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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GNSS의 활용] 측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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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등산학교 남정권 | 기사입력 2020/05/20 [15:10]

[지도와 GNSS의 활용] 측지계

국립등산학교 남정권 | 입력 : 2020/05/20 [15:10]

▲ [그림 1] 측지계가 서로 다르게 설정된 휴대용 GPS

 

[그림 1]에서 두 대의 휴대용 GPS는 각각 위성 신호를 수신해 위치를 파악한 상태다. 그런데 이상하게 두 휴대용 GPS의 좌표가 서로 다르게 표시돼 있다. 위도는 10초 차이를 보이고 경도는 7초 차이를 보인다.

 

올해 1월호에서 설명했듯이 우리나라에서 위도 1초 차이는 남북방향으로 대략 30m 정도의 거리에 해당하고 경도 1초 차이는 동서 방향으로 대략 25m 정도의 거리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좌표만 놓고 본다면 두 휴대용 GPS는 남북방향으로 서로 300m 정도 떨어져 있고 동서 방향으로 서로 175m 정도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이렇게 같은 지점에서 휴대용 GPS의 좌표가 차이 나는 건 서로 다른 측지 기준계(Geodetic Datum 또는 Map Datum) 때문이다. 측지 기준계는 간단히 측지계라고도 한다. 휴대용 GPS를 갖고 이런 상황에 접했을 때 착오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측지계에 대해 이해해 둘 필요가 있다.

 

올해 2월호에서 설명했듯 삼차원의 형상인 지표면을 이차원의 평면 지도로 표현하기 위해선 [그림 2]와 같은 투영(Projection)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실제 지구의 형상은 완전한 회전 타원체가 아니라 다소 불규칙한 형상이다. 따라서 원활한 투영을 위해선 실제 지구를 완전한 회전 타원체로 가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실제 지구와 유사한 크기, 모양의 회전 타원체를 규정해 투영에 적용하는데 이를 지구 타원체(Earth Ellipsoid)라 한다.

 

▲ [그림 2] 각종 투영법

 

우리는 흔히 각도를 측정할 때 완전한 원호(圓弧) 형태의 각도기를 실제 물체에 견준 후 각도기 눈금을 통해 각도를 파악한다. 불규칙한 지표면에 경위도 좌표를 부여하는 이론도 각도기로 각도를 재는 것과 비슷하다. 우선 각도기의 눈금처럼 지구 타원체에 가상으로 경위도 좌표선을 표시하고 이를 지구에 가상으로 견줘 지표면에 경위도 좌표를 부여하는 개념이다. 근대적인 지도를 제작하기 시작할 때부터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지구 타원체들이 제정됐다. 각 국가는 이 지구 타원체 중 하나를 선정해 자국의 지도 투영과 경위도 좌표의 기준으로 삼았다. 국가들은 자국 영토 안에 국가 기준점을 지정하고 오랜 기간 천문 측량을 통해 해당 지점의 정밀한 경위도 좌표를 파악하고 있다. 지구 타원체의 국가 기준점 경위도 좌표 지점이 실제 국가 기준점 위치와 수평으로 일치하면서 지구 타원체면이 평균 해수면과 일치하도록 지구 타원체를 위치시킨다. 이렇게 특정 국가에 최적화된 지구 타원체를 기준 타원체(Geodetic Ellipsoid) 또는 준거 타원체(準據楕圓體)라 한다. 

 

다음으로 국가 기준점을 기준으로 삼각 측량을 통해 전 국토의 다른 하위 기준점에 경위도 좌표를 부여한다. 여기서 삼각 측량은 지구 타원체면의 둥근 곡률을 반영해 거리를 구하는 방식이다. 이를 측지 측량(Geodetic Surveying) 또는 대지 측량이라 한다. 이렇게 곡률을 반영해 계산하는 건 복잡하므로 기준점과 가까운 곳이면서 그리 넓지 않은 지역을 측량할 땐 지구가 평평하다고 가정하고 측량한다. 이렇게 지구 타원체면의 곡률을 반영하지 않고 단순하게 측량하는 것을 평면 측량(Plane Surveying) 또는 소지 측량이라 한다.

 

근대적인 측량이 시작된 초기에 여러 국가는 자국의 영토에 대해서만 정밀한 지도를 만들어 사용했다. 당시 지도에서 좌표에 대한 개념은 잘 정립돼 있었으나 측지계에 대한 개념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 미국은 자국의 지도뿐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의 지도들이 필요하게 됐는데 바로 제2차 세계 대전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여러 나라에서 전쟁을 치러야 했다. 따라서 여러 나라의 지도들을 수집했다. 그런데 두 나라가 인접한 지역에서 두 나라의 지도 좌표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군사 작전에서 좌표는 매우 중요하므로 특정 지역의 좌표가 지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따라서 군과 민간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연구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국가 간 지도 좌표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현상은 나라마다 기준 타원체의 위치와 자세, 크기, 모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림 3]과 같이 실제 지표면(검은선)의 산 정상(삼각형)에 대해 파란색 지구 타원체를 기준으로 위도를 측정했을 때와 빨간색 지구 타원체를 기준으로 위도를 측정했을 때 그 값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걸 알 수 있다. 파란색 지구 타원체와 빨간색 지구 타원체는 서로 자세와 크기, 모양이 다르고 실제 지구에 견주기 위해 지구 타원체를 위치시키는 곳 또한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산 정상의 경도도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이렇게 지도 좌표의 산출 기준이 되는 지구 타원체의 위치와 자세, 크기, 모양을 그 지도의 측지계라 한다.

 

▲ [그림 3] 측지계에 따른 위도 차이

 

측지계를 통일해야 국가 간 좌표 차이가 발생하지 않고 국제적인 측지, 선박과 항공기의 운항, 군사 활동, 과학 연구 등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1924년 국제측지학과 지구물리학연합(이하 IUGG, International Union of Geodesy and Geophysics) 총회에서는 국제 지구 타원체(International Earth Ellipsoid)를 채택하기도 했으나 지구 타원체의 위치와 자세가 나라마다 여전히 달라 좌표 차이 또한 계속해서 존재했다. 지구 타원체의 중심이 지구 질량 중심에 위치하고 지구 타원체의 회전축이 지구의 자전축과 일치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위치와 자세지만 과거에는 지구 질량 중심을 정확히 찾아내는 게 불가능했다. 이는 인공위성 시대가 열리면서 가능해졌다. 인공위성의 궤도를 관측해 지구 질량 중심을 찾을 수 있게 돼서다.

 

미군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군사지도를 제작할 때 기준이 될 표준 측지계가 필요했다. 이에 미 국방성을 지원하는 미 영상지도국(NIMA, National Imagery and Mapping Agency)의 전신인 미 국방지도국(DMA, Defense Mapping Agency)에서 WGS60(World Geodetic System 1960) 지구 타원체를 제정한 이후 WGS66, WGS72로 새롭게 개편했다. 또 이 지구 타원체의 중심을 실제 지구의 질량 중심에 위치시키는 것으로 규정했다. 민간에서도 국제측지학협회(IAG,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Geodesy)와 IUGG가 GRS67(Geodetic Reference System 1967) 지구 타원체를 제정한 이후 1979년에 GRS80으로 새롭게 개편했다. 이 지구 타원체의 중심도 지구의 질량 중심에 위치시키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지구 타원체가 민간과 군으로 나뉨에 따라 미군은 민간과 지구 타원체를 통합하기 위해 1987년 민간의 GRS80과 거의 같은 크기와 모양의 WGS84 지구 타원체로 개편했다. 현재 GRS80과 WGS84 지구 타원체가 국제 표준 지구 타원체로 사용된다. WGS84 지구 타원체를 기준으로 제작한 지도의 측지계는 타원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WGS84라 하고 GRS80 지구 타원체를 기준으로 제작한 지도의 측지계도 타원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GRS80이라 한다. 두 측지계 간의 좌표 위치 차이는 수 ㎝ 정도밖에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두 측지계를 ‘세계측지계’라고 칭한다. 이렇게 지구 타원체를 지구 질량 중심에 위치시킨 측지계를 지구 중심 측지계(Geocentric Datum)라 하고 과거에 지구 타원체를 특정 국가에 최적화되게 위치시킨 측지계를 지역 측지계(Local Geodetic Datum)라 한다.

 

▲ [그림 4] ITRF(출처 Wikimedia Commons)

 

국제 지구 자전과 기준 체계 사업(이하 IERS, International Earth Rotation and Reference Systems Service)에서는 GPS 관측소와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 위성 레이저 거리 측정기(SLR, Satellite Laser Ranging), LLR(Lunar Laser Ranging)ㆍDORIS(Doppler Orbitography and Radiopositioning Integrated by Satellite)를 이용하는 국제적인 관측망을 통해 지구 자전 운동을 관측해 지구 질량 중심과 북극점, 남극점, 0° 경도선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다. IERS에서 파악한 극점의 위치를 IRP(IERS Reference Pole)라 하고 0° 경도선을 IRM(IERS Reference Meridian)이라 한다. 또 [그림 4]와 같이 GRS80 지구 타원체 중심을 원점으로 하는 3차원 좌표계를 만든다. 이 좌표계의 X축은 타원체 중심에서 타원체면의 N0°/E0° 지점을 향하고 Y축은 타원체 중심에서 타원체면의 N0°/E90° 지점을 향한다. Z축은 타원체 중심에서 타원체면의 북극점을 향한다. 그런 다음 GRS80 지구 타원체의 중심을 지구 질량 중심에 위치시키고 X, Y, Z축이 각각 지표면의 N0°/E0° 지점, N0°/E90° 지점, 북극점을 향하도록 위치시킨다. 이렇게 지구 질량 중심을 원점으로 하는 3차원 좌표계를 지심 직각 좌표계(ECEF, Earth Centered Earth Fixed)라 한다. 특히 IERS에서 제정하는 지심 직각 좌표계를 ITRF(International Terrestrial Reference Frame)라 한다. 지구 질량 중심과 IRP, IRM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위치가 미세하게 변하기 때문에 IERS에서는 수년을 주기로 새롭게 ITRF를 제정한다. 여기서 IRM은 국제 시보국(BIH, Bureau International de l'Heure)의 0° 경도선을 채용한 것이다. 올해 1월호에서 잠깐 설명했듯이 IRM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국 런던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지 않는다. 1999년께 IRM은 [그림 5]와 같이 그리니치 천문대의 본초 자오선(Prime Meridian) 표식에서 동쪽으로 5.3101", 즉 102.5m(336.3ft) 떨어진 지점을 지나갔다. 그래서 [그림 6]과 같이 그리니치 천문대의 본초 자오선 표식에서 휴대용 GPS로 WGS84 측지계의 경위도 좌표를 측정하면 경도가 0°가 아닌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IRM이 사용된 지 40년 정도가 됐는데 [그림 7]과 같이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는 아직도 경도의 기준이 본초 자오선으로 돼 있다. 게다가 관련 분야 전문가들도 아직 본초 자오선이 기준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 [그림 5] 본초 자오선과 IRM(출처 구글어스)

▲ [그림 6] 그리니치 천문대의 경도(출처 Wikimedia Commons)

▲ [그림 7] 교과서의 본초 자오선에 대한 내용

 

우리나라에서는 근대적인 측량의 역사가 1910년대 일제강점기 때부터 일본에 의해 시작돼 벳셀(Bessel 1841) 지구 타원체를 기준으로 하는 일본의 지역 측지계를 그대로 사용해 지도를 제작했다. 세계적으로 벳셀 지구 타원체를 기준으로 지도를 만드는 나라는 많았으나 나라마다 벳셀 지구 타원체의 위치와 자세가 서로 조금씩 달라 좌표도 차이가 났다. 따라서 같은 벳셀 지구 타원체를 사용했음에도 나라마다 측지계 이름을 다르게 부여했다.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측지계를 Tokyo라고 칭했는데 이를 우리나라에서는 동경측지계 또는 한국측지계라 한다.

 

현재 세계 국가 대부분은 세계측지계의 좌표를 사용한다. GPS의 보급과 구글 지도, 구글어스의 영향으로 신속하게 세계측지계로 전환될 수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도들도 모두 세계측지계의 좌표를 사용한다. 국방지형정보단에서 발행하는 군사지도는 한국군과 미군의 원활한 합동작전을 위해 1996년에 세계측지계의 좌표로 전환했고 해양청에서 발행하는 해도도 국제적인 정보공유를 위해 2002년에 모두 세계측지계의 좌표로 전환했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하는 국가기본도는 원래 2007년에 세계측지계의 좌표로 전환하려 했으나 일선 실무자들과 일반인들에게 측지계 전환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2010년에 전면 전환했다. [그림 8]은 우리나라의 측지계가 전환되는 과도기에 발행된 지도로 세계측지계의 좌표와 한국측지계의 좌표가 함께 표기됐다.

 

▲ [그림 8] 국가기본도의 측지계

 

만약 지상에서 호수에 떠 있는 배의 깃발까지 레이저로 거리를 측정하려면 먼저 지상의 기준점을 정해야 한다. 배가 계속 떠다니므로 거리를 측정할 기준 시각도 정해야 한다. 좌표를 측정할 때도 기준점, 즉 측지계를 정해야 한다. [그림 8]의 난외주기에 표기된 내용과 같이 우리나라의 세계측지계는 GRS80 지구 타원체를 사용하며 ITRF2000의 위치와 자세를 기준으로 한다. 그리고 한반도 지각은 떠다니는 배처럼 매년 동남쪽으로 약 3.5㎝씩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기준 시각을 정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2002년의 지각 위치(epoch 2002.0)를 기준으로 좌표를 나타낸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세계측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한국측지계2002(KGD2002, Korea Geodetic Datum 2002)라고 한다. 미국 국방부에서 개발한 GPS는 WGS84 측지계를 기준으로 좌표를 파악한다. 구체적으로 WGS84 지구 타원체와 ITRF2008의 위치, 자세를 기준으로 좌표를 측정한다.

 

우리나라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최신의 ITRF로 개편해 전국의 좌표들을 새롭게 갱신할 거다. 이렇게 새로운 지구 질량 중심과 지구 타원체의 자세를 적용함으로써 달라지는 좌표 위치는 수 ㎜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지각 이동에 의한 좌표 위치 변화는 꽤 클 것이다. 예를 들어 지각이 일 년에 약 3.5㎝ 정도 이동하기 때문에 10년이면 35㎝, 30년이면 1.05m를 이동하게 된다. 지난 호에서 설명했듯이 우리나라의 국가지점번호는 가로ㆍ세로 각각 10m의 구역을 나타낸다. 따라서 30년마다 전체 국가지점번호 중 10% 정도는 다시 수정돼야 한다.

 

이제 다시 [그림 1]의 문제로 돌아가 그 원인을 밝히면 왼쪽 휴대용 GPS의 측지계 설정은 WGS84, 오른쪽 휴대용 GPS의 측지계 설정은 Tokyo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같은 지점이라도 측지계가 다르면 좌표도 달라진다. 반대로 같은 좌표라도 측지계가 다르면 서로 다른 위치가 된다. 현재는 대부분의 종이 지도와 전자 지도가 WGS84 측지계의 좌표를 사용하고 있어 측지계에 따른 혼란은 거의 없지만 과거에는 요구조자가 알려준 좌표의 측지계가 분명하지 않아 혼선을 빚을 때도 있었다. 혹시라도 내가 사용하는 종이 지도와 휴대용 GPS의 좌표가 일치하지 않으면 종이 지도와 휴대용 GPS의 측지계를 확인해 휴대용 GPS의 측지계 설정을 종이 지도의 측지계와 같게 변경해 줘야 한다. 또 부득이하게 지역 측지계의 좌표를 표기해야 하는 경우 ‘관악산 : N37°26'33.0"/E126°57'58.7"/Tokyo’와 같이 측지계도 함께 표기해 좌표 활용에 착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국립등산학교_ 남정권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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