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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안전 인프라 감사] 잡음 많은 화재안전기준… "이유 있었다"

감사원 “전문성 갖추려면 인적ㆍ물적 인프라부터 확보해야”
36개 고시 담당자 단 3명 “인력도 없고 전문성도 부족”
소방청 “기능 강화 위한 화재안전기준 센터 설립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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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3/31 [08:24]

[소방안전 인프라 감사] 잡음 많은 화재안전기준… "이유 있었다"

감사원 “전문성 갖추려면 인적ㆍ물적 인프라부터 확보해야”
36개 고시 담당자 단 3명 “인력도 없고 전문성도 부족”
소방청 “기능 강화 위한 화재안전기준 센터 설립하겠다”

최영 기자 | 입력 : 2020/03/31 [08:24]

▲ 감사원 전경     ©감사원 제공

 

[FPN 최영 기자] = 소방시설의 설치를 좌우하는 화재안전기준의 제ㆍ개정이 적정한 수요조사나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소방청의 담당부서가 전문성을 확보하기조차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원장 최재형)은 지난해 10월 10일부터 20일 동안 실시한 ‘소방안전인프라 구축 및 운영실태’ 감사결과를 통해 소방청의 화재안전기준 체계의 문제 개선을 요구했다.

 

화재안전기준은 각종 소방시설의 성능과 사양, 설치기준 등을 정하는 소방청 고시다. 소화설비와 경보설비, 피난설비, 소화용수설비 등 36개 기준이 운용된다. 소방시설의 설계부터 시공, 감리 등 적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건축물의 사용허가는 물론 점검이나 소방관서의 조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 화재안전기준 운용 체계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다. 감사원이 그간 소방청의 화재안전기준 운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제ㆍ개정 필요성에 대한 정기 수요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불합리한 제도와 문제에 있어 적시성 있는 검토가 진행되지 않았다.

 

현행법에서는 3년의 범위에서 각 화재안전기준의 재검토기한을 정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이나 화재위험 등을 적시 반영하기 위한 수요조사는 필수적인 행정이다.

 

그러나 소방청은 2014년 2015년, 2018년, 2019년 등 4개 연도에는 아무런 수요조사를 하지 않았고 2016년에는 유관 협회를 제외한 일선 소방관서를 통한 수요조사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소방관서에서 건의한 불합리한 제도 등 문제점에 대해서도 등한시했다. 2017년에는 부산광역시로부터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주방 자동소화장치 설치 의무 필요성 건의와 같은 해 10월 대구광역시로부터 소방시설 자체점검 유예처리 지침을 법에 반영해야 한다는 건의를 받고도 검토하지 않았다.

 

개별 화재안전기준의 개정안도 부실하게 검토해 왔다. 감사원에 따르면 소방관련법(화재예방,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중앙소방기술심의위원회를 두고 화재안전기준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선 개정 필요성과 제조ㆍ설계ㆍ시공ㆍ감리 등의 용이성 여부 등 10개 항목을 심의한다.

 

하지만 소방청은 화재안전기준 제ㆍ개정 민원 등의 신청이 있을 때만 중앙소방기술심의위원회를 열고 있었다. 그 외 제ㆍ개정 필요성을 검토할 땐 심의위원회가 아니라 담당 부서인 화재예방과에서 수시로 섭외한 관련 분야 전문가 회의를 통해 기술적 검토를 진행해 왔다.

 

실제 2016년 6월에는 4층 이상 노유자시설 설치 피난기구의 종류에서 장애인의 자력 대피가 어려운 구조대를 제외하는 방향으로 ‘피난기구의 화재안전기준’ 개정 필요성을 검토했다. 그런데 소방청은 인접 건물 관계인의 동의가 필요한 ‘피난교’와 성능인증품이 부재한 ‘다수인피난장비’, 기존 건물의 대수선이나 구조변경이 필요한 ‘승강식 피난기’ 등 시공에 어려움이 있는 피난장비만을 설치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개정했다.

 

2017년에는 강원소방본부가 건의한 ‘무선통신보조설비의 화재안전기준’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면서 향후 소방용 무전기 디지털화에 따른 무선통신보조설비의 미호환 우려에 대한 명확한 근거 없이 기준 개정이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감사원은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봤다.

 

“인력 없고 전문성도 부족하다” = 가장 큰 문제는 소방청 내부의 담당 인력 부족과 전문성 부재다. 소방청에서 화재안전기준의 제ㆍ개정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과 단위 부서 내 3명으로 계장급 인원을 제외하면 2명이 36개(전기 10개, 기계 26개)에 이르는 기준을 담당한다.

 

기계 분야부터 전기, 건축, 화학, 통신 등 다양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기준을 3명이 감당하고 있어 모든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감사원 조사 결과 3명의 화재안전기준 실무자들은 기준의 제ㆍ개정 업무 외에도 각종 민원에 시달려 관리업무에 집중하기도 어려운 환경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최근 3년간 한 해 평균 2751건에 달하는 질의회신과 온라인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이는 휴일과 휴가, 교육 등의 기간을 제외한 근무일 기준으로 하루 12.2건에 달하는 양이다. 여기에 더해 하루 평균 45건의 전화나 방문, 서신 등을 처리했다. 실무자들이 화재안전기준의 적정한 제ㆍ개정과 관리업무에 집중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환경인 셈이다.

 

이 같은 문제는 화재안전기준 담당업무를 거친 실무자들도 체감하고 있었다. 감사원이 그동안 화재안전기준 업무를 본 실무자 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명의 보직 기간은 1년 6개월 미만으로 전문성을 확보하기에는 근무 기간이 턱없이 짧았다. 업무상 애로사항으로는 전원이 ‘민원 과다에 따른 업무 부담’을 지적했다.

 

또 81.8%에 달하는 9명이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제ㆍ개정 필요성이나 내용의 적정성 판단이 쉽지 않다”고 답했고 “짧은 보직 기간으로 인해 업무 연속성이 저하된다”고 응답한 담당자는 7명이나 됐다.

 

이들은 향후 화재안전기준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필요한 개선사항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관련 인력확충과 장기근무 필요성”을 꼽았다.

 

“전문성 확보 위한 대책 마련하라” = 감사원은 소방청의 외부 전문성 활용 방식도 문제 삼았다. 현재 화재예방과에서는 화재안전기준 제ㆍ개정 필요성과 타당성 등을 검토할 때 자체적으로 선정한 외부 전문가와 함께 검토 회의를 진행한다. 이런 회의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57회 정도 열렸다.

 

하지만 소방청은 외부 전문 인력풀을 사전 구성하지 않고 기준 실무자가 제ㆍ개정 검토 때마다 한국소방기술사회 등 유관 협회에 추천을 의뢰하거나 전임자 등의 추천을 받아 섭외하고 있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가스안전기준을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100명, 국가건설기준을 관리하는 국토교통부는 600명의 분야별 전문가 풀을 사전에 지정해 관리하고 있지만 소방청은 이런 체계가 없었다.

 

특히 소방청은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실시한 31회의 전문가 회의 중 12회는 검토안건 내용과 전문가 의견 등에 대한 자료를 관리하지 않았다. 이 탓에 감사원 감사에선 당시 회의 시 논의사항 등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조차 할 수 없었다.

 

화재안전기준 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외부 전문성 활용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실무자 11명 중 9명은 “화재안전기준의 기술적 검토를 위한 분야별 전문가 풀을 구성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8명은 “중앙소방기술심의위원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감사원은 “소방청의 현재 인력 여건을 고려할 때 기술과 환경변화 등에 적시성 있는 대응을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기술과 환경변화 등 새로운 화재위험에 대응해 적시성 있게 화재안전기준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소방청은 감사원 지적에 대해 동의하는 입장을 감사원 측에 밝혔다. 소방청은 “조직과 인력확충 등 기능 강화를 위해 국가화재안전기준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라며 “앞으로 전문가 자문단 구성 시에는 기존 위촉된 중앙소방기술심의위원회를 활용하거나 별도의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 풀을 구성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또 “충분한 전문가 자문 예산을 확보해 회의자료와 검토 결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등 화재안전기준 업무를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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