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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팜 100㎞ 극한체험…] 이색 도전 소방관 ‘판타스틱 4’-1 미시령 힐링 가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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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횡성소방서 박흥규 | 기사입력 2020/04/01 [13:45]

[옥스팜 100㎞ 극한체험…] 이색 도전 소방관 ‘판타스틱 4’-1 미시령 힐링 가도에서

강원 횡성소방서 박흥규 | 입력 : 2020/04/01 [13:45]

 

옥스팜 트레일워커는 100㎞를 4명이 한 팀이 돼 38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도전 형식의 기부 프로젝트다. 정해진 시간 안에 100㎞를 완주하는 건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뛰어넘는 ‘나를 위한 도전’일 뿐만 아니라 기부금을 모아 전 세계 극심한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가난을 극복하고 생명을 살리는 도전’이다.

 

1981년 홍콩에서 처음 시작된 옥스팜 트레일워커는 개인 레이스나 릴레이가 아닌 모든 팀원과 같이 출발해 함께 완주해야 하는 경기다. 걷다 보면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다.

 

좋은 풍경도 있고 어려운 순간도 있다. 그 모든 순간을 팀원들과 팀의 완주를 응원하며 기부해 준 서포터즈들을 생각하며 함께 걷는다. 참가자들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모인 후원금은 가난과 불공정에 맞서기 위한 옥스팜의 활동을 통해 전 세계 94개국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이고 있다.

 

필자를 포함 이형철, 김병호, 석윤수 대원은 모두 횡성소방서 우천119안전센터에서 같은 팀으로 근무하고 있다. 우리는 참가를 결정한 지난 7월 초부터 비번 일에 모여 4시간 이상씩 체력 운동을 하는 등 대회 준비에 매진했고 100㎞ 완주에 성공했다. <119플러스>에서는 이번 호부터 대회에 참가했던 생생한 기록을 연재형식으로 담아보려고 한다. 그 첫 번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2019년 8월 30일 - 참가자 현장 등록ㆍ대회 설명회

2019년 8월 30일. 횡성소방(판타스틱 4)팀은 오후 7시 30분 홍천 두촌면 가람리조트에 모였다. 저녁은 횡성에서 더덕순대국밥으로 든든하게 먹고 예비 소집장소인 가람리조트에 도착해보니 등록하는 사람, 물건 검사받는 사람, 심폐소생술 교육받는 사람 등 많은 참가자가 여기저기 모여 있어 혼잡했다.

 

우리 팀은 긴장된 얼굴로 등록부에 서명을 마치고 필수 소지 품목을 하나하나 꺼내 가며 확인받았다. 짐이 많다 보니 보조배터리가 어디 있는지, 비박용 은박비닐은 어디 있는지 온 짐을 다 뒤져서야 꺼낼 수 있었다. 필수 품목을 모두 확인받고 나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이수하러 옆 테이블로 이동하니 교육을 나온 홍천소방서 심은희 주임이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줬다.

 

“흥규 씨 대회 나왔어?”, “소방관들은 패스해 주세요!”

 

많은 팀을 짧은 시간에 가르치려다 보니 구급강사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선수서약서에 사인하고 참가자 팔찌를 착용한 후 가져온 물품을 챙겨 대회설명회를 듣기 위해 대강당으로 들어섰다.

 

5백여 명이 왔다는데 여전히 밖에는 많은 사람이 서성였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1백여 명이 대회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으나 9월 1일 걷기코스와 전국 자전거동호인대회가 겹쳐 안전에 조심하라는 것과 체크포인트4(CP4)에서 밤 12시 이후에는 다음 코스로 절대 통과시키지 않으니 그 전에 그곳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 체크포인트5(CP5)로 가는 길이 많이 위험하니 일찍 통과하라는 등의 안내를 받았다.

 

우리 계획으로는 12시 전에 체크포인트5(CP5)까지 가기로 했으니 크게 문제 될 건 없는 듯했다. 우리보다 일찍 오후 5~6시쯤 도착한 팀들은 벌써 설명회를 듣고 저녁을 먹으러 간 것 같았다.

 

우리 숙소는 가람리조트 내 15명이 묵을 수 있는 단체방으로 예약해 놨다. 고성소방서팀, 소방연합팀(원주구조대 출신 모임)과 함께 묵기로 했기 때문이다. 막상 숙소로 올라가 보니 커다란 방 한 개가 덜렁 있었다. ‘헉! 많이 심한데…’ 잠을 어떻게 자야 할지 막막했다. 12명이 나란히 눕기에도 비좁아 보였다.

 

고성팀은 아직 오고 있는 중이고 연합팀은 일찍 와서 저녁을 먹고 좀 늦는다고 연락이 왔다. 다른 팀이 오기 전에 서둘러 샤워를 하려는데 비좁은 샤워실에선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 ‘와! 휴가철 끝났다고 벌써 이러나!’ 할 수 없이 모두 학! 학! 소리를 지르며 찬물로 몸을 씻었다. 나도 할 수 없이 찬물로 샤워를 했다. 기분 참 꿀꿀하네….

 

그렇게 얼렁뚱땅 샤워를 마치고 방에 들어왔다. 군대식으로 가운데 통로를 내고 양쪽 벽을 향해 6개씩 이불을 깔았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10시가 다 됐다. 팀원들에게 오전 5시 전에는 일어나야 하니 내일 입을 옷을 미리 챙겨놓고 빨리 눕자고 했다.

 

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연합팀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벌게져서 들어왔다. 오랜만에 자기 팀을 만나 반가워 그런지 반주로 한 잔씩 먹은 얼굴이었다. 자기들은 소방서가 다르고 근무팀이 달라 연습도 한 번 못 했다고 했다. ‘저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나? 난 컨디션이 안 좋아질까 봐 이번 주는 맥주도 한잔 안 마셨는데 당일날 술이라니…’

 

‘연합팀은 연습을 한 번도 못 해 봤다는데… 지금 분위기는 베테랑급이다. 음매 기죽어’ 연합팀 역시 샤워를 하는데 찬물이 나온다고 가람리조트 고객관리실에 항의 전화하고 나더니 뜨거운 물이 나온다고 신났다. ‘우린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이불에 얼른 누웠는데 이번엔 고성팀이 도착했다. ‘헉…’ “늦어서 죄송합니다!” 짐을 대충 풀더니 팀원 모두 맥주 한잔하러 밖에 나간단다. 안주랑 캔 맥주를 꺼내며 신난 모습이었다.

 

우리 팀만 너무 FM인 듯했다. ‘내가 우리 팀을 너무 긴장시킨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이 뭐라든 이불을 뒤집어썼다. 벌써 윤수와 병호는 코를 골고 있다. 형철이는 나처럼 예민한지 잠들지 못하고 계속 뒤척였다. 나 역시 눕긴 누웠으나 잠자긴 다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그렇듯이 내일 뭔가 중요한 일이 있으면 잠 못 드는 나… ‘잠이 들지 않아도 내일을 위해 누워있기라도 해야 한다!’

 

2019년 8월 31일 - 준비 운동ㆍ개회식

그렇게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덧 벨 소리가 크게 울리고 있다. ‘아 뭐지.. 벌써 네시 반인가!’ 오정근이 벌떡 일어나 샤워를 하러 방을 나간다. ‘야 대단하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벨 소리에 움직이는구나’ 사실 어젯밤에도 그런 얘기를 했다.

 

같은 팀 안효근 선배가 옥스팜 100km 대회 나가자고 제의했을 때 자긴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고… ‘역시 전국에서 1명 뽑는 2017년 ‘영예의 제복상’을 받은 정근이는 뭔가 다른 친구구나! 비번날 개인적으로 봉사한 시간도 얼마 전에 1천 시간이 넘었다고 하던데… 이런 일도 프로냄새가 나는구나’ 우리 팀도 5시가 되자 간신히 몸을 비비고 일어나 씻고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오전 5시 20분쯤이어서 그런지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엄청난 인파가 가로등 불빛 아래로 모여들었다. 어떤 이는 드롭백(Bag-Drop) 서비스를 신청하고 일부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간식을 챙기고 기념사진도 찍고 정신이 없었다.

 

우리 팀은 늦게 나와 급하게 샌드위치와 음료를 받았다. 한입 베어 무니 샌드위치 안에 들어있는 치즈와 빵이 왜 이리도 딱딱한지 제대로 먹기가 힘들었다. 대충 몇 입 베어 물고는 메인무대 쪽으로 향했다. 무대에는 인천서 온 ‘송도 아웃복서’ 팀 리더가 신나는 음악에 맞춰 복싱체조를 진행하고 있었다.

 

곧 출발할 텐데 모두 긴장하나 없이 신나게 댄스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허겁지겁 물과 간식을 챙겨 들고 복싱체조를 했다. 복싱체조는 굉장히 신나면서도 온몸을 풀기에 적합한 프로그램이었다. 좀 더했으면 했는데 아쉽게도 체조시간이 끝나고 개회식을 시작했다. 늘 그렇듯 강원도청, 의원 관계자분의 좋은 말씀이 있었고 드디어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2019년 8월 31일 - 대회 출발(CP1, 2)

▲ 미시령 힐링가도 100km, 최고해발고도 900m, 산봉우리 5개

 

우리는 완주가 목표기 때문에 선두에 서기보다 그냥 무리에 묻혀서 가기로 했다. 그래도 출발은 긴장됐다. 6시라 해가 뜨진 않았지만 여기저기 불빛과 드론들이 날아다니고 수백명이 뿜어내는 열기에 출발은 흥분 그 자체였다. 처음 코스의 시작은 시멘트와 아스팔트 도로를 걷는 것이어서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지난 7월 사전연습으로 행구동 수변공원에서 우천119안전센터까지 중량 등산화를 신고 20㎞ 아스팔트 길을 걷느라 발바닥과 발가락이 얼마나 아팠던가! 또 내가 지금 신은 트레킹화는 기존에 갖고 있던 신발이 모두 맘에 안 들어 불과 5일 전 저렴한 가격으로 대형마트에서 산 것이다.

 

그 다음날 혁신도시 40㎞ 둘레길을 연습할 때 처음 신어보고 오늘이 두 번째다. 원래 대회 참가 주의사항에 새 신발은 신지 말라는 문구가 있었다. 출발 전 발가락에 물집 패드도 촘촘히 붙이고 두꺼운 양말도 신었더니 앞볼이 좁아져 출발부터 발가락을 자꾸 조여와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녔다. 다행히 체크포인트4(CP4)에 평소 신던 아디다스 워킹화를 드롭백 서비스로 보내놨으니 거기까지 참고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출발에서 체크포인트1(CP1)까지는 16.2km로 아스팔트를 지나면 숲속 길을 돌아 홍천 9경 중 하나인 용소계곡으로 올라가는 코스다. 날씨가 선선하고 숲속 공기가 좋아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 걸었다.

 

다들 체력이 충분해서인지 쉬지도 않고 상당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체력이 좋은 병호와 형철이는 앞서가고 치악산 구룡사에서 비로봉 등반 연습 때 고관절 부위 통증을 호소하던 윤수와 나는 뒤에서 느린 걸음으로 이들을 따라갔다. 중간에 쉴 곳이 없어 한참을 걷다 계곡 내 커다란 바위 쉼터를 만나 바셀린도 바르고 발도 점검하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때 계곡이 아름다워 사진도 찍고 풍경을 즐겼다.

 

그렇게 CP1까지는 3시간 25분 만에 도착했다. 시간은 오전 9시 25분께였다. 오면서 다짐했던 건 남은 거리는 생각하지 말고 다음 CP까지만 생각하자는 거였다. CP1에 도착해보니 미니 호빵 모양의 떡에 자유시간, 바나나, 게토레이, 물, 초코파이 등 음식이 넘쳐났다. 응급처치 약품들도 있었다.

 

배낭을 내려놓은 후 양말을 벗고 앉았는데 어젯밤 설명회를 진행한 팀장이 우리에게 다가와 반갑게 이런저런 얘기를 해줬다. 우리가 소방관인 줄 미리 알고 있었던 거다. 우리에게 음료 등 먹을 게 체크포인트마다 많으니 조금만 메고 가고 나머진 버리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내 배낭 속에 1.5ℓ 파워에이드가 있어서 좀 찔렸다. 윤수도 가방에 1.5ℓ 게토레이가 들어있었는데 모두 버려야 했다. 20년 전 춘천국제마라톤 풀코스를 뛸 때 나보다 먼저 뛰던 팀들이 물과 먹을 것을 다 먹어버리는 바람에 늦게 뛰던 우리는 물이 없어 논물을 먹거나 남이 버린 물병까지 짜서 먹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물과 먹을 것을 준비했는데… 그건 옛날 얘기가 돼버렸다.

 

노련한 참가자들은 약간의 물과 아주 가벼운 짐만 메고 가고 있었다. CP마다 충분한 음료가 준비돼있으니 굳이 무겁게 먹을 것을 싸서 갈 이유가 없었던 거다.

 

▲ (맨 앞에서 세 번째부터)형철, 병호, 윤수가 나란히 걷고 있다.

 

 

나는 ‘우리가 119니까 가다가 주변에 갈증나는 참가자들을 위해 우리 음료를 나눠주자’는 마음으로 충분히 가져가자 했는데 오지랖인 듯해서 그냥 과감히 1.5ℓ 음료를 버렸다. 팀원들이 나를 원망하는 듯했다. 암튼 지체할 시간이 없어 다리에 에어스프레이 파스를 충분히 뿌리고 다시 출발했다.

 

다음 코스는 12.6km. 지도를 보니 오르막이 7.5㎞고 내리막이 5.1㎞. 그야말로 제일 큰 산을 하나 넘어야 하는 거였다. 해발고도 900m 이상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코스다. 그늘진 곳이 없는 땡볕 구간이라고 하니 컨디션 관리를 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군대에서 관리하는 임도로 흙길과 콘크리트 포장 길이 계속됐다. 아직 체력은 충분한데 신발통이 좁아 계속해서 발가락에 통증이 왔다. 부디 더 아프기 전에 CP4에 도착하기를 빌고 빌었다. 이번 대회 최대 실수가 신던 신발이 아닌 새 신발을 신고 온 것이었다.

 

햇볕이 계속 내리쫴 소변도 마려운데 화장실이 CP 외에는 거의 없어 중간중간 임도에서 일을 봐야 했다. 남자도 소변보기가 이리 어려운데 여성 참가자는 얼마나 고생할지 마음이 아팠다. 앞서가는 병호와 형철이는 소변도 안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지방도 없고 마른 체격이라 땀도 잘 안 나고 물만 먹으면 바로 배출되는 것 같았다.

 

중간에 쉬고 싶은데 온통 햇볕이고 탁 트인 흙길이라 쉴 곳이 마땅치 않았다. 콘크리트 언덕길이 나타나자 사람들이 하나둘 작은 나무 그늘에 눕기 시작했다. 20여 ㎞를 걸었으니 다들 좀 쉬고 싶었을 거다. 나도 발가락을 점검하느라 우리 팀한테 쉬자고 했다.

 

신발을 벗어 보니 다행히도 출발할 때 발바닥과 발가락에 붙여놓은 물집 패드가 잘 붙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셀린을 듬뿍 바르고 양말을 다시 신었다. 그렇게 출발해서 언덕을 오르고 다시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와 인제군 상남면 김부리 금부교가 있는 CP2에 도착했다.

 

일반인이 다니지 않는 군 시설이라 마치 군대에 온 느낌이었다. 도착 시간은 오후 12시 38분. 여기까지 6시간 38분이 걸렸다. 이곳에서 밥을 준단다. 스산한 군 콘크리트 건물 안에 출장 뷔페식 식사가 놓여있었다. 차려져 있는 거라곤 밥과 김치, 미역국, 오이냉국, 방울토마토가 전부였지만 밥을 보니 많이 흥분됐다.

 

바닥은 시멘트 가루가 쌓였을 정도로 지저분해서 다들 은박 돗자리를 길게 깔아놓고 그 위에서 먹어야 했다. 밥은 어제 저녁 먹은 더덕순대국 이후 처음이라 얼마나 맛있던지… 특히 새콤달콤한 오이냉국이 너무 맛있어 밥을 한 번 더 떠다 먹었다. CP1에서 관계자가 앞으로 밥을 먹으려면 한참 후에나 먹을 수 있으니 CP2에서 많이 먹어 두라고 한 충고가 떠올랐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간식을 받으러 갔다.

 

박카스도 나눠주는데 1병 먹고 1병 더 가져가려다 무겁다는 생각에 포기했다. 다리에 스프레이 파스를 듬뿍 뿌리고 발가락에 바셀린도 골고루 바른 후 지체할 수 없었기에 다시 출발했다.

 

금부교(CP2)에서 원대리 회동마을(CP3)까지는 오르막 3㎞, 내리막 2㎞, 평지 1㎞, 오르막 3.5㎞, 완만한 내리막 5.1㎞ 등 총 13.9㎞를 더 가야 했다. 콘크리트 임도와 자갈이 많이 깔린 임도를 지나 다시 흙 자갈길을 걸어야 했다.

 

그런데 팀 멤버인 윤수의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지난번 치악산 비로봉 등반 때 무리를 한 건지 계속 고관절 부위 근육, 신경이 아프다고 호소를 해서 출전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닌가 걱정했지만 팀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며 윤수 스스로 몸 관리를 해 이번 대회에 나왔다. 이번 코스를 걸으면서 더욱 통증이 심해지는 것 같았다.

 

 

몇 발자국만 걸으면 통증이 오고, 좀 걷다가 이내 또 통증이 오는 듯했다. 앞서가던 병호와 형철이는 벌써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고 우리 둘만 뒤로 처져 속도가 영 나질 않았다. 내 생각에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더 큰 병이 날 것 같아 ‘이번 코스까지 가면 중단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특히 오르막 구간은 통증이 더 심한 것 같았다. 머릿속으로 괜찮다는 주문을 자꾸 외어 보라고 해줬지만 이내 소용이 없는 듯했고 윤수 또한 그렇게 암시하며 30㎞ 이상 걸어왔으나 통증이 윤수를 꼼짝없이 엄습하는 것 같았다. 억지로, 억지로 걷는 모습과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윤수야! CP3까지만 가고 거기서 중단하는 게 어떻겠니?” 윤수도 너무 힘든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본인은 정말이지 함께 하려는 의지가 강했으나 이젠 그 한계를 넘어서 스스로 중단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말처럼 CP3은 금방 나타나지 않았다. 뭔 놈의 길이 산을 오르면 내려가는 듯했다. 돌고 내려가다 또 돌고 다시 올라가고… 마치 잡을 수 없는 쳇바퀴를 도는 것 같았다.

 

아주 커다란 나무 벌목장이 나타나자 이제 조금만 내려가면 CP3이 나타나겠지 했는데 웬걸… 그러고도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진작 나타났어야 할 CP는 계속 돌고 돌았는데도 1~2km를 더 가서야 볼 수 있었다. 정말 쉬운 길이 아니었다.

 

강원 횡성소방서_ 박흥규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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