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19]“신속한 구조, 승패는 다양한 상황 훈련에 달렸다”

[인터뷰]서울 중부소방서 윤상수 소방장

최누리 기자 | 입력 : 2018/10/10 [11:59]

▲ 중부소방서 윤상수 소방장     © 최누리 기자

 

[FPN 최누리 기자] = “구조현장에서는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언제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곤 하죠. 이 때문에 틀에 정해진 교육을 받다 보면 고정관념이 생겨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현장에서 구조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가 힘들어요. 신속하고 정확한 구조를 위해서는 다양한 구조상황을 훈련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09년 7월 서울 중부소방서에 소방공무원으로 첫발을 디딘 윤상수 소방장. 그는 강북소방서 119구조대를 거쳐 119특수구조단 도봉산산악구조대, 중부소방서 현장대응단 등에서 근무했다. 9년 동안 구조 활동에 몸담고 있었기에 구조 장비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구조대원으로 근무하면 관련 장비를 많이 다루게 됩니다. 신속하고 정확한 구조를 위해서는 구조 장비의 제원과 사용방법, 주의사항 등을 숙지하고 이를 현장에서 활용하는 게 기본이 돼야 하죠”

 

윤 소방장은 2016년 서울소방재난본부 구조장비 규격조사반에서 일선 구조현장에 필요한 장비를 구매하기 위해 구조장비의 시장조사를 하는 등 국내ㆍ외 장비를 비교해 장비구매의 기초가 되는 규격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맡았다. 

 

“장비 인증과 규격 등이 까다로워 구조 장비에 대한 많은 공부가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선배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구글이나 유튜브 등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구조 장비에 대해 배워나갔죠”

 

각 소방본부와 소방서는 소방청 고시인 구조장비 보유기준에 따라 장비를 보유하고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관련 장비가 많다 보니 소방청(구 소방방재청)에서는 이를 통폐합하고 조정하는 작업을 몇 차례 진행했다. 당시 소방방재청에서는 구조장비편람 개정을 위한 TF팀을 구성했다.

 

“각 시ㆍ도에서 구조장비에 대한 지식이 많은 전문가를 추천받아 TF팀이 구성됐어요. 이들이 모여 일선 구조대원들이 구조장비 보유기준과 내용연수, 용도, 주의사항 등을 이해하기 쉽도록 ‘구조장비편람’을 제작하게 됐죠. 저도 그 일원으로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이렇듯 구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직접 겪은 경험이 구조 활동에 두려움을 줄여주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급류에 휩쓸린 사고를 경험했기에 물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하지만 구조대원으로 근무하게 되니 각종 수난훈련 참여는 물론 수영, 수난구조에 대한 역량 강화에도 힘써야 했죠. 이상하게도 소방공무원 제복을 입고 사고 현장에 가면 그 순간만큼은 요구조자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만 들 뿐 두려움이 전혀 생기지 않더라고요”

 

그는 강북소방서 119구조대 근무 당시 북한산 백련사계곡에서 한 어린이가 물놀이를 하다 배수구 쪽으로 빠져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주변 사람들에 의해 꺼내졌지만 숨을 쉬지 않았다. 급하게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끝내 아이를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내지는 못했다.

 

“이 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저리곤 하죠. 아마 이때부터 ‘완벽한 구조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더욱 견고해진 것 같아요. 수난구조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도 이 때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윤상수 소방장이 레스큐3 대만지부 Swiftwater Rescue Technician LV 1 급류구조교육을 받고 있다.     

 

윤 소방장은 ‘복합적 대형 수난사고에 대한 구조대응체계 및 해외 사례 비교 연구’이라는 주제로 서울시가 진행한 글로벌정책체험 공개경쟁 선발에서 연수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기회는 대만 연수로 이어졌다.

 

“연수에서 저희 팀은 대만 소방학교와 수난과 화재 훈련장, 대만정부 소방서(네이후), 방재과학교육관을 견학했습니다. 레스큐3 타이완센터에서 Swiftwater Rescue Technician LV 1 급류구조교육을 수료하기도 했죠”

 

윤 소방장이 외국에서 교육을 받기로 마음을 먹었던 이유는 국지성 호우 등으로 발생한 급류사고를 경험하며 ‘급류사고는 수난사고와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구조대로 활동하면서 하천에 갇히거나 급류에 고립 또는 휩쓸리는 사고에 출동했어요. 급류사고는 지형적 특성에 따라 물의 흐름이 달라집니다. 그만큼 위험성도 높아지죠. 급류구조 시 지형 특성과 물의 흐름, 유속, 유량 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수난구조는 대중화돼 배울 기회가 많지만 급류구조는 교육을 받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죠"

 

그간 우리나라 지형 등에 맞춰 특화된 급류구조사고 대응에 대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소방청(당시 국민안전처)은 급류구조사고대응과정 표준교재 제작 TF팀을 구성했다. 지난 2016년 제18호 태풍 ‘차바’가 울산에 상륙해 시민을 구조하다 급류에 휩쓸린 구조대원의 사고도 큰 계기가 됐다.

 

윤상수 소방장은 이 TF팀의 일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렇게 윤 소방장이 속한 TF팀이 함께 정립한 급류구조 대응실무 교재는 한국형 급류구조사고 대응을 위한 교육에 초석의 됐다.

 

“급류구조대응실무 교육은 국지성 호우를 비롯해 자연재해로 생길 수 있는 급류구조사고를 대응하기 위한 교육ㆍ훈련입니다. 급류를 가로지르는 기초 수영법과 보트를 활용한 인명구조법, 2인 급류건너기 등의 훈련과 기본, 전문, 현장지휘 등 3개 과정으로 구성했습니다”

 

현재 급류구조사고대응실무 과정 교육은 소방청 주관의 전국 시ㆍ도 구조대원 대상 기본과정으로 실시되고 있다. 오는 11월에도 전문 과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얼마 전에는 한강 김포대교 인근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다 2명의 구조대원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 소식을 접한 윤 반장은 “가슴이 미어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들이 급류구조를 경험하고 관련 훈련과정을 받았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었어요. 특히 구조대원이라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벌어질지 모를 다양한 사고에 대비해 끊임없이 배우고 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행동이 결국 국민과 나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요”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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