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현장 출동했을 뿐인데… ‘혈관육종’ 앓는 소방관3년 전 혈관육종 판정받은 강화소방서 김영국 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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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유은영 기자] = 혈관육종을 앓는 소방관의 사연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5년간 법정 싸움 끝에 지난해 힘겹게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받은 고 김범석 소방관에 이어 우리나라 소방관이 혈관육종암 판정을 받은 두 번째 사례다. 인사혁신처의 공무상요양승인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인천 강화소방서에서 근무하는 김영국 소방장. 그는 2017년 1월께 안면부 좌측 뺨과 턱부위에 구슬과 같은 덩어리가 만져지고 피부색이 멍든 듯 검게 변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자택 인근 성형외과를 방문한 김 소방장은 전문의 진료 후 한 차례 종괴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종괴를 제거한 자리에 다시 덩어리가 만져지는 등 증세는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차도가 없자 같은 해 9월께 일산병원을 찾은 그는 조직검사와 CT 검사를 받았다. 별다른 병명을 진단받지 못하고 경과 관찰과 3차 병원에 내원해 보라는 전문의 소견을 들었다.
2018년 연세대학교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내원한 뒤 한 차례 종괴 제거 수술과 조직검사를 받은 그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그의 병명은 ‘혈관육종(Angiosarcoma)’. 평생 처음 들어 본 병명이었다.
이비인후과(두경부암센터)와 성형외과에서 육종 제거와 안면재건수술을 받은 그는 지금도 항암ㆍ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다. 평소 특별한 개인 질병력이나 가족력 또한 없었던 터라 진단 이후 치료 과정은 그에게 가시밭길이 되고 있다.
2008년 10월 소방관이 된 김영국 소방장은 지금까지 주로 구조와 화재진압 업무를 맡았다. 역학조사를 진행한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정경숙 부교수는 “김 소방장에게 발생한 혈관육종은 화재나 구조현장에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돼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 “근무교대나 차량장비 점검 시 소방차량(장비)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유해물질을 흡입하고 피부로 접촉되는 등 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혈관육종의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염화비닐(VC)은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에게 노출될 위험이 많다. 특히 20~49세 남성 소방관의 경우 우리나라 남성 전체의 혈관육종에 대한 연령표준화 발생률과 비교해 7.1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김영국 소방장은 “전 투병으로 몸이 불편하지만 생존해 있어 직접 목소리를 내기 수월하다”면서 “고 김범석 소방관의 공상처리과정을 보면 유족들이 그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달랠 여유조차 없이 모든 걸 떠안고 어려운 과정을 감내해 왔을 걸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제 사례 또한 개인적인 문제를 떠나 앞으로 같은 상황을 겪게 될지 모를 동료나 선ㆍ후배를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며 “현재 잠자고 있는 공상추정법이 하루빨리 통과돼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동료 소방관들과 곁에서 슬픔을 품은 채 살아가는 가족들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소방장에 대한 공무상요양승인 신청은 현재 인사혁신처에 접수된 상태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지난 3월 김영국 소방장에 대한 공무상요양승인 신청을 받았지만 아직 검토가 진행되지는 않아 심의회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