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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칼럼] 재난대응 기관 목 죄는 책임전가 수사 관행, 득 될 게 없다

119플러스 | 기사입력 2020/09/22 [15:44]

[플러스 칼럼] 재난대응 기관 목 죄는 책임전가 수사 관행, 득 될 게 없다

119플러스 | 입력 : 2020/09/22 [15:44]

지난 7월 23일 내린 폭우로 부산 동구의 한 지하차도에서 시민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시간당 최고 81.6㎜가 넘는 폭우로 지하차도에 있던 차량 6대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고 차 속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이 일로 경찰은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까지 불사했다. 지하차도 사고 당일 119무전녹음과 구조상황보고서, 경찰 공동대응접수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한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펼친 소방대원의 조사도 진행했다.

 

경찰과 소방이 신고를 공식 접수한 시각이 각각 다른 게 문제였다. 경찰은 오후 9시 39분, 소방은 10시 18분 신고가 접수되면서 서로 공조가 안 돼 피해를 키운 게 아니냐는 거다.

 

부산소방에 따르면 당시 부산 각지에서 폭주하는 신고로 인해 제때 신고가 연결되진 않았지만 9시 47분부터 차량 내 2명을 구조하는 등 이미 구조활동에 임하고 있었다. 경찰 역시 신고 직후 소방과의 공조로 도로 통제를 했기에 공동 대응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어느덧 대한민국에선 인명사고 이후 재난대응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현장 대응 과정에서의 책임을 묻기 위한 보여주기식 수사 행태라는 인상이 짙다. 사고 현장에서 역동적이어야만 하는 재난대응 조직에 책임을 따지겠다는 발상 그 자체가 심히 우려스럽다.

 

지난 2017년 12월 21일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때도 그랬다.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이 사고 직후 경찰은 소방의 대응 부실에 초점을 맞춘 수사를 강행했다. 그러나 검찰은 10개월이 지난 2018년 10월 18일 소방관 전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 검찰은 “긴박한 화재 상황과 진압에 집중한 소방관들에게 인명 구조 지연으로 인한 형사상 과실을 묻기 어렵다”며 “사후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처벌하는 건 법리적으로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불기소처분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사회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소방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러올 소방활동 위축 문제를 가장 크게 우려했다.

 

다행히 검찰의 판단은 옳았다. 책임론을 거론하면 할수록 현장 대응 조직의 움직임은 둔해질 수밖에 없다. 쪼그라든 심장으론 올바른 대응과 판단이 될 리 만무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급박한 현장에서 내린 지휘적 판단과 대응이 곧 책임을 묻는 부메랑이 돼 날아오는 풍토에서 과연 어느 누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겠는가.

 

소방은 국민과 가장 가까이 있는 최일선의 재난대응 조직이다. 작은 사고부터 큰 재난까지 모든 사고현장에서 다양한 환경을 마주한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평가는 누구에게나 아쉬움을 남긴다. 이를 책임이라는 희생의 결과물로 만들어선 안 된다. 사고 대응 과정과 판단이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이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들은 재난대응에 있어 무수한 현장을 경험한 전문가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사고 당시 상황 또한 재현할 순 없기에 결과를 놓고 내린 평가는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에 앞서 신뢰를 가져야만 한다. 국가가 그들을 전문가로 인정하기에 소방이라는 특정직 공무원으로 임용한 게 아닌가. 언제까지 국민 안전을 위해 몸을 내던지는 그들에게 권력 기관의 힘을 과시할 셈인가.

 

정부와 수사기관은 각종 사고 원인의 본질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사회 안전망 확보를 위해 구축한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이번 지하차도 사고는 예고된 폭우에 대비하지 못한 부실한 배수 시설과 미흡한 교통 통제가 불러온 참사다.

 

과거 제천 화재 역시 건축물의 구조적 문제와 관계인의 미흡한 대처에서 비롯된 화재 대응의 환경적 한계가 가장 큰 피해 확대 요인이었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제 현장 전문가인 소방은 대응 과정에서 겪은 경험과 파악한 문제를 투명하게 알리는 일에도 앞장서야 한다. 이는 ‘책임의 희생양’에서 벗어나는 일이기 전에 국민 안전을 위한 일이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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