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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의 미 공군 소방서 이야기] “나는 매일 새로운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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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소방서 소방검열관 이건 | 기사입력 2020/02/26 [13:10]

[이건의 미 공군 소방서 이야기] “나는 매일 새로운 꿈을 꾼다!”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소방서 소방검열관 이건 | 입력 : 2020/02/26 [13:10]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나가기 전에 어떻게 주한 미 공군 소방서에 입사하게 됐는지 그리고 주한미군에서 어떤 도전과 성취를 이뤄가고 있는지에 관해 먼저 말하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이 글을 통해서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보다 멋진 꿈을 펼쳐 나갈 소방인들이 더 많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내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얼떨결에 소방공무원이… 되다

매일 아침 미국 소방대원들과 “Good morning” 하며 인사를 나눈 지도 어느덧 17년이 돼간다. 처음엔 내용을 알아듣기에도 벅찼던 영어 회의, 한참을 고민하며 써야했던 영문 이메일도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진 듯하다. 


20대 젊은 시절, 음악을 하고 싶다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었다. 하지만 ‘음악만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현실적인 고민에 이끌려 노량진의 한 학원에서 5개월간 젊음을 쏟아 부었다. 1995년, 나는 얼떨결에 소방공무원이 되고 말았다.  


누군가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 그리고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하고 감수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그저 안정적인 직업을 얻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행복해 하는 ‘인생 풋내기’, 초짜 소방관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서울 구로소방서에서 보낸 6년 1개월이란 시간은 지난 23년 동안의 내 소방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이다.


그 기간 동안 현장활동에 탁월한 멘토들과 함께 일하는 영광을 누렸고 혼자보다는 함께여야 한다는 팀워크도 배웠으며 무엇보다도 현장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그래서 왜 겸손해야 하는지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늘 새로움을 동경하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내 삶의 스타일은 획일적이고 지시적인 공무원 조직의 시스템 속에서 금세 위축돼 버렸다. 


그때가 바로 2000년.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가 열렸다고 여기저기서 흥분하며 떠들어 대던 시기다. 때마침 찾아온 슬럼프란 녀석을 이겨내기 위해 무언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그때 한 선배의 조언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꾸어 놓았다. “이건 씨, 캐나다로 이민 갈 계획이라며? 그렇게 마음먹었으면 우선은 주한미군 소방서로 자리를 옮겨봐. 거기서 영어공부 충실히 하면서 준비하다보면 나중에 캐나다 가서도 적응하기 어렵지 않을 거야”

 

주한미군, 새로운 도전의 시작

그렇게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2001년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주한 미 육군 캠프페이지(CAMP PAGE) 소방서에 지원했다. 난생 처음으로 영어 인터뷰를 치렀고 생소했던 체력테스트를 거쳐 가까스로 합격할 수 있었다.


곧바로 공무원을 사직하고 주한미군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식적으로 말하자면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으로 신분이 전환된 셈이다.


난생 처음 접해보는 주한 미 육군 소방서의 장비와 시스템은 그 당시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가져다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새로 지급받은 방화복은 그동안 내가 입어왔던 방수복과는 차원이 다른 보호기능을 제공해줬고 소방차 역시 영화에서 보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견고하고 멋진 요새와도 같았다.


누군가 미국소방을 가리켜 ‘소방관들의 천국’이라고 했던가. 안전에 관해서라면 타협하지 않는 조직의 일원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설렘과 행복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쌓은 대한민국 소방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소방의 정책과 시스템을 미친 듯이 배워나갔다. 

 
그러는 동안 난생 처음 자부심과 명예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됐고 새로운 시각에서 소방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춘천에서 그렇게 3년 6개월이란 시간을 보내 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소방서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05년이다.

 

▲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소방서 소방대원들이 출동을 준비하기 위해 소방차를 점검하고 있다. 

 

세계소방이 모이는 곳,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소방서

미 공군은 전 세계에 약 200여 개의 소방서를 보유하고 있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터키, 벨기에, 스페인, 헝가리,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이집트, 요르단, 오만, 일본, 하와이, 괌 등 전 세계에 배치돼 있다. 


이렇게 다양한 곳을 경험한 소방대원들이 오산기지에 모이면 그야말로 세계소방의 축소판이 된다. 가만히 사무실에 앉아서 전 세계를 경험한 이들과 함께 근무하며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에겐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미 공군의 소방정책은 전시 대비와 기지 방어 등 ‘평시 소방’의 개념이 아닌 ‘전시 소방’의 개념이 강해 독특한 체계와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전쟁 대비 훈련에 소방대원들이 방탄조끼와 화생방 복장을 착용하고 함께 참여하는 것도 그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라는 기조를 바탕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미 공군은 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특히 강조한다. 역량있는 인재를 길러내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Job Continuity)을 한 번에 잡는다는 방침이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미 국방부 소방학교는 물론 뉴욕, 보스턴, 워싱턴 DC, 오키나와, 괌 등을 방문하며 소방관으로서 폭넓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혜택도 누릴 수 있었다. 그야말로 교육은 나에게 축복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경험과 교육을 통해서 나는 ‘소방관은 의사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살리는 전문가’라는 확신을 갖게 됐으며 그 믿음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지금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 2017년 아부다비에서 개최된 국제기능올림픽 대표팀 헤어디자인 분야 통역으로 봉사할 당시 기념사진  

 

▲ 이건 검열관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슬라이딩센터 도핑관리실 매니저로 활동하며 팀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Dream Big Dreams, 나는 행복한 소방관!

이상적인 직업이 갖춰야 할 세가지 요건이 있다고 한다. 직업을 통해서 생계유지를 하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으며 나아가 사회봉사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그 직업은 이상적인 직업이라는 말이다.  


주한미군에 입사한 후 영어를 극복하고 더 정확하게는 먹고 살기 위해서 미국 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소방대원 자격도 27종을 수료했다.


그 덕분에 2009년에는 영광스럽게도 UN으로부터 ‘소방안전보좌관(Fire Safety Assistant)’이란 자리를 제안받았다.


첫 번째 근무지가 콩고민주공화국인데다가 가족을 동반할 수 없는 조건이어서 아쉽지만 그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부족한 사람을 고려해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젠 주한미군을 통해서 얻은 소중한 것들을 나누고 싶다. 그 결심의 일환으로 몇 권의 책을 출간했고 그동안 기고한 소방칼럼만도 160편이 넘는다.


또 1년에 2주씩 휴가를 내고 봉사하면서 소방인으로서의 스펙트럼도 넓혀가고 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소방인으로서의 내 삶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아직은 잘 알지 못하지만 그저 주어진 시간과 소명에 충실하다보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조금은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소방관은 사람을 살리는 전문가다. 그리고 이런 소중한 소명을 부여받은 나는 행복한 소방관이다.


그 행복을 더 많이 나누기 위해 오늘도 나는 또 다른 꿈을 꾼다.

 


이건 소방검열관은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소방서 화재예방팀 근무
중앙소방학교, 서울소방학교 등 외래교수
소방칼럼니스트
순직소방공무원추모기념회 대외협력위원
2018 충주세계소방관경기대회 명예홍보대사
저서 <주한미군 취업가이드>,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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