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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화재/집중취재①-단독] 화재 시 입주민 피난 위한 15층 ‘火’ 키웠다

건물 뚫고 반대편으로 넘어간 불길 “피난 위한 15층이 문제였다”
28층은 주민 생명 구했지만 화재에 모두 불탄 건물 허리 피난층
구획 없이 뻥 뚫린 피난구역에 가연성 천장재… “불길 통로 됐다”

최영, 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0/10/12 [01:10]

[울산화재/집중취재①-단독] 화재 시 입주민 피난 위한 15층 ‘火’ 키웠다

건물 뚫고 반대편으로 넘어간 불길 “피난 위한 15층이 문제였다”
28층은 주민 생명 구했지만 화재에 모두 불탄 건물 허리 피난층
구획 없이 뻥 뚫린 피난구역에 가연성 천장재… “불길 통로 됐다”

최영,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0/10/12 [01:10]

▲ 울산 삼환아르누보 화재는 지상 3층 테라스 부근에서 최초 발생해 외벽을 타고 올라갔다. 이 불길이 건물 반대편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까닭은 화재 시 피난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는 15층 때문이었다. 왼쪽은 화재가 발생한 3층 테라스 쪽 방면, 오른쪽 사진은 화재가 발생한 건물의 반대편의 모습이다. © 최영 기자

 

[FPN 최영, 박준호 기자] = 33층 고층 주상복합건물인 삼환아르누보 화재 당시 3층 테라스 한쪽에서 발생한 불이 외벽을 타고 번지면서 건물을 관통한 뒤 반대편까지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는 화재에 취약한 피난층의 구조 때문이었던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드러났다.


삼환아르누보는 지난 2006년 건축허가를 받은 뒤 2009년 4월 3일 사용승인을 받았다. 지하 2층, 지상 33층 높이의 연면적 3만1210.12㎡ 규모로 15층 모두를 화재 시 피난을 위한 전용층으로 활용해 왔다.

 

▲ 삼환아르누보 15층 피난공간 입구에는 15층과 28층을 피난층으로 사용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고 당시 대다수 사람이 구조를 기다리던 28층은 아파트 28~33층을 구분하는 옥상층이었다. 사실상 건물 내 한 층을 모두 비워 놓는 피난안전구역 개념과 달리 면적 차이가 있는 상층과 하층 구조에 따른 옥상으로 화재 당시 입주자들의 안전을 지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삼환아르누보의 화재 진압 이후 건물의 형상이 드러나자 다수의 화재 전문가들은 건물을 관통해 반대편 벽면으로 불길이 넘어간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상적인 외벽 화재의 경우 건물 내부를 관통해 반대편까지 넘어가는 건 콘크리트 구조물의 특성상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일한 알루미늄 패널 외장재가 문제 된 2010년 부산 골든 스위트 사고처럼 외벽 건축자재로 확산된 화재 대부분은 불이 난 벽면을 타고 올라가 최상층에 이르렀을 때 큰 불길을 보인다.


이번 화재처럼 건물을 관통해 반대편 건물 외벽으로까지 불길이 확산될 수 있었던 까닭은 뭘까. 그 이유는 화재 당시 촬영된 영상 기록과 전소된 피난층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 화재 당시 주민에 의해 촬영된 영상에는 피난을 위한 공간인 15층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건축 허가상 주민 공동시설로 분류된 삼환아르누보 15층은 승강장을 중심으로 세 방향으로 뻗은 형태를 띤다.

 

▲ 15층 복도에 붙어 있는 피난안내도에는 15층의 구조가 나타나 있다. 

 

세 곳으로 나뉜 15층 중 처음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정면 우측 테라스 쪽 피난층 공간은 내부 전체가 모두 탔다. 천장에는 반대편 벽면으로 불길이 옮겨간 흔적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피난층 공간 내 양쪽이 뻥 뚫린 구조를 갖추면서도 화재에 취약한 천장 마감재를 써 반대편까지 불이 확산됐음을 나타낸다.

 

▲ 피난층으로 운영하던 삼환아르누보의 15층은 외벽을 타고 올라온 불길에 속수무책으로 전소됐다. SMC 천장 마감재는 모두 불에 탔고 바닥에는 나무 재질의 데크도 깔려 있었다. 오히려 피난을 위한 공간이 외벽을 통해 번지는 화재를 반대편으로 옮기는 통로 역할을 한 셈이다.  


이 공간 내 천장 마감재로 쓰인 SMC(Sheet Molding Compound) 건축자재가 문제로 지적된다. 열경화성수지로 만들어진 SMC는 일종의 플라스틱 천장 마감재다. 보통 필로티 구조 층이나 화장실 천장 등에 쓰인다. 2015년 5명이 숨지고 125명이 부상한 경기도 의정부시 화재와 2017년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때에도 필로티 층 천장의 마감재로 쓰였던 자재와 같은 종류다.


SMC는 습기와 오염, 화학물질에 강하고 부식과 변형이 없는 장점과 단열 효과를 제공한다. 보통 유리섬유의 함유량을 높여 내화성을 갖출 수도 있지만 이를 높이면 쉽게 부서질 수 있고 환경 문제가 나타나기에 유리섬유 함유량을 높여 천장재로 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 내화성이 부족한 화재 취약 자재라는 얘기다.


최근에는 법규 강화로 필로티 천장에는 불에 타지 않는 금속 재질의 마감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대다수 건물의 필로티 등 천장에는 아직도 이 같은 SMC 천장 마감재를 쓰는 곳이 많은 실정이다.

 

▲ 필로티 등 건축물의 천장 마감재로 쓰이는 SMC의 모습.   © 인터넷 자료 사진


지난해 경기도 오산소방서 황인호 화재조사관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필로티 천장에 쓰이는 이런 마감재가 화재 확산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SMC 천장재의 용융점은 400~500℃ 정도. 화재 시 천장 마감재가 타면서 홀(hole)이 생기고 천장과 마감재 사이 공간에서 공기가 혼합되며 급속한 폭발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다.


즉 건물 중간이 뻥 뚫린 삼환아르누보의 피난층이 마치 가연성 천장 마감재를 쓴 필로티 건축물 화재처럼 불의 확산을 도왔고 이 천장을 타고 건너편 벽면의 외장재로 이동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취재결과 삼환아르누보의 15층은 최초 피난안전구역이 아니라 주민 공동시설로 허가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분양 당시 안내서에는 15층을 ‘하이파크’로 칭하며 초고층 입주세대를 배려한 웰빙 공원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화재 시에는 입주민의 피난을 위한 전용층으로 사용토록 운영해 왔다. 가장 안전해야 할 ‘피난층’에 화재에 취약한 건축자재를 써 오히려 반대편 외벽까지 불길을 옮긴 ‘독’이 된 셈이다.


현행법상 50층이나 200m 이상 초고층 건물에는 중간 대피층인 ‘피난안전구역’을 반드시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30층 이상이며 49층 이하인 건축물은 1.5m이상의 피난계단을 갖추면 피난안전구역의 설치의무가 없다. 법규상 삼환아르누보는 이 피난안전구역의 의무 설치 대상은 아니었다.


최영, 박준호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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