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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증품 시험 면제하는 형식승인 특례 형평성 논란

소방 형식승인 특례제도 적용 놓고 “국내 소방용품 역차별”
경쟁력 잃어버린 우리나라 기업… “외산품 독점까지 조장”
소방청 문제성 검토, 불합리성 확인 시 규정 개정 추진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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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0/09/25 [12:43]

해외 인증품 시험 면제하는 형식승인 특례 형평성 논란

소방 형식승인 특례제도 적용 놓고 “국내 소방용품 역차별”
경쟁력 잃어버린 우리나라 기업… “외산품 독점까지 조장”
소방청 문제성 검토, 불합리성 확인 시 규정 개정 추진키로

최누리 기자 | 입력 : 2020/09/25 [12:43]

 

▲ 스프링클러 헤드  © 소방방재신문

 

[FPN 최누리 기자] = 3년 전 정부가 개선한 소방용품 형식승인 특례제도가 정작 국내 업체를 역차별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례제도 개선 이전 승인을 받은 외국 소방업체 제품은 유통할 수 있지만 국내 업체가 개발한 해외인증 제품은 형식승인을 받지 못해 유통조차 불가능한 처지에 놓이면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이 특례제도는 UL이나 FM 등 외국 공인기관으로부터 인정받은 신기술 제품에 대해 우리나라 시험기준 중 일부를 생략해 주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해외인증 소방용품이 우리나라에 지어지는 특수시설물 등에 적용될 경우 상호 기준이 달라 승인받지 못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운영된다.

 

현행법에 따라 모든 소방용품은 형식승인을 반드시 받아야만 판매 또는 설치할 수 있다. 제아무리 해외인증을 보유한 제품이라도 국내 승인이 없으면 유통 자체가 불가능하다.

 

특례제도는 외국계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등 해외인증 제품 적용이 불가피한 시설물에 사용되는 소방용품의 일부 시험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국내ㆍ외 인증을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해주는 유일한 방안으로 인식된다.

 

특히 ULㆍFM과 우리나라 형식승인 기준상 살수시험 기준 자체가 다른 스프링클러 헤드의 경우 일부 시험을 면제받지 못하면 형식승인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형평성 논란을 낳고 있는 제품 역시 이 스프링클러 헤드다. 

 

이는 국내ㆍ외 기준에서 제시하는 살수 패턴 확인 방법이 다른 탓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프링클러 헤드의 살수시험 과정에서 8개 방향으로 채수통 81개에 채워지는 물을 확인한다. 하지만 UL과 FM은 16개의 채수통을 스프링클러 헤드 밑에 나열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진행한다. 이렇게 다른 살수시험을 생략해 주지 않으면 해외인증과 형식승인을 동시에 보유하는 건 불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에 국내 소방업체 A 사가 개발해 UL인증을 획득한 K115 스프링클러 헤드는 형식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7년 2월 15일 특례 관련 규정이 일부 바뀌면서 절차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폭넓게 일부 시험기준을 면제해줬지만 규정 개정 이후부턴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에서 구성하는 기술위원회를 거쳐 판단 받도록 운영되고 있다.

 

A 사는 바뀐 규정에 따라 올해 초부터 특례 적용절차를 밟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돌아온 건 현재 특례 규정에서 제시하는 ‘신기술 제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험 면제가 힘들다는 기술원 측 답변이었다. 

 

문제는 A 사 제품과 달리 과거 특례제도를 통해 형식승인을 받은 외국 소방업체 B 사의 제품은 UL과 FM인증까지 보유한 채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개발 제품이 어렵게 해외인증을 받았지만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형평성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과거 B 사의 K115 스프링클러 헤드는 UL인증 보유를 근거로 특례제도를 통해 우리나라 살수분포 시험을 면제받았고 2016년 7월 15일 형식승인을 획득했다. B 사 제품은 UL, FM인증과 국내 형식승인을 모두 가진 유일한 제품인 셈이다.

 

반면 A 사는 규정이 변경됐다는 이유로 해외인증과 국내 형식승인을 모두 받을 수가 없는 처지다. 우리나라 기업이 한국 소방산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K115 스프링클러 헤드는 일반 건축물에 설치되는 스프링클러 헤드보다 더 많은 물을 뿌려줄 수 있도록 개발된 대유량 제품이다. 주로 물류창고나 플랜트 등 고위험지역에 적용된다. 

 

A 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등 굵직한 특수시설 프로젝트에서도 외국계 보험을 가입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ULㆍFM인증을 우리나라 형식승인과 동시에 요구하는 일이 많다. 이런 특수한 소방산업 시장에서 한국 업체가 국내 형식승인이 없다 보니 경쟁조차 할 수 없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A 사 관계자는 “국내 기술로 어렵게 해외인증을 획득한 뒤 우리나라 특수 수요에 맞춰 국내ㆍ외 인증을 모두 획득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지만 정작 외산품과 경쟁조차 못 하는 실정”이라며 “관련 제도의 운영에 있어 분명한 역차별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소방산업진흥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원은 바뀐 기준에 따른 조치이기에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기술원 측은 “과거에는 포괄적으로 특례가 적용됐지만 법규 개정으로 면제 규정이 없어졌다”면서 “당시 국정감사에서 해외인증 제품이 특례로 국내 시험 일부를 면제받는 건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왔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업체를 오히려 역차별하고 있다는 형평성 논란에 대해선 “법률과 관련해 소급 권한이 없을 뿐 아니라 법이 바뀌어도 이전 제품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며 문제성을 부정했다.

 

그러면서 “특례를 풀어주면 해외인증을 받은 저렴한 외국제품이 국내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면 마냥 특례를 푸는 게 좋지만은 않다”고 덧붙였다. 

 

소방청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 불합리한 부분이 발견되면 관련 규정 등의 개정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제기된 문제에 대해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차별 없이 구제할 방법을 찾고 있다. 규정상 불합리한 사항이 있다면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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