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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대담]국립소방연구원 이창섭 연구원장

'현장에 듣는 연구로 더 안전한 세상을' 비전 설정

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2/03 [09:48]

[플러스 대담]국립소방연구원 이창섭 연구원장

'현장에 듣는 연구로 더 안전한 세상을' 비전 설정

최영 기자 | 입력 : 2020/02/03 [09:48]

“현장 대응ㆍ화재 예방 기능, 과학기술로 지원할 것”
“소방연구원 진정한 역할은 기술의 효용가치 판단”
“소방 기초 분야 아냐, 개발 기술 조합해 나가야”
“연구 과제 제안 방식 비율 높여 지원해 나갈 것”
“외부 위상보단 본연 기능 수행에 노력하겠다”
“구급 분야 발전 위한 역할도 수행해 나갈 것”
“소방 분야는 4차 산업기술 반영 부분 무궁무진”

 

▲ 이창섭 초대 국립소방연구원장  © 최영 기자

 

 

2019년 5월 국립소방연구원 출범 이후 7개월 동안 공석이던 원장 자리가 메워졌다. 초대 원장으로는 이창섭 전 경북소방본부장이 부임했다.


1990년 소방간부후보생 6기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창섭 신임 원장은 과거 소방방재청 방호조사과장과 세종소방본부장, 대구소방안전본부장, 충남소방본부장, 경남소방본부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취임 당시 그는 “다양한 현장 경험을 살리고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국립소방연구원이 소방기술 발전을 선도하는 국가 전문 연구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창섭 초대 원장은 인사혁신처의 개방직 공모에서 최종 선발됐다. 15명에 이르는 후보자 중 새롭게 탄생한 국립소방연구원을 안착시키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은 셈이다. 그는 앞으로 3년간 국립소방연구원을 이끌게 된다. 성과에 따라 2년 연장이 가능하다.


부임 직후 이 원장은 ‘현장에 듣는 연구로 더 안전한 세상’을 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연구원의 미래 모습에는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는 실질적인 연구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그의 목표가 담겼다.


소방 안팎에선 국립소방연구원에 거는 기대가 크다. 소방의 브레인 역할로 소방 발전을 이뤄내기 위한 과학화의 중심이 바로 연구원이기 때문이다.


1월 13일 아산에 위치한 국립소방연구원 집무실에서 만난 이창섭 원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비록 소방 제복은 벗고 임기제 고위공무원으로 부임했지만 오랜 기간 소방에서 고민한 흔적들이 엿보였다.


공학자이자 고위 소방공무원을 끝으로 공직 생활을 마친 그는 국립소방연구원의 기틀을 더욱 확고하게 다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창섭 원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Q1.수많은 후보 중 국립소방연구원(이하 연구원)을 안착시키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으며 초대 원장으로 부임했다. 소회가 어떤가.

초대 국립소방연구원장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감사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 또한 무겁다.

 

Q2.공학자이자 소방공무원의 삶을 살아온 만큼 연구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를 것 같다. 연구원이 주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

소방조직이 현장 대응과 화재 예방의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서 과학기술을 활용하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기술이 어떤 분야에 어떻게 적용돼야 효용가치가 생기는지를 판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예측하고 연구해 그 결과를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전문적인 영역이다. 따라서 전문적인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립소방연구원의 진정한 역할은 이러한 전문적인 관리라고 생각한다.

 

Q3.취임 당시 “다양한 현장 경험을 살리고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소방발전을 선도하는 국가 전문 연구기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원의 먼 미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

미래의 모습을 ‘비전’이라고 간단히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 연구원의 비전을 ‘현장에 듣는 연구로 더 안전한 세상을’로 정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 적용되는 연구라고 생각한다. 이런 연구가 중심이 된 모습을 그리고 있다.

 

Q4.오랜 기간 소방 조직에서 몸담았기에 현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다. 지금 우리나라 소방 연구 기능 수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궁금하다.

안 그래도 냉정한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냉정하게 평가하라니 곤혹스럽다. 그렇다고 피하지는 않겠다. 간단히 말해서 ‘아니면 말고’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연구의 결과가 현장에 거의 적용되지 않고 있어서다. 지금까지의 공직 생활 중 소방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로 인한 변화를 체험한 기억이 별로 없다.


소방 R&D 중 연구 결과가 현장에 적용된 비율을 후하게 평가해도 18% 정도라고 한다. 82%는 현장에 적용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R&D가 기초 연구 역량을 다지는 기능이 있다는 걸 모르진 않지만 소방은 기초 과학 분야가 아니다. 소방 R&D는 대부분 현재 개발된 기술을 조합해서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현장 적용의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디자인돼야 하고 현장 적용을 목표로 관리돼야 한다.

 

Q5.연구원을 두고 소방의 ‘국과수’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와 실현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과학기술로 범죄 수사를 지원하는 기관이라면 국립소방연구원은 현장 대응과 화재 예방 기능을 수행하면서 소방조직을 과학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건 우리의 선구안(選球眼)을 키우는 것이라고 본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도출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기술이 어떻게 적용돼야 하는지 예측하는 게 필요하다.


또 예측대로 연구 과정을 설계하고 설계한 대로 연구가 수행되고 있는지 확인을 거쳐 그 결과를 현장에 적용하는 이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하거나 평가ㆍ관리할 수 있는 눈을 갖는 게 가장 시급하다. 적절한 예산과 시설이 지원되도록 하는 것은 바로 그 다음 과제다.

 

Q6.연구원은 소방 R&D를 수행하는 중심 기관이다. 이러한 R&D 분야의 발전과 중심 역할 수행을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나.

지금까지는 연구과제(RFP)를 작성한 후 연구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일관되게 운영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연구자가 연구할 과제를 제안하는 방식의 비율을 높여 평소 관심을 갖고 연구한 분야를 계속 연구하게 지원하는 방향을 추진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연구 결과의 전문성과 효용성을 높이겠다.


또 초기 연구자를 복수로 선정해 초기연구 성과를 평가한 후 연구자를 선정하는 방식도 운영해 연구 결과의 완성도를 높여 나가겠다.

 

Q7.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등 빠르게 변하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소방정책 연구와 전문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연구원에서도 관련 정책 연구를 추진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들었다.

소방정책연구는 우리 연구원의 주요 기능 중 하나다. 정책 추진의 주체는 당연히 소방청이지만 현안을 해결하기에도 바쁜 여건이기에 장기적 정책 수립과 전문적ㆍ기술적 요소를 포함하는 정책 개발은 우리가 맡아야 한다.


그리고 소방정책에 대한 실효성 있는 아이디어는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 그렇기에 전국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연구주제를 공모하고 연구에도 참여시키는 객원 연구원 제도 또한 운영해 연구 성과를 키우겠다.

 

Q8.과거 소방과학연구실은 업무 연속성 결여에 따른 장기적 플랜 설정 또는 정책적 심층 연구가 미진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연구원 태생 후 이런 문제는 해소됐다고 보나.

국립소방연구원이 설립되고 초대 원장이 취임하면서 소방분야 연구의 수행과 관리 기반이 갖춰졌다고 생각한다. 원장의 임기 역시 법으로 보장되기에 최소한 그 임기만큼은 일관된 조직 운영이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실장의 평균 재임기간이 1년 미만이어서 업무 연속성이 결여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연구원 내 연구직은 계속 연구원에서 근무하는 자원이기에 업무 연속성 단절 문제는 없다. 현재 연구원에서 근무하는 소방공무원 19명은 원칙적으로 연구를 지원하는 행정업무를 수행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연구업무에 투입되기도 할 것이다.

 

Q9.흔히들 연구원이 탄생하면서 위상이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원장님 생각은 어떤가.

위상이란 외부로 보이는 모습이다. 그 모습은 설립 취지에 걸맞은 역할을 할 때 근사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소방의 과학화를 위한 국립소방연구원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Q10.재난안전연구원이나 각 지역 소방학교 등에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원만의 차별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오는데.

굳이 차별화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각 기관은 고유한 기능이 있고 그 기능은 모두 다르다. 국립소방연구원 역시 고유기능이 있고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면 차별화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11.소방 조직 중 연구원은 소방직과 연구직, 무기계약 연구직, 시설 일반직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있다. 각 직렬 간의 융합과 협력을 위한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직렬이 다른 군들이 섞여 있는 조직은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전혀 염려하지 않는다.


신분이 같더라도 사람은 모두 다르다. 직렬에 관계없이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되 성과관리를 일관되게 하면 다양한 직렬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Q12.원장님께서는 소방공무원 재직 시절 소방산업 발전에도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 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원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소방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이 소방산업에 적용돼야 한다. 특히 소방 관련 제도가 기술발전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유연하게 변화해야 한다. 이렇게 되도록 좌표를 설정하고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게 국립소방연구원의 역할이라고 보고 있다.

 

 

Q13.최근 4차 산업이 화두다. 소방에서도 4차 산업과의 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4차 산업과 소방의 연구 등 연관성에 대한 원장님의 생각은 어떤가.

지금 이 시대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판단을 예측해 바둑을 이기는 세상이다. 이런 시대에 우리 소방은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불이 난 것으로 알리는 시스템 오류가 일어나 소방대가 출동을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는 4차 산업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1차로 화재 발생 신호가 들어오면 실제 화재가 발생했는지 다른 경로로 확인한 후 경보를 발하는 시스템으로 설계하면 될 것이다.


소방은 인간이 아닌 자연현상이 대응 대상이므로 군이나 경찰과 달리 현장대응에 기술을 적용함에 있어 해킹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이점을 갖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현장대응시스템에 적용되면 대원안전관리, 동원자원관리, 대원복무관리 등이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Q14.과학적인 화재조사의 지원 체계 확립은 연구원의 중심 역할 중 하나다. 이러한 화재조사 분야의 발전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나.

화재조사는 피해조사와 원인조사로 나눠진다. 그중 우리 연구원에서는 과학적 분석으로 일선의 원인조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담당 인력의 경험이 축적되고 데이터가 쌓이면 자연히 화재조사의 전문성은 높아진다.


담당자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업무를 계속 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춰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관련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분류ㆍ축적되고 활용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운영해 나가겠다.

 

Q15.우리나라 화재감식을 소방이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원장님 생각은 어떤가.

화재감식의 권한을 누가 가져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기관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고 개인에 따라서도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제도를 바꾸는 것은 정치적인 선택이다. 국립소방연구원장이 공식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Q16.연구원에서 수행하는 일은 대부분 화재 대응기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급 분야 발전을 위한 연구원의 역할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은데.

국립소방연구원은 소방의 현장 대응을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다. 여기서 현장 대응이란 화재에 국한하지 않고 구조와 구급까지 모두를 포함한다. 전문성이 가장 많이 요구되는 분야가 바로 구급이다. 당연히 우리 연구원에서 많은 역할을 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Q17.아직 연구원의 존재를 모르는 소방공무원도 많다. 연구원의 존재 가치 확립과 역할을 알리기 위한 방안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국립소방연구원이 생겼습니다”라고 외치지 않겠다. 실질적인 역할과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 게 연구원의 존재 가치를 알리는 거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연구원에서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대응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라고 알려 나가겠다.

 

Q18.연구원의 탄생과 함께 설치되는 국가화재안전기준센터에 대한 분야 내 관심이 크다. 이러한 센터 설치와 지금의 화재안전기준 운영체계 개선을 위한 방향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건축물이 고층화되고 첨단화됨에 따라 소방시설 또한 복잡해지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설의 규격은 기술적으로 유연하고 신속하게 업데이트돼야 한다.


따라서 화재안전기준을 성능기준과 기술기준으로 나눠 성능기준은 소방청에서 관리하고 기술기준은 우리 연구원 화재안전기준센터에서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체계로 운영이 될 것이다.

 

Q19.취임 후 국립소방연구원의 상징을 새로 정했다고 들었는데.

국립소방연구원의 역할과 함께 그 기능의 파급효과를 키우기 위해서는 지명도를 높이는 데 부합되는 이미지가 필요하다. 대중들에게 쉽게 각인되고 기억되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기관 상징(심볼)을 만들고 있다.

 

Q20.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현장에 듣는 연구를 수행해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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