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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이은석의 개ㆍ소ㆍ리] ESKA Siga PBI Plus 5 화재진압장갑 리뷰

소방관이 직접 쓰는 개인적인 소방장비 리뷰

경기 일산소방서 이은석 | 기사입력 2020/04/07 [10:30]

[소방관 이은석의 개ㆍ소ㆍ리] ESKA Siga PBI Plus 5 화재진압장갑 리뷰

소방관이 직접 쓰는 개인적인 소방장비 리뷰

경기 일산소방서 이은석 | 입력 : 2020/04/07 [10:30]

 

우리나라 소방에 내화, 내열성능이 들어간 화재진압장갑이 보급된 지도 어언 10년이 돼간다. 그간 여러 국산 제조사의 장갑이 보급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들이 최근까지도 싸 놓은 똥 덩어리들로 인해 현직 소방관들의 불신은 매우 뿌리 깊은 상태다.

 

이 가운데 개인장비에 관심이 많은 일선 직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현재 서울소방본부 지급 장갑으로 채택까지 받은 장갑이 있었으니 그 장갑이 바로 ESKA Siga PBI Plus 5다. 사용해 본 직원들 사이에서는 세계 최고의 소방장갑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필자 역시 임용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알게 돼 사비를 들여 구매한 후 지금까지도 메인 장비로 사용할 정도로 만족도가 매우 높은 장갑이다. 화재진압장갑 계의 벤츠라 불리는 이 장갑에 대해 솔직하게 리뷰해 보도록 하겠다. 

 

디자인


PBI 원단 특유의 갈색이 섞인 방화복의 연장선상 같은 디자인. 덕분에 방화복과 매칭이 자연스럽고 프로페셔널한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듯한 느낌이 든다. 한마디로 근본 없어 보이지 않는다.

 

 

스펙

ISO 기준 및 유럽의 산업 기준 EN 388/407 성능시험에서 고성능 레벨 보유. 

1. Abration(마찰 저항) : Level 4(0~4) 

2. Cut Resistance(절단 저항) : Level 5(0~5) 

3. Tear Resistance(찢김 저항) : Level 4(0~4) 

4. Puncture Resistance(뚫림 저항) : Level 4(0~4) 

5. Dexterity(조작성) : Level 3(0~4) 

6. TDM Cut test ISO 13997 : Maximum Level F 

국내에는 이런 물리적 손상 시험의 기준조차 없기 때문에 사실상 존재만으로 생태계 파괴 수준. 

 

 

장점


1. 내열, 내화, 화학 보호 성능

필자가 미국 소방훈련센터 연수 때 실화재 훈련을 받으며 테스트해 본 결과 이제껏 써봤던 장갑 중에서도 내열성능은 단연 최고 수준이다. 격실 온도를 올리고 화점으로 인한 복사열을 직접적으로 받는데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

 


복사열뿐만 아니라 전도열에 대한 내성도 뛰어나 직접 가열된 물건을 잡거나 해도 전혀 문제없는 수준이다. 다만 과하게 딱 맞는 사이즈를 착용할 경우 에어포켓이 눌려 내열성이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

 

 

2. 뛰어난 방수 성능

물속에 15분 넘게 담가놔도 내부로 물이 침투하지 않는다. 이제 이 실험을 통과 못하면 방수성능 있다고 써놓으면 안 된다 진짜…

 


고어텍스 및 크로스텍스 소재가 사용돼 외부에서 들어오는 액체는 모두 막아내고 내부에 쌓이는 땀은 흡수한다. 이는 단순히 젖는 걸 막아주는 차원을 넘어 화학물질에 의한 오염까지 막아줄 수 있다는 것. 

 

 

3. 높은 마찰, 절단, 뚫림, 찢김 저항 성능 

사실 직원들이 화재 현장에서 손에 부상을 입는 요인 중 하나가 날카로운 물체에 의한 베임, 찢김 등이다. 대체로 공장, 창고 화재에서 절단 저항, 찢김 저항이 없는 장갑을 착용한 상태로 샌드위치 패널 제거 작업 혹은 유리창 파괴를 하다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이 장갑은 이런 상황에 최적화된 완벽한 솔루션이다.

 


잘 드는 주방 식칼을 붙잡고 그어도 흠집 하나 나지 않는다. 이 정도면 화재 현장에서 웬만한 물리적 위험 요소는 다 커버 가능하다는 것. 이런 게 제품이 유저에게 주는 신뢰다. 써놓은 스펙 그대로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 절단 저항 최고 레벨이라고 써놨으면 정말 칼로 베도 안 잘리는 것. 방수성능이 있다고 써놨는데 막상 물에 넣어보면 젖은 미역 꼴이 되는 다른 장갑들이 신뢰 근처에도 못 가는 이유다. 자신 없으면 써놓질 말든가. 하지만 우린 KFI 인정을 받았다구요욧!! 빼애 액!!!!

 

 

4. 정점에 이른 그립감, 조작성, 재착용 용이성 

위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의 기능 중 Dexterity 즉, 조작성은 필자가 사용해 본 그 어떤 장갑보다 뛰어나다. 기본적으로 조작성과 내열성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열을 막으려면 두꺼워야 하고 두꺼우면 조작성이 떨어지는 게 당연한 것이니(두꺼울수록 따뜻하지만 활동성이 떨어지는 패딩 점퍼와 같은 원리).

 

그런데 이 장갑은 그 법칙을 사뿐히 무시하는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작년 국제 소방안전박람회에서는 이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유저들이 이 조작성을 체감할 수 있게 Dexterity 시험 kit를 선보이기도 했다.

 

 

단점


1. 성능과 정비례하는 가격

비싸다. 거의 유일하고도 가장 큰 단점. 한 세트가 33만원(입찰기준가격). 물론 본부 단위로 계약하고 대량 구매하면 가격이 싸지겠지만 여전히 물이 슥슥 스며들고 칼에 쓱쓱 베이는 국산 장갑들보다 가격 경쟁력은 별로 없는 편. 피복 구매하듯 개인장비 소모품도 개인마다 한정된 금액을 주고 선택하게 한다면 해결되는 문제. 

 


2. 애매한 두 가지 후드 타입

이 장갑은 소매부분에서 PBI 원단의 긴 건틀렛 타입과 Kevlar 원단의 니트 타입 등 2가지로 나뉘는데 여기서 각각의 모델이 착용성 면에서 상반되는 단점을 갖고 있다. 

 

먼저 건틀렛 타입의 경우 길고 넓은 후드로 재착용 용이성이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다른 장갑들과는 다르게 후드가 방화복 소매 바깥을 감싸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감싸는 부분이 어정쩡하게 착용될 수 있다. 현장에서 방화복이 물에 젖었을 때 이 틈새로 물이 흘러 들어갈 수도 있다. 현장에서의 오염물질이 침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취약한 부분. 

 

니트 타입의 경우 다른 장갑들처럼 소매가 방화복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 건틀렛 타입 같은 위험은 적다. 그러나 소매 쪽의 Kevlar 원단이 타이트하기 때문에 재착용 시 상당히 피곤하다. 

 

결론적으로는 사용자의 근무환경과 보직 특성에 맞게 타입을 선택해야 한다. 장갑을 단시간에 여러 번 꼈다 벗었다 해야 하는 소방학교 훈련 교관들 혹은 하루당 자잘한 화재 건수가 많은 지역에 근무하는 직원의 경우 건틀렛 타입이 적절하다. 화재 출동이 많진 않지만 어쩌다 한 번씩 큰 화재가 나서 장갑을 장시간 착용해야 하는 지역의 경우는 니트 타입이 적절하다.

 

3. 아쉬운 내구성

어느 정도 사용하다 보면 손가락 끝부분의 재봉선 실밥이 점점 미세하게 터지기 시작한다. 다른 장갑들이 다들 그러하듯 이렇게 재봉선이 터지기 시작하면 내열성능과 방수성능이 덩달아 낮아지게 된다. 

 

 

오히려 다른 국산 장갑에 비하면 비교적 내구성이 좋은 편에 속하지만 고가의 가격과 압도적 성능에 비해 내구성이 약해서 이 성능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건 확실히 개선돼야 할 점. 

최강의 스펙을 가졌지만 육신이 허약해서 오늘내일하는 제갈량을 보는 느낌.

 

 

 

경기 일산소방서_ 이은석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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