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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 장애인 피난안전 여전히 ‘찬밥 신세’

5일 장애인 등 재난 취약계층 피난안전 토론회 열려
사회적 관심 점점 높아지는데 정부 정책은 제자리걸음
상주ㆍ방문 장애인 등 장애 유형별 대피 계획 수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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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19/11/11 [09:13]

[집중조명] 장애인 피난안전 여전히 ‘찬밥 신세’

5일 장애인 등 재난 취약계층 피난안전 토론회 열려
사회적 관심 점점 높아지는데 정부 정책은 제자리걸음
상주ㆍ방문 장애인 등 장애 유형별 대피 계획 수립해야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9/11/11 [09:13]

 

[FPN 신희섭 기자] = 재난 취약계층으로 정의되는 장애인에 대한 정부 지원정책을 되짚어 보고 장애 유형별 대피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지난 5일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열렸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대구 북구갑)과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상임대표 김광환), (사)국민안전진흥원(이사장 설영미)이 공동 주최한 ‘장애인 등 재난 취약계층 피난안전 마련’ 토론회는 200여 명의 분야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토론회에 앞서 정태옥 의원은 “재난 발생 시 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과 달리 특별한 제약이 발생한다”며 “재난 대응 취약성으로 인해 사망 또는 사고에 대한 위험률이 높고 실제로 의사소통과 이동, 의료적 보호 등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토론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길 기대한다”며 “입법화가 필요할 경우 국회에서의 역할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김광한 상임대표는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화재로 인한 장애인 사망자 수는 비장애인에 비해 4.7배나 높다”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화재 등 재난의 위험에서 장애인은 아무런 대비책 없이 그저 구조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장애인은 재난 발생 시 이를 인지하는 데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상황에 맞는 대응 역시 어렵기 때문에 장애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알겠다는 말만 앞세웠고 이에 대한 후속 조치는 그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동원대학교 최규출 교수와 충남대학교 이정수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장애인 수직 피난을 위한 시설 측면의 대책과 장애유형을 고려한 재난 대응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이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했으며 경민대학교 김엽래 교수와 국민안전진흥원 설영미 이사장, 호원대학교 차종호 교수, 한국환경건축연구원UD복지연구실 배융호 이사가 지정토론자로 참여했다. 


“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는 피난 기구 설치돼야”
동원대학교 최규출 교수

 

 

‘안전 취약계층의 수직피난을 위한 시설 측면의 대책’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최규출 교수는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피난 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규출 교수에 따르면 건축법과 소방법 등 현행법상 설치되고 있는 피난 설비와 기구 등은 모두 비장애인 중심으로 기준이 마련됐다. 그나마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장애인 등이 사용하는 소방시설(경보설비ㆍ피난 구조설비)에 대한 규정이 명시돼 있지만 이 역시 설치에 대한 구체성이 명확하지 않아 현장 적용이 형식에 그치고 있다.


최 교수는 “건축법에는 직통 계단을 설치해 피난안전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지만 장애인 등을 위한 특별 규정이 없다. 소방법 역시 장애인증을 위한 피난 기구 적응성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 역시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장애인을 위한 수직 피난 시설 도입이 당장 어렵다면 휠체어를 타고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이라도 마련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이 발생하면 비장애인들도 긴박한 주변 상황과 무서움으로 당황하거나 공포감을 갖게 된다. 자신의 힘으로 재난 현장을 벗어나기 힘든 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보다 더 큰 공포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재난 현장에서 자력으로 피난이 어려운 장애인이 공포감 없이 쉽고 편하게 피난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건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피공간의 설치 대상을 넓히고 소방법에서 10층 이하로 규정하고 있는 피난 기구 설치대상을 11층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피공간도 건축면적에 산입하지 않도록 해 건축주로 하여금 대피공간 설치에 부담감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명시하고 있는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된다면 재난 현장에서 장애인의 안전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애인 피해 늘어도 배려는 여전히 부족”
충남대학교 이정수 교수

 


이정수 교수는 ‘장애인 피난 형태 특성 고려한 재난 대응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를 발표하면서 장애인 피난에 대한 정부 정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장애 유형별로 실제적인 피난 방법을 장애인에게 제시했어야 했는데 여전히 일반적인 대응 요령만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최근 국가적으로 재난 상황에 대한 관심과 대응책이 증가하면서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재난관리시스템은 빠르게 확산했다. 반면 안전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장애인이 시설과 주거지에서 화재 등의 재난으로 사망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배려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이 교수는 “우리와 달리 선진국의 경우 장애인 안전대책이 잘 마련돼 있다”며 “그런 나라의 법률과 제도를 참고하고 관련 기관과 장애 유형별 단체의 피난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우리의 정책과 매뉴얼을 비교하면서 보완하면 최적의 안전대책을 우리도 마련할 수 있는데 그걸 아직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을 위한 최적의 안전대책을 추진하려면 우선 건축물의 주 이용자를 고려하면서 용도에 맞게 시설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정부는 시설인가 기준을 제시해 피난 안전성을 높이고 기존 시설의 경우 건축계획 기준과 재실부하를 연계하면서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대책이 선진국과 같은 실효성을 거두려면 국가기관과 장애 유형별 관련 단체도 장애인의 유형에 따른 접근성과 피난 특성을 고려해 임시피난 구역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피난계획을 수립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며 “장애인의 경우 장애유형에 따라 이동 특성이 달라 피난행태가 제각기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화재안전교육, 소방훈련과 더불어 장애 유형별 피난훈련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피난 교육은 주로 소방관서를 통해 이뤄진다”며 “재난 발생 시 장애인의 유형별 행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소방공무원도 장애감수성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정토론> 

 

발제에 이어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을 좌장으로 ‘장애인 등 재난 취약계층의 피난안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 사진 좌측부터 호원대학교 차종호 교수, 국민안전진흥원 설영미 이사장, 경민대학교 김엽래 교수, 한국환경건축연구원 배융호 이사  © 신희섭 기자


첫 번째 지정토론자로 나선 호원대학교 차종호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6항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재난에 무방비하다시피 한 장애인의 안전을 비장애인들과 같이 동등하게 보장하기 위해 정부는 이들의 행동 특성에 대한 차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국민안전진흥원 설영미 이사장은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피난, 방화시설 기준에 따르면 대피실의 경우 평상시 주거 전용공간에 포함되지 않는 면적임에도 불구하고 건축법상 건축물 연면적에 포함돼 있다”며 “이 같은 법률 조항은 건축주에게 비용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대피공간 설치를 꺼리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과거와 달리 층수와 관계없이 안전하게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는 피난 기구가 개발돼 보급되고 있음에도 소방법에서는 피난 기구의 설치를 10층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며 “1958년 제정된 이 법률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경민대학교 김엽래 교수는 “장애인에게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그를 구해줄 수 있는 최적의 구조자는 이웃이며 주변 사람일 것”이라면서 “장애인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하고 이를 위한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사회적 약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재난 약자를 위한 정책은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많은 정책부서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장애인 재난 안전정책들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장애인단체에 소속된 회원들 간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며 이는 장애인 단체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한국환경건축연구원 배융호 이사는 “장애인은 빨리 대피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고 최대 다수의 구출이라는 대피 계획의 명제 아래 항상 가장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며 “결국 장애인은 위험에 가장 노출돼 있으면서도 대피 계획에서는 소외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난 시 장애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상주 장애인에 대한 개인별 비상 대피 계획을 도입하고 방문 장애인에 대한 장애 유형별 계획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주 장애인에 대한 개인별 비상 대피 계획은 현재 미국과 영국, 호주 등에서 운용하고 있는 대책이다. 장애인이더라도 개인별로 장애 유형과 정도가 다르고 대피 능력에 차이가 있어 이를 고려해 개인별 맞춤형 대피 계획을 수립해 운용하는 하는 방식이다.


방문 장애인에 대한 장애 유형별 계획은 공중이용시설과 같이 장애인이 자주 방문하는 곳의 재난 발생 대비를 위해 지원 인력을 배치하고 교육과 훈련 등의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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