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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드론 이야기] 다양한 기체를 활용하는 ‘소방드론’ III-2

소방드론, 어디까지 들어가 봤니? -2부- 낯선 것에는 익숙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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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소방서 허창식 | 기사입력 2020/03/20 [14:20]

[소방드론 이야기] 다양한 기체를 활용하는 ‘소방드론’ III-2

소방드론, 어디까지 들어가 봤니? -2부- 낯선 것에는 익숙함이 필요하다

서울 서대문소방서 허창식 | 입력 : 2020/03/20 [14:20]

이번 호 연재는 지난 8월호 연재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화재 현장에서 한 가지 사례나 예시에만 초점을 두는 건 많은 한계를 지닌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의 영향으로 바다 건너 텍사스에는 토네이도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기상학자 로렌츠(E.L Lorentz)의 나비효과 이론으로 작은 변화 하나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현상(초기 조건의 민감한 의존성)을 비유할 때 사용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을 법한 이 유명한 이론은 겉보기엔 불안정하고 불규칙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질서와 규칙성을 가진 카오스 이론(불규칙한 결정론 운동)의 발판이 되는 기상, 천체 관련 이론이기도 하다. 갑자기 난해한 물리학 이론을 언급하니 뜬금없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화재 현상의 다양하고 예측 불가한 부분은 이 두 가지 이론으로 비유될 만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먼저 나비효과 이론이다. 화재는 초기 조건에서 작은 것 하나라도 달라지면 그 결과의 불확실성 수는 엄청나게 많아진다. 

 

화재가 매일 같은 대상물에서 발생한다 해도 가연물 양과 종류, 점화 에너지 크기, 점화 위치, 창문ㆍ현관문 개방 정도에 따라 진행 양상이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동화재탐지설비가 최초 화재를 감지해 경보를 시작한 시간, 관계인의 초기 소화 시도 여부, 제연설비 작동 여부, 화재 발생 시간대, 불특정 사용자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업소 해당 여부, 비상구 주변 물품 적치 여부 등 각각의 수많은 조건이 달라짐에 따라 인명 또는 재산피해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다음은 카오스 이론으로 넘어가 보자. 화재 현상은 조건에 따라 미치는 영향을 일기예보와 같이 거시적 관점에서 예측할 수 있을 뿐 하나하나 변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불확실한 조건의 수까지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실제 소방에서 대응하는 화재 현장에는 파악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조건의 수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수많은 실물화재실험과 현장경험을 통한 연구로 현장에서 파악 가능한 경우의 수를 밝혀냈지만 사실 아직도 밝혀내지 못한 경우의 수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화재 현상은 그 규모가 커질수록 파악하기 어려운 불안정한 조건의 수 또한 많아진다. 하지만 자연의 질서와 규칙성을 가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처럼 실제 화재 현장 상황은 불안정한 혼돈(混沌)이며 그 결과는 불확실한 수의 범위(spectrum)가 넓어 피해 정도를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화재 현상을 극히 일부 사례와 근거로 다른 조건의 상황까지 대변하거나 포함하려 한다면 그 논리는 많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이번 드론의 화재 현장 내부 진입을 다룬 연재도 마찬가지다. 내용이 일부 예시에 해당하므로 많은 한계를 지닌 건당연하다. 하지만 내용의 모순을 만들지 않기 위해 직접 경험했던 화재 현장을 바탕으로 현실성 있는 특정 상황의 조건을 명확하게 했다. 그리고 많은 내ㆍ외부 전문가의 검증을 거쳐 가능성을 제시했다. 

 

필자의 결론은 8월호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직접 경험하고 제시한 현장 수준의 관점에서는 아직 효과가 미미하거나 이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시하지 못한 수많은 조건의 환경까지 의존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화재 현장 내부에서 드론의 활용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섣불리 단정 짓거나 예단(豫斷)할 수도 없을 것이다.

 

 

▲ 한 장의 사진으로 변화무쌍한 사계절의 풍경을 모두 논할 수 없는 것처럼 하나의 모의실험 또는 시뮬레이션 데이터도 주어진 조건 안에서 그저 가능성에 대한 참고사항일 뿐이다. 그래도 우리가 시뮬레이션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앞으로 사용해야 할 대상물의 실물 화재를 똑같이 재현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Pyrosim 화재 시뮬레이션).

 

드론의 화재 현장 내부 진입은 아직 이르다? 그럼 할 수 있는 것부터 시도하자.

실제 화재 현장 내부로 드론 진입을 시도하는 게 아직 이르다고 해서 모든 현장의 실내운용이나 활용이 어렵다고 볼 수는 없다.

 

앞서 제시한 일부 화재 상황과 같이 리스크(불확실성에 노출되는 정도)가 높은 현장을 제외한 건축물 내부, 싱크홀, 대형선박 내부, 터널 그리고 절벽 등 대원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색 범위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아직은 영화에서처럼 드론을 활용한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작전으로 실내 모든 부분을 실시간으로 스캔 또는 검색해 실내의 정보를 거의 완벽히 확인하겠다는 건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적어도 구조현장이 좁고 위험해 대원들이 들어갈 수 없거나 장애물이 있어 접근이 어려운 곳, 대원의 소방 활동이 제한된 곳에서 빠른 확인이 필요한 경우, 현장에서 이런 부분적인 활용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고 활용가치 또한 충분하다. 즉 지금 할 수 있는 현장부터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 1. 실내를 구석구석 확인하는 건 한계가 있지만 현장에서 사진과 같이 시야에 들어오는 부분은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하다(모자이크처리).2. 프롭을 보호하는 가드 또는 케이지를 사용하면 실내운용의 부담이 줄어든다(출처 blog.naver.com/djikorea2006). 3. 실내운용은 FPV(First Person View) 방식으로만 조종할 수 있어 별도의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드론의 효과적인 활용은 현장 대원이 대부분 공감해야 가능한 일

드론은 이미 세계 각국 많은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드론을 활용하려면 먼저 드론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소방과 관련된 해외사례는 기본이고 소방 이외의 다양한 분야의 활용사례와 성과사례 등 드론의 특성에 대해 함께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4차 산업 중심에 있는 드론의 미래 가능성을 공감하고 소방드론이 현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별하는 게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소방드론을 필요한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소방드론 운용자뿐 아니라 현장에 있는 모든 대원도 드론의 전반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있어야 가능해질 것이다.

 

▲ 건물이 일부 붕괴한 현장에서도 2차 붕괴 사고를 대비해 드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구조대원 진입 전 드론으로 먼저 근접해 시야(줌, 열화상 기능)에 보이는 요구조자를 검색하는 것과 붕괴한 주변 구조물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다.

▲ 과테말라 싱크홀 발생으로 1명이 사망했다. 만약 이와 비슷한 현장에서 드론을 모르면 내부 정보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제한적일 것이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이미지 사이언스).


낯선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낯선 것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드론은 범국가적으로 추진 중인 7대(자율주행차, 공간정보, 해수 담수화, 스마트시티, 제로 에너지빌딩, 리츠) 신산업 육성정책 중 하나로 업무 대부분을 국토교통부에서 관할한다. 아무래도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관심을 두다 보니 다른 부처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소방청에서도 관심을 두고 다양한 드론 관련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내ㆍ외 소방전문가들은 앞으로 드론 성능이 발전할수록 모든 소방 분야에 드론 관련 업무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국외사례를 보면 이미 많은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도입 4년째인 우리는 지금 소방드론 운용자를 제외하면 각 시ㆍ도 일선서 현장 직원들까지 드론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전국 각 시ㆍ도 분위기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 이토록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아마 아직도 낯설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는 변화에 항상 낯설어 했다. 낯선 게 잘못된 게 아니라 익숙한 것에서 변화가 있을 때 낯선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지금까지 소방에 없던 드론을 갑자기 현장에서 활용한다고 하니 낯선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 낯선 것을 오래 지속해선 안 된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변화하려면 낯선 것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낯선 걸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평생 따라가기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다. 아마 시기를 놓치면 창간호에 언급한 것처럼 해외사례 또는 타 부처의 모범 사례만을 본보기로 따라 하거나 베껴온 내용을 우리 현실에 맞게 정리하기 바빠 새로운 우리 것을 만들지는 못할 수도 있다. 낯선 건 잠시다. 시대 흐름에 맞춰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갖고 싶다면 낯선 걸 즐기고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

 

이미 전 세계는 ING…. 최근 흐름을 살펴보자.

소방드론을 도입한 지 만 4년 동안 소방드론을 화재 현장에서 활용한 사례는 다양하지만 화재 외 현장에서 드론으로 요구조자를 직접 확인해 인명구조로 이어진 국내 실사례는 해외 실사례에 비해 적다.

 

그 이유는 소방드론이 아직 각 시ㆍ도 2차 출동대에 해당하는 부서 일부 대원들만 운용해 대응 초기의 다양한 현장을 경험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또 소방드론 운용자의 대부분은 전문가가 아니거나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않아 꼭 필요할 때 적극적인 운용(시도)을 할 수 없었던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물론 모든 재난현장에 드론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하지만 간혹 드론이 필요한 재난현장에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원인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세계적인 흐름은 재난현장에서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재난사고 때마다 활용하는 건 아니지만 필요한 현장에서 활용한 경우 그 효과성은 충분히 입증됐다. 특히 해외 포털사이트나 각종 SNS에서 ‘search drone’, ‘rescue drone’, ‘disaster drone’, ‘fire drone’, ‘lifeguard drone’, ‘collapse incident’ 등 드론을 재난사고 유형별로 붙여 영문으로 검색하면 어떻게 활용했는지 유형별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미 수많은 국가나 단체는 현장 운용만을 위한 드론전문팀을 가동해 활용한 사례가 많다. 화재 대응에 필요한 정보 습득을 위해 드론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용한 건 물론, 붕괴현장에서도 드론의 활약상은 돋보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실종자 인명검색을 위해 현장에 수많은 대원과 함께 수십 대의 드론으로 섹터를 나눠 동시에 투입한 사례 정도는 이젠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다. 

 

▲ 전 세계 개발자에게 익숙한 협업 네트워크 온라인 커뮤니티인 헥스터에서 ‘FIGHT FIRE WITH FLYERS(드론과 함께 불에 맞서다)’라는 경연대회를 열었다. 이번 경연대회는 소방현장에서 드론을 활용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솔루션을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무려 848명이 넘는 참가자가 지원하고 253건 이상의 의견을 제출했다. 이렇게 소방과 드론의 조합은 이제 전 세계의 공통과제다(2019.8.1 기준 헥터스 홈페이지 참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는 과거

이번 연재를 실내비행에 관한 주제로 택한 이유는 화재 현장 내부로 들어갈 수 없는 소방드론은 문제가 있다고 언론에서 부정적으로 의문점을 제기한 게 계기가 됐다. 소방드론이 직접 화염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내부는 기체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내화구조가 아니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그 당시 소방현장에 직접 소방드론을 운용하는 필자도 왜 소방드론이 화염으로 못 들어가는 게 문제가 되는지 전혀 공감되지 않았다. 오히려 ‘현장에 대한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부정확한 보도 내용이 소방 조직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진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필자는 앞서 언론 보도 내용과 같이 일방적인 관점을 독자에게 전파하거나 명확한 답을 찾기 위해 의문점을 제시한 게 아니다. 소방드론과 관련해 잘못된 문제나 오해가 있다면 왜 그런지 전문적이고 현실적인 의문을 다시 제기해 우리 스스로 또 다른 의문을 끊임없이 제시하는 발전적 사고방식을 가져주길 원해서다. 

 

물론 소방드론은 아무래도 소방의 일부 소수 분야이므로 모두에게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소방드론에 대한 미래 가치의 중요성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앞서 언급한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유명한 영국의 낭만파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은 “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는 과거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과거를 알고 그것을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미래의 해답은 대부분 과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처럼 과거를 돌이켜 보면 변혁이 있던 시대에는 시대의 흐름에 한 발짝 먼저 편승할 수 있는 자가 성공할 수 있었다.

 

4차 산업이라고 불리는 지금은 그 여느 때 보다 변혁의 속도가 빨라 모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으면 드론은 지속해서 앞으로 향해 나아가겠지만 우리의 소방드론은 삼류(三流)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울 서대문소방서_ 허창식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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