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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진압 현장의 연기 특성과 그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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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소방연구원 김수영 연구관 | 기사입력 2020/04/01 [13:45]

화재진압 현장의 연기 특성과 그 위험성

국립소방연구원 김수영 연구관 | 입력 : 2020/04/01 [13:45]

일반적인 사람들은 화재현장에서 연기에 포함된 유독성 가스를 흡입할수록 호흡이 어려워지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고 알고 있다.

 

▲ [그림 1] 화재진압 모습ㆍ연기(Smoke) 관련 용어 정의

 

특히 화재현장에서 연기는 소방대원에게 많은 두려움과 위험을 주는 존재로 인식된다. 소방관들이 많이 참조하는 미국NFPA에서는 [그림 1]과 같이 연기(Smoke)를 정의하고 있다. 국내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지하실 화재시 가장 어려운 상황은 ‘연기로 인한 시야 확보’로 나타났다.

 

이번 호에서는 국립소방연구원 대응기술연구실 연구원들에게 교육하는 내용 중 일부를 인용했다. 일반적인 연기의 위험성 외에 추가로 화재진압 현장에서 소방공무원들이 잘못 판단할 수 있거나 안전사고에 이를 수 있는 위험 특성에 관한 얘기를 다루고자 한다.

 

“연기는 착화돼 불이 붙을 수 있습니다”

10년 전 12월 화재진압 현장에서 [그림 2]와 같이 5명의 진압대원이 화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우리가 지금 흔히 알고 있는 Roll over 또는 Flame over¹⁾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 [그림 2] Flame over(Roll over) 현상으로 인해 공상이 발생한 창고화재 현장 모습

 

이 화재는 길이 70m가 넘는 대형물류창고에서 발생했다. 진압대원들이 진입 후 “불길이 뒤에서 돌았다”고 한 증언을 통해 Roll over 현상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분석해 보면 입구 천장 쪽에 정체된 연기가 연소해 진압대원들이 불길에 갇히게 돼 [그림 2]와 같이 화상을 입은 사례다. 자칫 다수 사망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일반적으로 가연물이 연소한다는 것은 복사열에 의해 가연물이 열 분해되고 열 분해된 가연성 가스가 연소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가연물이 있는 건물 내 화재 시 열 분해된 가연성가스 일부가 연소하지 못하고 연기 중에 포함된다.

 

그러면 [그림 3]과 같이 연기가 라이터 불에 의해 착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그림 4] 복도에서의 연기 유동 특성 시뮬레이션 모습(20m 복도에서의 100℃ ISO Surface/CFX Program)

 

이러한 원리를 적용해 [그림 5]는 Flame over가 발생한 화재건 [그림 1]을 자세히 분석ㆍ도식화했다. 화재로 발생한 연기는 상층부에서 창고 끝 입구까지 천장을 타고 이동ㆍ정체하게 되는데 연기층 내부 온도를 측정해 보면 특이하게도 화원과 가장 멀리 떨어진 연기층 ⑥번 위치의 온도가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난다.

 

이는 천장을 타고 이동한 연기가 입구 상부층에 정체됨과 동시에 열이 축적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 중에 열이 지속해서 축적되며 상층부 연기는 입구 외부의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착화(연소)된다. 즉 불길을 잡으러 진입한 진압대원의 뒤쪽(입구 상부층)에서 불길이 시작하는 즉 “뒤쪽으로 불길이 돌았다”는 Flame over 현상이 발생하는 특징을 볼 수 있다.

 

▲ [그림 5] 창고화재 Flame over 재현 모습

 

이러한 현상은 복도가 길수록 발생하기 쉽다. 열 분해된 가연성 가스가 포함된 연기 천장류(Ceiling Flow)가 축적되기 쉬운 조건이기 때문이다. 또 연기가 외부로 흘러나가는 입구 위 상층부(Head of Door)의 길이가 긴 환경에서도 쉽게 발생한다. 미국 등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이 같은 환경에서 건물 내 진입한 화재진압대원 사망 사고가 빈번하다(미국NIOSH Fire Fighter Fatality Investigation and Prevention Program 참조).

 

[그림 6]은 이러한 연기 유동 특성을 과학적으로 보여주는 종이상자가 적재된 창고 화재를 시뮬레이션한 화면을 캡처한 것이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화재발생지점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는 게 아니라 벽면 쪽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른쪽 그림 스프링클러 위치의 수평 단면 온도분포를 보면 부력이 있는 연기가 화재지점 측벽에 정체되고 그 지점의 온도가 상승해 스프링클러가 먼저 작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소방관들이 화재현장에서 착각할 수 있는 시사점이 된다.

 

■ 즉 연기가 정체된 지점은 화재 발생 지점의 스프링클러보다 먼저 작동할 수 있고

■ 출화지점보다 측벽이 열 축적으로 인한 탄화강도가 심해 화재조사관들이 출화 지점 추정 시 자주 혼동하는 흔한사례 중 하나다.

 

▲ [그림 6] 정체된 연기(열 유동)로 인한 스프링클러 작동지점 예측 오류 사례


“연기는 폭발할 수 있습니다”(smoke explosion)

2013년 1월 광주 북부 지하(호산나기도원)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사망 4명)은 특이한 현상이 관찰됐다. 지하실 기도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건물 4층 계단실 전체에 충전된 연기가 폭발한 사건이다.

 

▲ [그림 7] 연기폭발(Smoke explosion) 추정 화재 사건

 

[그림 7]과 같이 폭발이 발생한 건물에서 200m 떨어진 곳에서 연기 그을음이 묻어 있는 계단실 4층 창문 파편을 볼 수 있다. 이는 계단실에서 연기가 지속해서 축적되고 결국엔 폭발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폭발이 발생한 건물 계단실에서는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가스누출 또는 화학약제, 인화성 액체 등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하실에서 발생한 연기가 계단실 내 축적(Filling) 후 폭발된 상황으로 다행히도 소방진압대원들이 화재현장 도착 전 폭발했다.

 

▲ [그림 8] Back draft와 smoke explosion 차이점

 

[그림 8]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백 드래프트와 연기폭발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왼쪽은 백 드래프트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에 창문 파괴나 개방 활동 등으로 인해 공기가 갑자기 인입돼 화재실에서 폭발되는 현상이다. 오른쪽은 연기가 충전된 계단실에서 갑작스러운 공기의 유입 없이 폭발이 발생하는 모습이다.

 

[그림 9]는 소방진압대원들이 화재현장에서 많이 다치는 급속한 화재(Rapid Fire Progress) 유형을 분류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급속한 화염(Rapid Fire Progress) 현상으로 1990~2000년까지 50명의 소방대원이 사망했다(www.firetics.com 인용). 이번 호에서는 연기폭발(Smoke Explosion) 부분을 화재사건 사례를 통해 체계적으로 살펴봤다. 우리가 흔히 아는 위키피디아 사전의 용어 정의에서는 백 드래프트(Back draft)와 부정확하게 혼용해 사용된다고 적혀 있다.

 

▲ [그림 9] Rapid Fire Progress


또 발열량이 매우 높고 연소속도도 빠른(Ultra Fast) 화재현장에서는 회오리 화염 (Fire Whirls) 또는 급속한 돌풍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원인에 의해 [그림 10]과 같이 짧은 시간 안에 화염 돌풍이 불어 소방차가 전소될 수도 있다.

 

▲ [그림 10] 급속한 화염 돌풍에 의한 소방차 전소 모습(2015년)


이러한 화재현장을 언급하면 예방대책, 안전대책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게 된다. 솔직히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뚜렷하고 확실한 안전대책은 없다. 개인적으로 안전관리 측면에서 보면 정상적인 컨트롤에 실패한 시스템이 화재현장이다.

 

어떤 이는 이번 호에서 언급한 연기의 특수성과 위험성이 존재하는 곳을 전쟁터로 설명하기도 한다. 불안정한 요소가 많은 화재진압 현장에서 소방자원의 피해를 0%로 한다는 것은 오히려 자기모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그림 11] 지난 20년간 미국에서 건물 붕괴로 인한 소방공무원 사망자 감소 추세

 

[그림 11]은 미국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건물 붕괴로 인한 순직소방대원의 수가 감소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그래프다. 국립소방연구원 대응기술연구실에서도 국내 화재진압 현장의 실정에 맞게 효율적이고 안전한 진압대책을 장기적인 로드맵을 갖고 추진해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호에서 언급한 연기의 특수성과 위험성 등의 원인으로 인해 화상 입은 소방대원들의 화상 패턴을 분석해 보면 기존 특수방화복의 성능시험을 뛰어넘어 상부에서의 복사열 저항성, 뜨거운 열 기류에 의한 젖은 두건의 수증기 화상 등 개인보호장구의 열 차단ㆍ보호 능력 성능평가 기법개발 등 개선대책에 관한 장기적 연구과제 등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점과 맞닥뜨리게 된다.

 

다음 호에 게재하겠지만 현장의 소방대원이 참여해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소방119리빙랩’을 활용한다면 현장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 Flame over : 원래의 화재에서 연소하지 않은 연료(열분해 물질)가 천장층에 집적돼 충분한 농도 즉 연소 하한계 이상에 이르러 점화될 수 있는 조건. 이는 발화지점에서 떨어진 다른 가연물의 점화 없이 또는 점화 이전에도 발생할 수 있다(NFPA 921.2008 edition).

 


 

 

국립소방연구원_ 김수영 연구관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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