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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전지 하나에 먹통 되는 화재수신기 5천여 대 시중 유통

수신기 점검 과정서 문제점 드러나… 문제 제조사 4곳 A/S 진행
뒤늦게 문제 확인한 소방산업기술원, 시험규정 개정 등 대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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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0/08/10 [09:10]

수은전지 하나에 먹통 되는 화재수신기 5천여 대 시중 유통

수신기 점검 과정서 문제점 드러나… 문제 제조사 4곳 A/S 진행
뒤늦게 문제 확인한 소방산업기술원, 시험규정 개정 등 대책 추진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0/08/10 [09:10]

▲ 수은전지가 탈거되거나 방전됐을 때 화재수신기가 먹통되는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시중에 유통된 이 화재수신기는 5천여 대에 달한다.  © 소방방재신문


[FPN 박준호 기자] = 화재수신기가 동전 크기만 한 수은전지 하나 때문에 먹통이 되거나 아예 켜지지 않는 이해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화재수신기는 전국에 5천여 대 넘게 유통된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화재 시 신호를 받아 경보를 울리고 발화지점을 찾아 소화 활동을 가능케 하는 화재수신기는 소방시설의 두뇌로 불릴 만큼 중요한 설비다.

 

화재수신기가 제 기능을 못 하면 화재 인지 사실 자체를 몰라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방시설 관련 법규인 화재안전기준에서는 최소 60분 이상 전원을 예비로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현장에서 이 작은 수은전지 하나 때문에 화재수신기 전체가 먹통이 됐다는 게 확인됐다.


소방시설 점검업체 직원 A 씨는 “최근 P형 화재수신기를 점검하러 갔는데 수신기 버튼 실행이 안 되고 아예 켜지지도 않았다”며 “수신기 기록장치에 쓰이는 수은전지의 문제인 걸 나중에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은전지가 탈거되거나 방전됐을 경우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며 “이는 화재가 발생해도 아무런 경보가 울리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기에 화재 시 피해가 우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소방청은 지난 2017년 1월 11일부터 모든 P형 화재수신기에 기록장치를 의무적으로 탑재하도록 형식승인 기준을 강화했다.

 

기록장치는 수신기의 화재 신호나 고장 신호, 수신기에 접속된 타 기구의 외부배선 신호 등을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화재 이후 소방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를 알 수 있는 ‘블랙박스’ 개념인 셈이다.


먹통 현상의 원인인 수은전지는 이 기록장치 작동에 쓰인다. 전원을 꺼도 시간이 초기화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KFI)에 따르면 수은전지로 인해 먹통 현상이 발생하는 화재수신기는 4개사의 6개 제품이다. 지금까지 제품검사를 받아 시중에 유통된 수량은 5136개에 달한다.


KFI가 이 문제를 처음 인지한 건 작년 7월께다. 점검업체 관계자 제보로 A 업체의 화재수신기에서 수은전지 탈거로 인한 장애 발생 사실을 파악한 시점이다.

 

이후 KFI는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 3개사에서 생산한 4352개 수신기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머지 한 개 업체는 본지 취재 과정에서 추가로 문제가 발견됐다. 앞으로 또 다른 제품에서 같은 문제가 발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KFI는 수신기의 형식승인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KFI 관계자는 “수은전지가 탈거됐을 경우 회로 변경 과정에 문제가 생겨 먹통이 되고 있다”며 “2017년 화재수신기 기록장치 의무화 이후 인증 과정을 좀 더 세심하게 검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드러난 4개 업체도 모두 제품의 하자를 인정했다. A 사 관계자는 “작년부터 갑자기 A/S 문의가 많아 확인해보니 수은전지로 인해 먹통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며 “인지 즉시 점검업체에 수은전지를 보내드리고 수은전지가 방전되더라도 다른 전원을 끌어오게끔 구조적으로 개선해 PCB 기판 자체를 교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 사 대표는 “점검하다 보면 화재수신기를 여닫는데 그 과정에서 수은전지가 탈거된 것 같다”며 “쉽게 탈거되지 않도록 수은전지를 고정시키는 소켓을 교체해 A/S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관련 업계는 이번 문제를 두고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화재수신기 대표업체의 한 관계자는 “화재수신기는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단순하게 봐선 안 된다”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예비전원까지 사용하고 있는데 상용전원이 들어온 상태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국민이 어떻게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국내 소방시설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을 불러올까 걱정이 된다”면서도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후속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FI는 수은전지 이탈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업체에 A/S를 요구하고 관련 기준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KFI 관계자는 “아직 초안이지만 수신기 내부에 건전지를 설치하는 경우 방전과 이탈로 수신기 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신설할 예정”이라며 “더 철저한 검사를 통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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