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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제구조대’가 있습니다-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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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 진정희 | 기사입력 2020/05/20 [15:10]

대한민국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제구조대’가 있습니다-Ⅰ

소방청 진정희 | 입력 : 2020/05/20 [15:10]

 

대한민국 국제구조대의 탄생

인터넷의 발달과 보편화, 그리고 해외여행이 자유롭고 빈번한 요즈음에는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거의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 어느 한 나라에서 재난이 발생한다면 재난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그 나라는 물론이고 아주 작게는 그 나라와 인접한 국가들, 더 나아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이 피해국과 사회ㆍ문화적, 경제적 관계를 맺은 국가들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 자명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소방공무원으로 구성돼 국외에서 대형재난 등이 발생한 경우 해외에 거주하거나 체류, 방문하는 대한민국 국민(이하 재외국민)을 구조하기 위해 또는 재난발생국 국민에 대한 구조 활동 등을 위해 국제구조대를 편성ㆍ운영하고 있다.

 

외교부, 국방부 등 관계 당국과 협의를 거쳐 국제구조대를 피해국 현지로 파견하고 있는데 이런 구조 활동은 재외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함이 가장 큰 목적이다. 또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해외재난이 발생하면 피해국을 즉각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인도주의와 인류애를 실현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1997년 8월 미국령 괌에서 발생한 국적기 추락사고를 계기로 국제구조대를 창설했다. 그 사고 당시 해외에서의 항공기 사고나 지진 등 대규모 재난 발생 시 인명구조 지원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긴급구조체계 구축 필요성이 대두됐다. 따라서 인명구조를 맡고 있는 소방에서 국제구조대를 조직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근거로 행정자치부 소방국 구조구급과가 담당 부서가 되고 중앙119구조대를 주축으로 비상설 기구인 국제구조대를 편성했다. 365일 24시간 출동태세를 확립하며 운영해 오고 있는 게 현재 ‘대한민국 국제구조대’다.

 


대한민국 국제구조대, 어떻게 구성됐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피해국 정부의 요청이나 우리나라의 국제ㆍ경제적 위상을 고려한 구조 활동을 위해 국제구조대를 피해국 현지로 파견할 경우 해외긴급구호에 관한 법령을 근거로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Korea Disaster Relief Team) 구조팀’으로 활동한다. 이 팀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의거 해외에서 발생한 재난 관리의 주관기관인 외교부(개발협력국 다자협력인도지원과)를 중심으로 소방청(중앙119구조본부 등)과 보건복지부(국립중앙의료원 등), 한국국제협력단으로 구성된다.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UN 인도주의 업무조정국(UN OCHA, United Nations Office for the Coordination of the Humanitarian Affairs) 산하 국제 도시탐색 구조 활동 관련 사무국인 인사락(INSARAG, International Search And Rescue Advisory Group) 주관으로 진행하는 각국 구조대 (재)등급분류(UN IEC/IER, UN INSARAG External (Re)Classification)에 따른 최상위 등급(Heavy)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소 59명의 인력으로 편성ㆍ운영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소방공무원 65명과 한국국제협력단ㆍ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 직원 각 2명을 포함 총 69명을 표준인력으로 조직해 UN 등급분류와 인도주의적 목적을 위한 구조출동에 대비하고 있다. 이 경우 국제구조대는 구조팀장과 구조담당, 관리 담당 외에 탐색반, 구조반, 운영반, 물류반, 의료반으로 구성된다.

 


해외 대규모 재난 현장에 출동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대규모 재난이 발생해 관계부처 회의 소집이 필요할 경우 10시간 이내에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이 주재하는 국방부, 보건복지부, 소방청 등 유관기관 국장급 회의를 개최한다. 

 

이 회의는 인도적 참사 정도를 포함한 재난 피해 규모와 외교 관계, 재외국민 주재 여부, 피해국의 구호대 파견 요청 여부 등으로 개최가 결정된다. 회의가 열릴 경우 사전조사단 파견 여부와 현지 구조 수요, 피해국의 우리 구호대 요청 여부 등을 고려해 구조팀 파견 여부가 검토된다. 이때 다른 나라의 구조 활동 사항이나 피해 현지 상황 등은 UN에서 관리하는 웹사이트(Virtual OSOCC, Virtual On-Site Operations Coordination Centre)를 통해 지속해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제구조대 출동 준비사항도 이 사이트에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 실시간으로 각 나라 구조대 간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이 국장급 회의 이외에도 해외재난 중 인명피해 또는 재산손실의 규모 등을 고려한 피해의 규모가 사회, 경제적으로 광범위해 국제사회의 지원이 요구된다고 외교부 장관이 인정하는 경우 해외긴급구호 제공 여부와 내용, 규모 등을 심의ㆍ의결하기 위해 외교부 장관이 위원장인 민관 합동 해외긴급구호협의회가 가동되기도 한다. 이때 위원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차관급 공무원, 관련 분야의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일단 국제구조대의 해외파견이 결정되면 24시간 이내 출국을 목표로 재난의 유형과 규모에 적합한 대원으로 출동대를 편성한 후 선정된 대원에 대한 비상소집이 발령된다. 선정 대원들은 개인장비를 포함한 필요 장비를 챙겨 지정된 장소로 신속히 응소한다. 대원 소집이 완료되면 현지 임무 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 예방이나 주의사항 전달을 위해 국제구조대장이나 안전담당으로부터 사전교육을 받는다. 이때 현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현지 도착 즉시 어떻게 구조 활동을 전개할지를 지속해서 논의한다. 파견할 국제구조대원과 장비는 외교부, 국방부와의 협의를 거쳐 민항기 또는 군 수송기를 이용, 현지로 이동시킨다.

 

▲ 2015년 4월 네팔 현지 공항에서 재난피해 지역으로 이동 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다양한 재난 현장에서 활약을 펼치는 ‘국제구조대’

이 같은 인도주의적 국제출동 외에 201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사고 대응 활동처럼 재외국민을 구조하기 위한 출동에는 재난 상황에 따라 구조업무를 수행하는 관련 기관의 소속 대원이 출동하기도 한다. 헝가리 사고의 경우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이라는 명칭으로 심해잠수가 가능한 소방공무원 24명과 해난구조대 잠수 요원 7명, 해양경찰 공무원 6명 등이 파견됐다. 이 중 해난구조대와 해경은 출동 20일이 경과한 6월 18일 한국으로 귀국했다. 소방공무원은 헝가리 구조기관에 수색 구조 활동이 이관되는 시점까지 현지에 끝까지 남아 헝가리 구조기관과 합동으로 희생자를 찾기 위해 수색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소방구조대원들은 부다페스트로 파견된 5월 30일부터 활동을 종료하고 귀국한 7월 30일까지 62일 동안 육상수색 410회, 수중수색 14회를 했으나 안타깝게도 당시 폭우로 인한 수면 상승과 빠른 유속, 낮은 수온 등으로 생존자를 구조하는 성과는 내지 못했다. 하지만 활동기간 동안 총 18구의 희생자를 수습했다. 10개월이 지난 현재 1명의 실종자가 남아있는 상태다.

 

▲ 2019년 6월 헝가리 현지 소방ㆍ군ㆍ해경 정부 합동 긴급구조대가 수색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제구조대로서 출동한 최초의 해외재난은 1997년 9월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베트남 민항기 추락사고였다. 당시 대원 24명이 5일간 캄보디아 현지에서 구조 활동을 진행했으나 항공기 사고 특성상 생존자를 찾기 쉽지 않았다. 결국 우리 구조대원들은 21구의 한국인 희생자를 수습한 뒤 귀국했다. 이후에도 1999년 8월 터키 이즈밋 지진과 9월 대만 난토후 지진, 2003년 5월 알제리 지진, 12월 이란 지진, 2004년 12월 태국 푸켓의 지진해일, 2005년 10월 파키스탄 지진, 2006년 5월 인도네시아 지진, 2008년 5월 중국 쓰촨성 지진, 6월 미얀마를 강타한 사이클론 나르기스, 2009년 10월 인도네시아 지진, 2010년 1월 아이티 지진, 2011년 3월 일본 동일본 대지진, 2013년 11월 필리핀 타클로반 태풍, 2015년 네팔 카트만두를 강타한 지진, 2018년 7월 라오스 댐 붕괴, 작년 5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사고까지 우리 국제구조대는 16개국 17회에 걸쳐 다양한 구조활동을 전개했다.

 

▲ 2003년 5월 알제리 출동 시 현장 CP 내에서 각국 구조 기관 관계자와 정보를 나누고 있다.

▲ 2005년 10월 파키스탄 지진 시 의료팀 지원

 

17차례 출동 중 1999년 대만 난토후 지진에서는 극적으로 아파트 붕괴현장에서 6살 소년 장진홍 군을 구조했다. 장 군이 거주하던 아파트는 지진으로 인해 붕괴됐다. 선진국 구조팀이 탐색을 마쳤지만 장 군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구조대원들의 꼼꼼하고 주의 깊은 탐색 활동 덕분에 매몰된 지 87시간 만에 장 군을 구해낼 수 있었다. 이 구조활동은 당시 대만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대만정부는 감사의 뜻으로 우리 구조대에게 ‘활보살’이라고 명명된 기념상을 전달했다. 이를 계기로 그간 소원했던 한국과 대만 간 외교관계 개선에도 크게 이바지한 역사적인 활동이다. 활보살은 현재 대구 달성군에 소재한 중앙119구조본부에 잘 보관ㆍ전시돼 있다. 당시 6살이던 장 군은 어느덧 청년이 돼 2015년 중앙119구조본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다.

 

그간 출동 중 국제구조대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되고 국제구조장비가 획기적으로 보강된 건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출동 이후다. 3월 중순인데도 현지의 매서운 날씨와 지진 이후 몰아친 해일,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래 최악의 원전사고까지 겹치면서 모든 게 파괴된 복합재난의 양상을 띤 현장에서의 구조 탐색 활동은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시ㆍ도 구조대원 44명을 포함해 출동한 105명의 국제구조대원은 악조건 속에서도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다. 함께 출동해 제대로 된 숙영시설조차 없이 동고동락한 외교부 직원과 동행 취재한 언론사 기자들은 “모든 시설이 파괴돼 자급자족해야 하는 재난현장 속에서 구조활동을 수행하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런 어려움 속에도 맡은바 본연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한 소방대원들에 대해 다시 한번 되짚어 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방청_ 진정희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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