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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소방관 국가직화가 정치 논리에 발목 잡혀야 되겠나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책임교수 | 입력 : 2019/05/10 [13:03]

▲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책임교수     

고성 산불 현장 지원을 위해 전국에서 출동한 소방관들을 보며 ‘과연 어떤 공공조직이 저토록 일사불란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정작 현실은 소방관들이 현장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그들이 국가직화 요구를 했던 순간부터 지겹도록 들어왔던 ‘지방 사무’라는 논리에 들어맞고 ‘지방 재정 형편에 따라 처우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돈’의 논리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지방 사무’ 논리에 따르자면 대다수가 ‘지방직’ 소방공무원인 지금 소방에서 필요한 건 국민의 ‘찬사’와 ‘격려’가 아니다. 이보다 관할범위를 벗어나 활동을 수행하게 만든 국가에 제반 비용을 청구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그런데 소방은 이런 요구를 알면서도 하지 않는다. 구해야 할 목숨이 있고 제거해야 할 위험이 있다면 남 일과 자기 일을 구분하지 않고 관할과 비관할도 구분하지 않는다. 어디서든 출동할 일이 있다면 그곳으로 달려갈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것이 바로 ‘국가직화’다. 그저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말과 같다.

 

사실 지금의 ‘국가직화’는 신분만 바뀔 뿐 달라지는 것은 특별하게 없다. 되레 할 일만 더 많아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소방관들은 왜 자신들의 이익과 무관한 이런 요구를 멈추지 않을까. 그건 생명 보호와 국민 안전 수호를 위해 자신의 안위보단 타인을 생각하고 앞장서 일하는 그들의 선한 직업적 DNA가 이유일듯하다. 

 

국가직화를 통한 ‘처우개선’이 개인의 안위를 위한 것이라는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처우개선’은 근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위험을 감수한다는 건 직업적 특수성에 기인한 사명감이어야 한다. 진짜 위험한 상황에서 목숨 걸고 현장 활동을 수행하라고 해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실질적인 소방관의 처우개선은 장비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고 제대로 된 훈련으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을 숙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충분한 휴식으로 보유 기량을 현장에서 100% 발휘할 수 있게 하자는 의미도 있다. 결국 열심히 최선을 다하라고 최적의 환경 여건을 마련해 주는 일일 뿐이다. 

 

국가직화는 그들에게 더 많은 위험수당을 보장하거나 유급휴가를 주는 등 지원제도를 만들어 주자는 것이 아니다. 아주 기본적으로 직장에서 제공해야 할 기초적인 부분이 지방재정 여건에 따라 매우 차이가 나기에 이를 고치자는데 의의가 있다.

 

얼마 전 야당의 한 국회의원이 ‘국가직화를 안하면 불 못 끄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소방의 속사정을 안다면 분명 ‘그렇다’고 답했어야 옳다. 소방관의 역량관리 체계가 그렇기 때문이다.

 

실제 현실을 한번 보자. 신임 소방사 합격자는 소방학교에서 4개월간 교육을 받는다. 전국에는 8개의 지방소방학교가 있다. 그렇지만 학교가 없는 시ㆍ도의 신임 소방사는 인근 지자체 소방학교에 가서 4개월간 교육을 받는다. 

 

타 시ㆍ도 소방본부 신임 소방사를 교육시키는 대가로 지방소방학교가 받는 금액을 1일 교육비로 환산하면 1인당 1만6000원 정도다. 교육비는 고사하고 숙식비도 못 미치는 액수다. 

 

지방소방학교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터무니없는 위탁교육비를 받고 타 시ㆍ도 소방관을 교육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여간 눈치가 보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방소방학교조차 없는 시ㆍ도는 그만큼 재정여건이 열악하다는 걸 의미한다. 교육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국가는 ‘지방직’이기 때문에 교육비를 지원할 명분이 없다. 

 

모든 지방소방학교는 이런 현실에 불평이나 불만을 늘어놓지 않는다. 그렇다고 잘한다고 칭찬하는 이도 없다. 그저 ‘소방공무원’이라는 ‘사명감’과 ‘뚝심’ 하나만으로 묵묵히 버틴다. 오히려 더 잘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한다.

 

재정이 열악해 교육훈련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소방공무원의 능력과 제대로 훈련받은 소방공무원과 차이가 과연 없을까. 이를 동등 이상 수준으로 발휘하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 욕심이 아니겠는가.

 

소방에는 지방이나 국가나 그 어디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지 않고 예산도 투입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업무와 질, 성과는 유지되고 있다. 이는 제 일과 남 일을 구분하지 않는 소방공무원의 열정과 헌신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조직 구성원이 열정과 헌신하는 자세를 갖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업무 성과와 품질 관리를 열정과 헌신에만 의존하는 것은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고치기 위해 관련 부처가 지난한 논의를 거쳐 ‘소방관의 국가직화’라는 합의에 도달했다. 이제는 국회에서 통과될 날만 기다린다.

 

그런데 ‘정치 논리’에 또다시 ‘소방공무원 국가직화’가 가로막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정치 논리’는 국민 의견을 존중할 때 비로소 명분이 생긴다. 국민 80%가 소방관의 국가직화를 지지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 통과를 가로막는 것은 국민의 믿음과 지지를 저버리는 것과 다름없음을 잊어선 안 된다. 그리고 국민은 누가 우리의 뜻을 무시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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