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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경험하는 스트레스(Stress)와 트라우마(trauma)란?

경기 남양주소방서 박승균 | 기사입력 2020/04/10 [10:00]

소방관이 경험하는 스트레스(Stress)와 트라우마(trauma)란?

경기 남양주소방서 박승균 | 입력 : 2020/04/10 [10:00]

소방관이 경험하는 스트레스(Stress)와 트라우마(trauma)란1)?

 

최근 모 모텔 화재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다행히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이 일일이 방을 두드리며 요구조자를 대피시켰고 신속하게 화재를 진압해 사상자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불은 언제 어디서 날지 모른다. 벨이 울리면 항상 기도한다. “제발 큰불이 아니길…” 화재 출동벨이 울려 나가는 모든 출동이 화재 출동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화재 출동을 하면 반드시 화재진압을 하는 것도 아니다. 대응 1단계가 발령돼 장시간 화재를 진압하는 경우도 빈번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119로 걸려오는 모든 화재 신고 전화에는 어김없이 화재 출동벨이 울린다. 화재 출동벨이 울리면 소방관의 몸속 모든 세포는 긴장한다. 화재 출동 지령과 무전 소리에 모든 감각을 집중시킨다. 점점 커지는 무전기 소리에 초긴장 상태가 된다. 눈앞에 불꽃이 보이면 뇌에서는 다수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발생한다.

 

출동을 많이 하든, 적게 하든 화재 출동벨 소리에 소방관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마찬가지로 구조출동, 화재 출동 방송이 나오면 출동하는 대원들도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소방관은 스트레스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간다. 이런 신체 반응은 출동벨이 울릴 때마다 반복된다.

 

스트레스와 소방관

스트레스는 뇌의 변화를 일으키고 신체가 잇따라 스트레스 반응을 하도록 자극한다. 신체적이든 심리적이든 개인에게 무엇을 요구하거나 개인의 안녕감을 위협하는 특정 사건들이 스트레스 자극이다.

 

스트레스 자극, 즉 스트레스 원(stressors)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다양한 내ㆍ외적 사건들이다. 생의 주요 사건들과 만성적인 압박감을 주는 일상의 사소한 골칫거리들, 스트레스가 되는 특정 환경 등이 포함된다.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원 개인의 지각과 해석을 통한 스트레스 평가, 스트레스 반응으로 구성된다.

 

스트레스 원은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들이다. 주관적 요인으로는 욕구불만, 예감, 결핍이나 부재 등이 있고 객관적 요인은 기간, 정도, 대상에 따라 달라진다. 현대 스트레스 원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이며 장기적임 ▲은근하거나 모호하고 복합적임 ▲너무 많은 정보와 급속한 변화 ▲스트레스 반응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시함 등의 특징을 보인다.2)

 

소방관은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소방관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일반인이 경험하는 스트레스와 다르다. 소방관이 다양한 직무 활동을 할 때 발생 가능한 위험요인들은 스트레스 원이 될 수 있다. 

 

[표 1]은 소방관이 출동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위험요인들이다. 소방관은 화재진압, 구조, 구급, 행정, 그 밖의 다양한 민원출동을 한다. 화재진압대원이 화재 현장에서 건축물 붕괴로 인한 매몰이나 부상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기에 충분하다.

 

마찬가지로 구조대원은 위험한 상황에서 패닉에 빠질 수 있다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며 구급대원은 만취자의 폭행 두려움이 스트레스를 증가시킬 수 있다.

 

▲ [표 1] 소방직무별 활동 시 발생 가능한 위험 요소3)


미국의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직무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교대근무 ▲노사갈등 ▲위험성 ▲동료와의 갈등 ▲장비ㆍ인력 부족과 각종 혜택(benefits)의 축소 ▲비극적인 사고(conveying tragedy) ▲직무에 대한 권태 ▲차별 ▲경제적인 문제 ▲나쁜 건강습관4) 등 열 가지로 제시했다. 

 

호주의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상벨 ▲수면 ▲대중매체의 인식 부족 ▲신고에 대한 불확실성 ▲직장 상사에 대한 인식 부족 ▲선임자 결정에 대한 의존성 ▲시민 인식 부족 ▲다른 서비스에 의한 인식 부족 ▲장비 문제 ▲건강 위험 ▲교대근무 ▲성격 충돌을 직무 스트레스의 열두 가지 요인으로 제시했다.5)

 

소방공무원은 다양하고 과중한 직무와 위험한 환경에 의해 신체ㆍ정신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고 있다. 또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근로 의욕 저하와 조직 과몰입, 사기 저하, 결근, 이직, 소외감, 직무 불안, 건강상의 어려움, 심리적 불안 등이 야기된다. 이는 높은 직무 스트레스로 이어지곤 한다.6)

 

이렇듯 소방관은 다른 사람을 살리고 재산을 보호하는 직업적 특성에서 비롯된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과 그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ㆍ정신적인 고통에 노출돼 있다. 이러한 직무 스트레스는 개인의 심리와 정서, 신체뿐 아니라 그 개인을 둘러싼 가족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7)

 

소방관만의 특유한 스트레스 요인을 잘 알고 이를 적절하게 해소해야 한다. 만일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스트레스가 장기간 쌓여 트라우마로 이어지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각한 정신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부적절한 스트레스 대처로 인해 알코올 장애, 수면장애 등 복합적인 심리적 고통에 시달릴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최근 소방청에서는 찾아가는 상담실을 진행하고 있다. 또 각 시ㆍ도와 협업해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은 이런 우려를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수 있는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트라우마와 소방관

“구급 출동! 코드 하나!” “A 구급차, B 펌뷸런스 출동” “**동 ##아파트 ***동 ###호”

 

출동 지령을 들으면서 시계를 보니 오전 5시. 새벽이라 도로에는 차가 없고 한산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이미 응급환자(30대 추정)가 사후강직이 온 상태였다. 처음 발견한 사람은 엄마였다. 자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걸 처음 본 엄마는 소리치며 울고 있었다. 얼마나 황당한 일이었을까? 경찰도 도착해서 현장을 확인했다. 구급대원은 원격 의료지도를 받은 후 사후강직 사망으로 판명돼 사고처리 후 소방서로 귀소했다.

 

소방관이라면 이런 경험은 흔한 일이다. 이런 사망 사건뿐 아니라 구조출동, 화재 출동 현장을 통해 수많은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된다. 소방관이 경험하는 트라우마 사건은 소방관에게 심리적 고통을 준다. 

 

트라우마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심리적 충격을 받는 걸 말한다. 소방관이 스트레스에 노출돼 힘든 상태에서 직면하는 트라우마는 치명적일 수 있다. 지속해서 스트레스가 점점 쌓여 해소하지 못하고 힘들게 견뎌내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트라우마로 마치 멀쩡하던 건물이 지진으로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처럼 나 자신의 모든 게 무너질 수 있다. 

 

평소 착하고 성실했던 동료가 화재 현장에서 순직했단 소식을 들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 너무나도 힘들었다. 신을 원망했고 세상을 원망했다.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게 너무나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소방관이 경험하는 트라우마 사건은 다양하다. 업무수행 중 경험한 외상의 종류와 빈도를 살펴보면 처참한 시신을 봤거나 수습한 경험 80%, 사고 희생자나 환자의 죽는 모습을 본 소방관 80%, 소방관 스스로 생명의 위협이나 부상을 당할지 모른다는 위협 82%, 실제로 다친 소방관 22%다.8) 트라우마 사건을 외상의 대상에 따라 소방관 자신이나 동료 소방관, 요구조자에 따라 유형을 분류해보면 [표 2]와 같다.

 

▲ [표 2] 외상의 대상과 유형 분류

 

소방관들은 일반인이 일생 한두 번 경험하거나 아예 경험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들을 겪는다. 처참한 시신을 보거나 수습한 경험, 사고 희생자나 환자의 죽는 모습을 본 경험은 화재 현장뿐 아니라 구조 현장에서도 많이 겪게 된다.

 

특히 소방관 스스로 생명의 위협이나 부상을 당할지 모른다는 위협은 모든 소방활동 현장에서 경험하게 되는 트라우마 사건이다. 소방활동 현장에서 실제로 부상당하기도 하는데 이는 1차 사고에 출동한 소방관이 2차 사고로 인한 부상을 입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소방관은 화재 현장에서 사고를 직접 겪기도 하고 2차 사고를 경험하기도 한다. 때로는 동료의 사고와 죽음을 목격한다. 그리고 자신도 언젠가는 같은 사고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하며 우울증이나 의기소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같은 정신적 고통을 느낀다.

 

소방관의 13.9%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우울증, 수면 장애 위험군이라는 연구 결과와 같이 정신건강 스트레스는 소방관 업무수행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더 나아가 직무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친다.9)

 

동료의 지지 ‘소방관이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힘’

앞서 펌뷸런스 출동을 언급했다. 만약 신임소방관이 펌뷸런스 대원으로 현장에 출동했다고 가정해보자. 신임소방관은 임용 후 처음 접하는 사망 사건이다. 출동하면서 긴급하게 들려오는 무전기 소리, 현장에서는 요구조자 엄마의 절규하는 소리, 싸늘히 식어간 주검 앞에서 당황할 것이다.

 

소방관의 첫 트라우마는 마치 성인이 돼 첫사랑을 한 것처럼 선명하게 남는다. 소방서로 돌아온 신임소방관은 멍하니 먼 하늘을 바라보면서 서 있는다. 이를 지켜본 팀장이 바로 다가가 커피 한잔을 내민다. “힘들지… 오늘 퇴근하고 술 한잔하면서 풀자, 어때?”라고 말한다. 술 한잔하자는 의미는 스트레스를 풀자는 뜻일 것이다.

 

스트레스 대처 방식은 다양하지만 문제 중심적ㆍ정서 중심적 대처 방식 등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문제 중심적 대처는 인지적 문제 해결의 의사결정과 정보수집 목표설정 등 적극적인 기법을 이용해 자신이 직면한 스트레스 요인이나 문제 자체의 변화를 관리하려고 하는 적극적인 노력 행동에 중점을 두는 걸 의미한다. 정서 중심적 대처는 회피, 최소화, 거리 두기 등의 방법을 이용해 스트레스 상황에서 발생하는 정서적인 고통을 경감시키는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10)

 

만일 스트레스를 받는 소방관이라면 문제 중심적이든 정서 중심적이든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대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된다. 어느 방법이 좋고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저 적당히 잘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스트레스로 인해 자신이 힘들어진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거나 해소를 이유로 술이나 약물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럼 자신이 스트레스 해소를 할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즉 소방관이 힘들어 할 때 스스로 이겨내기 힘들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이 근무하는 동료의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된다. 위험한 현장에서 서로 협동해 성공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동료의 지지가 스트레스 해소와 트라우마 극복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동료의 지지는 긍정적 재해석이나 계획적 문제 해결, 적극적 대처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동료의 지지를 통해 위급 상황에서 대면하는 문제를 계획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또 더 효과적이고 긍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삶의 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11)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동료의 지지야말로 스트레스 해소에 큰 힘이 된다.

 

‘하늘이 주신 소명! 바로 소방관이라는 천직!’ 바로 소방관! 하지만 현실에서 소방관으로 산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매일 매일 생사에 놓인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는 소방관이라는 삶을 살다 보면 힘들 때가 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스트레스로 힘들 때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자. 같이 출동하는 동료에게 “나 좀 힘들어요! 내 말 좀 들어주세요”라고 말해보자. 반대로 직장에 출근했는데 옆 동료가 평소와 달리 어깨가 축 처져 있다면 다가가서 “요즘 괜찮아?”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보자. 

 


 

1) 트라우마(Trauma) :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심리적 충격으로 외상이라고도 말한다. 

2) 육성필, 김경아, 위개입총서 시리즈, 스트레스의 이해와 개입, 박영STORY. 2019.

3) 김성곤(2002), 소방공무원의 직무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 단국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2. p59.

4) Beaton, R. D., & Murphy, S. A. (1993). Sources of occupational stress among firefighters/EMTs and firefighter/paramedics and correlations with job-related outcomes. Prehospial and Disaster Medicine ,8(2),140-150.

5) Moran, C. C.(2001), Personal predictions of stress and stress reaction in fire fighter recruits. Disaster Prevention and Management, 10(5), 356-365.

6) 김사라, 소방공무원의 직무 스트레스 경험과 직무 스트레스 극복 경험에 대한 사례, 가족과 가족치료, 2019. 27(1), 125-147

7) 안성아, 심미영(2013). 가족스트레스와 가족탄력성이 장애인가족 건강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연구. 재활복지회, 17(1), p277-300.

8) 2008년 소방공무원 외상후스트레스 실태분석, 소방청

9) 방창훈, 홍외현(2010). 공상 소방공무원 직무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 한국화재소방학회, 24(4), 79-85.

10) 서순원(2016), 사회적 지지가 소방공무원의 PTSD완화에 미치는 영향, 경기대학교 석사학위논문, p16.

11) 박진석(2019), 친사회적행동이 소방공무원들의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동료지지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단국대학교 석사학위논문.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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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소방서_  박승균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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