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수난구조 훈련 중에 순직이라니…소방에 남은 숙제는발전 거듭해 온 소방, 수난구조 분야도 체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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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오전 9시 30분께 충북 괴산군 청천면 운교리 달천강에서 수난구조 훈련을 하던 소방공무원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를 두고 젊은 소방관의 생명을 앗아간 안타까운 일이 두 번 다신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권 소방교는 2017년 4월 구조 특채로 소방관에 임용됐다. 사고 발생 9일 전인 16일 동료 소방관과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에 다녀 온 뒤 복귀해 훈련에 참여했던 터였다. 하지만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교육 훈련 중 순직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당했다.
국립현충원에 안장되고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다. 하지만 이런 훈격은 중요하지 않다. 젊은 소방관의 어이없는 죽음 자체만으로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선 허탈감이 맴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구조대원으로서 역량을 갖추고자 했던 훈련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방 내에서는 조직 발전이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만약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소방관으로 사는 그의 일생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의 목숨을 지켜낼 수 있었을까. 슬픔에 더해 큰 아쉬움이 남는다. 국가유공자나 위험직무순직을 인정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소방조직에 남겨진 숙제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시급하다.
사고 당시의 상황을 조명하고 수난구조 업무에 오랜 기간 몸담아 온 베테랑 소방관들과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고민했다.
황당한 사고… 어쩌다 발생했나
사고 당일 괴산소방서 구조대원 6명(오후 훈련팀)은 충북 괴산군 청천면 운교리 부근에서 ‘하계 수난사고 대비 익수자 탐색 및 구조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계획됐던 이 훈련에는 괴산소방서 소속 119구조대 14명과 대응과 직원 3명이 참가했다.
잠수 훈련 중 수경(마스크) 탈부착 훈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수경을 분실했고 대원들은 이를 찾기 위해 약 15~20분 동안 수중을 수색했다.
수경을 회수한 대원들은 보트에 탑승해 집결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집결지로 이동하던 중 보트 프로펠러에 무언가 걸린 것을 감지했다. 오후 2시 41분께 대원들은 순직자가 보트에 타지 않은 사실을 인지했다. 이날 순직한 권 소방교가 보트에 타지 않은 상태에서 집결지로 이동한 것이다. 뒤늦게 실종 사실을 확인한 대원들은 40여 분 동안 주변을 수색한 끝에 권 소방교를 발견할 수 있었다.
훈련 중 순직… 수난구조 훈련, 문제는?
"안타깝고 분통 터진다. 예민한 문제일 수 있지만 분명 변해야 한다"
소방 조직 안팎에선 이번 사고에 대해 안타까움과 함께 비통함을 토해낸다. 실제 구조 현장도 아닌 훈련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수난구조 업무를 장기간 수행해온 구조대원들은 “국민의 안전을 지켜줘야 할 소방관이 정작 자신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고 순직한 것이 원통하다”며 “조심했어야 한다는 주의 당부식 대책보다는 실질적인 시스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도 취재 과정에서는 대다수의 구조대원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자칫 소방조직 내부의 취약점이 드러나거나 사고 현장에서 이뤄진 미흡한 조치가 거론될 경우 책임 추궁에만 집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소방공무원의 입장이기에 이런 고민이 더하다. 한 소방공무원은 “문제점을 예측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해도 이를 무분별하게 제기할 수는 없다. 동료가 숨진 사고로 인한 고통을 겪을 텐데 사고 책임까지 떠안게 되면 그 고통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동정이나 슬픔을 이유로 소방조직 내에서 미흡한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지 않는다면 결국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수 없기에 그 고민이 더 크다”고 했다.
수난구조 업무를 보는 소방공무원들은 이번 사고에 따른 과제를 크게 세 가지로 지목한다. 우선 수난구조에 있어 필요한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의 정립이다. 또 인명구조를 위해 투입되는 보트 등의 운전 자격, 보트 자체에 대한 기능적 안전성 확보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발견 당시 권 소방교의 머리에는 상처가 나 있었다. 이 열상을 지혈하고 CPR을 시행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그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소방은 사고 경위를 고려할 때 순직한 권모 소방사가 구조 보트 프로펠러에 머리를 다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6월 26일 머리에서 3곳의 상처와 두개골 손상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1차 구두소견을 소방과 경찰 등에 전한 상태다.
하지만 이 머리에 난 열상이 사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곧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부검 결과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사고 현장에서 함께 훈련에 임했던 구조대원들은 대부분 심리적 불안 상태를 보이고 있다. 소방청은 긴급심리지원을 위한 전문팀을 투입해 7월 1일부터 12일까지 PTSD 상담 치료를 실시했다. 사고 조사를 위한 현장조사단도 꾸려졌다. 16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이 조사 결과에 따라 원인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게 소방청 계획이다.
“구조용 보트 운전자 훈련 체계 정립해야”
수난구조대에서 오랜 기간 업무를 수행해 온 구조대원 A 씨는 “가장 큰 문제는 교육과 훈련”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국내에서는 보트를 이용한 수난구조 훈련 과정에서 보트 운전자나 감독자에 대한 교육 훈련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 최근에는 급류구조 등 다양한 수난구조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운전자와 대원의 안전조치를 위한 방안은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수난구조 훈련이나 현장 활동에 익숙한 구조팀의 경우 활동 시 주의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구조대원이 물에 투입되는 순간부터 보트를 완전히 뒤로 빼 보트로 인한 대원 부상 등 사고를 방지하는 것을 기본으로 꼽는다.
감독관 역할을 하는 대원은 입수 대원의 활동을 수시로 체크하고 수면 위로 모두 올라와야만 그때 보트를 근처에 붙여 사람을 태운다. 탑승 방향도 모터가 위치하는 선외기와는 떨어뜨리고 만약 대원과 근접한 거리가 됐을 경우 보트 엔진 가동을 최소화하거나 엔진을 끄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안전 조치들은 오랜 기간의 경험을 통해 습득한 것들이다. 소방에서는 구조용 보트 운전자에 대한 전문화된 교육 훈련이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훈련이나 구조 활동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 확보 수칙들을 체계적인 교육 또는 훈련이 아니라 경험에 의해 스스로 체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A 씨는 “수난구조 활동을 많이 해 온 대원들은 이런 조치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스스로 조심하며 대원들과 팀워크를 맞추지만 많은 구조대원은 안전조치 방법에 대해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가 위험성 역시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소방조직 내 수난구조 대원들에 따르면 외국에서는 수상 구조작업을 벌이는 대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교육이 존재한다. 특히 미국은 수난이나 급류구조 전문교육을 각종 협회 등 여러 기관에서 실시하며 소방대원 역시 이런 전문 교육기관으로부터 지식을 습득하고 있다. 실제 보트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는 대원뿐 아니라 구조활동에 특화된 운전을 위해 별도 훈련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구조 활동 위한 보트 운전, 레저와는 달라”
우리나라에서 보트 등을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은 별도 면허가 필요하다. 바로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다. 해양경찰청에서 발급하는 이 면허는 급수에 따라 고무보트에서부터 일반 보트, 요트 등의 자격으로 구분된다. 소방에서도 구조정을 조종하는 대원은 이 면허를 기준으로 운영 자격이 부여된다.
수난구조대원 B 씨는 “동력수상레저는 쉽게 말해 놀고 즐기기 위한 사람들을 위한 면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보트나 배를 몰아 사람에게 접근하고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특수 임무를 수행한다”며 “놀 사람들은 배만 잘나가고 운전만 잘하면 되지만 우리는 어떻게 하면 배나 보트를 안전하게 붙여 사람을 구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동력수상레저 면허만으로 인명구조용 보트 등의 운전 자격을 부여하는 것보다는 인명구조 특성을 고려한 훈련을 받아 현장에 투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B 씨는 “사람 근처에 접근할 때 어떻게 보트를 조작하고 엔진이 사람과 인접했을 땐 어떤 위험이 있는지 등에 대해 명확한 교육을 통해 경각심을 부여하지 않는다면 위험에 대한 인식 변화와 발전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최근 소방청은 현장에서 사용되는 소방사다리차 운영 자격시험을 마련하고 올해부터 자격 부여를 시작했다.
7월 15일에는 새롭게 도입된 소방사다리차 운용사 첫 자격시험에 20명이 응시해 18명이 최종 합격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방조직에서는 인명구조를 위한 장비 사용 자격을 정립하는 등 발전적 과도기를 맞이하고 있다. 구조 보트에 대한 전문 운용 자격 역시 인명구조용이라는 특성을 고려한 전문화된 교육과 훈련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B 씨는 “동력수상레저 면허처럼 일반적인 평가 커리큘럼을 유사하게 따라갈 것이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운영되는 구조 보트 조작(Water Rescue Boat Operations) 교육 등을 참조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트 자체 안전성 확보 대책도 검토 필요”
순직 구조대원 머리에서는 길이 20cm, 깊이 4cm에 이르는 두부 열상이 관찰됐다. 보트 프로펠러에 머리를 다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상처가 직접적인 사인으로는 판명되지 않았다.
사망 관계를 떠나 물속에 있던 구조대원이 보트 프로펠러에 가격을 당했다는 것으로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보트 프로펠러 자체에 대한 위험성 역시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방공무원 C 씨는 “빠르게 움직이는 보트 구조 작업 시에는 물 밑에 사람이 어디 있는지 안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배가 지나가다 보트 프로펠러에 다칠 위험성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구조용 모터보트는 동력장치가 장착돼 강력한 스크루의 회전이 필요하다. 이 동력장치는 보트의 이동과 방향을 잡아주는 필수 역할을 하지만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물속 그물이나 암초 등 각종 장애물을 훼손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물속에 있는 요구조자도 예외일 수 없다. 실제 지난해 말 한강에서 발생한 한 사고에서는 이런 프로펠러 위험성이 부각됐다.
지난해 11월 한 대학생이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린 뒤 구조를 요청했고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는 수상 수색작업을 실시했다. 그러나 결국 시신을 찾지 못했고 사흘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그런데 올해 3월 나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시신 곳곳에서 프로펠러에 부딪혀 생긴 상처가 발견됐다. 당시 마포대교 주변을 다녔던 배는 구조에 나선 배가 유일했다. 이 사건 역시 해당 상처가 직접적인 사인으로 결론이 나진 않았지만 구조용 보트 등에 달린 프로펠러의 위험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고 사례로 남았다. 이번 구조 훈련 순직 사고 역시 프로펠러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보트 프로펠러 안전사고는 외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의 보트 프로펠러 부상 사고가 꾸준히 나타나면서 뉴욕에서는 대책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미국 뉴욕 서퍽 카운티의 경우 프로펠러 사고 방지를 위해 지난 2018년 7월부터 프로펠러 가드 설치를 의무화하고 미부착 시 최초 250~500달러의 벌금을, 차후 적발 시 건당 750~1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뉴욕시 차원에서도 프로펠러로 인한 사고 방지를 위해 유사한 법안이 발의돼 현재 계류 중인 상태다.
프로펠러로 인한 사고 방지 대책으로 살펴볼 만한 게 바로 이 ‘안전가드’ 설치 방안이다. 소방청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국 347대(구조정 17, 고무보트 330)의 보트 선외기 프로펠러에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방관 D 씨는 “가드를 설치하는 것으로 보트의 안전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배의 속력이 줄어들거나 운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물속 암초 등으로 인한 손상 영향도 생길 수 있어 안전가드의 형상이나 적합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