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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재난 대응은 민주성보다는 효율성이 필요하다

전라북도소방본부장 마재윤 | 입력 : 2019/05/16 [11:27]

▲ 전라북도소방본부장 마재윤

21세기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안전사회를 구축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안전에 대한 절절한 열망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은 국가의 안전시스템에 대한 개선과 함께 그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소방조직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간 우리 소방조직은 국민들에게 양질의 소방서비스 제공을 위해 시대별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고려의 사기(史記)에 소방에 관한 기록은 없지만 구전에 따르면 그 당시 화재 원인은 대개 아궁이와 굴뚝 불, 불장난이었으며 그 피해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그 당시 백성들로 하여금 각기 야간 취침 시에는 ‘자리끼’라는 것을 머리맡에 준비하도록 했다는데 이것은 지금도 우리 풍속에 남아있는 머리맡 물그릇이다. 자리끼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초기 소화에 사용했을 것이며 일종의 소규모 예방 소방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세종 8년(1426년)에 한성부 내에서 두 번의 큰 화재 이후에 최초의 소방관서인 금화도감을 신설했고 향후 지방의용소방조직도 운영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1894년 갑오개혁을 전후로 소방(消防)이라는 전문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으며 일본침략기인 1925년에는 지금의 종로소방서인 경성소방서가 최초의 근대적 소방기관으로서 설치됐다.

 

미(美)군정기인 1946년부터 1948년까지는 자치 소방체제를 시행했고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인 1948년부터 1970년까지는 국가 소방체제를 유지하다가 1970년부터 1992년까지는 국가ㆍ자치 소방체제로 이원화됐다.
 

한국의 소방행정체제는 국가 소방과 지방 소방체제 사이에서 시대별로 변화를 겪어왔다. 일반적으로 행정구역이 확대되면 규모의 경제 확보로 행정 효율성이 제고되고 행정구역이 축소되면 주민 참여의 확대로 민주성이 증가하게 된다. 소방행정도 국가소방체제로 가면 효율성이 높아지게 되고 지방자치체제로 가면 민주성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소방업무는 지방사무 성격인 화재 등에 관한 사무가 핵심을 이뤘지만 최근에는 구조ㆍ구급, 재난관리 등 국가 사무의 색채가 짙어지고 있다. 이번 강원도 산불에서도 보았듯이 소방조직의 재난 대응 성격상 민주성보다는 효율성이 강조돼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전국에서 강원도로 향하는 고속도로상에서 872대의 소방차가 줄을 지어 산불 현장으로 향하는 그 모습은 대한민국 안전의 심장이 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각종 재난 현장에서 소방 인력과 장비는 재난 대응에 필수조건이다. 재난 관련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100% 예방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제아무리 예방을 촘촘히 해도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재난이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여건이 대한민국 어느 곳이든 갖춰져 있어야 한다. 헌법 제34조 제6항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돼 있음에도 각 지자체의 재정 형편에 따라 소방서비스의 차이가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안정적인 소방 예산을 확보하고 대한민국 어디에 있든 똑같은 소방 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소방의 국가직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자치법 제9조 제2항 제6호의 지방소방에 관한 사무 즉 ‘지역의 화재예방ㆍ진압 및 구조ㆍ구급’은 하루빨리 삭제가 요구되고 있다. 소방의 국가직화는 일원화된 체계 아래 더 효과적인 지휘 통솔과 안전한 현장 대응으로 모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사회로 가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지난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지방 소방 체제에서 국가 소방체제로 소방의 변환기를 맞이했듯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21세기의 대한민국 소방도 큰 전환점을 맞이하길 바란다.

 

전라북도소방본부장 마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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