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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의 구급일지 Part 2 - 감사합니다!

부산 부산진소방서 이재현 | 기사입력 2020/06/22 [10:00]

이재현의 구급일지 Part 2 - 감사합니다!

부산 부산진소방서 이재현 | 입력 : 2020/06/22 [10:00]


구급업무라는 게 본전치기만 해도 성공이라 할 수 있는데 일반 시민의 눈으로는 구급대원이 기관 내 삽관을 얼마나 아름답게 하는지, 심폐소생술을 얼마나 예술적으로 하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다 예민한 보호자를 만나거나 말 한 마디 잘못하면 꼬투리를 잡혀 민원에 들들 볶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같은 이유로 구급 수혜자에게 감사인사를 받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어쩌다가 아주 가뭄에 콩나듯 감사를 표하며 사무실까지 찾아오는 일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심폐소생술로 심정지 환자를 살릴 때나 겨우 기대해봄직 한 일이다.

 

며칠 전 저녁 늦은 시간에 사무실 문을 빼꼼 열고 들어오는 아주머니 두 분이 계셨다. 손에는 봉지를 한가득 들고는 쭈뼛쭈뼛하시기에 어떤 일로 오셨는지 물었다. 그제야 활짝 웃으시며 “아~ 다른 게 아니고예~ 너무 감사해가꼬~” 하신다.

 

“아, 구급차 이용하셨습니까? 언제 신고하셨지요?” 기억을 어렴풋이 더듬어 보니 벌써 보름이나 지난 출동에서 아침 이른 시간 굉장히 상태가 좋지 않은 어르신 환자를 만났다. 맥박은 분당 30회를 오가며 혈압도 잡히지 않고 혈당은 20이 채 되지 않아 의식상태도 좋지 않았다. 부랴부랴 의료지도를 받고 포도당을 투여했음에도 상태가 점점 악화 돼 서면에서 고신대병원까지 14분 만에 날아간 기억이 났다.

 

구급차 내에서도 마이크로 벤트로 환기 보조를 하며 언제든 심정지가 올 수 있을 것 같은 모니터의 리듬을 보며 마음을 졸였다.

 

아차, 한참 생각을 하다가 환자 상태는 어떤지 물어보는 게 늦어 버렸다.

“어르신은 좀 괜찮습니까? 퇴원하셨어요?”

아주머니는 계속 웃으시며 “아~ 아버지 입원하시고 5일 후에 돌아가셨어예”

 

보통 환자가 잘못되거나 상태가 악화되면 사무실에 쳐들어와서 난리를 치기 마련인데 이리 웃으며 말씀을 하시니 좀 의아했다.

 

“아버지가 원래 건강이 안 좋으셔서 다들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그때 구급대원분들이 너무 잘 해주셔갖고예~ 입원하고 5일 동안 편안~하게 치료받으시고 가족들 다 모일 때까지 계시다가 웃으시면서 편안하게 가셨어예. 어르신도 자식들 다 보고 갈 수 있어서 구급대원들한테 너무 고맙다 하셨고 가족들도 구급대원 분들한테 너무 고마워서 이래 늦게나마 찾아왔어예. 벌써 찾아와야 되는데 장례 치르느라 이제사 정신이 들어서 왔네예~”

 

그러면서 손에 들고 있던 황금향과 떡을 자꾸 받으라고 주시기에 “아이고, 이러시면 안됩니다~ 그냥 마음만 받겠습니다”하며 한사코 거절했다.

 

사실 잘 사는 것(well-Being)만큼 잘 죽는 것(Well-Dying)과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한 일일거다. 하지만 유교 카르텔이 가득한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

 

이 일은 그간 구급대원으로 지내오며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준 일로 기억에 남는다.

 

부산 부산진소방서_ 이재현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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