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나눔밴드’ 밴드장 구로소방서 최재준 소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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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유은영 기자] = “2016년 말 때쯤 서울 강서소방서 소방관으로 구성된 ‘사랑나눔밴드’가 만들어졌어요. 요양원 같이 외로운 분들이 계신 곳에 방문해 재능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구성원들과 비번 일이 맞으면 영종도 씨파크월드 등을 찾아 버스킹 공연도 하고 있어요”
‘사랑나눔밴드’의 밴드장인 최재준 소방위는 1993년 서울소방에 입문했다. 강서소방서에서 22년간 근무한 그는 최근 구로소방서 현장대응단으로 자리를 옮겨 특수차량 교육과 차량 정비 등을 도맡고 있다.
지금은 화학차를 담당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줄곧 고가사다리차 운용을 맡았었다. 서울소방학교와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실시하는 각 관서의 장비 검열이나 교육을 수차례 다닌 그는 ‘소방 특수차량 전문가’라고도 불린다.
“어렸을 때 동네에 화재가 자주 났어요. 소방관 아저씨들이 빨간차에서 내려 기다란 호스로 물을 끌어 화재를 진압하던 모습이 어린 마음에 너무 멋있어 보였죠. 친한 친구 2명과 ‘꼭 소방관이 되자’고 약속했는데 저만 소방관이 되고 나머지 친구들은 경찰이 됐습니다”
얼마 전 서울소방에서 제작한 홍보동영상 ‘극한직업 편’에 출연해 베테랑 배우같은 연기력을 선보인 최재준 소방위는 어릴 때부터 끼가 많았다. 소방관이라는 꿈을 품고 있었지만 중학교 1학년 때부터는 ‘기타’라는 악기에 매료됐다. 삼형제 중 막내였던 그는 둘째형이 기타치는 것을 보면서 어깨너머로 조금씩 배워나갔다.
“형은 절대 기타를 만지지 못하게 했어요. 어쩔 수 없이 제 용돈을 다 털어 중고 통기타를 사서 아버지 몰래 다락방에 숨겨두고 연습하곤 했죠. 부모님께선 한창 공부할 나이에 혹시라도 음악을 하겠다고 할까봐 늘 걱정이셨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대문을 들어서는데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기타가 두 동강이 나 있었다. 급한 마음에 어머니를 찾았다. 어머니께서는 “아버지께서 낮에 들어오셔서 다락에서 뭘 찾으시다가 통기타 2개를 보신 후 화를 내시며 형 것은 그대로 두고 재준이 네 것만 두동강을 내 쓰레기통에 던졌다”고 하셨다.
“결국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제 꿈은 좌절되고 말았죠. 하지만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 공직 발령 때까지 9개월 정도 시간이 생겨 그때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소방공무원이 된 후에는 격일근무 때마다 차고나 창고에서 기타 연주를 했는데 반응이 썩 나쁘지 않더라고요”
이후 그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직원들은 오가며 음악을 즐겨줬고 그러던 중 음악에 관심이 있는 한 직원이 옆에 앉더니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지금 밴드의 구성원인 한청수 소방위였다.
“음색도 좋고 가창력도 좋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문득 밴드를 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친구에게 슬쩍 의향을 물었더니 단번에 좋다고 했죠. 못해도 밴드를 꾸리려면 3명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 싶어서 여기저기 수소문하기 시작했습니다”
▲ 지난해 12월 미소들요양병원에서 봉사 공연을 한 ‘사랑나눔밴드’ 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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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꾸려진 ‘사랑나눔밴드’는 최재준 소방위를 포함해 강서소방서 한상민 소방위(색소폰), 한부창 소방장(키보드ㆍ기타), 한청수 소방위(싱어), 김호주 소방위(싱어ㆍ사회) 등 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봉사활동에 뜻을 같이 하며 지금까지 164회의 공연에 함께 했다.
“한번은 요양원에 사복을 입고 방문했는데 어떤 분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혹시 약 팔려고 오신 거 아니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사전에 충분히 설명을 안 드려서 그랬던 것 같아요. 환우분들이 음악을 즐기시는 모습을 볼 때 봉사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죠”
오는 28일에는 전남 소록도로 봉사 공연을 간다. 음악 봉사만으로는 부족한 마음이 들어 구성원들이 십시일반 환우분들이 드실 음식도 준비했다. 첫 장거리 공연이다.
“우리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은 정말 많습니다. 요양원에 가보면 가족이 있는데도 너무 외로워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지역이 어디든 저희를 찾아만 주시면 갈 의향이 있습니다. 많은 분과 함께 음악을 나누면서 소방에 주신 사랑을 음악으로 보답하고 싶어요”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