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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UL 인증품 맞아?”… 소방시설 내진설계용 흔들림방지 버팀대 ‘가품’ 논란

국내ㆍ외 인증 허용하는 ‘흔들림방지 버팀대’ 우려한 일 현실로…
통상적인 UL 인증 표식과 다른 제품들… 임의로 스티커까지 붙여
문제 해소 위한 기준 개선 ‘규제영향분석’에 발목, 여전히 진행형

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4/09 [17:34]

[집중취재] “UL 인증품 맞아?”… 소방시설 내진설계용 흔들림방지 버팀대 ‘가품’ 논란

국내ㆍ외 인증 허용하는 ‘흔들림방지 버팀대’ 우려한 일 현실로…
통상적인 UL 인증 표식과 다른 제품들… 임의로 스티커까지 붙여
문제 해소 위한 기준 개선 ‘규제영향분석’에 발목, 여전히 진행형

최영 기자 | 입력 : 2020/04/09 [17:34]

▲ UL 인증 표식은 보통 제품 자체에 각인으로 표시되지만 I사의 제품에는 임의로 제작된 UL 표식 스티커가 여러 형태로 부착돼 유통됐다.  ©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소방용품 중 유일하게 외국 인증품까지 허용하는 소방시설 내진설계용 ‘흔들림방지 버팀대’가 결국 사고를 쳤다. UL 인증을 내세운 특정 업체 제품이 정상이 아니었지만 건축물에 버젓이 시공까지 이뤄진 사실이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확인됐다. 인증 제도 일원화를 위한 제도 개선과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


소방청은 지난 2016년 1월 25일 소방시설 내진설계 제도를 도입했다. 이 시점 이후부터 건축물에 설치되는 스프링클러설비 등 소방시설은 반드시 내진 성능을 확보해야 한다.


소방 내진시설 중 가장 대표적인 제품은 흔들림방지 버팀대(이하 버팀대)다.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소화설비의 배관 등에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고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소방청은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이 버팀대를 해외 인증과 국내의 성능검증(KFI인정)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도록 관련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소방시설 중 해외 인증품을 그대로 소방법에서 허용하는 건 버팀대가 유일하다.


UL 인증품에는 UL 마크와 제조업체, 모델명 등이 표시된다. 글로벌 인증답게 인증품 표시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운영된다.


하지만 I 사가 중국 업체와의 인증 공유를 통해 국내에 공급한 버팀대 표시에는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표시사항이 아예 없는 제품부터 임의로 스티커를 부착한 제품까지 있다.


심지어 I 사는 소방시설 내진설계가 한창 적용되던 2017년께 UL 인증을 받기 전 제조해 놓은 제품까지도 UL 표식 스티커를 임의로 부착한 사실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 과정에선 스티커를 대리점에 제공하고 이를 직접 붙여 유통하도록 하기도 했다.

 

▲ 유통 과정에서 대리점에 직접 부착하도록 한 UL 표식의 스티커


해당 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았던 한 관계자는 “2017년 소방시설 내진설계 제품을 공급받은 이후 스티커를 제공받아 이를 제품에 직접 붙여서 팔았다”며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I 업체 대표는 문제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두 컨테이너 정도의 물량(2억원 정도 규모), 개수로는 버팀대 세트 약 1만개 정도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솔직하게 말해 초창기 사업 때에는 (이윤을 남기려면) 시간 싸움이었기 때문에 인증 획득 이전에 만들어진 제품에 스티커를 붙였으나 이는 3년 전에 있었던 일이고 그 이후에는 이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 “지금은 KFI인정을 받아 두 가지 제품을 병행해서 공급하고 있고 KFI가 70%, UL이 30% 정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I 사가 최근 공급한 제품에서도 형태만 변경됐을 뿐 임의 스티커가 부착돼 유통된 사실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최근 경기도 모 물류창고 시공을 위해 공급된 이 제품에는 동그란 UL 표식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와 관련해 I 사 측은 “최근에는 모든 게 수정돼 제대로 각인된 제품이 보급된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 최근 경기도의 한 물류창고에 납품된 제품에는 과거 스티커와 달리 백색의 UL 표식 마크가 스티커 형태로 붙어 있다.  © 최영 기자

 

이 제품의 경우 UL 인증품과 규격도 달랐다. 해당 업체는 중국 UL 인증 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그런데 같은 중국 업체로부터 공급되는 국내의 다른 업체 제품과 형태가 다르다. 버팀대의 배관 지지 부분의 폭 두께가 정상 제품(4㎝)보다 2㎝ 정도 얇았다. I 사 측은 이 문제점에 대해서도 “잘못을 인정한다”고 했다.

 

도입부터 잡음 컸던 흔들림방지 버팀대… “예견된 일이었다”


소방시설 내진설계 버팀대의 인증 논란은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16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처음 국내 기준 정립 당시 UL과 국내 KFI인정 기준이 서로 달라 성능 격차 논란을 빚었고 국산 제품이 외산품보다 검ㆍ인증 절차상 역차별을 받고 있는 문제도 발생했다.


현재 UL이나 FM 등 외국 인증을 통해 국내에 적용되는 제품은 수입 즉시 현장 납품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 제품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의 제품검사를 일일이 받아 유통해야만 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 인증은 사전제품검사(출고 전 검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KFI 인정품은 주요 부품 중 일부인 지지대 부분까지 사전 제품검사를 진행하는 반면 UL, FM 인증품의 경우 버팀대 지지대를 현장에서 자유롭게 잘라 사용한다. 두 가지 인증품 다 KS 배관을 지지대로 사용하지만 국내 업체만 이 배관을 일정 간격으로 잘라 기술원으로부터 검사를 받는다. 배관을 지지대로 사용하는 건 국내ㆍ외 인증품이 같지만 국산 제품만 KS 인증 배관을 또 한 번 검사받아야 하는 등 이중 규제를 받고 있다.

 

▲ 외국 인증품은 KS인증을 받은 배관을 시공 현장에서 잘라서 지지대로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소방산업기술원으로부터 KFI인정을 받아 유통되는 국내 제품은 KS인증 파이프를 잘라 개별적인 검사를 받은 뒤 스티커를 하나하나 붙여 유통되고 있어 불필요한 이중 규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영 기자

 

게다가 외산 제품은 현장에서 인증의 정상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도 미국 UL 측에 직접 문의하거나 찾아봐야 한다. 국내법에 따라 설치하는 제품을 외국 인증기관에 물어봐야 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소위 ‘짝퉁’이 돌아다녀도 쉽게 알 수 없고 확인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소방시설 내진설계 도입 직후에도 UL 제품의 정상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불거져 왔다. 모 업체의 경우 UL 인증품을 국내에 공급하면서 국내 배관 규격 크기에 맞춰 UL 제품에 임의로 금속을 덧대 공급하다 논란을 낳았다. 또 우리나라 규격과 다른 해외 배관에 맞춰 개발된 버팀대의 지지대를 우리나라 KS배관으로 적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 중국의 같은 업체로부터 UL 멀티 인증을 받아 국내에 공급되는 타사 제품은 UL표시가 스티커가 아닌 자체 각인이 이뤄져 있다. 또 타사품은 폭이 4cm 정도지만 I사의 제품은 2.4cm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    © 최영 기자


매해 국감서도 지적, 제도개선 추진 중이지만…


버팀대의 인증 문제는 내진설계 제도 도입 직후부터 해마다 국정감사의 지적사항으로 나왔다. 2017년 열린 국민안전처(현 소방청) 국감에서 미래통합당 이명수 의원(충남 아산갑)은 “국내외 인증기준의 수준 차이로 성능이 통일되지 않고 외국 인증품은 수입 즉시 현장 납품이 가능하지만 국내 제품은 제품검사를 모두 받아 유통되고 있어 불합리하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또 2018년에는 행정안전위원회 김영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서대문구을)이 국내ㆍ외 인증품 혼용 사용 문제를 지적했다. 2019년 정인화 의원(무소속, 전남 광양ㆍ곡성ㆍ구례)도 “스프링클러설비 등 소방시설 내진설계에 적용되는 흔들림방지 버팀대의 국내ㆍ외 인증품 모두를 허용해 혼돈을 일으키고 있다”며 “성능인증 기준 제정과 적용을 위한 기준을 언제쯤 개선할 계획이냐”고 추궁했다.


소방청은 “국산제품과 수입제품의 차별에 대한 개선사항을 포함한 ‘흔들림방지 버팀대의 성능인증 기준’을 제정 중이고 12월 개정ㆍ발령 예정”이라며 “성능인증 제품 사용을 의무화하는 소방시설의 내진설계 기준 개정안을 확정해 11월까지 행정예고를 거쳐 내년 1월 개정ㆍ발령할 예정”이라고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밝힌 바 있다.

 

▲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흔들린방지 버팀대에 대한 인증 문제가 지적됐고 소방청은 이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 최영 기자


하지만 관련 제도 개선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방시설의 내진설계 기준을 대폭 손질하기 위한 작업이 함께 추진되고 있어서다.


소방청 화재예방과 담당자는 “지난해 소방시설 내진설계 기준 개선을 위한 전문 용역을 거치고 장기간의 보완 작업 통해 최종안을 마련했고 이 기준에는 성능인증 버팀대를 사용하도록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다”며 “곧 규제영향분석을 위한 연구용역을 거친 후 화재안전기준 개정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규제영향분석은 국민 생활과 사회ㆍ경제ㆍ행정 등에 미치는 여러 가지 영향을 예측, 분석해 규제 타당성을 판단하는 입안절차 중 하나로 국무조정실에서 담당한다. 소방청은 소방시설 내진 내진설계 기준 개정이 전면 개정 수준이어서 자체 분석이 아닌 전문 연구용역을 통해 규제영향을 분석하기로 한 상태다.


또 소방청은 수입 즉시 현장 납품이 가능한 외산 제품과 달리 생산 때마다 지지대를 포함해 기술원으로부터 제품검사를 받아야 하는 문제점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국감에서 밝혔었다.


그러나 현행 버팀대의 KFI인정 기준을 소방청 고시 수준의 성능인증 기준으로 상향하는 작업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기준 역시 2018년 9월 20일 소방청의 입법예고가 이뤄졌지만 아직 제정을 완료하지 못했다.


소방청 소방산업과 관계자는 “입법예고 이후 최근까지 국무조정실과의 규제영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거의 마무리가 된 상황”이라며 “올해 상반기 중에는 고시 제정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성능인증 기준에는 KS인증품을 사용한 경우 현장 여건에 맞게 잘라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검사에서 제외하는 내용도 반영돼 있다”고 했다.


화재예방과 관계자는 “성능인증 기준이 제정되면 국내 인증체계 적용을 위해 지침으로라도 성능인증품을 사용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준 제정을 위해서는 최소 2개월은 더 소요될 것으로 보여 UL 인증품의 정상 여부 확인을 위한 시공 현장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영 기자 fpn0@fpn119.co.kr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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