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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과 외상 후 스트레스(PTS)

“소방관의 외상 후 스트레스(PTS) 그리고 외상 후 성장(PTG)이란?”

경기 남양주소방서 박승균 | 기사입력 2020/04/07 [10:30]

소방관과 외상 후 스트레스(PTS)

“소방관의 외상 후 스트레스(PTS) 그리고 외상 후 성장(PTG)이란?”

경기 남양주소방서 박승균 | 입력 : 2020/04/07 [10:30]

2014년 4월 16일 아침, 전국 국민의 시선이 TV에 쏠려있었다. 마치 모두 무엇엔가 홀린 듯 말이다. ‘세월호 참사’ 몇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사건으로 우리 뇌리에 남아 있다. 이런 비극적인 사건은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도 일어났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놀랐고 충격을 받았다. 세월호 현장이나 팽목항에서 활동한 소방관 중 일부는 심리적 고통으로 PTSD 증상을 호소했다. 그 여파로 치료를 받았거나 지금까지 받는 소방관도 있다.


 

소방관의 외상 후 스트레스

‘PTSD1)(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란 사람이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 발생할 수 있는 정신ㆍ신체 증상들로 이뤄진 증후군이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정신적 외상)를 경험하고 나서 발생하는 심리적 반응을 말한다. 

 

‘정신적 외상’은 충격적이거나 두려운 사건을 당하거나 목격하면 나타난다. 이런 정신적 외상을 트라우마(Trauma)라고 한다. 트라우마는 ‘상처’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트라우마트(traumat)에서 유래된 말이다. 일반적인 의학용어로는 ‘외상(外傷)’을 뜻하나 심리학에서는 ‘정신적 외상’, ‘(영구적인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격’을 말한다.

 

소방관으로서 일반인이라면 경험하기 어렵고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운 외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계속 쌓여 결국 영구적인 정신장애에 이르게 되는 걸 ‘소방관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 한다.

 

권투 선수들은 서로 주먹을 날리며 링에서 싸운다. 초반에는 체력이 있어 버텨낼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쳐 결국 넉 다운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소방관과 비유해보자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심리적 고통에 놓이게 되고 이는 PTSD로 진행될 수 있다.

 

실제로 신체에 직접적인 위험이나 해를 당하지 않았으나 타인의 심각한 상해나 죽음 등 참혹한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할 때도 PTSD가 발병할 수 있다. 외상 사건에 반복적인 노출은 PTSD가 생길 위험성을 높인다.2) 

 

소방관은 직무 특성상 직접적 외상 경험뿐 아니라 대리 외상에 노출되기 쉽다. 위기관리자로서 사건 이후에 사회나 직업적인 고통이 따르더라도 현장 업무를 이어가야 하므로 PTSD가 발병할 위험이 높은 집단이다.3) 

 

소방관의 외상 사건의 심각도와 노출된 기간에 따라 얼마나 많은 사건을 접했는지 등은 PTSD의 가장 위험한 인자로 알려져 있다.4) 충분히 스트레스를 유발할 만한 사건을 경험한 후일지라도 모두 똑같이 PTSD 증상을 호소하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PTSD 악화 가능 요인에는 우울함이나 불안, 수면장애, 소진, 직무스트레스, 신체적 증상, 음주 등이 있다. 직무 만족이나 스트레스 대처 등은 대표적인 완화 요인이다.5) 

 

소방관의 외상 후 스트레스

PTSD는 침습 증상과 회피 증상, 인지와 기분의 부정적 변화, 지나친 각성 증상, 기타 부수적인 문제들이 상호작용하는 게 특징이다. 이런 증상은 사건 발생 한 달 후, 심지어 1년 이상이 지난 후에 시작될 수도 있다.

 

1. 침습 증상 : 외상적 사건을 생활 속에서 재경험한다.

ㆍ사건에 대한 기억이 자꾸 떠올라 고통스럽다.

ㆍ꿈에 사건이 나타나 고통스럽다.

ㆍ외상적 사건이 다시 일어나는 것처럼 행동하고 느낀다.

ㆍ그 사건이 회상되거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단서를 접하면 땀이 나거나 심장이 뛰는 등의 생리적 반응을 보인다.

 

2. 회피 증상 : 불쾌한 기억과 감정을 차단하기 위해 나타난다.

ㆍ외상과 연관된 생각이나 느낌, 대화를 피하려고 한다.

ㆍ외상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활동이나 장소, 사람을 피하려고 한다.

 

3. 인지와 기분의 부정적 변화 : 자신과 타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겪는다.

ㆍ외상의 중요한 부분을 회상할 수 없다.

ㆍ자신이나 타인, 주변에 대해 지속해서 부정적인 믿음을 갖는다(예: 나는 나빠, 아무도 믿을 수 없어, 세상은 위험뿐이야, 나의 신경은 완전히 망가져 회복될 수 없어 등).

ㆍ외상의 원인이나 결과에 대해 왜곡되게 스스로 또는 남을 비난하는 인식이 지속된다.

ㆍ지속해서 공포나 분노, 죄책감, 수치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상태를 느낀다.

ㆍ중요한 활동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감소하거나 활동에 대한 참여가 현저히 줄어든다.

ㆍ다른 사람과 거리감이 생긴다.

ㆍ행복감이나 만족감, 사랑하는 느낌 등 긍정적 감정을 느끼기 어렵다.

 

4. 지나친 각성 증상 : 심한 외상 이후 항상 위험에 처한 것처럼 느껴 조마조마해 하고 경계한다. 

ㆍ잠자리에 들거나 잠을 유지하기 어렵다.

ㆍ신경이 날카로워지고 화를 잘 낸다.

ㆍ집중하기 어렵다.

ㆍ위험하지 않을까 지나치게 살핀다.

ㆍ아주 잘 놀란다. 

 

5. 기타 부수적인 문제 : 심한 외상을 겪은 사람들은 해리 현상이나 공황발작을 경험할 수 있다. 환청 등의 지각 이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공격적 성향이나 충동 조절의 어려움, 우울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기억력이 저하되는 등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괴로운 기억을 둔화시키기 위해 알코올이나 다른 약물을 남용하기도 한다.

 

Murphy 등의 연구에서는 지난 한 달간 충격출동빈도를 PTSD의 중요한 예측요인으로 본다. 충격출동빈도는 소방관이나 다른 위기상황에서 일하는 대상자들에게 소외감이나 격리, 위축, 신뢰감 상실, 죄의식, 정신 이상의 느낌, 통제 상실, 자살 생각을 일으킬 수 있다.6) 즉 현장 출동을 많이 하면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기 때문에 소방관들은 소외감이나 죄의식, 심지어 자살 생각까지 할 수 있다. 

 

소방관들이 경험하는 PTSD

1. 지속적 과민 상태, 지나친 각성 증상

“소방공무원들 저기 보면은 이 벨 소리 같은 경우에도 되게 민감해요. 깜짝깜짝 놀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수면  같은  경우에도  저희  업무  연속으로 되어 있는 부분도 있고, 또 하나는 처음 들어온 사람들 기준으로 보면 화장실도 잘 못 갈 정도 되거든요. 항상 긴장의 연속이기  때문에...  뭐  깨어난 횟수를 말해도 되고, 저 같은 경우에도 집에서 2~3번씩 깨거든요,  숙면을  못  취하고. 뭐 그렇게 여쭤보셔도 되고.. 수면의 질은 다 안 좋죠. 그리고 수면의 시간을  물어  보셔도 되고...”7)

 

2. 침습적 증상

“A하고 그 (자살하기) 며칠 전에도 술 모임을 했거든요. 그때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했는데..<중략> A가 죽기 전날 퇴근할 때 인사했던 그 눈빛이 자꾸 떠오르고 꿈에도 나오고 그래요.”8)

 

2019년 전국 소방관 중 총 4만964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신건강 설문조사 결과 5.6%인 2804명이 PTSD 관리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4.9%의 소방관들은 일반인보다 많은 외상 사건을 겪으면서 사건의 재경험, 과각성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으나 모든 소방관이 PTSD 진단을 받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외상 후 성장이란?

“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면서 정신적으로 성장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상처가 났을 때 크지 않으면 저절로 아문다. 나무 옹이는 나뭇가지가 자라지 못하고 꺾이거나 잘려 나간 흔적이다. 나무는 나뭇가지가 잘려 나가도 잘 자란다.

 

▲ Calhoun&Tedeschi이 제시한 외상 후 성장의 특징

소방관도 마찬가지다. 외상을 경험해 힘들지만 그들에게는 다시금 일어설 힘이 있다. 바로 소방관의 ‘회복탄력성’이다. 이를 심리적인 용어로 ‘외상 후 성장’이라고 한다.

 

이렇듯 PTSD는 부정적인 결과 외에도 스트레스에 직면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때론 외상을 경험하는 스스로와 주변과의 관계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9) 긍정심리학이 대두됨에 따라 이러한 외상의 긍정적인 측면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Calhoun&Tedeschi는 외상 경험을 통해 성장에 이른다는 걸 외상 후 성장(PTG, Post-traumatic growth)이라고 명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특징을 제시했다.10)

 

소방관은 외상 사건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실제로 소방공무원들은 스트레스에 대해 문제 중심적인 대처를 보인다거나 활발한 의사소통을 했다. 특히 경력이 3년 미만이거나 6년 이상일수록 외상 후 성장 정도가 높았다.11)

 

소방공무원의 외상 후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소명의식과 외상 경험, 동료의 지지, 의도적 반추 등이 있다. 이중 영향력이 가장 큰 변수는 의도적 반추다. 소명의식이 높을수록, 외상 사건의 충격 정도가 클수록, 동료의 지지를 많이 받을수록 외상 후 성장 정도도 높아졌다.12) 다시 말해 소방관은 외상 후 스트레스로 힘들더라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행되지 않고 소명의식이나 외상 경험, 동료의 지지 등을 통해 외상 후 성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마치며

소방관이란 직업은 누구나 할 수 없다. 소명받지 못하면 소방공무원은 직장인일 뿐 생명을 살리는 소방관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지금 하는 일이 힘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소방관의 심리적 지지, 다시 말해 동료의 지지와 소방조직 내에서의 지지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소방관은 외상 후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힘든 시간을 견디면서 다시 일어서는 힘을 가진다. 성장한 만큼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서로에게 관심을 두고 응원하는 소방조직이 되길 희망해 본다.

 


1) PTSD 미국정신의학회 정신장애 진단 통계편람(DSM5)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관련 장애를 규정하고 있다.

2)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5). 5th ed. Kwon JS, translator. Washington, DC. Hakjisa: 1038. DOI : 10.1108/rr-10-2013-0256  

3) H. S. Kim, C. Y. Nam & H. J. Lee. (2014). Effects of Post Traumatic Growth of Firefighters-Focused on the D-city fire official. Crisisonomy, 10(10), 103-121. 

4) Collaboration AU-I. The research of PTSD on firefighters. Seoul: Nation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2008.  

5) 류지아 등 6명, 소방공무원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Korean J Biol Psychiatry 2017;24(1):10-18

6) Murphy, S. A., Beaton, R. D., Pike, K. C., & Cain, K. C. (1994). Firefighter and paramedics: Years of service, job aspirations and burnout. American Association of Occupational Health Nurses Journal, 42, 534-540.

7) 국가인권위원회(2015), 소방공무원 인권상황실태조사, P46.

8) 곽민영(2019), 소방공무원의 동료자살 이후 외상 후 성장 경험에 관한 질적연구, Journal of Digital Convergence Vol. 17. No. 2, pp. 303-312.

9) 곽민영(2019), 소방공무원의 동료자살 이후 외상 후 성장 경험에 관한 질적연구,Journal of Digital Convergence Vol. 17. No. 2, pp. 303-312.

10) Tedeschi, R. G., & Calhoun, L. G. (2004). Posttraumatic Growth: Conceptual Foundations and Empirical Evidence. Psychological Inquiry, 15 (1), 1-18. doi:10.1207/s15327965pli1501_01

11) 김숙희 등 3명, 소방공무원의 외상후 성장에 미치는 영향요인, 한국위기관리논집 제10권 제10호 2014. 10  103∼121쪽

12) 이나윤(2019), 소방공무원의 외상후 성장 구조모형,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87쪽


 

경기 남양주소방서_  박승균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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