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N 최영 기자] = 현장에 공급되는 가스계소화설비 과압배출구의 KFI인정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업체가 KFI인정을 획득한 뒤 영업 과정에서 인정품임을 홍보하면서도 실제로는 제품검사를 받지 않은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과압배출구는 가스계소화설비가 설치된 방호구역 내 구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가스계소화설비 설치 공간에서 소화약제가 방출될 때 압력이 높아지면 벽체에 매립된 과압배출구는 일정한 압력에서 개방돼 과압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지난 2015년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이 과압배출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KFI인정 기준을 제정했다. 이후 2017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면서 현재까지 4개 업체가 인정을 받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KFI인정을 받은 일부 업체가 인정품임을 내세우며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실제 제품검사를 받은 실적은 단 한 건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업체는 KFI인정 획득 이후 최근까지도 인정품임을 홍보해 왔고 가스계소화설비 시공 현장에 상당량을 공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 내에서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제품검사를 거치지 않은 과압배출구는 결과적으로 KFI인정품으로써의 유효성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KFI인정은 소방 관련법에서 규정한 소방용품 이외의 제품에 대해 성능을 인정해 주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자체 제도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성능이나 형상, 구조, 재질 등의 적합 여부를 판단 받아 인정서가 발부된다. 이후 양산 제품마다 제품검사를 받아야만 최종 인정품으로 실효성을 갖는다. 최초의 인정품과 양산품이 성능이나 구조 등이 다를 수 있어서다.
만약 이 KFI인정을 받은 업체가 인정품이라고 판매해 놓고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인정 자체의 강제 취소 사유까지 될 수 있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관계자는 “KFI인정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인정품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고 판매했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KFI인정 사실을 알리고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제품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인정을 취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KFI인정품은 국내 유일의 소방용품 검ㆍ인증 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으로부터 성능을 검증받았다는 측면에서 소비자들로부터 큰 신뢰를 얻는다. 법적인 강제성을 띠진 않지만 소비자 인식에 따라 인정 보유 여부는 제품 선택에 있어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자율인정에 해당하는 KFI인정 제품이라도 소비자들은 인정품인 것으로 알고 구매하게 된다”며 “검사를 받지 않고 판매하는 것은 분명 소비자를 기망하는 행위고 일종의 사기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제품검사를 거치지 않고 과압배출구를 판매해 온 해당 업체는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구매자가 과압배출구의 KFI인정품을 요청했음에도 제품검사를 안 받고 팔았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제품을 판매할 때마다 KFI인정이 필요한지 여부를 물어 필요하지 않을 경우 검사를 받지 않고 판매했다”며 “마치 이 사안을 자사가 속여서 판매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KFI인정 제품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스스로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KFI인정품으로 알고 제품을 구매하는 거라면 제품검사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제품검사 여부는 해당 제품에 붙는 검사 증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