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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스위스 치즈로 알아보는 차량 화재 예방 방법

한국소방안전원 대전충남지부장 김선규 | 기사입력 2020/06/09 [13:00]

[기고] 스위스 치즈로 알아보는 차량 화재 예방 방법

한국소방안전원 대전충남지부장 김선규 | 입력 : 2020/06/09 [13:00]

▲ 한국소방안전원 대전충남지부장 김선규

영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리즌(James T. Reason)은 사고 원인과 결과에 대한 모형이론으로 스위스 치즈 이론을 제시했다.

 

스위스 치즈는 발효단계에서 치즈 내부에 구멍이 생긴 상태로 굳게 된다. 치즈를 얇게 썰면 이런 공극으로 인해 치즈 슬라이스에 불규칙한 구멍이 생기게 된다.

 

이 불규칙한 구멍이 있는 치즈슬라이스들을 여러장 겹쳐 놓았을 때 치즈슬라이스 전체를 관통하는 구멍이 있을 수 있다.

 

여기서 치즈슬라이스는 안전요소, 구멍은 안전요소의 결함을 의미한다. 구멍이 우연히 일직선이 되면 사고로 이어진다는 게 이 이론의 내용이다.

 

스위스 치즈 이론을 통해 사고나 재난은 여러 안전요소의 결함이 동시에 존재할 때 발생하게 되며 위험요소 중 하나라도 대비돼 있다면 사고가 대형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차량 화재 또한 마찬가지다. 차량 화재는 치즈구멍들, 즉 여러 위험요소가 중첩돼 발생하지만 이런 결함 중 하나라도 제대로 예방하고 제어한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료나 엔진오일의 누유, 전기배선 합선, 엔진과열 등 기계ㆍ전기적 요인에 의해 차량 화재가 발생한 경우 차량 내 비치된 소화기를 사용하거나 주변 운전자에 의해 초기 소화가 가능하다면 차량 전소나 폭발 등에 따른 2차 사고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차량 내 소화기가 비치되지 않거나 비치 사실을 모른다면, 혹은 차량 화재 대처 방법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곧 초기 소화의 실패로 이어진다. 여기서 치즈 모델은 중요한 시사점을 나타낸다.

 

차량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치즈슬라이스의 구멍, 즉 사고의 정확한 원인과 위험요소를 파악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확고한 안전장치를 확보해야 한다.

  

우리는 보통 승차정원이 많고 크기가 큰 대형차량의 화재 건수가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방청 통계에 의하면 2012년 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발생한 차량 화재 3만784건 중 5인승 승용자동차 차량의 화재는 1만4487건으로 전체의 47.1%를 차지하고 있다.

 

이 통계는 기존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7인승 이상 차량에만 소화기 설치가 의무화돼 있어 가장 많은 화재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7인승 미만 승용차량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으며 차량 화재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또 국민권익위원회가 2018년 7월 시행한 차량용 소화기 의무설치에 대한 국민생각함 설문 결과 총 206명의 응답자 중 소유차량의 소화기 설치 여부를 모르는 응답자가 65.6%, 소화기 설치 의무 사실을 모르는 응답자가 75.0%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운전면허 취득예정자 등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통안전교육에 소화기 사용 방법 등 위급상황 대처 방법 내용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소방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전문가 간담회를 열어 실효성이 미흡한 형식적 기준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했다.

 

요약하면 ▲모든 차량의 소화기 설치 의무화 ▲소화기 설치 위치 등의 규정 실질화 ▲소화기 상태 점검 확인 등 안전점검 강화 ▲차량 화재 시 위급상황 대처 방법에 관한 교육신설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개선안을 담은 법률은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기 때문에 기약 없이 연기됐다. 우리는 더 이상 ‘모든 차량 소화기 의무 설치’라는 치즈 조각만을 기다릴 게 아니라 실천과 행동으로 치즈 구멍을 메워야 한다.

 

우리는 차량 내ㆍ외부 인테리어 튜닝에 수백만원의 비용을 투자하면서 자신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차량용 소화기를 준비하는 것에 인색하다.

 

또 차량 화재를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나와 관계없는 일인양 무심히 지나치는 안전불감증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먼저 1차량 1소화기 운동을 실천한다면 가장 견고한 치즈조각이 마련될 것임을 확신한다.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존재한다. 국민의 성숙한 안전의식이 기반이 된 사회 안전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차량용 소화기가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구하는 작은 소방차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에 한걸음 다가서는 데 동참해주길 당부드린다.

 

차량 화재가 발생하면 사진을 찍거나 구경할 게 아니라 너도나도 소화기를 꺼내 함께 진화에 힘을 보태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한국소방안전원 대전충남지부장 김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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