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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가스소화설비 논란, 무엇을 위한 건가

강대균 (주)마스테코 가스소화설비 사업본부장(이사) | 기사입력 2020/02/25 [10:42]

[발언대] 가스소화설비 논란, 무엇을 위한 건가

강대균 (주)마스테코 가스소화설비 사업본부장(이사) | 입력 : 2020/02/25 [10:42]

▲ 강대균 (주)마스테코 가스소화설비 사업본부장(이사)

우리나라 가스소화설비의 신뢰성과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0여 년 전 성능인증기준이 대폭 개선되고 관련 수요 증가와 공급업체까지 늘면서 분야 종사자 역시 관심도가 커진 탓이 아닐까 싶다.


여러 논란에 대한 토론은 산업기술의 기초 다지기로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치 않은 문제 제기는 소비자에게 혼란만 주고 기술개발의 발목잡기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가스소화설비 개발을 위해 직접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작과 실험, 국내ㆍ외 인증을 경험해 온 필자로서는 최근 가스소화설비 소비자를 위해 정확한 사실을 집어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가스소화설비는 100년이 넘은 이산화탄소 가스 소화 방식부터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발전한 할론류 가스 등과 이후 환경을 고려한 대체 소화가스 등으로 변화해 왔다.


2000년 초반만 해도 우리나라는 국제환경규제 대상에서 유예를 받으며 좁은 국내시장에서 경쟁해 왔다. 그 사이 선진국은 여러 대체 약제와 시스템을 개발하고 새로운 이론을 정립하면서 세계시장을 선도해 오고 있다.


현재 세계 소방시장을 주도하는 외국 유수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가압방식의 가스소화설비 개발로 축압식의 단점을 개선하거나 보다 높은 축압방식으로 배관비 400%의 제품을 대규모 플랜트에 적용했고 파열판식 용기밸브를 이용한 효율적인 시스템 개선을 이루기도 했다.


이런 가스소화설비는 UL, FM, VdS 등 국제적 인증기관을 통해 신뢰성을 확인받았고 국내보다 2~3배 높은 가격으로 전 세계 주요 시설에서 사용되며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현대산업은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발전하면서 가스소화설비 기술 또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새로운 대체 소화가스 개발과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기와 시스템의 구성은 계속해서 변화됐고 국제 인증기관들은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관련 기준을 제ㆍ개정했다. 시험방법과 측정방법도 변화하는 추세다.


관련 기준은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나온 후 보완되고 발전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가스소화설비의 시장 논쟁은 관련 업계 종사자나 전문가들이 정확치 않거나 오래된 지식으로 논란거리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이다.

 

과연 국내ㆍ외 관련 기준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온몸에 그을음을 묻혀가며 인증시험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한 적이 있는지, 변화하는 해외 소방기술을 직접 보고 배우려는 마음을 가져 봤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어지는 논란을 살펴보자. 큰 논란거리 중 하나인 가압방식 설비의 경우 이미 20여 년 전 미국에서 개발돼 전 세계에 공급되는 방식이다. 한국에선 국내 업체가 특허를 달리해 일본에 먼저 수출했고 국내 인증은 물론 UL과 FM인증까지 받았다. 그 외에 2개 업체도 실용화를 통해 국내에 오랜 기간 보급해 온 보편적 기술이다.


이 기술이 해외에선 일반화됐지만 국내는 제조사의 과당경쟁과 화재 안전에 명확히 명시되지 않았다는 등의 딴지걸이로 자주 등장한다.


그때마다 인증 업체들은 관련 증빙자료와 관계기관 답변을 받아 반박했다. 3년 전에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많은 전문가들과 기술자료, 실험데이터, 해외사례 등과 함께 공개 회의를 통해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선 명확한 반론이나 이의제기도 없다가 주기적으로 이슈화를 하는 이유는 뭘까. 누군가의 노이즈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이것이 위법이고 국민의 안전을 무시하는 거라면 국내 성능인증 받은 동일한 제품으로 UL, FM인증을 받아 각국에 수출되는 제품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 세계인의 생명을 무시하고 국제적 인증기관은 모두 허수아비란 말인가.

 
이런 흠집 내기 때문에 국내의 관련 기준은 수십 년 동안 새로운 기술에 대해 배타적이다. 국내에선 신기술 활용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제는 피로감만 느껴진다.


세계시장에서는 액화가스 소화약제 저장용기에 60, 70, 80bar의 보다 높은 축압 방식으로 배관거리를 늘리려고 각 사들이 노력하고 실제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국내는 20~30년 전 이론과 논리로 문제를 제기하다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시간 낭비를 반복하고 있다.


자국 내 울타리에 갇혀 국제 전시회에서는 찾기 힘든 일본 소방제품처럼 우리가 그들의 전철을 밟고 가는듯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이유는 필자만의 생각일까.


최근 한 업체의 가스소화설비 성능인증이 취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를 두고 업체의 꼼수인지, 성능인증 방식의 문제인지, 기술적으로 너무 무지한 욕심이었던 건 아닌지 관련 업계의 어리둥절한 반응과 함께 기술기준이 더 보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일로 배관규격과 길이, 높이, 최대용기 등 모든 성능을 실증시험하자는 말도 나온다. 관련 기준을 공부하고 인증시험을 직접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이 방법이 과연 공학적인지, 해외 인증기관에서도 하지 않는 시험을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한편으론 누구나 쉽게 이해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수긍이 가기도 한다.


왜 이런 불신들이 생겨나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또다시 투입돼야 할까. 관련 업계와 기관이 가장 많은 반성을 해야 한다. 이는 비용 문제가 아니라 기술자 양심과 직업윤리의 문제다.


UL이나 FM 등 인증 담당 엔지니어는 시험항목 판정의 난이도에 따라 레벨이 부여되고 관련 기준과 담당 엔지니어의 권한이 조화를 이뤄 논리적 판단하에 인증을 진행한다. 시험 중 인증업체와 의견이 다를 경우 상호 논리적 설명과 증명으로 이견을 해소하고 그 과정을 시험보고서 기록으로 남기기도 한다. 향후 우리나라 인증에서도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할로겐화합물은 불산(HF) 발생이 심각하다는 지적은 또 어떤가. 이에 앞서 가스소화설비 작동방식과 목적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스소화설비는 초기 소화를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다.

 

소화가스 방출 전 인명 대피와 안전장치 구비는 최우선이자 필수적 사안이다. 모든 가스소화설비는 초기소화 실패 시 급격한 유독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분사압력이 높은 불활성 가스소화설비는 노즐 소음으로 유발되는 하드디스크의 손상 위험과 방호구역 내 큰 과압 형성 등 많은 위험성과 단점이 존재한다.


관련 업계와 기관, 그리고 소방기술자들은 각 시스템의 특성을 고려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2, 제3의 대안을 제시하고 공론화를 통해 제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국내 성능인증을 받은 제품의 분사노즐이 직 하부 방사 형태라는 문제 제기도 최근 국내 성능인증 기준과 제품, 해외 여러 인증품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성능인증 기준은 해외 각 규격을 벤치마킹하면서 분사노즐의 유형별 최대 면적과 높이, 소화시험 시 차폐판 설치 등 최악의 설비조건으로 구성해 시험하고 있다. 전문가라면 지금까지의 시험방법보다 신뢰성 높은 기술적 기준을 제시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오작동 사고 이후 선택밸브도 말이 많다. 엄밀히 따지면 소화설비의 점검과 유지관리에 원인이 있었지만 본질에서 벗어나 구조와 재질 논란이 불거졌다. 이 역시 관련 기술기준을 정확히 이해하고 선택밸브의 공학적 강도 계산을 해보고서 문제를 제기해야 할 일이었다.


가스소화설비 설계프로그램 임의조작 가능성은 어떨까. 현재 성능인증 이후 실제 현장에 적용되기 전 비정상적인 적용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제품검사를 거쳐 프로그램 계산 결과의 일치성을 건마다 확인하고 있다. 다만 인증시험 과정에서 더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고 이에 앞서 개발 업체들도 양심에 부끄럼 없는 기술자적 자존심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싶다.


만약 인증업체가 나쁜 마음으로 작정하고 속인다면 과연 누가 그 기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업체가 만에 하나라도 발각된다면 소방업계에서는 영구 퇴출해야 한다.


반면 가스소화설비 각 부속품의 성능시험 의무화나 방호구역 내 과ㆍ부압 발생 대책의 부실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바다. 따로 부연설명을 안 하더라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개선점이다.


지금 진정 우려스러운 일은 소방업계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다. 땀 흘린 기술에 대한 신뢰성 훼손은 과거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제품을 개발한 업계 종사자나 밤새 많은 고민을 거쳐 인증을 수행한 인증기관의 담당자들로서는 맥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명분의 그늘 속으로 잘못된 정보를 끼워 넣고 네거티브 전략으로  혼란을 준다면 결국 우리는 모두 의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소모전만 반복한다면 빠르게 변하는 기술 세계에서 우린 과연 어떤 기술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국내 가스소화설비 제조업체는 10개 사가 넘지만 왜 UL이나 FM인증을 받아 넓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 못하는 걸까. 이 문제도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소방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은 분들에게 조심스런 부탁을 하고 싶다. 직접 소화시험장에서 불도 붙여보고 가스충전부터 기기실험 등을 해 본 후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주길 바란다.

 

또 인증기관의 검증프로세스가 문제라는 식의 떠넘기기가 아닌 관련 기관과 업체, 전문가가 모두 함께 기술에 대한 치열한 난상토론을 거쳐 결과를 도출하고 서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가스소화설비는 만능이 아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초기소화가 목적임을 부정할 수 없다. 초기 화재 시 소화기 한 대가 소방차 한 대의 역할을 한다는 말이 있듯 방호구역 내 화재 발생 시 정확한 가스소화설비의 구성과 작동은 효과적인 성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초기화재 단계를 넘어서면 완벽한 소화성능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소화기구나 소화설비 등 대부분의 소방시설은 초기 소화와 피난, 화재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설치된다. 소화설비에 대한 맹신보다 최소한의 수단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를 보완하는 끊임없는 노력은 관련 기관뿐 아니라 업체와 전문가 등 모두의 몫이다.

 

강대균 (주)마스테코 가스소화설비 사업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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