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집중조명] 제천 스포츠센터와 판박이였던 영등포 모텔 화재, 사망자 없었던 이유

박준호 기자 | 입력 : 2019/08/09 [14:13]

▲ 지난달 7일 오전 4시 33분께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한 숙박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투숙객과 직원 등 모두 103명이 긴급 대피했고 이 과정에서 32명이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 박준호 기자

[FPN 박준호 기자] = 지난달 7일 오전 4시 33분께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한 숙박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투숙객과 직원 등 103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32명이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로티 구조였던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은 차량과 건물을 타고 순식간에 번졌다.

 

영등포 모텔 화재 이후 발화지점과 연소 확대 원인 등 2년 전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제천 화재와 달리 이번 사고에서는 다수의 사람이 연기를 마시는 경상만 입었을 뿐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무슨 이유였을까. 어떤 점 때문에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FPN/소방방재신문>이 두 화재를 분석ㆍ비교해 봤다.

 

◇ 필로티 구조와 드라이비트 공법 “모두 같았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필로티 구조로 된 층 주차장 천장 내부에서 시작됐다. 이 불은 드라이비트로 마감 처리한 건물 외벽과 차량으로 급속히 번졌고 삽시간에 건물 전체를 집어삼켰다.


영등포 모텔 역시 필로티 구조에 드라이비트로 시공된 건물이다. 1차 화재 합동 감식 결과 소방은 모텔 직원이 버린 담배꽁초가 1층 주차장에 쌓여있던 종이박스에 착화돼 발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제천 참사와 마찬가지로 주차 차량과 드라이비트로 마감한 건물 외벽으로 불이 확대됐다.


전문가는 이 두 화재의 확대 원인이 필로티 구조와 드라이비트 공법에 있다고 지적했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이창우 교수는 “필로티 구조는 천장재가 불연재질이 아닌 경우가 많고 실내와 달리 충분한 산소로 연소 확대가 빨라 화재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 외벽에 단열재(스티로폼)를 붙이고 돌가루와 메쉬망으로 마감 처리한 드라이비트도 불이 확산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드라이비트는 내화도가 약한 스티로폼 때문에 불에 쉽게 타고 연소할 때 나오는 유독가스로 많은 인명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좌)제천 스포츠센터 외관에 붙은 드라이비트와 (우)영등포 모텔 건물 드라이비트. 모두 스티로폼으로 구성됐고 그 위를 메쉬망과 시멘트로 마감처리를 했다.     ©소방방재신문


제천 스포츠센터의 외장재는 약 2.5㎝ 두께의 스티로폼 두 장을 덧댄 뒤 표면을 유리섬유와 접착제, 시멘트 몰탈로 마감했다. 영등포 화재 역시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과 메쉬망을 같이 사용했다. 같은 재질ㆍ공법으로 시공한 셈이다.


화재가 확산된 주차장의 특성도 동일한 문제로 지적된다. 제천 화재의 경우 필로티 형태의 1층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차량 15대를 태웠다. 영등포 모텔 역시 불길이 주차된 차량  8대 중 4대를 태웠다.


차량 화재 규모는 성인용 매트리스 5개를 태우는 정도와 비슷하다. 이와 비교할 때 필로티 주차장에서 발생되는 화재는 차량의 숫자만큼 위험성이 클 수밖에 없다. 제천과 영등포 모텔 모두 1층 필로티 공간을 모두 주차장으로 사용하면서 결국 화재 확산의 경로가 됐다.

 

◇ 피해 적었던 영등포 화재, 결정적 이유 뭐였나

 

제천 참사 당시 불이 시작된 1층 주차장 천장 위에는 10㎝ 두께의 스티로폼이 붙어 있었고 필로티의 천장 마감재는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재료가 쓰이는 등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스티로폼과 천장 마감재는 빠르게 연소하면서 맹렬한 불과 유독가스를 내뿜었다.


반면 영등포 모텔 필로티 천장 마감재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가연성 합성수지가 아닌 불연성 금속 소재였다. 소방은 이 천장 마감재를 화재가 크게 확산하지 않았던 이유로 분석했다.

 

▲ (좌)제천스포츠센터 1층 필로티 천장과 (우)영등포 모텔 1층 필로티 천장. 제천 센터의 천장은 불에 모두 타버린 반면 영등포 모텔 천장은 일부만 소실됐다. 소방은 불연 소재인 금속 마감재 덕분에 영등포 모텔 화재가 크게 확산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 소방방재신문

 

사실 영등포 모텔의 경우 화재 발생 시각이 새벽이었기에 위험성은 더 컸다. 50여 개에 이르는 객실은 모두 가득 찬 상태였고 불이 난 시각은 4시 30분께였다. 투숙객 대부분이 잠들어 있던 시간대다. 자칫하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화재 인지였다. 화재 직후 모텔 직원들은 초기 소화 시도와 함께 신고했고 투숙객들에게 화재 사실을 빠르게 알렸다. 그 덕에 방에서 자던 투숙객들은 화재 사실을 적정한 시기에 알 수 있었다.


제천의 경우 천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관계자들이 초기 진압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재 사실을 이용객들에게 알리지도, 소방서에 신고하지도 않다 결국 불이 확산되고서야 뒤늦은 대처가 이뤄졌다.


피난로도 제 역할을 했다. 제천 화재에서 가장 큰 인명피해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비상구였다. 당시 여자 목욕탕이었던 2층 비상구는 선반에 의해 막혀 있었고 대부분 그 존재 여부조차 알지 못했다. 유일한 피난구가 제구실을 못하면서 2층 목욕탕에서만 1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영등포 모텔은 비상구가 따로 없고 지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단 하나였다. 사실 제천보다 더 위험한 구조였던 셈이다. 하지만 내부 시설 이용객들이 화재를 인지한 시점부터 불길과 연기에 의해 입구가 완전히 봉쇄됐던 제천과는 많은 게 달랐다.


숙박업소 직원의 발 빠른 대피 유도와 함께 신고가 이뤄졌고 소방은 접수 7분 만에 도착했다. 5분 뒤에는 대응 1단계도 발령했다. 빠른 신고와 함께 대규모 소방인력의 투입이 가능했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하나의 출입구 이외에 다른 쪽 방향으로 피난할 수 있는 층계는 없었지만 불법 구조변경으로 옥상 역할을 못 한 제천과 달리 영등포 모텔은 옥상 피난도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덕에 옥상 대피를 유도한 소방은 화재 진압 후 투숙객들을 지상으로 안전하게 피난시킬 수 있었다.


불연 재질의 필로티 천장 마감재를 시작으로 재빠른 피난을 위해 가장 중요했던 화재 사실 전파, 그리고 신고까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기에 화재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대책 없는 필로티 건물 화재, 피해 줄이려면…

 

필로티 건물은 주변에 즐비해 있다.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한 건물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앞으로 지어질 건물에 대해 건축법과 소방법을 강화해 안전 대책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문제는 기존에 지어진 건축물들이다. 영등포 모텔 역시 지난 2003년에 허가받은 시설이다. 관련법이 아무리 강화된다 해도 이러한 위험성을 가진 건축물의 구조적 문제와 위험성을 줄일 수는 없다는 얘기다.

 

▲ (좌)제천 스포츠센터와 (우)영등포 모텔 외관 사진. 화재 이후 두 건물에는 드라이비트는 불에 타 소실됐고 시공에 쓰인 접착제만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소방방재신문


그러나 이번 화재는 내재된 위험성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취침 시간인 늦은 새벽 숙박시설에서 발생한 화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인명피해가 크지 않았던 이유를 되짚어 보는 것이야말로 제2의 참사를 막는 길이 될 수 있다.


주차장으로 활용되는 필로티 구조의 화재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필로티 천장의 불연재질화가 시급하다. 또 관계자의 초동 대처를 위한 완벽한 대비와 화재 시 피난 유도 등을 위한 인식도 필요하다. 특히 화재 취약 구조를 가진 건축물의 안전을 위해서는 소방의 초동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천 화재의 경우 초기 화재 현장에 투입된 인원은 화재진압 대원 4명뿐이었다. 게다가 화재진압을 위해 소방이 현장에 투입됐을 때는 이미 화재가 최성기에 도달한 상태였다. 영등포에 투입된 소방인력과 상황을 견주어볼 때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림대학교 건축설비소방과 강윤진 교수는 “화재 발생 이후 피해 규모를 결정하는 요소는 건축물의 구조적인 부분부터 시설의 안정성, 화재 대응 시 인력과 장비 등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며 “건축물 자체에 대한 위험성이 존재한다면 상호 보완적인 조치를 통해 대응 방안을 사전에 구축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광고
광고
119플러스
소방 전문 매거진 ‘119플러스’ 11월호 발간
1/2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