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드론 이야기] 소방드론과 비행금지구역 “그것이 알고 싶다” Ⅸ소방드론 긴급비행 4<지난 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8. 재난현장 운용환경에 필요한 규제개선 건의 수도방위사령부와 긴급비행 협의 후 소방드론은 재난현장에서 주야 가릴 것 없이 비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관할 행정기관 협의와 별도로 전반적인 소방드론 운용은 일부 항공관련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었다. 수도권 통제공역에서 소방드론 긴급비행은 관할 통제기관의 권한으로 소방항공기에 따르는 혜택을 받고 있어 기존 항공법 제68조의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 준수사항과 서로 모순이 생겼기 때문이다.
당시 항공기는 긴급항공기에 대한 예외규정 적용 특례가 세부적으로 항공관련법 곳곳에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초경량비행장치인 소방드론은 지켜야 할 조종자 준수사항만 명시돼 있을 뿐 긴급비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예외규정 적용 특례가 전혀 없었다.
소방드론 긴급비행은 법령에 명시된 비행 승인 권한이 있는 관할 행정기관에서 적법한 절차로 승인해준 것이라 수도권 통제공역에서 재난 발생 시 운용하는 데 직접적인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항공기와 같이 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예외 조항 특례가 없어 재산손실이나 인명사고가 발생할 때 상황이 복잡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관할 행정기관 권한 범위 내가 아닌 항공기와 같은 법령으로 명시돼 보장받길 원했다.
이런 문제점 해결을 위해 서울소방에서는 외부전문가를 통해 규제개선 요구사항을 국무조종실 드론규제혁신회의에 제출했다. 당장 해결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으나 소방 이외의 많은 공공기관에서도 드론 도입을 추진하던 시기라 매우 긍정적인 분위기로 진행됐다.
2018년 11월 22일 서울소방재난본부와 수도방위사령부의 긴급비행 협의 후 3년 4개월 만에 초경량비행장치의 긴급비행에 관한 내용이 법령에 신설됐다(조종자 준수사항 예외규정은 2017년 8월 9일). 국가(공공)기관의 장이 무인비행장치를 비행하려는 경우 사전에 유ㆍ무선방법으로 지방항공청장에게 통보 후 비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관할 행정기관과 사전협의가 된 경우로만 한정하기 때문에 기존 수도권 통제공역 긴급비행 협의에서 선례로 남긴 과정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다만 조종자 준수사항은 2017년 9월 무인비행장치 적용 특례 규정이 신설돼 관할 기관과 긴급비행을 협의한 경우 재난현장에서 소방드론 운용에 대한 거의 모든 행위를 항공관련법령의 저촉 없이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관제권 긴급비행 협의 과정 1. 통제공역 협의 후 1년 만에 다시 시작한 관제권 협의 수도권 통제공역(P73, R75)을 관할하는 수도방위사령부와 긴급비행 협의 후 서울소방은 전체 관할의 70% 이상 공역에서 소방드론을 운용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했다(2020년 5월호 수도권 공역 사진 참조). 하지만 외곽에 위치한 김포공항과 서울공항 관제권 내 공역의 경우 지난 호에서 언급한 대로 각 관할 행정기관(관제, 통제, 관리)이 담당하고 있어 별도협의를 하지 않으면 소방드론 운용이 불가능했다.
공항 비행장 표점을 중심으로 반경 5NM(9.3㎞), 표고로부터 약 5천ft(1.524㎞) 이내에는 항공교통의 안전을 위해 비행장 관제탑이 관할하는 관제권에 해당한다. 비행금지구역과 마찬가지로 사전 승인된 항공기가 아니면 비행이나 접근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재산이나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재난 상황 또한 장소와 시간을 가려 발생하지 않는다. 관제권에 해당하는 관할 공역의 비중이 작다 해도 서울시 재난을 최 일선에서 책임지는 서울소방 입장에서는 관제권 긴급비행 협의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서울소방은 통제공역 이후 거의 1년 만에(2016년 7월) 다시 관제권 긴급비행 협의를 추진했다. 하지만 준비과정은 통제공역보다 한층 수월했다. 아무래도 앞선 통제공역 협의 경험이 있어 관할 행정기관의 필요 정보 정도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2. 김포공항, 서울공항 관제권 긴급비행 협의는 동시 추진 관제권의 관할 행정기관은 수도권 통제공역과 마찬가지로 행정위임위탁규정 제54조 제3항에 의해 비행장 설치자에게 각각 위탁하고 있다. 따라서 김포공항 관제기관은 서울지방항공청, 서울공항 관제기관은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맡고 있었다.
서울소방은 긴급비행 협의 시작 전 내부 회의에서 이 두 곳의 관제권을 관할하는 관제(행정)기관과 동시에 협의하기로 했다. 두 관제권 모두 외곽에 있고 사용 빈도가 비슷해 우선순위의 우열을 가릴 수가 없었지만 관제권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별도로 진행하는 것보다 동시에 진행하는 게 효율적일 거라고 판단했다.
관제권 협의는 통제공역과 마찬가지로 관할 관제(행정)기관인 서울지방항공청과 공군참모총장(제15특수임무비행단)에 사전 유선 문의 후 관제권 드론 운용을 위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됐다.
관제권 긴급비행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낸 후에도 관할 관제기관과 조율을 계속 시도했다. 그런데 두 곳의 관제기관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울지방항공청에서 먼저 긴급비행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서울지방항공청은 김포국제공항 관제권 내 무인비행장치에 대한 비행 일시, 위치, 경로, 고도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드론과 김포국제공항을 입ㆍ출입하는 항공기의 안전분리 업무를 보장할 수 없어 비행 협의를 해줄 수 없단 입장이었다.
통제공역 협의 당시에도 문제로 지적된 항공정보시스템의 부재가 또 한 번 여실히 드러났다. 아무래도 대규모 비행장이 없는 수도권 통제공역보다 수시로 이착륙하는 항공기가 많은 국제공항 특성상 관제권의 항공교통업무 시스템의 필요성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졌다.
서울소방에서는 통제공역 협의와 마찬가지로 재난현장 특징상 좁은 운용반경과 낮은 고도에서의 비행을 언급했다. 그리고 소방드론 운용은 이미 통제공역에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쌓아온 경험으로 관제권 공역을 사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관제권 공역 사용에 대한 서울지방항공청의 결정은 단호했다. 김포공항 주변 관제권은 국내ㆍ외 수많은 항공기가 이착륙을 위해 낮게 비행하고 국제기준을 적용받는 공항인 만큼 교통안전 업무를 위해 절대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따라서 통제공역 때와 같이 공공의 안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운용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주장을 계속하기는 어려웠다.
※ 분리업무란 항공기 간의 거리를 10mile(약 16㎞) 이상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관제사의 업무로 항공기의 실시간 위치, 경로, 고도를 공유할 수 있는 항공교통업무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4. 꼭 필요했던 관제권 공역… 새로운 기체와 운용방식으로 재시도 서울지방항공청의 단호한 태도로 관제권 긴급비행 협의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통제공역보다 더 어려운 협의 과정이 될 것 같았다. 게다가 서울소방의 드론 관련 업무가 관제권 긴급비행 협의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당시 서울소방에서는 두 번째 맞춤형 소방드론 기체인 계류식 드론 도입사업이 마무리돼가던 시기다. 그래서 드론 도입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잠시 눈을 돌려야 했다.
계류식 소방드론은 지휘관제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도입한 기체다. 계류식은 지상에 있는 전원 공급 장치로부터 전선을 이용해 전원을 계속 공급할 수 있어 장시간 기체를 착륙시키지 않고 지속적인 임무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상에서 고정된 줄을 달고 비행하다 보니 운용반경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륙 장소가 확보될 경우 추락에 의한 재난이나 인명피해 가능성이 적고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운용을 위한 준비시간이 길어지고 공중에서의 기동성도 많이 떨어졌다. 이처럼 계류식 소방드론은 납품 전 검수를 하기 위해 테스트를 하던 중에도 이러한 장단점이 명확히 눈에 띄었다.
그런데 테스트 도중 불현듯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이제 곧 운용을 시작할 계류식 소방드론을 활용해 관제권 긴급비행 협의를 끌어내는 방안이었다. 계류식 소방드론의 경우 최초 운용장소에서부터 위치나 경로, 고도 변경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오히려 관제권 협의 과정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서울지방항공청의 협의 불가 사유는 무인비행장치에 대한 위치나 경로, 고도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였기 때문이다.
외부전문가들도 계류식 소방드론은 서울지방항공청에서 문제점으로 지적한 부분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거라 내다봤다. 이에 따라 서울소방에서는 새로 도입한 계류식 소방드론의 사용 목적과 운용방안 등 자료를 제시하며 다시 협의를 시도했다.
서울소방에서는 계류식 소방드론을 활용하는 방안을 다시 제시함으로써 관제권 긴급비행 협의를 끌어낼 수 있었다. 다만 관제권 중심 3㎞ 밖 공역에서(주변 건축물 최고 높이까지) 계류식 소방드론을 운용해야 한다는 제한된 조건이었다.
협의 후 관제권에서 계류식 소방드론의 긴급비행은 그다지 많은 시도를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서울소방 관할구역에 김포공항 관제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계류식 소방드론 운용에 필요한 여러 추가적인 장비들이 많아 기동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최초의 관제권 긴급비행 협의는 일단 새로운 방식으로 선례를 남겼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서울 서대문소방서_ 허창식 (감수) 서울119특수구조단_ 이용희 서울소방재난본부_ 박진호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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