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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구의 쓴소리 단소리] 50년대 기술 수준에 멈춰선 스프링클러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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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구 소방기술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 기사입력 2020/08/10 [09:17]

[이택구의 쓴소리 단소리] 50년대 기술 수준에 멈춰선 스프링클러설비

이택구 소방기술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 입력 : 2020/08/10 [09:17]

▲ 이택구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     

스프링클러설비는 화재를 자동으로 진압하거나 화세를 제어하는 중요한 소방시설 중 하나다. 하지만 우리의 스프링클러설비 기술은 아직도 선진 외국의 5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어 답답할 따름이다.

 

스프링클러설비는 20세기 초 뉴잉글랜드의 방적공장에서 장비와 섬유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상ㆍ하향 살수방향의 구형스프링클러에 만족하다가 1950년대 들어 설계방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FM(Factory Mutual)에서 ‘분무형(spray type)’을 도입한 시점으로 새로운 스프링클러설비는 하향식으로 설계됐다. 

 

1953년 NFPA는 방출계수(K-factor)가 5.6(국내 80)인 공칭 직경 1/2inch(12mm)인 표준형 스프링클러설비를 탄생시켰다. 이는 다시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로 도입됐다. 안타까운 현실은 우리의 스프링클러설비 기술이 여기서 멈춰버렸다는 점이다. 

 

선진 외국의 경우 제조와 창고 보관 방식의 변화에 따라 스프링클러설비 개선이 이뤄졌다. 플라스틱류 포장재와 골판지 상자의 사용이 급증하면서 여기에 맞춰진 인랙 헤드까지 개발했다.

 

시설물의 천정이 높아지면서 70년대에는 K값이 8.0(국내 115)인 대구경 스프링클러설비와 라지 드롭 스프링클러설비가 개발됐고 80년대에 들어서는 화재 조기진압용 스프링클러(Early Suppression Fast Response sprinklers)까지 등장하게 된다.

 

현재는 K값 32를 갖는 ESFR 스프링클러설비가 개발됐고 CMDA와 CMSA로 스프링클러설비를 분류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표준형 스프링클러설비도 아닌 변형된 살수패턴이 필요 없는 스프링클러설비를 사용하고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스프링클러설비는 다음과 같은 문제도 안고 있다. 첫째, 설치 목적인 화세제어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형식승인 기준으로는 화세제어를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실화재 시험도 없는 형식승인 기준이 운용되고 있으니 필자는 스프링클러설비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둘째, 물류 창고화재에도 무용지물인 설비다. 물류창고의 화재하중과 전혀 무관한 스프링클러설비를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영향으로 변형된 준비작동식 방식을 동파방지용으로 설치하고 있어 유지관리와 작동성능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

 

셋째, 일명 콜드 솔더링이 발생하는 플러쉬 스프링클러설비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 언론이나 학계에서는 플러쉬 헤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지난해 국내 8개 제조사 제품을 수거해 저성장온도 화재 상황에서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해 봤고 4개 제조사의 제품이 비정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고성장온도에서 헤드가 작동하게 되면 인근의 헤드는 저성장온도 모드가 되기 때문에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

 

넷째, 스프링클러설비의 정상 작동 여부에 대한 신뢰 저하 문제다. 올해 소방청에서 발표한 ‘2019 화재통계연감’에 따르면 총 4만103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된 곳은 1850곳밖에 되지 않았다. 이중 소규모 화재로 미작동한 640곳을 제외하면 657곳만 효과적으로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스프링클러설비의 정상 작동률이 52.6%밖에 안 되고 작동률은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다섯째, 스프링클러설비에 대한 시설주의 유지관리(ITM ; Inspection Testing Maintence) 기준이 전무하다. 국내는 해외와 달리 인명을 다루는 소방시설에 대해 ITM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시설주는 기능과 성능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배관 부식 등으로 인해 헤드가 작동되지 않거나 배관의 압력 유지와 누수가 있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국민들은 스프링클러설비를 설치하면 화재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국민들이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지 않도록 하는 게 바로 우리 소방인의 역할이자 의무다. 이제라도 적극적인 제도 개선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택구 소방기술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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