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소방ㆍ경찰공무원 기본급, 검찰 등 공안직만큼 올려야”


‘소방ㆍ경찰공무원 보수체계 개선방안 토론회’ 개최
학계, 소방ㆍ경찰 특수성 반영한 보수체계로 개선해야
6ㆍ9급 제외한 기본급, 공안직보다 최대 32만원 낮아
소방사ㆍ순경 1호봉 기본급 최저임금 수준보다 못해
50년 전 만든 직급표, 기준 기본급은 아직도 ‘정체 중’
소방ㆍ경찰 예우와 명예 지키려면 기본급 현실화 필요

최누리 기자 | 입력 : 2019/09/10 [10:48]

▲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소방ㆍ경찰공무원 처우증진을 위한 보수체계 개선방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 최누리 기자

 

[FPN 최누리 기자] = 소방과 경찰공무원 보수가 직무 특성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어 공공안전직무(공안직) 공무원 수준만큼 기본급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한국행정학회가 공동 주최한 ‘소방ㆍ경찰공무원 처우증진을 위한 보수체계 개선방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행안위 국회의원들을 비롯해 정문호 소방청장, 민갑룡 경찰청장, 학계 전문가, 소방ㆍ경찰ㆍ해양경찰공무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토론회에는 신현주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가 발제를 맡고 ▲김동준 세한대학교 교수 ▲조문석 한성대학교 교수 ▲김윤권 한국행정연구원 박사 ▲노종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박주상 목포해양대학교 교수 ▲김학범 세명대학교 교수 ▲박재풍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 ▲홍명곤 경찰청 복지정책담당관 등이 패널로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ㆍ경찰공무원의 기본급 등 보수체계를 개선해 이들의 명예와 사명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FPN/소방방재신문>은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내용을 집중 조명한다.

 

“소방ㆍ경찰 특수성 등 반영한 보수체계 필요하다”

 

▲ 신현주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최누리 기자

 

발제자로 나선 신현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소방ㆍ경찰공무원의 근무 여건과 위험 노출 등 노동 강도가 타 직종보다 현저히 높다”며 “이들 명예에 맞는 보상으로 존중과 자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소방ㆍ경찰공무원은 소방사(순경)와 소방경(경감)을 제외하고 모든 계급에서 다른 공안직 공무원보다 기본급이 낮다. 공안직에는 교정과 검찰, 출입국관리, 철도경찰, 감사원, 경호처, 국정원 등이 포함된다.

 

특히 신 교수는 “소방ㆍ경찰공무원의 계급 변화를 반영하지 않고 50년 전 만들어진 직급표를 기준으로 기본급을 책정한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소방ㆍ경찰공무원은 1968년 이전까지 모두 공안직에 속했지만 ‘경찰공무원법’이 제정되면서 공안직에서 빠졌다. 이후 정부가 ‘공안직 보수 규정’을 신설하면서 1979년부터는 공안직과의 기본급 격차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 경찰ㆍ소방ㆍ공안직 평균 기본급 비교표     ©신현주 교수 제공

 

현재 6급에 해당하는 소방위(경위)의 평균 기본급은 월 326만4천원으로 공안직 6급(350만1천원)보다 23만7천원을 덜 받는다. 소방교(경장)의 경우 3만2천원, 소방장(경사) 8만8천원, 소방준감(경무관)은 32만8천원으로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신 교수는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 중인 상황에서 공무원 임금인상률이 2년째 1~2%대로 그치면 9급 공무원 기본급은 최저임금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소방사(순경) 1호봉의 기본급은 월 159만2400원으로 이를 법정 근로시간으로 나눴을 때 단순 계산상 시급은 최저임금(8350원)보다 낮은 7619원에 불과하다. 

 

소방ㆍ경찰공무원 기본급이 업무 특수성과 위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찰청이 지난 2017년 낸 ‘경찰, 소방, 해경 정신건강 사업 통합ㆍ운영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일반 직장인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50.1명이지만 소방공무원은 7배가 넘는 375.7명이었다. 해양경찰은 255.2명, 경찰은 76.4명으로 조사됐다.

 

▲ 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 공사상자 현황     ©소방청 제공

 

또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방 활동 중 다치거나 순직한 소방공무원은 4136명에 달했다. 연평균 410여 명으로 하루 평균 1명꼴로 순직하거나 다친 셈이다.

 

신 교수는 “소방ㆍ경찰공무원은 항상 24시간 근무체계를 유지하면서 휴일과 명절에도 비상 근무를 한다”며 “언제 돌발 사태가 발생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 놓여 있지만 이런 특수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제도적으로 기본급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이러한 실정을 반영한 보수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국가 재정이 빈약할 당시 공무원 봉급 현실화가 어려웠고 고도성장을 이룬 뒤에도 공무원 봉급 상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으로 현실화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수당 종류가 많은 만큼 기본급과 수당 비율을 고려해 비슷한 수당을 통폐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자적인 보수법 제정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소방ㆍ경찰공무원은 직무상 위험이 항상 뒤따르지만 근로조건이 일반직 공무원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독자적인 보수 관련 법령이나 체계가 미비한 실정이다. 법관의 경우 ‘법관의 보수에 관한 법률’, 검사는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이라는 보수 관련 법률체계를 갖고 있다.

 

그는 “소방ㆍ경찰공무원에 맞는 보수법 제정으로 탄력적인 보수체계 운용이 가능하다”며 “반면 ‘공무원수당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기존 공무원 지급 수당 혜택이 불가능하고 독자적인 법률 운영에 따른 예산과 인력이 증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고양시 저유소 화재 당시 소방관들이 활활 타오르는 저유소 인근에서 진압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계급별 인력구조 개편의 경우 계급단계를 줄여 일반 공무원 직급과 맞추고 보수도 비슷하게 지급하는 방안을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신 교수는 “승진 적체로 해당 직급의 근속연수가 증가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보수 수준이 낮아지는 게 현실”이라며 “승진 적체 현상은 사기 저하 요인이 될 뿐 아니라 보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어 “먼저 현장 중심의 인력을 재배치하고 행정지원업무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ㆍ대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의 경우 일반직 공무원은 소방ㆍ경찰공무원의 스태프(Staff)로서 원활한 법집행업무가 이뤄지도록 전문적인 지원자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의 경우 고위험 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관 보수가 일반직보다 높아 예산 절감 차원에서 행정지원업무에 일반직을 많이 활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대부분도 경찰조직 내 일반직 공무원이 약 11~37%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약 3.3%에 불과하다.

 

그는 “내근과 행정업무를 일반직으로 대체하고 소방ㆍ경찰공무원을 일선에 배치하면 일정 부분 현장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현장 인력 집중으로 업무 특성을 반영한 보수 체계 개선에도 동력이 생길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제복공무원 자긍심 갖도록 국가가 뒷받침해줘야”

 

▲ 김동준 세한대학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최누리 기자

 

토론자들도 소방ㆍ경찰공무원의 기본급 인상 필요성에 동의했다. 홍명곤 경찰청 복지정책담당관은 “국가가 직무의 곤란성과 책임 정도를 판단한 결과를 반영하는 게 기본급”이라며 “기본급은 직종의 역할과 책임 정도를 인정해주는 지표로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ㆍ경찰공무원에겐 중요한 의미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급이 줄면 시간 외 야간ㆍ휴일수당 단가도 낮아지고 근속연수 보상인 정근수당도 감소한다”면서 “기본급이 전반적인 보수 수준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소방ㆍ경찰의 보수체계 개선에 기본급 현실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주상 목포해양대 교수는 “선진국일수록 제복 공무원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보상은 사회 구성원의 약속이자 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이는 일반적인 예우와 혜택에 그치지 않고 자긍심과 직무 만족 향상으로 이어져 관련 서비스 수준과 질이 발전한다. 보수체계 합리화가 현장 공무원의 사기 진작과 양질의 서비스 제공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란 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동준 세한대 교수는 “소방의 경우 밤낮 가리지 않고 화재와 구급, 구조 현장에 출동하고 주취자 폭행으로 몸과 마음에 멍이 들고 있다”며 “지방직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별로 받는 금액이 다르고 일부 지역은 수당을 받지 못해 사기가 매우 떨어져 있다. 일부에서는 초과근무수당 지급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소방ㆍ경찰공무원의 직업 만족도가 상당히 저하된 만큼 이들이 자긍심과 사명감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국가가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방ㆍ경찰 예우와 명예 위해 기본급 개선해야”

 

▲ 소방관들이 영등포전통시장 돼지골목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소방방재신문

 

객석에서는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고 강력한 지휘를 받는 소방ㆍ경찰공무원이 합당한 예우와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보수체계를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한 경찰공무원은 “소방과 경찰공무원 보수를 높여야 하는 이유는 국민을 위해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하도록 요구받는다”며 “다른 공무원은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소방ㆍ경찰공무원은 그럴 수 없다. 직무유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는 이들이 위험한 상황에도 달려들 수 있는 명예를 충분히 지켜줘야 한다”면서 “이는 최소한의 예우이자 배려”라고 강조했다.

 

한 소방공무원은 “‘소방공무원법’과 ‘경찰공무원법’에서는 강력한 지휘복종을 요구하고 있다”며 “소방과 경찰공무원은 일반 직종과 달리 직장이탈금지 의무는 물론 출동 거부 시 징역 등의 강력한 제재를 받는다. 소방ㆍ경찰공무원의 예우와 명예를 위해 기본급이나 수당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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