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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단 장비가 꼭 있어야 하나요?

서울 서초소방서 방제웅 | 기사입력 2020/04/07 [10:30]

절단 장비가 꼭 있어야 하나요?

서울 서초소방서 방제웅 | 입력 : 2020/04/07 [10:30]

“절단 장비가 꼭 있어야 하나요?”

급류구조 교육에 대한 문의를 받을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저 역시 미국에서 교육을 받을 때 칼을 두 번이나 분실하면서 들었던 생각이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절단 장비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급류구조에서 절단 장비가 필요 없다고 느끼는 이유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당장 쓸 일이 없고 앞으로도 거의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서…’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아마도 급류구조 시 절단 장비를 다른 장비와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사용하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기본 장비는 크게 두 가지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첫 번째는 현재 내 상태를 안전하게 유지해주는 장비인 ‘안전장비’입니다. 이 장비는 외부의 어떤 특정 상황이나 위험으로부터 나를 원래 상태로 최대한 유지해주는 게 특징입니다. 헬멧, 슈트 등 대부분 장비가 여기에 속합니다. 

 

두 번째는 의도치 않은 우발상황, 즉 이미 위험한 상태에서 다시 안전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장비인 ‘긴급상황용 장비’입니다. 이 장비의 경우 접근성이 가장 좋은 위치에 배치하지만 장비의 목적에 해당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아예 쓸 일이 없어 대부분이 필요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장비가 바로 퀵 릴리즈 하네스와 칼입니다. 

 

절단 장비 = 칼?

대부분이 절단 장비를 얘기하면 칼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말 그대로 ‘절단할 수 있는 모든 도구’가 포함됩니다. 대표적으로 로프 커터나 전술용 가위 역시 절단 장비입니다. 즉 여러분이 선택할 수 있는 절단 장비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급류구조용 절단 장비의 특징은? 

▲ 가장 일반적인 급류구조용 절단 장비

모든 절단 장비는 의도치 않게 부상을 입히지 않는 구조여야 합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칼은 우발적으로 본인이 찔리거나 요구조자를 찌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마치 나이프 끝단이 잘려 나간 것 같은 구조로 제작됩니다.

 

이런 종류의 칼을 ‘블런트 팁(Blunt tip) 나이프’라고 합니다. 특징은 끝단이 뾰족한 스트레이트 팁(Strait tip) 구조의 칼과는 다르게 절단하거나 구멍을 내는 기능보다는 안전을 우선시하는 디자인입니다. 제작 형태에 따라 땅을 파거나 단단한 물체에 충격을 주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칼이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잠금 기능이 있어야 하고 PFD의 Lash tab에 장착할 수 있는 구조로 제작된 칼집이 있어야 합니다. 칼 손잡이는 물에 젖은 미끄러운 손으로도 잘 잡을 수 있도록 크고 튼튼해야 하고 차가워진 상태에서도 체온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비금속 재질로 된 게 좋습니다. 

 

칼 대신 로프 커터나 전술용 가위를 선택할 때에도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많은 사람이 급류구조용으로 블런트 팁 나이프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왜 이런 장비를 사용하는지를 이해한다면 동일한 기능의 다른 절단 장비를 선택해도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일반적인 블런트 팁 나이프를 메인 절단 장비로, S 사의 A 나이프(접이식)를 백업용 절단 장비로 사용합니다. 이 나이프는 블런트 팁과 스트레이트 팁 기능을 모두 가진 Sheepsfoot 블레이드로 돼 있는 데다가 절단력이 굉장히 우수합니다. 급류용에 적합한 나이프 중 절단력이 가장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마치며 

대부분은 장비를 구매하기 전 급류구조용 장비, 로프 구조용 장비 등 ‘0000용 장비’로 검색하곤 합니다. 실제로 급류구조용 칼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N 사의 칼은 20만원대로 판매됩니다. 거의 모든 소방서에서는 나이프를 공용장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 보니 장비를 사용하는 대원들은 분실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목적과 기능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저는 3~4만원대의 제품을 메인 절단 장비로, 절단력을 좀 더 보강하기 위해 절단력이 우수한 백업용 절단 장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단순히 ‘급류구조용 칼=블런트 팁 나이프’라는 한계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사용할 목적이 뭔지, 왜 이런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지 명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적절하고 가성비 좋은 장비가 어떤 건지 판단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해당 장비의 단점은 뭐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긴급상황용 장비는 평소에는 절대 빛을 내지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누군가가 평생 쓸 일 없는 돈X랄이라고 말하는 걸 본 적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분들께 “평생 쓸 일 없다고 새 차 구매할 때 에어백 장착 안 하시는 것과 동일하다”고 극단적인 대답을 합니다. 단돈 몇만원짜리 장비가 여러분 평생에 한 번이라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면 그 가치는 엄청나다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서초소방서_ 방제웅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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