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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소방관 국가직 전환하고 대응 시스템 강화해야

김창영 한국안전인증원 이사장 | 입력 : 2019/04/22 [11:29]

▲ 김창영 한국안전인증원 이사장     ©

식목일 전야에 시작된 산불은 화세를 키워 화마가 됐다. 강원 지역은 4월 5일 동이 트기 전까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전쟁터였다. 재난 영화를 방불케 했다. 

 

5일 오후 4시 54분쯤 강릉ㆍ동해의 주불 진화가 완료되면서 온 국민의 손에 땀을 쥐게 한 작전은 힘겹게 마무리됐다. 산림청을 비롯해 전국에서 집결한 소방관, 군 장병까지 투입돼 무려 17시간 동안 벌인 사투였다. 

 

4월 4일부터 6일까지 고성ㆍ속초ㆍ강릉ㆍ동해ㆍ인제 등 5개 시ㆍ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여의도 면적의 6배에 달하는 산림 1757㏊를 초토화했다. 축구장 면적의 2460배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재산 피해만 수천억 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풍 속에서도 신속한 진화로 피해는 그나마 줄였지만 다시 한번 자연의 위력을 실감한 재난이었다. 동해안 지역의 3~4월 산불은 양간지풍(襄杆之風)으로 불리는 초속 10~30m의 국지적 강풍을 타고 급속히 확산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2005년 4월 천년고찰 낙산사를 집어삼킨 화마도 초속 32m에 이르는 강풍을 등에 업었다. 

 

해마다 식목일 전후 ‘잔인한 4월’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단 두 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식목일을 전후해 산불이 났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청명ㆍ한식ㆍ식목일을 전후한 4월 4~6일 사흘간 산불이 발생하지 않은 해는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다. 두 해를 제외하고 매년 식목일 전후로 산불이 나 642.26㏊ 산림이 불쏘시개가 됐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4월 4일부터 6일까지 강원 동해안을 포함해 전국에서 38건의 산불로 귀중한 산림자원 548.75㏊가 사라졌다. ‘잔인한 4월’이자 ‘잔인한 식목일’이다. 

 

정부는 화마가 거세진 5일 0시를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했다. 중대본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매우 크거나 재난의 영향이 광범위한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때 설치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5개 시ㆍ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그렇다면 산불(재난)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재난안전법은 ‘재난관리’를 재난의 예방ㆍ대비ㆍ대응ㆍ복구를 위해 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산불은 예방ㆍ대비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기 쉽지 않다. 

 

소나무에 있는 ‘터펜틴(turpentine)’은 기름 성분이 20%를 차지한다. 이 성분으로 불이 오래 잘 타고 가벼운 솔방울에 불이 붙으면 바람을 타고 수백m를 날아가 불길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소나무 등 침엽수가 대형 산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수종을 일괄적으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상수리나무, 참나무 등 활엽수는 물을 많이 머금고 잎이 넓어 상대적으로 화재에 잘 견딘다. 복구 과정에서 산림의 구조를 바꾸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방과 대비 차원에서 볼 때 고성 산불의 화근으로 지목된 전기 시설을 지중화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고성과 속초 지역 산불은 4월 4일 오후 7시 17분쯤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주유소 맞은편 전신주 개폐기 주변에서 불길이 치솟으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야간에 일어난 산불은 화세도 크고 진화도 쉽지 않다. 재난관리 측면에서 화세 차단을 위해서는 효과적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재난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처럼 야간에 투입할 수 있는 대형 소방용 헬기와 산불용 진화차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 강원도소방본부가 2018년 국회에 바람이 센 날도 야간에 투입할 수 있는 대형 헬기 도입 예산을 요청했지만 무산됐다. 강 건너 불구경식 무관심은 국민을 더 불안하게 한다. 

 

산악지대에 특화된 진화차도 도입해야 한다. 1대당 10억원에 달하는 이 차는 3000L짜리 물탱크를 갖추고 있어 한국처럼 산이 많은 곳에서는 필요한 장비다. 소방청이 보유한 살수차로는 국지적인 대응만 가능하다. 

 

‘사후약방문’이라도 시급 

장비 확보와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육상 재난을 총괄하는 소방력도 강화해야 한다. 강원 산불 진압에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소방관이 동원됐다. 산불 발생 1시간여 만에 서울, 인천, 경기, 충북 지역 소방차 출동을 지시한 소방청은 ‘대응 3단계’를 발령해 전국에 동원령을 내렸다. 전국의 소방차 820대가 밤새 어둠을 뚫고 현장으로 달려가 강원도 소방관들과 힘을 합쳐 불을 껐다. 

 

문제는 이 같은 동원령이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공무원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음에도 정문호 소방청장이 전국 시ㆍ도와 소방관들에게 감사를 표시한 행간에 그 해법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장 소방관들은 시·도지사가 임면권을 가지고 지휘권을 행사하는 ‘지방직 공무원’ 신분이다. 이 같은 대응 구조로는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일사불란한 지휘권이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난 적폐’ 청산을 위해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한다고 공약했지만 관련 법 개정은 국회의 문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바꾸려면 소방기본법,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2018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인해 관련 법안은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 3월 국회도 공전을 거듭하다가 막을 내렸다. 

 

강원 산불에서 소방관들의 헌신적인 대응이 돋보이면서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4월 9일 22만 명을 돌파했다. 강원 산불로 ‘안전 촛불’이 다시 살아난 셈이다. 

 

산불은 반복된다. 예방이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소방력을 강화하는 ‘대응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사후약방문’이 시급하다. 강원 지역에 집중되는 ‘재난 불평등’을 해소해야 대한민국이 안전해진다. 

 

김창영 한국안전인증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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