소방시설이 전무했던 오락장의 경우 현대백화점 측 관계자는 과거부터 소화기가 비치돼 있었던 것 마냥 “소방시설이 없어 소화기를 비치해 두고 운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사전 확인 이후 시설 점검 계획을 통보한지 약 4일 만에 불량 시설을 고친 셈이다.

 

▲ 소방시설이 전무한 6층 에스컬레이터 뒤편 오락장 공간에는 지난달 26일 소화기조차 비치돼 있지 않았었지만 4일 진행된 정식 점검에서는 갑자기 소화기가 등장했다.     © 최영 기자

 

소방서 보고 누락… 불량 시설 방치한 현대백화점


지난달 26일 현대백화점 지상 5층 모 음식점에 잘못 설치된 화재감지기 문제는 사실 지난해 디큐브시티가 진행한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에서 지적됐던 사안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영호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디큐브시티는 지난해 12월 4일부터 21일까지 소방관련법에 따른 2017년도 하반기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을 소방시설관리업체에 의뢰했다.


현행법상 소방시설의 자체점검은 관련법에 따라 모든 건축물이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강제 점검제도다. 이러한 소방시설 민간 자체점검은 ‘작동기능점검’과 ‘종합정밀점검’으로 나뉘는데 소방시설이 설치된 모든 건축물은 규모에 따라 해당되는 점검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작동기능점검은 소방법상 특정소방대상물로 분류되는 모든 건축물이 연 1회 이상 실시하는 기본적인 성능점검을 말하며 ‘종합정밀점검’은 비교적 규모가 큰 건축물이 1년에 1회 이상 세밀하게 점검하는 것을 말한다.


규모가 크거나 자동소화설비 등 주요 소방시설이 설치된 시설물은 1년에 한번씩 ‘종합정밀점검’을 받아야 한다. 디큐브시티 건물의 경우 대규모인 ‘특급’시설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 같은 종합정밀점검을 1년에 두 번씩 받고 있다.


디큐브시티는 지난해 하반기 M사에 의뢰한 종합정밀점검에서 호텔 8건, 오피스 2건, 아트센터 4건, 주차장 10건, 백화점 41건 등 65건의 지적 사항을 적시해 소방서에 보고했다. 당시 전문 인력으로는 5명이 투입됐다.

 

그러나 실제 디큐브시티 소방시설 점검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이보다 10배가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호 의원실이 입수한 디큐브시티의 2017년 하반기 점검 지적사항 문건에 따르면 당시 점검과정에서 확인된 소방시설의 문제점은 백화점 408건, 오피스 61건, 호텔 39건, 아트센터 42건, 롯데시네마 1건, 주차장 92건, 수신기외 57건 등 무려 700건에 달한다. 실제 문제를 숨긴 채 소방서에는 고작 1/10 수준으로 줄여 65건만 문제가 있다고 거짓 보고한 셈이다. 이 문건은 당시 소방시설점검 용역을 수주해 진행했던 M사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 디큐브시티는 지난해 말 소방시설종합정밀점검에서 확인한 700건의 불량 소방시설을 모두 보고하지 않고 10%도 안 되는 문제만을 축소 기재해 관할 소방서에 제출했다     © 최영 기자


사실 이번 현장 조사는 이 문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된 것이었다. 실제 리스트에 나온 지적사항 중 보수가 쉽지 않거나 확인이 비교적 수월한 내용만을 꼽아 현장에서 직접 점검한 결과 대부분의 문제점은 고쳐진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몇몇 곳은 그대로 방치돼 있었고 최근 들어 고친 흔적들도 눈에 띄었다. 부랴부랴 고친 지상 5층 음식점의 화재감지기 위치 문제와 6층 오락장의 문제도 지난해 지적된 사항들이다. 종합정밀점검 리스트가 작성된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일정 부분은 최소 6개월 이상 불량 시설을 방치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6개월 후 점검서 등장한 ‘묵혀둔 지적사항’


김영호 의원실과 관련 자료를 함께 분석해 본 결과 디큐브시티는 지난해 말 확인된 불량 소방시설의 문제를 최소 6개월 이상 방치하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확인됐다.


디큐브시티는 올해 상반기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을 지난 5월 28일부터 6월 16일까지 실시했다. 이 점검 이후 관할 소방서에 7월 11일 제출한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 보고서에는 호텔 8건, 오피스 11건, 아트센터 5건, 롯데시네마 1건, 주차장 8건, 백화점 46건 등 총 79건의 지적 내역이 담겨있다. 소화기의 압력 불량 문제부터 유도등 점등 불량, 화재감지기 불량, 소화전 사용 표지 미부착, 방화셔터나 제연커튼 불량 등 다양한 문제들이다.


하지만 이 내용을 분석해 본 결과 이 중 56건은 지난해 하반기에 실시한 종합정밀점검에서 이미 지적된 사항들이었다. 당시 소방서 제출용 보고서에서는 쏙 빼고 꽁꽁 숨겨 놓았던 실제 점검 리스트 적시 내용을 뒤늦게 올해 점검 결과로 꾸며 보고한 것이다. 그 비율이 무려 70%에 달한다. 특히 현대백화점의 경우 소방서에 제출한 올해 보고서 46건의 지적 사항 중 달랑 1가지를 제외한 45건이 지난해 지적 내용이었다.

 

▲ 지난해 말 소방서에 미제출한 디큐브시티의 실제 지적사항과 올해 상반기에 소방서에 정식 보고된 내용을 비교해 봤더니 대다수가 작년도에 확인됐던 불량 소방시설이었다.     © 소방방재신문


지난해 말부터 묵혀뒀던 지적사항을 차기 점검인 올해 상반기가 돼서야 보고서에 적시했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해 발견된 불량 소방시설을 6개월 이상 고치지 않았었다는 사실도 뒷받침한다.


더 황당한 것은 지난해 말 처음 지적됐으면서도 뒤늦게 소방서에 보고한 내용 중에는 너무나도 간단히 시정 가능한 사항까지 있다는 점이다. 소화기 충압 불량의 경우 교체만으로도 해소가 가능하고 소화전 사용법 표지 역시 스티커 한 장으로 보완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러한 사소한 문제조차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 점검까지 방치해왔다는 것은 디큐브시티의 부실한 안전관리 실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문제 인정한 소방점검업체, 입장 들어보니…


지난해와 올해 디큐브시티로부터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을 의뢰받아 실시한 M사 측은 지난 5일 김영호 의원실과 JTBC, <FPN/소방방재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디큐브시티 건물의 소방시설 지적사항이 애초 수백 건에 달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을 내놨다. 또 갑을 관계에 놓인 소방시설점검 자체의 현실적인 문제점을 호소하기도 했다.


M사 측은 “소방시설점검업은 ‘을’일 수밖에 없다. 돈을 받고 점검을 수행하다보니 건물주나 시설 관계인이 협의나 조율을 요구할 경우 이를 거부할 수는 없다”면서 “그렇게 되면 내년도 점검을 수행하지 못한다거나 불이익이 생기게 되기 때문에 회사 운영과 사업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초 지적사항에 비해 1/10 정도만 소방서에 보고한 문제에 대해서는 앞뒤가 안 맞는 해명을 했다. M사 측은 “점검 수행 기간과 소방서에 정식 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디큐브시티 쪽으로부터 수리가 완료됐거나 수리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어 일부를 삭제한 것”이라며 “점검 기일과 보고일이 길기(30일) 때문에 그 과정에서 고쳐진 사항은 제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M사 측은 실제 고쳐진 사항을 확인한 뒤 삭제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점검을 또 다시 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 디큐브시티로부터 보고서 축소 요구를 받았냐는 질문에도 말을 아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점검에서 고쳐진 사항을 제외했다는 M사의 이같은 해명은 작년 점검 지적사항을 보고서에서 빼고 올해 상반기 점검 보고서에는 56건이나 기재한 것을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디큐브시티의 부실 점검 문제와는 별개로 소방시설점검 비용의 현실적 문제에 대해 호소하기도 했다. 관계자는 “보통 소방시설점검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입찰이 이뤄지거나 적정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며 “과도한 경쟁이 이뤄지다보니 사업의 연속을 위해서는 적은 비용으로 어쩔 수 없이 수주하는 경우가 많아 정상적인 점검이 어려운 상황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안전 두고 “내꺼, 네꺼” 따지는 디큐브시티

 

▲ 지난 4일 서울 구로 신도림 디큐브시티에서 진행된 소방시설 점검에서는 관계자들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 배석원 기자


“공용부이기 때문에 현대백화점에서 관리하지는 않는다. 우리 소관이 아니다” 4일 진행된 현장 조사 과정에서는 불량 소방시설이 현장에서 확인될 때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실제 디큐브시티는 다양한 시설이 복합된 대규모 건물이다. 현대백화점과 쉐라톤호텔, 오피스, 아트센터 등이 들어서 있으며 구분별 소유자의 집합체인 관리단(HDC아이서비스)이 사무 업무를 위탁받아 도급계약이나 발주, 관리, 감독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건물에 실제적인 투자자는 GIC사라는 기업이고 투자운용사이자 건물주는 JR AMC다. 백화점과 호텔, 오피스 등은 임대차 계약을 맺어 현대백화점과 대성산업, 대성산업가스 등이 임차인으로 계약돼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복합 건물에서 안전시설 문제가 발견되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백화점 구역에서 나타난 문제는 현대백화점이 보수를 하고 호텔과 아트센터는 대성산업, 오피스는 대성산업가스 등 각 시설별 책임 소재가 나눠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측에 따르면 현재 디큐브시티의 변전실과 같은 주요 설비 공간과 통로 등의 공용 공간은 총괄 관리를 맡고 있는 HDC아이서비스가 담당한다. 백화점은 또 현대 쪽 소관이다.


시설 이용자 입장에선 디큐브시티라는 건물 자체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어디서든 동일한 위험에 노출되지만 어떤 공간에서 피해를 입느냐에 따라 책임소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소방시설이나 방화셔터 등 화재 안전시설에 있어서도 각 담당 주체별 관리 의식이나 업무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건물 내에서도 어디는 관리가 잘되고, 어디는 잘 되지 않는 등 차별적인 시설 관리가 이뤄지고 있었다.


실제 이번 현장 조사 과정에서도 현대백화점의 경우 문제가 있는 시설들을 대부분 수리한 상태였지만 관리단이 맡고 있는 공용부의 소방시설 상태는 말 그대로 엉망이었다. 방화셔터 제어기에 전원조차 안 들어가 있던 곳 대부분도 관리단의 담당 구역이라는 게 현대백화점 측 입장이다.


점검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규모 건축물의 관리 실태가 이번 점검 과정에서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라며 “복합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영호 의원 “허위 보고 건물주 책임 강화해야”

 

▲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서울 서대문구을)     ©김영호 의원실 제공

이번 디큐브시티의 부실 점검 문제를 함께 조사한 김영호 의원은 자체점검 제도의 실효성을 갖추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제천화재의 경우에도 건물주 아들이 점검하는 셀프 점검이 문제가 됐고 이번 디큐브시티의 문제점도 역시 소방시설 자체점검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면서 “건물주와 점검 회사가 갑을 관계에 놓여있다 보니 제대로 된 점검을 하고도 소방서 보고는 축소ㆍ허위 보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렇게 허위로 보고해도 건물주는 300만원 정도의 과태료만 물고 점검업체와 자격자는 영업정지 등 강한 처벌를 받게 돼 있다”며 “점검 결과를 축소 또는 허위보고 하는 문제를 제대로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한 만큼 허위 보고 시 건물주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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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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