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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주취자 폭행 순직, 故강연희 소방관 위험직무순직 불인정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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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소방위 (전)소방발전협의회장 | 기사입력 2018/11/06 [23:53]

[기고] 주취자 폭행 순직, 故강연희 소방관 위험직무순직 불인정 위기

고진영 소방위 (전)소방발전협의회장 | 입력 : 2018/11/06 [23:53]

▲ (전)소방발전협의회장 서대문소방서 소방위 고진영  

“당신의 희생 영원히 기억될 것”, “당신은 우리의 영웅, 더 안전한 세상 만들겠다”, “당신의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숭고한 희생, 119 역사에 깊이 새겨질 것”, “당신의 열정ㆍ희생ㆍ봉사정신,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 2018년 5월 주취자의 폭언과 폭행으로 순직한 구급대원 故강연희 소방관(이하 강대원)에 대한 정부와 언론이 쏟아낸 말들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주취자에 의한 폭행과 폭언에 의한 사망사건에 대해 故강연희 소방관은 얼마 전 일반순직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위험직무순직 신청은 인정을 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


위험직무순직은 소방과 경찰, 군인 등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는 데 있어 직접적인 위험 활동을 하는 직군이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때문에 일반순직과 달리 위험직무순직은 보상도 차이가 있지만 희생자를 현충원에 안장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를 심사하는 인사혁신처는 故강연희 소방관의 사망을 위험직무순직으로 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망할 당시 정부와 언론이 앞 다투어 쏟아냈던 그녀의 희생을 기리고 추모했던 말들이 오히려 그녀의 희생을 기만하는 미사여구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부분 소방관의 위험순직은 현장에서 활동 중 순직한 경우가 많다. 달리 말하면 현장활동과 사망이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확연하게 들어난 경우가 대부분 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故강연희 소방관의 경우는 주취자에게 폭행을 당한 뒤 20여 일 후에 뇌동맥류 파열로 사망에 이르러 논란이 되고 있다. 인사혁신처의 부정적 의견을 십분 받아들여 생각한다면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첫 번째 사망원인이 폭행에 의한 직접적인 원인인지와 위험직무순직 인정은 좀 더 엄격하게 적용된다는 전제 아래 당시 강대원의 현장활동이 위험직무순직에 해당할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일반순직을 인정했다는 것도 강대원의 사망이 직무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당시 진료소견서에도 뇌동맥류파열이 당시 받은 폭행과 폭언의 “심리적 스트레스에 의한 혈압의 불안정성이 촉발인자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라는 소견을 내놓고 있어 직무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


두 번째 좀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과연 강대원의 사망이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중대한 가치, 위험성을 인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만 남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물음 또한 부정적인 의견을 뒷받침하기에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강대원의 희생 가치를 따지는 것은 주취자의 안전을 국가가 지키는 것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묻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음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국가로부터 생존과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기에 어리석은 물음일 수밖에 없다.


2011년 7월 고양이를 구조하다 추락해 사망한 故김종현 대원이 위험직무순직을 인정받고 현충원에 안장됐다. 국가가 그을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하고 현충원 안장을 허락한 것은 업무상 그의 희생의 가치를 단편적으로 시비를 가려 내려진 판단이 아닐 것이다.


국가가 소방관에게 부여한 임무는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는 일이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상황들이 소방관을 위협하고 그 위험은 때론 소방관의 목숨까지도 요구한다. 이에 대해 국가가 포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은 가치를 따지지 말고 어떠한 순간이라도 최선을 다해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라는 뜻일 것이다.


현재 故강연희 소방관의 위험직무 순직을 인정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진행 중이다. 당시 모든 것을 지켜본 故강연희 관할센터장인 정 소방관은 “우리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당시 녹취록을 어렵게 입수해 내용을 본 필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폭언의 내용에 가슴이 내려앉았다. 폭언과 폭행을 떠올리자 故 강대원의 입장을 상상해 보는 것조차 참을 수 없는 수치감과 모멸감에 몸이 떨려왔다. 故강연희 소방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지킨 건 단 하나의 이유뿐일 것이다. 국가가 자신에게 부여한 임무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녀를 지켜줘야 할 국가가 결국에 가서 그녀를 외면하고 더욱 비참하게 만들려 하고 있다.


故강연희 소방관의 유해는 지금 전북 군산시 모 납골당에 쓸쓸히 묻혀있다. 국가에게 그리고 국가의 가치를 수반하는 정부에게 묻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표방한 나라다운 나라가 무엇인가. 목숨을 받쳐서라도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라고 명령을 내린 소방관에게 평범한 이들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밀며 시비를 가리고 있다.


그녀의 희생을 길이고 그의 희생정신은 영원할 것이라며 그녀의 죽음 앞에서 쏟아냈던 수많은 말들의 결과가 그녀를 이름 모를 납골당에 쓸쓸히 방치하는 일인가. 그것이 국가의 가치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 대한 올바른 처우인가. 그것이 나라다운 나라인가. 그래도 정의가 승리한다고 믿는 국민에게 그리고 이 순간에도 언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며 국가가 부여한 임무를 수행하는 모든 소방관에게 대답해 달라.

 

고진영 소방위 (전)소방발전협의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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