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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생존자(suicide survivors)로서의 소방관!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구조하려면?”

경기 남양주소방서 박승균 | 기사입력 2020/04/20 [10:00]

자살생존자(suicide survivors)로서의 소방관!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구조하려면?”

경기 남양주소방서 박승균 | 입력 : 2020/04/20 [10:00]

2019년 8월 5일 A 소방관은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하고 자살을 했다. 3년 전 2016년 태풍 ‘차바’로 집중호우가 내려 함께 구조출동에 나선 후배 B 소방관이 현장에서 순직했고 줄곧 후배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힘들어했다. 이후 그는 우울증 등으로 3회에 걸쳐 공무상 요양을 신청하기도 했다. 

 

그가 남긴 메모지에는 “(전략)나는 너무 괴롭다. 정신과 치료도, 약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 가족을 위해 버텨왔다. 같이 살고 같이 죽었어야만 했다(후략)”는 글이 적혀 있었다.​ 동료소방관들은 A 소방관의 유품을 정리하다 그의 옷장에서 후배 B 소방관의 활동복을 발견하고 오열했다. A 소방관이 B 소방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힘들어했는데 결국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또 다른 죄책감과 미안함에 슬퍼했다. 


 

슬픔이란 무엇일까? 슬픔은 무언가로 인해 마음이 아파 울고 싶거나 몹시 괴로운 상태를 말한다. 이는 마음의 고통 또는 상실 후에 일어나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소방관에게는 슬픈 일이 종종 일어난다. 대형 재해나 재난 현장에서 소중한 동료를 잃는 가슴 아픈 일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순직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동료가 더 많다는 사실이 소방관을 더욱 슬프게 한다.

 

배우자나 가족, 친구, 이웃 등 가까운 사람의 자살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자살생존자(suicide survivors)라고 부른다. 동료소방관의 자살로 인해 충격을 받거나 트라우마를 갖게 된 소방관도 자살생존자에 해당한다. 자살생존자의 고통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평생토록 이어진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치유’1)에서는 이런 고통을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끝냈을 때 그 사람은 자신의 고통에 종지부를 찍는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에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이 시작된다. 자살이 평화로워 보일지라도 남겨진 사람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그러한 고통이 전 생애에 걸쳐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흔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갑작스럽게 잃는 것은 충격이다. 특히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의 가족이나 동료는 이런 충격으로 삶이 변화할 수 있다. 평온했던 순간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가까운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에 흔히 벌어질 수 있는 반응

미국 임상심리학자 칼리와 아트레(Kari&Atle)는 Effective Grief and Bereavement Support라는 책에서 가까운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흔히 벌어질 수 있는 반응을 즉각적인 반응과 장기적인 반응으로 구분해 설명한다2).

 

 


즉각적인 반응
에는 비현실감이나 동요, 두근거림, 메스꺼움, 오한, 현기증, 시간 경험의 변화 등이 포함된다. 

 

1. 비현실감

사별한 사람들 대부분은 누군가 갑자기 사망하면 고인이 사망하는 순간이나 사망 소식을 접할 때, 혹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명확히 알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비현실적인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경험은 꿈을 꿀 때처럼 마치 모든 일이 영화고 실제가 아닌 것 같단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비현실적인 느낌은 정서 경험이 보류된 채 발생한 상황을 다루는 것에 개인의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는 발생한 일과 관련된 고통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2. 시간 경험의 변화

가까운 사람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 시간 경험이 극적으로 변화하기도 하는데 보통 시간관념이 사라지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 충격은 너무나 강렬해서 사별한 사람들은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충분히 깨닫기 전까지는 한 번에, 몇 시간, 며칠, 몇 주, 혹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없다.

 

그들은 발생한 상황에 대해 지적으로는 알지만 정서적으로는 알지 못한다. 이후 자신이 느리게 행동했던 것에 대해 자신을 질책하기도 한다. 고인이 극적으로 죽음을 맞게 된다면 감각적인 느낌은 엄청난 강도로 ‘영구적으로 새겨질’ 수 있다. 

 

3. 신체적 반응 

몸의 떨림이나 두근거림, 메스꺼움, 오한, 현기증과 같은 신체적 반응도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어떤 사람은 이런 증상들이 첫날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으며 식욕부진이나 공복에 섭취하는 많은 양의 커피 등에 의해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

 

다수의 사별한 사람은 그들 머릿속에 ‘이제 어떡해야 하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지?’와 같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재앙’이라고 표현한다. 그들은 동시에 너무 많은 것들을 해야 하는 데다가 모든 것들이 혼란스럽고 뒤죽박죽인 것처럼 느낀다. 일부는 이 기간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장기적인 반응에는 상실이나 그리움, 고통, 자기 비난ㆍ죄책감, 일어난 사건을 재경험, 수면 장애, 불안ㆍ취약성, 집중ㆍ기억 문제, 과민ㆍ분노, 신체적 반응이 포함된다. 이러한 장기적인 반응은 많은 경험과 자연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보편적인 반응이다.

 

1. 상실, 그리움, 고통의 감정

강렬한 상실이나 그리움, 고통의 감정은 장례식 이후 사별한 사람들이 일상생활로 돌아갔을 때 최대의 강도로 그들을 지배한다. 고인의 죽음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는 물리적인 부재의 문제(자녀를 안고, 사랑하는 사람을 포옹하고, 침대 옆에 나란히 눕는 사람)인 동시에 특히 고인과 관련된 모든 활동의 부재는 사별한 사람들이 무엇을 할 때든 마주치게 될 현실이다. 많은 사람에게 첫 3~12개월의 기간은 가장 어려운 시기다. 사별한 사람은 매 순간 고인에 대한 기억에 둘러싸여 있으며 모든 공휴일과 기념일(생일, 기일)을 처음으로 고인 없이 보내게 된다. 

 

매일매일의 상실감과 강렬한 그리움은 종종 참을 수 없는데 이러한 감정을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므로 외로움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대부분 사별한 사람들이 가장 견디기 힘든 시기는 주변 사람들이 더는 관심을 주지 않을 때와 더불어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제는 정말 앞을 내다보기 시작해야지’라는 기대를 받게 될 때라고 한다. 사별한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이제는 점점 상황이 편해질 거야’라는 기대를 하는 동시에 상황이 자신의 기대와는 반대로 흘러간다는 걸 경험하게 된다.

 

2. 자기 비난과 죄책감

비록 실제적인 근거는 없지만 사별한 사람들은 드물지 않게 자기 비난과 죄책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 상황을 막기 위해 내가 뭘 할 수 있었을까?’와 ‘…했었더라면’ 혹은 ‘왜 우리에게…?’ 등은 특히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에 흔히 하게 되는 생각들이다. 이런 생각들은 특히 자살 이후에 극심해지는데 사별한 사람들이 만약 자기 생각을 스스로 정리해내지 못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3. 일어난 사건을 재경험

가까운 사람과 갑자기 이별한 사람들은 슬픈 소식과 관련된 전화나 고인의 사망 소식을 알리기 위해 찾아온 성직자 혹은 경찰, 소식을 듣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 고인이 마지막에 말한 것 또는 고인과 마지막으로 함께 한 일 등이 반복적인 이미지로 끊임없이 떠올라 그들을 괴롭힐 수 있다. 사별한 사람들은 이른바 ‘플래시백’이라고 불리는 걸 흔히 경험하게 된다. 

 

4. 수면 장애

일어난 일들에 관한 생각은 흔히 사람이 잠자리에 들 때 활성화되기 때문에 다양한 정도의 수면 장애를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떠오르는 생각들은 그들이 신체적으로 제대로 쉴 수 없도록 만들어 잠자리에 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일부는 상당히 잘 잠들지만 아침에 일찍 깨고 한번 깨고 나면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또 외상적 사건이 악몽의 형태로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5. 불안ㆍ취약성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매우 흔한 반응 중 하나는 불안과 공포의 증가다. 불안은 개인이 경험한 것을 회상시키는 모든 것과 연관될 수 있지만 이보다는 개인의 가족 혹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가 더욱 흔한 형태다. 

 

‘한 사람이 죽었다. 다른 이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선 뭘 해야 하지?’

 

세상은 안전한 장소에서 위험한 장소로 변화한다. 매일의 삶에서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안전감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불행을 멀리서도 견딜 수 있게 해주며 ‘다른 사람들에겐 이런 일들이 일어났지만 나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게 해주는데 이러한 안전감은 어떠한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새로운 취약성에 의해 대체된다.

 

6. 집중ㆍ기억 문제

사별한 사람들이 직장으로 돌아간 후 경험하게 되는 집중ㆍ기억의 문제는 또 다른 우려를 낳게 한다. 많은 사람은 그들이 늙어가고 있다거나 그들의 정신력이 영구적으로 손상된 것 같다고 여기게 된다. 그들은 단순한 일상 과제를 기억하기 위해 자신에게 포스트잇에 메시지를 남김으로써 어떻게 그들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지 얘기한다. 

 

7. 과민ㆍ분노

과민성이나 성급함, 분노 또한 흔하게 나타나는 반응이다. 많은 사람은 이런 반응들이 위에서 언급한 몇몇 요인에 의한 거라 믿는다. 또 그 반응들은 에너지 고갈이나 수면의 어려움 등에 의해 야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반응들은 개인이 자신의 환경에 대해 갖는 민감성과 많은 이들이 경험하는 가치관의 변화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는 사별한 사람들이 그들의 사회 환경에 대해 다른 여러 요구 사항들을 내세우고 그로 인해 더욱 쉽게 짜증을 내거나 분노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8. 신체 질병

비탄은 무거운 심리적 압박감을 수반하기 때문에 신체적 질병의 발생 정도를 높인다. 이는 면역 체계가 최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질병에 더 쉽게 걸릴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불안이나 동요가 높아지면 긴장, 두통, 소화 문제와 같은 신체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욕이 줄어들면 신체에 필요한 영양이 결핍된다. 수면 질 저하와 혼란스러운 사고의 급증, 식욕 부진의 조합은 많은 사람을 갑작스러운 사별 이후 신체적으로 지치게 만든다. 어떤 사람들은 오랜 기간 동안 지속해서 지치고 몹시 피곤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사별한 사람들이 처한 상황은 신체ㆍ정신적 부담을 초래하기 때문에 병가를 내는 사람도 많다. 상황에 따라 병가가 불가피할 수 있으나 이는 사회적 고립의 가능성을 증가시킨다는 사실 또한 유념해야 한다. 

 

일반적인 상실 고통과 자살생존자가 경험하는 상실의 고통은 다르다

“팀장님. 저는 00센터에서 근무하고 싶지 않아요. 그곳에 가면 00 선배 생각이 나요. 그때 그 선배가 자살했던 곳이거든요. 무섭고 두려워요” 이전에 상담한 소방관 중 한 명이 울먹이면서 한 말이다. 동료의 자살도 충격이지만 소방서나 안전센터에서 자살했다면 그 당시 자살현장은 자살생존자인 동료소방관들에게 고스란히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게 된다. 이런 고통은 소방관을 그만두고 싶다거나 자살 생각이 들 정도의 극심한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 

 

코베인과 라치(Cobain&Larch)는 “자살 유가족은 자살한 사람이 느꼈던 고통과 같은 정도의 심리적 고통을 느끼며 그들의 상처는 일회적이지 않고 마음과 정신에 깊이 새겨진다”고 했다. 또 그들의 상처는 일회적이지 않고 마음과 정신에 깊이 새겨진다고 말했다3). 함께한 동료를 잃은 소방관의 심리적 고통은 일회적이지 않고 평생 괴로운 기억으로 남아 마음속에 각인되고 재경험 되기도 한다. 

 

자살생존자가 경험하는 어려움은 일반적 사별과는 다른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4).

1. 자살로 인한 사별은 다른 원인에 의한 사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살로 인한 사별은 질적인 부분과 주제에서 차이가 있다. 자살생존자는 죽음의 의미에 많은 의문을 품고 더 높은 수준의 죄책감, 수치심, 책임감을 경험한다. 또 죽은 사람에 대한 분노와 함께 거부 또는 유기된 느낌을 받게 된다.

 

2. 자살생존자에 대한 사회적 태도가 다르다.

자살생존자가 더 많은 소외감과 사회적인 낙인을 경험하고 다른 사람들도 더 부정적으로 본다. 자신을 더 비난하고 사회적인 지지로부터 철수하는 경향이 있다. 

 

3. 가족에 미치는 자살의 영향은 핵폭발과 같은 위력을 갖는다.

자살은 다른 원인에 의한 사망에 비해 독특한 영향을 미친다. 낙진(Fallout)5)은 자살이 주위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적절하게 나타낸다. 가족이나 지역사회에서의 자살은 당장의 그리고 장기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핵폭발과 같다. 그렇지만 자살에는 여러 가지 징후와 위험요인이 있어도 자살생존자 대부분은 예상하지 못한다. 자살생존자는 자살 자체뿐 아니라 자살로 인한 파급효과까지도 경험하게 된다.

 

자살에는 낭만적이거나 영웅적인 면은 없고 힘든 정서적 혼란을 경험하고 자살로 인해 생긴 결과들로 인해 힘들다. 자살생존자가 경험하는 지속되는 심리적 어려움은 더 많은 죄책감을 경험하게 하고 더 자신을 비난하게 한다.

 

소방관 자살생존자에게도 이러한 어려움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앞서 본 동료소방관의 자살 사례와 같이 소방관 자살생존자들은 동료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힘들어하고 다른 소방관들에게 동료의 자살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말하려 하지 않는다. 나약한 사람으로 보이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주위 가족이나 동료에게 지금 힘든 자신의 상태를 말하지 않게 된다. 더더욱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사회적으로 보이는 강한 이미지이기에 자살생존자는 자신의 나약함을 비난하게 된다. 소방관의 자살은 소방관 자살생존자뿐 아니라 소방조직에 심리적 고통의 파급효과를 미치게 된다. 강한 조직에서 나약한 소방관의 존재는 조직의 암적 존재로 다른 소방관과 소방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자살생존자로서의 소방관!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구조하려면?

1. 동료를 충분히 애도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기

소방관들은 동료의 갑작스러운 죽음에도 제대로 그 슬픔을 애도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동료의 순직이나 자살 사건이 발생해도 소방관은 여전히 소방활동 현장에 출동해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동료가 순직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한 현장에서 응급처치하고 가족과 동료소방관들에게 안타까운 소식을 알려야 함은 물론 그 밖에 필요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동료의 장례식장에서 애도해야 하지만 자신의 본분인 출동현장에서 화재진압이나 구조, 구급활동을 해야 한다. 동료의 가는 길을 제대로 배웅조차 하지 못한다.

 

최근 소방관들이 SNS에서 자발적으로 갑자기 떠나간 동료를 애도하고 있다. 소방청에서는 순직 소방관을 애도하는 순직애도 주간을 지정하고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게 하는데 이는 소방관들이 떠나간 동료소방관에 대한 예를 갖추는 최소한의 노력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동료의 죽음에 대해 더는 숨기지 말고 적절한 애도를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방법과 절차의 기준이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 

 

2. 심리부검을 통한 자살의 진실 바로 알려주기

자살을 얘기하지 않는다. 조직의 침묵! 이는 소방관을 더 병들게 만든다. 자살한 동료의 죽음이 소방조직에서 어두운 면이라 숨기고 싶더라도 과감하게 드러내 슬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순직자만 소방관이 아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소방관도 분명 우리 동료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동료가 왜 자살했는지, 심리부검 등을 통해 충분히 밝혀내고 투명하게 동료소방관들에게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 이는 소방관 자살생존자들의 심리적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고 따스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 자살 예방 정책의 일환으로 자살 소방관 유가족 대상 자살심리 부검을 진행하고 있다. 심리부검 결과가 나오면 투명한 절차에 의해 유가족과 동료소방관들에게 설명해줘야 한다.

 

3. 자살유가족 자조모임 지원 정책 추진 

자살유족들은 가까운 사람의 자살로 인해 대부분 큰 충격을 받게 되며 이로 인해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경험하지만 제대로 말하거나 위로받을 수 없다. 더욱이 한국 사회에서는 자살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강해 자살유족들은 고인의 죽음을 사실대로 얘기하지 못한다. 자살유가족 자조모임은 이런 아픔을 나누고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부산광역자살예방센터에서는 자살유족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희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자살유족 자조모임 ‘무지개’를 운영하고 있다. 자조모임을 통해 아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소방관 자살유가족들은 자조모임이 없다. 이제라도 소방청은 자살유가족의 희망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자살유가족 자조모임 지원 정책을 수립ㆍ시행해야 한다. 

 

▲ 부상광역시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 캡처(suicide.busaninmaum.com/sub2/sub02_06_05.php)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자신을 돌보는 방법


 소방관이 순직이나 자살로 동료를 잃는 것은 너무나 큰 슬픈 일이다. 특히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소방관이 동료소방관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자신을 힘들게 한다. 이런 죄책감은 자살로 동료를 잃으면 느껴지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지만 소방관 대부분은 슬픔을 잘 이겨내고 평소처럼 자신을 잘 돌본다. 출동현장에서의 압박감도 잘 견뎌내면서 소방관으로 잘 기능한다. 

 

때론 소방관들에게 힘든 고비가 올 수 있다. 근무교대 후처럼 배터리가 방전되듯 소진되면서 슬픈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순직이나 자살한 동료의 장례식장을 조문하고 뒤돌아 나올 때 슬픈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시간은 소방관에게 정말 힘든 시간이다. 이때 슬픔의 감정에 잘 대처해야 한다. 자신을 잘 돌보는 것은 방전된 배터리를 재충전하는 일이다. 이는 다시 평소의 자신으로 돌아가도록 노력하는 행동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지금 우리가 느끼는 슬픔을 이겨내는 행동들이다. 

 

• 준비가 되면 고인에 대한 얘기하기

• 슬픈 감정을 피하려 하지 않고 감정의 변화(감정 기복)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해하기

• 근무 중이 아닐 때에도 평소 하던 대로 행동하기

• 매일 최소 20분 이상의 운동이나 산책 등 신체 활동하기

•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수분을 자주 섭취하기

• 사람을 만나는 걸 피하고 싶더라도 주위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걸 허용하기

• 슬픈 감정을 잊기 위해 폭식하거나 과음하지 않기

•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아 매일 해소하기(예: 음악 감상하기, 친구와 수다 떨기, 운동하기, 기도하기, 명상하기 등)

 

시험에 합격한다면 누구나 소방공무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소방관은 아무나 될 수 없다. 사명감과 소명의식이 있는 자만이 될 수 있다.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100% 자신을 희생하는 동료소방관들!

앞으로는 동료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 99%만 희생하고 나머지 1%는 소방관 자신을 위해 남겨두자.

 


1) BEVERLY COBAIN, JEAN LARCH, 이혜선(2010).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치유. 시그마프레스 : 서울. p74-75

2) Kari Dyregrov, Atle Dyregrov(2008). Effective Grief and Bereavement Support. Jessica Kingsley Publishers. 가까운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의 유가족이 경험하게 되는 반응에 관해 쓴 책으로 일부 내용을 번역ㆍ요약해 소개한다. 

3) 장창민, 최의헌, 최지영, 홍인숙, 정윤성, 김경숙(2017). 학지사 : 서울. p18

4) 육성필(2007). 자살생존자(서바이버)에 대한 치료적 접근. 한국정신보건사회복지학회 학술발표논문집, p294-295.

5) 낙진(落塵, Fallout)은 핵폭발이 일어났을 때 대기권 상층으로 퍼져나가 잔류하는 방사성 물질을 말한다. 대기권으로 퍼져 나간 뒤 폭발에 뒤따르는 충격파로 인해 떨어져 내리기 때문에 ‘낙진’(떨어지는 먼지)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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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소방서_  박승균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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