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2년 끌어온 소방기동복 개선 논란 마무리될까

일선 요구 이어지자 소방청 숙의 토론 자리 마련
참석자 57% “기동복 개선하되 활동복 유지하자”
소방청 “토론 결과 적극 수용해 올해 말 마무리”
씁쓸했던 토론회…주제 숙지도 안 한 소방관들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9/07/01 [10:00]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소방복제 개선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오랜만에 이뤄지는 개선사업을 두고 여기저기서 잡음이 일면서 장장 2년이 넘는 긴 시간을 끌어왔다.
일선 소방관의 빗발치는 요구로 시작된 복제개선 사업은 2009년 이후 9년 만에 시행된 사업이다. 2016년 1월 29일 당시 국민안전처(현 소방청)는 복제 개선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듬해인 2017년 2월 12일 연구용역을 맡기면서 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1, 2차로 나뉘어 추진된 이 사업은 우선 1차 사업으로 정복과 근무복, 점퍼, 외투, 조끼, 기동화 등을 개선했다. 지난해 말 1차 사업 마무리와 함께 올해부터는 실질적인 보급도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기동복과 활동복은 방한 파카, 임부복 등과 함께 2차 사업 대상에 포함됐다. 소방청은 2차 복제 개선사업을 올해 중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현재 규격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방한 파카와 임부복의 규격은 이미 완성 단계에 들어섰지만 ‘기동복’은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이어지는 등 잡음을 낳고 있다. 급기야 지난 6월 14일 유례없는 방식의 토론회가 열렸다.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소방복제 개선 정책숙의 토론회’에는 117명의 토론자와 소방청 관계자 등 130여 명이 참석했다. 사실상 소방복제 개선사업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소방기동복의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자리였다.
일선 소방관들의 의견차가 이어지긴 했지만 4시간이 넘는 토론 끝에 결국 타협점을 찾았다. ‘소방기동복은 개선하되 일선에서 폐지를 반대해 온 활동복은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이다. 소방청은 아직 제조업체 협의 등 추후 과정이 남아있지만 이번 토론회에서 결정된 방향에 맞춰 복제 개선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119플러스>가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복제 개선사업의 종지부를 찍게 한 토론회의 생생한 현장을 지면에 담았다.


 

말 많은 기동복… 타협점 찾은 정책숙의 토론
6월 14일 열린 ‘소방복제 개선 정책숙의 토론회’는 소방정책의 공적 관점을 국민과 공유하고 소방기동복을 바라보는 일선 직원의 경직된 시선을 풀면서 공통가치관을 형성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소방기동복 개선을 중점 과제로 117명의 현장 직원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토론회는 그간 소방청이 진행해온 회의와는 달리 신선했다는 평을 받았다. 토론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전체 진행을 전문기관에 위탁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소방청의 토론회 개입을 최소화했고 참여단 구성부터 최종 투표까지의 모든 과정을 전문기관에서 맡았다. 토론을 기획한 이 기관에 따르면 이번 토론회는 지자체 행정포탈을 통해 토론 참여 의사가 있는 1천여 명의 소방관을 우선 모집했다.


이렇게 모집된 인원 중 소방청에서 제시한 기동복과 활동복 개선안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참여단 구성을 완료했다.


소방청의 제시안은 ▲A안(기동복 개선ㆍ소방활동 티셔츠 개선ㆍ활동복 하의 폐지) ▲B안(기동복 개선ㆍ소방활동 티셔츠 개선ㆍ활동복 하의 유지) ▲C안(기동복 개선ㆍ현행 활동복 유지) ▲중립(정책결정에 따름) 등 네 가지다.


토론회 단상 패널은 총 8명으로 구성됐다. 토론의 합리성이 지켜지고 고른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참여단 중에서 각 선호 안 별로 2명씩을 선정해 패널로 참여시켰고 교수 등 외부 전문가 2명도 토론에 함께했다.

 

 

‘장애복’이라는 기동복… 불만 여전
소방청은 그동안 활동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기존 기동복을 개선하고 활동복을 폐지하되 소방활동 티셔츠를 신설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소방청 관계자는 “직원들이 활동성 높은 복제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안전성과 대국민 신뢰성 등 종합적인 측면을 고려해 복제의 개선 방향을 설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소방조직 내 일선 직원들이 기동복을 불신하는 이유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특히 화재 등의 현장에서 기동복 위에 방화복을 착용할 경우 땀 배출은커녕 몸마저 제대로 가누지 못할 만큼 활동성이 떨어져 ‘장애복’에 가깝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불만은 토론회에서도 여지없이 쏟아졌다. 이들은 “아무리 잘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아라미드 섬유를 사용하는 이상 활동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직원들은 “실제로 착용을 해야 하는 현장의 요구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일선 소방관들 “기동복 바꾸고 활동복 유지하자”
이날 토론회는 참석자 117명을 대상으로 소방청에서 제시한 A, B, C, D 등 네 가지 안에 대한 사전 선호도 조사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패널 토론이 끝난 뒤에는 테이블 토론이 이어졌고 참석자들은 12개 조로 나눠 그룹 방식의 토의를 가졌다.


이 테이블 토론에서는 편의와 기능성이 좋은 활동복을 굳이 폐지할 필요가 있는지, 기동복이 꼭 필요한지 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활동복을 폐지하면서 소방활동 티셔츠를 도입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오갔다. 일부 테이블에서는 조 단위 차원에서 도출한 결론을 공개 발표하기도 했다.


3번 테이블의 경우 “기동복 개선ㆍ현행 활동복 유지 안을 채택하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편의와 기능이 좋은 활동복을 굳이 폐지할 필요가 있는지를 논의했고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현행 활동복도 입을 만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12번 테이블에서는 “활동성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며 “화재진압과 구조ㆍ구급활동 등을 감안한다면 안전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활동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전 선호도 조사에서 제각기 다른 의견을 보였던 토론 참석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진행된 테이블 토론 이후 최종 전자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C안을 선택한 참석자가 57%로 가장 많았다. 117명의 참석자 중 약 67명이 이 안을 선택한 셈이다. B안은 23%가 선택했고 A안은 20%가 선택했다.


최종 선호도 전자투표 결과는 테이블 토론의 영향이 가장 컸다. 토론회를 진행한 전문기관 관계자는 “이 토론을 거치며 다수의 참석자가 생각을 바꾼 것 같다”며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에 동화되는 참석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소방기동복은 개선하고 현행 활동복을 유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면서 토론회는 마무리됐다.


소방청 “현장 직원 의견 수용”… 활동복은 유지 결정
토론회 3일 뒤인 6월 17일 소방청은 당시 회의 결과물을 실질적인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119플러스>에 전해 왔다. 이를 토대로 향후 기동복 등이 포함된 복제 개선 2차 사업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현행 활동복은 기존 그대로 사용하게 돼 규격 등의 변화는 크게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기동복의 경우 향후 제조업계와의 협의가 남아있는 상태다. 1차 사업 진행 과정에서도 복제에 냉감을 주는 시차주사 문제로 업계와 갈등이 빚어진 일이 있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시차주사를 위해서는 특정 약품이 필요한데 해당 약품의 유통권을 모 업체가 독점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모 업체는 독점이 아니라며 맞서는 등 논란이 이어진 바 있다. 게다가 현재 소방청이 추진하는 기동복 규격은 한 차례 더 변화된 상태여서 업계의 이견이 나타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기존 연구용역 결과물에 더해 기동복 하의의 경우 활동성과 통기성 등에 대한 규격 개선이 더 이뤄지면서 의견 수렴을 위한 절차를 반드시 진행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복제 원단과 봉제 패턴 등 제조업계와 협의를 마무리한 뒤 최종 규격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논란 끝에 마련된 자리인데… “찜찜하다 찜찜해”
9년 만에 추진된 복제 개선사업은 사실 시작부터 요란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정책을 추진했던 소방청도, 일선의 소방관들 그 어느 쪽도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다. 소방청은 기동복을 유지하되 활동복 대신 티셔츠를 신설하려 했고 이를 반대하는 소방관들은 “기동복이 불편하기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소방청은 연구용역을 거쳐 진행하는 이 사업에 일선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지난해 전국 소방관 5788명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벌였다. 또 각 지역 소방본부를 직접 순회하는 설명회까지 가졌다. 그러나 일부 현장 소방관들은 소방청의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꾸준하게 불만을 표출해 왔다.


현재 소방관이 착용하는 기동복에 대한 불만이 워낙 큰 탓에 새롭게 변화하는 정책 자체를 두고도 마치 담벼락을 쳐 놓은 듯 총체적으로 불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기동복을 만들어 소방에 납품하는 제조업계에서는 자사의 이익만을 쫓으며 서로가 헐뜯고 싸우기 시작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곱지 않았다.


소방청이 소방복제 개선을 추진해 온 기간은 2년이 넘는다. 그 사이 업계 간, 일선 직원과 소방청 간 날선 공방은 이어졌고 결국 숙의 토론이라는 최후의 방법까지 택한 셈이다. 이는 일선 소방관들로 하여금 정책 방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날 참여단 117명의 일선 소방관들은 토론 참여를 희망한 1천여 명의 소방관 중에서도 선별된 인원이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주제를 미리 파악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복제 개선사업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간 소방조직 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기동복’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한 자리였음에도 그 의미를 무색하게 만든 꼴이라는 비난이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이어졌다. 특히 소방청이 1억4천여 만원의 예산을 들여 진행한 연구용역을 통해 기동복이 새롭게 개선된 것을 모르는 토론자도 있었다.


자신의 이익과 반하면 불만부터 내뱉는 업계는 둘째 치고 소방관들의 이런 모습은 같은 소방관들에게까지도 씁쓸함을 안겼다.


소방청은 올해 말까지 복제 개선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숙의 토론을 거쳐 확정한 최종안에 대해서도 언제든 일선의 또 다른 불만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사업이 순탄하게 종료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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