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19] “자신과 사람을 지키는 ‘첫걸음’은 교육이 아닐까요”

[인터뷰]전북 무진장소방서 무주119안전센터, 장준희 소방장

유은영 기자 | 입력 : 2019/04/22 [12:09]

▲ 전북 무진장소방서 무주119안전센터, 장준희 소방장     © 소방방재신문

 

[FPN 유은영 기자] = “위험할 때 내 가족을 지켜주는 건 ‘소방관 아빠’가 아니라 ‘가까이 있는 소방관’입니다. ‘소방관이라면 자기 가족의 안위를 동료 소방관에게 맡겨야 하는 동시에 누군가의 가족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는 생각으로 나태하거나 무능한 소방관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장준희 소방장은 2006년 경기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됐다. 용인에서 9년간 근무하다 2014년 5월 전라북도로 시ㆍ도 교류를 통해 자리를 옮겼다. 지금은 무진장소방서 무주119안전센터에서 구조대원으로 근무 중이다.

 

2008년엔 용인소방서 대표로 최강소방관대회에 참가하고 2012년엔 화재진압전술 연구개발 발표대회에 참가해 경기도 2위를 차지했다. 전북에서도 2017년 전북 소방기술경연대회에 참가해 1위를 했다. 장비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현장에서 필요한 한국형 쐐기(Wedge)를 개발하기도 했다. 

 

“어릴 적 작은 시골 마을에서 일어나는 화재는 의용소방대가 담당했습니다. 아버지가 의용소방대원이셨는데 불을 끄고 그을린 얼굴로 나오실 때 모습은 지구를 구한 슈퍼맨보다 더 멋져 보였어요. 당시 아버지가 무척이나 의롭고 훌륭한 사람으로 느껴져서 그때부터 소방관을 꿈꾸지 않았나 싶습니다”

 

평생 갈망해 오던 꿈을 이룬 그때부터 그는 더 큰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배우겠다는 강한 의지는 자신의 육체를 단 한 시도 가만두지 않게 만들었다. 그래서 주변에선 그를 ‘만년 교육생’이라고 부를 정도다.

 

“교육이라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할 수 없는 것을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내 자신과 가족,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첫 시작점이기 때문이죠”

  

구조대원으로 활동하면서 역량을 키우기 위해 수영과 스킨스쿠버, 동력수상레저, 화재대응, 특수차량, 지진붕괴 대응, 로프와 장비 등 각종 교육을 찾아 다녔다. 때로는 교육을 위해 자비를 털기도 일쑤였다. 지난해에는 소형 선박 자격증도 취득했다.

 

▲ 지난해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뜻을 함께하는 소방관들이 충북 단양 남한강에 모여 급류구조(DRI) 교육을 받았다.     ©소방방재신문

 

“소방학교 정규교육은 아니었지만 지난해 전국 각지에서 뜻을 함께하는 소방관들이 충북 단양 남한강에 모여 급류구조(DRI) 교육을 받았어요. 배움에 대한 열정이 큰 소방관들이 사비를 각출해서 모였죠. 교육뿐 아니라 현장에서의 경험과 정보 등을 나눌 수 있다는 건 참 뜻 깊은 일이었습니다.” 

 

장준희 소방장은 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한다. 언제 맞닥뜨릴지 모르는 다양한 형태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로프와 급류 교육을 후배들에게 추천한다.

 

장 소방장은 “소방학교 뿐 아니라 사설에서도 많은 교육프로그램이 있는데 실생활에서 여러 방면으로 쓰이고 현장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어 가장 유용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며 “급류 교육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시작한지 얼마 안 돼 교육이 많지 않지만 구조를 담당하는 소방관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에도 스쿠버와 급류 교육, 로프 교육 이수를 계획하고 있다. 이전 교육보다 한 단계 높은 레벨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다. 

 

장 소방장에게는 특별한 취미도 있다. 바로 현장활동 영상을 액션캠 등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리는 일이다. 2014년부터 시작한 이 작업은 그에게 있어 현장의 기록이자 동료에게 전달하는 의미 있는 메시지다.

 

“영상은 현장의 기억을 위한 기록이고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해주죠. 동시에 누군가에게 겪지 말아야 할 실수와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직접 얻은 자료나 다른 동료들이 가진 여러 자료를 공유하는 작은 소방 스터디 모임도 갖고 있다. 이 자리에 모이는 전북 소방관들은 현장 정보와 노하우 등을 선ㆍ후배와 나눠 자유로운 토론과 간단한 훈련을 진행한다. 

 

소방관으로서 스스로 더 나은 소방관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장준희 소방장. 그는 한때 우리나라 소방기술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화재 대응 1급 교육을 받으며 그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현장에 갔더니 벌써 불이 돌았더라고…’, ‘문을 천천히 열면 중성대가 보여. 그 밑으로 화점까지 가서 화점에만 방수해야 해’ 오래전 들었던 고참들의 외침이 바로 현장 기술이고 소방이론이었다는 것이죠. 아주 오래전 아버지께서 ‘준희야, 연기가 가득해도 바닥에 딱 붙어 기어 들어가 물 나오는 관창 바로 앞에 코를 대면 숨 쉴 수 있었어’라는 말이 이젠 다른 울림으로 다가와 존경과 반성을 하게 합니다”

 

과거 선진국의 화재 진압 기법이나 위험 요소조차 접할 기회가 없었던 그 때, 장비의 정의 역시 정립되지 못했던 그 때, 선배들은 동료의 죽음이나 부상 등 경험을 통해 본능적으로 소방전술을 퍼즐처럼 터득했다는 걸 느꼈다는 장 소방장.

 

“우리와 우리 선배들은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또한 할 수 있는 소방관임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가슴 속 뜨거운 열정으로 소방관이 됐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도 아버지를 넘어 사람을 살리는 훌륭한 ‘소방관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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