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사람들은 화재현장에서 연기에 포함된 유독성 가스를 흡입할수록 호흡이 어려워지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고 알고 있다.
특히 화재현장에서 연기는 소방대원에게 많은 두려움과 위험을 주는 존재로 인식된다. 소방관들이 많이 참조하는 미국NFPA에서는 [그림 1]과 같이 연기(Smoke)를 정의하고 있다. 국내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지하실 화재시 가장 어려운 상황은 ‘연기로 인한 시야 확보’로 나타났다.
이번 호에서는 국립소방연구원 대응기술연구실 연구원들에게 교육하는 내용 중 일부를 인용했다. 일반적인 연기의 위험성 외에 추가로 화재진압 현장에서 소방공무원들이 잘못 판단할 수 있거나 안전사고에 이를 수 있는 위험 특성에 관한 얘기를 다루고자 한다.
“연기는 착화돼 불이 붙을 수 있습니다” 10년 전 12월 화재진압 현장에서 [그림 2]와 같이 5명의 진압대원이 화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우리가 지금 흔히 알고 있는 Roll over 또는 Flame over¹⁾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화재는 길이 70m가 넘는 대형물류창고에서 발생했다. 진압대원들이 진입 후 “불길이 뒤에서 돌았다”고 한 증언을 통해 Roll over 현상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분석해 보면 입구 천장 쪽에 정체된 연기가 연소해 진압대원들이 불길에 갇히게 돼 [그림 2]와 같이 화상을 입은 사례다. 자칫 다수 사망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일반적으로 가연물이 연소한다는 것은 복사열에 의해 가연물이 열 분해되고 열 분해된 가연성 가스가 연소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가연물이 있는 건물 내 화재 시 열 분해된 가연성가스 일부가 연소하지 못하고 연기 중에 포함된다.
그러면 [그림 3]과 같이 연기가 라이터 불에 의해 착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적용해 [그림 5]는 Flame over가 발생한 화재건 [그림 1]을 자세히 분석ㆍ도식화했다. 화재로 발생한 연기는 상층부에서 창고 끝 입구까지 천장을 타고 이동ㆍ정체하게 되는데 연기층 내부 온도를 측정해 보면 특이하게도 화원과 가장 멀리 떨어진 연기층 ⑥번 위치의 온도가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난다.
이는 천장을 타고 이동한 연기가 입구 상부층에 정체됨과 동시에 열이 축적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 중에 열이 지속해서 축적되며 상층부 연기는 입구 외부의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착화(연소)된다. 즉 불길을 잡으러 진입한 진압대원의 뒤쪽(입구 상부층)에서 불길이 시작하는 즉 “뒤쪽으로 불길이 돌았다”는 Flame over 현상이 발생하는 특징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복도가 길수록 발생하기 쉽다. 열 분해된 가연성 가스가 포함된 연기 천장류(Ceiling Flow)가 축적되기 쉬운 조건이기 때문이다. 또 연기가 외부로 흘러나가는 입구 위 상층부(Head of Door)의 길이가 긴 환경에서도 쉽게 발생한다. 미국 등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이 같은 환경에서 건물 내 진입한 화재진압대원 사망 사고가 빈번하다(미국NIOSH Fire Fighter Fatality Investigation and Prevention Program 참조).
[그림 6]은 이러한 연기 유동 특성을 과학적으로 보여주는 종이상자가 적재된 창고 화재를 시뮬레이션한 화면을 캡처한 것이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화재발생지점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는 게 아니라 벽면 쪽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른쪽 그림 스프링클러 위치의 수평 단면 온도분포를 보면 부력이 있는 연기가 화재지점 측벽에 정체되고 그 지점의 온도가 상승해 스프링클러가 먼저 작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소방관들이 화재현장에서 착각할 수 있는 시사점이 된다.
■ 즉 연기가 정체된 지점은 화재 발생 지점의 스프링클러보다 먼저 작동할 수 있고 ■ 출화지점보다 측벽이 열 축적으로 인한 탄화강도가 심해 화재조사관들이 출화 지점 추정 시 자주 혼동하는 흔한사례 중 하나다.
2013년 1월 광주 북부 지하(호산나기도원)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사망 4명)은 특이한 현상이 관찰됐다. 지하실 기도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건물 4층 계단실 전체에 충전된 연기가 폭발한 사건이다.
[그림 7]과 같이 폭발이 발생한 건물에서 200m 떨어진 곳에서 연기 그을음이 묻어 있는 계단실 4층 창문 파편을 볼 수 있다. 이는 계단실에서 연기가 지속해서 축적되고 결국엔 폭발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폭발이 발생한 건물 계단실에서는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가스누출 또는 화학약제, 인화성 액체 등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하실에서 발생한 연기가 계단실 내 축적(Filling) 후 폭발된 상황으로 다행히도 소방진압대원들이 화재현장 도착 전 폭발했다.
[그림 8]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백 드래프트와 연기폭발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왼쪽은 백 드래프트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에 창문 파괴나 개방 활동 등으로 인해 공기가 갑자기 인입돼 화재실에서 폭발되는 현상이다. 오른쪽은 연기가 충전된 계단실에서 갑작스러운 공기의 유입 없이 폭발이 발생하는 모습이다.
[그림 9]는 소방진압대원들이 화재현장에서 많이 다치는 급속한 화재(Rapid Fire Progress) 유형을 분류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급속한 화염(Rapid Fire Progress) 현상으로 1990~2000년까지 50명의 소방대원이 사망했다(www.firetics.com 인용). 이번 호에서는 연기폭발(Smoke Explosion) 부분을 화재사건 사례를 통해 체계적으로 살펴봤다. 우리가 흔히 아는 위키피디아 사전의 용어 정의에서는 백 드래프트(Back draft)와 부정확하게 혼용해 사용된다고 적혀 있다.
어떤 이는 이번 호에서 언급한 연기의 특수성과 위험성이 존재하는 곳을 전쟁터로 설명하기도 한다. 불안정한 요소가 많은 화재진압 현장에서 소방자원의 피해를 0%로 한다는 것은 오히려 자기모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림 11]은 미국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건물 붕괴로 인한 순직소방대원의 수가 감소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그래프다. 국립소방연구원 대응기술연구실에서도 국내 화재진압 현장의 실정에 맞게 효율적이고 안전한 진압대책을 장기적인 로드맵을 갖고 추진해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호에서 언급한 연기의 특수성과 위험성 등의 원인으로 인해 화상 입은 소방대원들의 화상 패턴을 분석해 보면 기존 특수방화복의 성능시험을 뛰어넘어 상부에서의 복사열 저항성, 뜨거운 열 기류에 의한 젖은 두건의 수증기 화상 등 개인보호장구의 열 차단ㆍ보호 능력 성능평가 기법개발 등 개선대책에 관한 장기적 연구과제 등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점과 맞닥뜨리게 된다.
다음 호에 게재하겠지만 현장의 소방대원이 참여해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소방119리빙랩’을 활용한다면 현장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 Flame over : 원래의 화재에서 연소하지 않은 연료(열분해 물질)가 천장층에 집적돼 충분한 농도 즉 연소 하한계 이상에 이르러 점화될 수 있는 조건. 이는 발화지점에서 떨어진 다른 가연물의 점화 없이 또는 점화 이전에도 발생할 수 있다(NFPA 921.2008 edition).
국립소방연구원_ 김수영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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