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시설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공사에 해당되지 않는 특수공종임에도 불구하고 건설공사와 함께 통합 발주돼 일괄수주한 건설업체로부터 하도급 시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건설업체인 원도급자의 가격조정(Bid shopping: 통합발주방식 하에서 건설업체가 낙찰된 이후에 여러 하도급업체와 가격협상을 통해 하도급공사대금을 낮추려는 행위) 등에 의해 시장기능에 의한 가격질서 형성이 왜곡되고 있으며 소방시설의 저가공사로 인한 품질저하와 부실시공으로 인해 국민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오늘날 자유 시장경제에서 발주자가 자유롭게 계약을 하도록 내버려 두는 계약방식이 당연하다고 하더라도 만일 자유계약에 의해 부당이득을 얻는 측이 있고 손해를 보는 측이 있으면 마땅히 시정돼야 한다.
하도급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업종이 다른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불합리한 하도급을 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소방시설공사가 건설공사에 종속돼 소방시설공사를 건설공사업자로부터 하도급 받으면 하도급거래가 불공정해도 구제받기 어렵고 또 하소연할 데도 없는 현대판 노예계약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하도급이 공정하게 되도록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는 같은 업종에서 취해질 수 있는 것이고 다른 업종에서는 하도급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적용이 불가능해 공정거래위원회로서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는 적정공사비 확보와 원도급자로서의 책임감은 품질에 대한 책임 관리로 이어져 ‘소방시설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공공의 안전에 기여하는 수준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실제로 소방시설의 분리발주 조례는 2014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해서 2019년 서울특별시를 마지막으로 17개 시ㆍ도 모두 제ㆍ개정된 바 있다. 이에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에 걸쳐 민간전문가를 포함해 소방청과 관할 소방서에서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소방시설공사가 분리발주와 통합 발주 특정소방대상물에 대한 현장점검을 추진한 바 있다.
점검결과 분리 발주된 건축물에서의 하자 건수는 75건이고 통합 발주된 건축물에서의 하자 건수는 약 2배 높은 157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한 하자 공사가 이뤄졌으며 통합 발주된 건축물에서 하자 처리 비용이 크게 상승했고 하자처리 절차도 복잡해 기간도 오래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는 적정공사비 확보와 원도급자로서의 책임감 등 소방시설 품질에 대한 책임관리로 이어져 하자 발생 건수가 감소하고 신속한 하자 공사가 이뤄져 궁극적으로는 공공 안전에 기여하는 수준이 크게 향상된 결과를 보이고 있다.
한편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공사에 포함되지 않는 소방시설공사,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 중 전기공사와 정보통신공사의 경우에는 개별법에 분리발주 조항을 가지고 있어 분리발주 제도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소방시설공사의 경우 소방시설공사업법 상 분리발주제도를 의무화하지 못하고 있어 오히려 법률 간의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에 위배된 내용으로 평등권 침해를 받고 있는 사항이다. 따라서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는 법체계상의 부정합을 치유한다는 입법적 당위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발주방식 논쟁의 핵심은 국내 건설산업의 생산기반과 선진외국의 생산기반과의 차이 인식과 최종 소비자인 국민의 효익(效益) 측면에서 출발해야 한다. 건설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총체적인 건설 생산시스템의 부조리(저가하도급, 불평등한 가격형성력, 잦은 설계변경 및 감리의 형식화)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 방안임을 인식해야 한다. 관련 정책당국은 업역이나 발주방식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급선무라고 생각된다.
소방시설공사의 분리 발주제도 도입은 소방시설에 대한 신뢰성을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공공의 안전에 기여하는 수준이 크게 향상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더이상 힘의 논리가 아닌 진정 국민을 위하는 정책ㆍ제도가 무엇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해 현 국회에서 논의되는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 제도가 통과돼 화재에 대한 국민안전의 초석이 마련되길 바란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이창우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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