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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ㆍ밀양 화재 잊었나… 화재안전 소방법 개정안 국회서 2년째 낮잠

소방관 국가직화에 밀려 외면한 화재 참사 방지 법안
관심 밖 멀어진 소방법, 행안위원장도 통과 의지 없어

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2/25 [10:13]

제천ㆍ밀양 화재 잊었나… 화재안전 소방법 개정안 국회서 2년째 낮잠

소방관 국가직화에 밀려 외면한 화재 참사 방지 법안
관심 밖 멀어진 소방법, 행안위원장도 통과 의지 없어

최영 기자 | 입력 : 2020/02/25 [10:13]

▲ 2017년 12월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29명, 47명이 숨진 제천ㆍ밀양 화재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사고 당시 드러난 문제점을 고치자고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아직도 잠을 자고 있다. 해당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가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18년 5월 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화재예방,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대형 화재 피해 방지를 위한 대표 법안으로 꼽힌다.


제천ㆍ밀양 화재 직후 국회 재난안전대책특별위원회는 활동 결과로 화재 대책 법안을 마련해 여ㆍ야 국회의원 17명과 함께 국회에 법안을 제출했다. 당시 법안 발의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김현권, 변재일, 서영교, 안호영, 표창원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석기, 김정재, 박덕흠, 박명재, 송석준, 홍철호 의원, 바른미래당 오세정, 정운천 의원, 민주평화당 이용주, 최경환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 법안에는 화재안전영향평가제도 도입과 소방특별조사, 자동차 소화기 설치 규정, 피난방화시설 확인제도ㆍ유지관리, 부실 점검 방지를 위한 자체 점검 제도 개선, 법규 위반 시 처벌 강화 등 화재안전과 직결되는 내용이 대거 담겼다.


‘화재안전영향평가’ 제도는 중앙행정기관이 화재안전 관련 법령을 제ㆍ개정할 때 화재 위험요인을 소방청장으로부터 사전에 분석, 평가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건축법이나 의료법, 학원법, 전기사업법 등 부처별 관련 법규 개정 시 사전 영향성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또 소방특별조사를 정밀조사와 불시단속으로 구분토록 해 현재 사전 예고 후 진행되는 형식적인 조사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포함돼 있다. 소방특별조사 실시 결과를 인터넷 등을 통해 국민에게 공개하는 내용도 법안의 주요 골자 중 하나다.


특히 건축물의 소방시설 자체 점검 때 소방시설관리업자가 법령위반 사실을 발견한 경우 관계인에게 필요한 조치를 요구하고 중대한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즉시 소방관서에 보고토록 하는 내용도 이 법안에 담겨 있다.


2017년 12월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불이 나기 23일 전 소방시설점검업자를 통해 무려 67건의 소방시설 불량이 발견됐지만 해당 소방서에는 보고조차 안 됐다. 이는 30일 이내에 점검 결과를 보고하도록 규정된 현행법 때문이다. 화재경보를 위한 자동화재탐지설비나 스프링클러 작동에 필요한 소방펌프 등 중대 위반사항을 발견 즉시 보고토록 해 신속한 보수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다.


또한 피난ㆍ방화시설의 훼손이나 변경 등의 행위를 한 사람 등에 대해 처벌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과 소방본부장 등이 건축계획부터 피난ㆍ방화시설 등의 기준에 적합한지를 검토해 관련 행정기관에 통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제천 화재 당시 2층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를 폐쇄해 피해를 키운 문제와 관련해 건축계획에서부터 관리까지, 상존하는 위험 요소를 사전 제거하기 위한 대책이다. 이 외에도 현재 국토교통부 소관인 자동차 소화기 설치 규정을 소방법으로 이관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담겨 있다.


같은 시기 발의된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회 재난안전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에는 제천 화재처럼 비상구를 폐쇄하는 등 위반행위로 사람을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에 대해 최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화재 피해 시 다중이용업주의 과실이 없을 때는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법안 역시 국회 재난안전대책특별위원회 소속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김영호, 김현권, 서영교, 안호영, 표창원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석기, 김정재, 박덕흠, 박명재, 송석준, 홍철호 의원, 바른미래당 오세정, 정운천 의원, 민주평화당 이용주, 최경환 의원 등 16명이 발의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해당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잇따르는 화재 사고 피해를 막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법안들이 정작 사고 이슈가 묻히자 관심에서 멀어진 꼴이다.


전혜숙 행정안전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7일 열린 행안위 2019년 입법ㆍ정책 결산 기자간담회에서 화재안전 대책 법안의 처리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법안에도 우선순위가 있고 (소방공무원)국가직화와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논의할 때 몇 날 며칠을 토론하다 보니 통과율이 굉장히 저조했다”며 “지금 계류된 법안들을 통과시키려면 선거(총선)를 안 하고 법안심사를 해야 하는데 그것(화재안전 법안)만 안타까운 게 아니다”고 했다.


총선을 앞둬 소관위인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조차 사실상 법안을 통과시킬 의지와 관심이 없다는 걸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대형 화재 사고 이후에도 결국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입법부인 국회의원들이 대형사고나 재난이 발생했을 땐 원인이나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기도 전에 경쟁적인 법안 발의를 하면서도 정작 필요한 법안 통과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고가 나면 규제강화를 위한 법안을 쏟아내면서도 국민적 관심이 사그라지면 결국 법안 통과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무책임한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보여주기식 입법이 아니라 규제 필요성과 타당성, 효과성 등의 충분한 검토를 통한 법안 발의와 통과를 위한 책임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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