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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불나면 덮어 끈다” 신개념 화재진압 장비 국내 첫 선

인천 송도소방서, 화재진압ㆍ 유독가스 막는 ‘질식소화포’ 시연

박준호 기자 | 입력 : 2019/07/24 [14:27]

▲ 인천 송도소방서(서장 김성기)는 지난 17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의 한 공터에서 국내 최초로 질식소화포를 시험했다. 사진은 소방대원 2명이 질식소화포로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 인천 송도소방서 제공

 

[FPN 박준호 기자] = 인천 송도소방서(서장 김성기)가 국내 최초로 질식소화포를 이용한 차량 화재 진화법을 선보였다. 지난 2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신개념 질식소화 화재진압전술 시연회’에는 소방청과 소방산업 관계자 70여 명이 직접 현장을 찾는 등 관심이 집중됐다.


인천소방본부 소속 이미화 소방령은 지난 4월 소방청이 주관한 ‘2019 현장대응능력 강화방안 연구발표대회’를 준비하다 인터넷에서 한 영상을 접했다. 유럽의 한 소방관이 차량에 불이 나자 질식소화포를 이용해 손쉽게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이었다. 이 소방령은 우리나라에서도 질식소화포가 유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친환경 자동차 화재 대응기술’ 논문에 소개했다.


송도소방서 동료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황우정 대응총괄팀장은 주차장 같은 차량이 많은 장소뿐 아니라 대형 인명피해 우려 지역에서도 화재를 신속하게 진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 6월 예산 500만원으로 질식소화포와 열차단막을 구입했다.


이후 소방서는 지난 2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의 한 공터에서 국내최초로 질식소화포를 시험했다. 승용차에 불을 붙이자 곧이어 시뻘건 불길이 차량을 덮쳤다.

 

점화한 지 3분이 지나자 차량 온도는 빠르게 750℃로 치솟았다. 소방대원 2명이 질식소화포 양 끝을 잡고 승용차를 감싸자마자 불은 연기와 함께 순식간에 사라졌다. 질식소화포로 차단한 지 단 2분 만에 온도는 256.6℃로 내려갔다. 20분 뒤 소화포를 걷어내자 차량엔 불에 탄 흔적만 남아있었다. 물 한 방울도 사용하지 않고 화재를 진압한 것이다.

 

▲ 질실소화포를 덮은 지 20분이 지나자 차량을 뒤덮었던 불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 박준호 기자

 

소방서는 이번 시연을 통해 2명의 인력만으로도 충분히 화재진압이 가능하고 농연발생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에는 터널과 지하주차장뿐 아니라 주택 밀집 지역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방서는 보름 후 같은 장소에서 2차 시연을 진행했다. 차 한 대로만 시험했던 첫 시연 때와는 달리 2차는 차량 3대(A, B, C)로 진행했다. 가운데 차량에 불을 붙인 뒤 불길에 휩싸이자 두 명의 소방관이 질식소화포를 화재 차량에 덮어씌웠다. 바닥까지 완전하게 질식소화포가 감싸지자 공기가 차단되면서 연기 역시 사라졌다.


옆에 주차돼 있던 A차량에는 열차단막을 씌워 불을 붙였던 B차량으로부터 연소가 확대되는지를 실험했다. 그 결과 A차량에는 그을림의 흔적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두 번의 실험을 통해 실제 질식소화포의 성능을 입증한 셈이다.


질식소화포의 화재 원리는 간단하다. 불은 가연물과 점화원, 산소가 있을 때만 발생한다. 이 중 연소 대상물을 질식소화포로 덮어 산소 자체를 차단해 불을 끄는 방식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연소의 3요소인 연료, 열, 산소 중 한 가지만 차단해도 불은 쉽게 진화된다”며 “차량 전체를 소화포로 덮어 산소를 차단하면서 쉽게 불을 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소방관계자들이 화재를 진압한 뒤 질식소화포를 확인하고 있다. 질식소화포는 1200℃ 이상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불연성 재질로 구성됐다.     © 박준호 기자

 

노르웨이에서 개발된 이 질식소화포는 돌가루와 유리섬유 등으로 구성됐다. 1200℃ 이상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불연성 재질이다. 최근에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으로부터 불연재료 성능에 대한 성적서를 발급받기도 했다.


가로 8m, 세로 6m 크기로 최대 30회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25kg의 가벼운 무게로 성인 2명이 신속하게 화재를 진압할 수 있으며 접이식 보관으로 휴대까지 용이하다.


또 하나의 장점은 환경친화적이라는 점이다. 별도의 포소화약제나 물 등을 사용하지 않고도 화재를 진압할 수 있어 2차 오염을 줄일 수 있다. 화재 진압 이후에는 탄화흔적이 보존돼 화재 원인 분석을 보다 정확하게 할 수도 있다.


송도소방서 정종만 소방위는 “질식소화전술은 기존 주수진화와는 달리 다량의 연기를 차단해 환경오염을 대폭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이번 시연이 급변하는 사회에 맞춰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는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소방서는 앞으로 질식소화포에 대한 표준작전절차(SOP) 매뉴얼을 소방청에 건의하고 터널, 주차장 등에 질식소화포 비치를 의무화하는 제도 개선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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