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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이해-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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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119특수구조단 방제웅 | 기사입력 2020/09/22 [15:50]

급류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이해-Ⅱ

서울119특수구조단 방제웅 | 입력 : 2020/09/22 [15:50]

지난 7월호에서 급류의 특징과 가변성에 관해 얘기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어떤 특정 위치에서의 변화보단 급류라는 물흐름의 전반적인 부분을 다뤄보려 합니다. 


 

직선 형태로 흐르는 급류

우리가 일반적으로 흐르는 물을 봤을 때 어떤 방식으로 흐르는지에 대해선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급류에서 활동해야 하는 소방관이라면 눈에 보이는 흐름과는 다른 실질적인 흐름의 역학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그림 1] 직선 방향으로 흐르는 물에서 발생하는 현상

[그림 1]처럼 어떠한 장소에서 강이 일직선으로 흐르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장소에서 강의 중심부 수면은 그 흐름에 저항을 받지 않아 가장 유속이 빠릅니다.

 

수중 바닥과 맞닿아 흐르는 물은 가장 느리게 흐릅니다. 이 현상을 마치 물이 유속에 따라 층을 이뤄 흐른다고 해 층류(Laminar flow, 회색 화살표)라고 부릅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수중으로 가라앉은 구조대상자는 깊게 가라앉을수록 점점 더 짧은 거리를 이동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Vertical drop이라고 부릅니다.

 

즉 구조대상자가 특정 위치에서 수중으로 가라앉았다면 마지막으로 수면에서 확인된 시점 인근(수심과 동일한 반지름을 갖는 원 반경)의 수중수색 진행을 고려하는 게 좋습니다.

 

수중 바닥과 마찬가지로 강 둔치에서는 물과 땅이 맞닿는 저항으로 인해 유속이 느려집니다. 하지만 둔치에서 느려진 물은 수중과는 다르게 강 중심부 흐름 쪽으로 이동하려 합니다. 이때 빠른 물과 느린 물이 서로 부딪히며 와류처럼 물이 회전하는 나선류(Helical flow, 파란색 화살표)가 발생합니다.

 

나선류에선 사람이 서 있어도 떠내려가지 않습니다. 심할 땐 흐름 방향과 반대로 물이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형태를 보이기도 합니다. 즉 이런 장소는 구조대상자 수색작전 시 확인해 봐야 하는 지점이자 장시간 수상 활동을 한 대원에게는 휴식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곡선 형태로 흐르는 급류

이제 물이 곡선 형태로 흐르는 상황을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그림 2]처럼 강과 같은 형태로 물이 흘러갈 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강의 형태와는 무관하게 물은 항상 직선 방향으로 흐르며 유속이 빨라질수록 직선 형태로 흐르려는 힘은 더욱 강해집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흐름이 꺾이는 구간의 바깥쪽([그림 3]의 오른쪽)은 흐르는 물이 부딪히면서 방향이 바뀌게 되며 마치 직선 형태로 계속 이어져서 이동(노란색 점선)하게 됩니다. 이를 흐름 벡터(Current vector)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물의 흐름과 충돌을 일으키는 지역(붉은색 점선 구간)에선 언더컷과 동일하게 계속해서 침식작용이 일어나게 되고 지반은 점점 더 약해집니다. 심한 경우 활동 중 갑작스러운 지반 침하로 인해 별안간 급류로 빠지게 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항상 급류에서 곡선 형태의 구간이 보인다면 지상에서 활동할 때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 [그림 2]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물의 흐름

 

▲ [그림 3] 실제 물의 흐름과 발생하는 현상

 

좁아지는 구간에서 흐르는 급류

급류 인근 어딘가 물이 흐르는 통로(물길)가 좁아지는 구간에선 유속이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마치 물을 틀어놓은 호스 끝단을 눌러 좁게 만들면 물이 더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과 같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급류에서 이런 구간을 설명할 때 하류 V를 언급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더 알아야 할 건 단순히 하류 V뿐만이 아닙니다. 

 

베르누이 정리에 따라 유체는 좁은 통로를 흐를 때 속력이 증가하고 압력이 낮아집니다. 넓은 통로를 흐를 땐 속력이 감소하며 압력이 높아집니다. 구조 활동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빨라진 구간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대표적인 예가 [그림 4]와 같은 ‘사이펀 현상’입니다.

 

[그림 4]처럼 장애물 바닥 쪽에 물이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길이 존재한다면 그 길을 통과하는 물의 유속은 급격하게 빨라집니다. 여기에 발이라도 끼이게 된다면 스스로 뺄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물이 불어났을 때 침수된 자동차 인근에서 활동할 때에도 이와 동일한 사이펀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차량 상류 쪽으로 접근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이외에도 농경지나 하수도 등에 존재하는 인공 배수로, 배수 중인 맨홀 등 자연 또는 인공적으로 물길이 좁아지는 곳에는 모두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홍수 상황에서의 사고사례 중 농경지의 인공 배수로 상류 쪽에 퇴적물이 쌓인 걸 치우려다 빨려 들어가 발생한 사고의 경우 대부분 이와 같은 원리로 빨려 들어갔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곳은 외부에서도 물살이 강하게 빨려 들어가는 형태인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환경에서 구조 활동을 해야 한다면 배수로 구멍을 막아 물의 흐름을 없애는 등 위험요인을 제거한 뒤 활동하시는 게 가장 안전합니다. 장담하건대 한 번 빨려 들어가면 스스로 탈출은 불가능합니다.

 

▲ [그림 4] 사이펀 현상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 [그림 5] 인공 배수로


마치며

원래 <119플러스>에 글을 쓰고자 마음먹은 이유는 ‘급류구조를 배우지 못한 분들에게 최소한의 지식이라도 전달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올해 8월 강우량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많지 않았나 싶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동료들의 순직사고 뉴스를 접하면서 큰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제 글이 현장 활동을 하시는 분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시기적으로 늦은 감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급류가 아니더라도 물이 흐르는 곳 인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께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최소한의 위험요인을 인지하고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활동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울119특수구조단_ 방제웅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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