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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기고]방화문과 사후약방문

김해동부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령 김환수 | 기사입력 2020/09/23 [13:00]

[119기고]방화문과 사후약방문

김해동부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령 김환수 | 입력 : 2020/09/23 [13:00]

▲ 김해동부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령 김환수

아파트 출입문과 건물의 층간 출입문은 왜 철문일까? 엘리베이터 앞과 넓은 매장에 철제 방화셔터는 왜, 무엇을 위해 달려있을까?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매일 마주치는 출입문과 방화셔터에 대해 이런 궁금증을 가져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방화문(防火門)과 방화셔터는 화재 발생을 대비해 설치한 거다.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불꽃과 열기, 연기가 건물의 다른 부분ㆍ층으로 확산하는 속도를 늦추고 막아 대피시간ㆍ공간을 벌고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최소한의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다.

 

그러나 방화문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는 어떤가? 출입에 장애를 주는 문, 녹슬고 더럽고 보기 흉한 문, 무겁고 찌그러져 기분 나쁜 소리를 내는 문, 희미한 불빛에 습기 차고 어두컴컴한 계단을 만드는 범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건물 내부의 아름다운 인테리어와 불빛을 손님에게 자랑하고 싶은 건물주와 점포주에게 철제 방화문은 홍보와 영업의 방해꾼이 아닐까? 설치된 철제 방화문을 제거하고 유리문으로 바꿔도 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종종 들어온다. 그러나 방화문이 생명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안다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방화문 관리 실패의 대표적인 예가 2015년 1월 10일에 발생해 수많은 사상자가 나온 아파트 화재다. 이 화재는 필로티 구조로 건축된 도시형생활주택의 지상 1층 주차장에서 발화했다. 방화문이 열린 채 있던 출입구를 통해 건물 내부계단을 타고 연기와 열기가 확산하며 주민은 최후의 피난통로를 잃어버렸다.

 

이에 더해 화재는 건물 외부의 외단열시스템(일명 ‘드라이비트’)을 타고 건물 상층부로 급속히 번져나가 130명의 인명피해를 입혔다.

 

2015년 6월 2일 김해시에의 한 아파트에서도 유사한 화재가 발생했다. 지하 1층 전기분전반에서 발생한 화재의 연기는 열려있던 방화문 출입구를 타고 15층짜리 아파트 상층부로 급속히 확산됐다. 이에 상층부 주민 상당수는 연기를 흡입했다.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두 사례와는 반대로 방화셔터가 정상작동해 인명ㆍ재산피해를 줄인 사례도 있다. 2018년 2월 3일 연세세브란스병원 3층에서는 화재가 발생했지만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불이 난 3층은 편의점과 음식점, 외래환자가 주로 이용하는 진료소 등이 있어 평소에도 붐비는 장소다. 화재로 인한 연기는 3층부터 7층까지 빠르게 퍼졌고 중환자실이 있는 8층에서도 미세하게 연기가 관측됐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제대로 대피하지 못할 경우 참사로 이어질 우려가 컸다. 그러나 방화구획에 설치된 방화셔터가 정상작동해 연기와 열기의 확산을 막았고 스프링클러설비가 작동해 인명피해 없이 조기 진화할 수 있었다.

 

이처럼 중요한 방화문ㆍ방화셔터를 언제까지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생각하면서 푸대접할 건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이처럼 중요한 방화문의 관리요령을 몇 가지를 적어보자 한다.

 

첫 번째, 방화문은 평소 닫힌 상태로 관리하는 게 기본이다. 찌그러진 방화문, 완전히 닫히지 않는 방화문은 수리해 완전히 닫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방화문을 닫힌 상태로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방화문을 폐쇄하거나 잠긴 상태로 유지해선 안 된다. 화재 시 가장 안전한 대피의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대피할 땐 반드시 방화문을 닫아두고 대피해야 한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국민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웃 주민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할 사항이다.

 

화재 시 아파트 거주자가 세대 출입문을 열어놓은 상태로 대피해 옆집과 위층에 사는 주민이 화재피해를 입은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만약 본인의 아파트에 불이 나 대피해야 한다면 반드시 세대의 출입문이 닫힌 상태가 돼야 상층부 또는 아파트의 다른 부분으로 연소 확대를 막을 수 있다.

 

세 번째, 여름철 습기 제거와 환기, 사용의 편의를 위해 방화문에 말발굽을 설치하는 행위, 벽돌이나 소화기, 쓰레기통, 밀대걸레로 괴어놓는 행위, 도어클로저를 떼어놓거나 나사를 풀어놓는 행위는 금지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또 방화셔터가 내려오는 통로에는 방화셔터가 완전히 내려올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네 번째, 평소 방화문을 개방된 상태로 열어둘 필요가 있는 대상물이라면 화재감지기나 화재수신기와 연동해 화재 시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의 자동폐쇄장치를 갖춘 방화문을 설치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의 방화문 중 열에 의해 녹는 퓨즈타입 구조의 방화문을 설치할 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온도가 올라 퓨즈가 녹을 때쯤 연기는 이미 건물의 상층부나 다른 부분으로 확산된 상태에 이르러 연기 확산을 방지하기 늦기 때문이다.

 

조선 인조 때 학자 홍만종의 순오지(旬五志)에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말이 나온다. ‘사람이 죽은 후에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때가 지난 후에 대책을 세우거나 후회해도 소용없으므로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미리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방화문은 생명의 문이다. 내가 생활하는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명ㆍ재산피해가 나온 후에는 후회해도 늦는다. 생활에서 방화문을 열고 닫는 작은 불편을 감수하고 안전을 위해 서로가 노력한다면 우리의 삶은 화재로부터 조금 더 안전해질 거로 생각한다.

 

사후약방문이 주는 교훈처럼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미리미리 대비하는 자세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해동부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령 김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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