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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화재의 교훈과 시사점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전 소방준감, 서울소 | 기사입력 2020/10/12 [11:50]

[시사칼럼]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화재의 교훈과 시사점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전 소방준감, 서울소 | 입력 : 2020/10/12 [11:50]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전 소방준감)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렵고 힘든 가운데 지난 8일 오후 11시 7분께 울산의 한 33층 대형 주상복합아파트 삼환아르누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3층 테라스에서 발생해 초속 30m 안팎의 강한 바람을 타고 33층 건물 전체로 삽시간에 번졌다.

 

화재는 무려 15시간 40여 분 만에 진화됐다. 안타깝게 중상자 3명을 포함, 총 9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국민이 경악하기에 충분했지만 단 한 명의 사망자 없이 소방과 입주민의 침착하고 유연한 선제적 대응으로 많은 교훈과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선 급속한 화재 확산의 원인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외장재인 알루미늄 복합패널과 강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빌딩풍(Building wind)을 들 수 있다.

 

2017년 6월 14일 발생한 런던의 그렌펠 타워 화재(Grenfell Tower Fire)와 2010년 10월 1일 발생한 부산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2015년 1월 10일 발생한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이후 건물 외장 마감재 관련 규정은 계속 강화돼 왔다. 하지만 법 개정 이전인 2009년에 준공된 삼환아르누보는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외장을 마감했다. 


알루미늄 복합패널은 0.5㎜ 정도의 얇은 알루미늄 코일(coil) 두 장 사이에 3㎜ 정도의 심재(합성수지)를 넣고 접착제로 붙인 다음 불소수지도료로 코팅 마감 처리한 알루미늄 샌드위치 구조다. 심재를 폴리에틸렌이나 P.V.C 등으로 채운 다음 진공 처리가 이뤄진다.

 

두께 4㎜ 정도(0.5㎜+3.0㎜+0.5㎜=4.0㎜)로 가볍고 견고할 뿐 아니라 절단, 접합, 굽힘, 라운딩 등 가공성이 우수하다. 또 뛰어난 단열성과 흡음성, 방음성에 균일한 색상과 다양한 표현유지를 할 수 있다. 특히 무게가 가벼워 고층 건물에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문제는 알루미늄 복합패널이 건축 기술적으로는 좋을지 모르지만 화재 안전 측면에서는 참으로 위험한 건축자재라는 점이다. 알루미늄의 녹는 온도는 660℃로 화재 시 패널 외부의 알루미늄을 용융시켜 내부에 인화성이 강한 폴리에틸렌(PE)수지와 가연성이 높은 접착제에 쉽게 착화돼 빠르게 상부로 연소 확대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알루미늄 복합 패널 내부 단열재가 연소하면서 공간이 형성되고 이 공간이 굴뚝효과(Chimney effect)를 유발하면서 불길이 급속히 위로 확산하는 불쏘시개와 풀무(bellows) 역할을 했다.


때마침 14호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화재 당시 울산에는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밤새 분 강한 바람 탓에 주상복합건물 외벽을 타고 불길이 빠르게 번졌고 초속 30m 안팎의 바람은 불씨를 곳곳으로 날려 보냈다. 건물 내외부 온도 차이로 밀도 차가 생기고 건물 높이에 따라 각 층의 압력차가 심하게 발생하게 된다.


건축물 사이의 연돌효과(stack effect)가 영향을 미침으로써 화재는 빠르게 확산됐다. 고층빌딩 상공엔 바람이 일정 방향으로 불지만 아래쪽에는 바람이 빌딩 주위를 소용돌이치거나 급강하하는 등 풍속이 두 배 이상 빨라진다.

 

이 현상을 빌딩풍(Building wind)이라 한다. 삼환아르누보의 화재 확산 요인에는 좁은 협곡에서 바람이 불 때 나타나는 지형효과인 벤츄리 효과(Venturi effect)처럼 빌딩풍(Building wind)의 영향이 컸다.


화재 초기 스프링클러 작동으로 옥상 물탱크의 물을 다 써버린 뒤 멈추는 등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고 소방 헬리콥터는 야간인데다 강풍으로 기상에 맞춰 띄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날 화재는 꺼질 듯 하다가도 또다시 불씨가 살아나 진화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판과 판 사이를 실리콘 같은 수지로 접착하는 알루미늄 복합패널 속에 숨어 있던 불씨가 간헐적으로 불특정 층에서 되살아나기를 반복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천만다행으로 사망자 한 명도 없이 현장 대응을 한 건 1차 출동대의 대피방송과 대피 유도, 인명구조 활동, 입주민이 소방관을 믿고 적극 협조한 데 따른 결과다.


울산소방본부의 신속한 대응 2단계 발령과 초기 소방력 집중 투입으로 진화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 2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았고 부산과 대구, 경북, 경남 등 인근 시ㆍ도 소방본부 특수장비 출동을 명령해 여러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으로 대비한 소방청의 빠른 판단이 큰 몫을 했다.


다만 아쉬운 건 2015년 이전에 지어진 고층 건물에는 건물 외장 마감재 관련 강화 규정을 소급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다. 따라서 법으로 안전을 강화할 수 없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전국에 같은 공법으로 지어진 주상복합건물 등 고층 건물의 안전관리가 이뤄지길 바란다.


더불어 울산에는 70m급 고가사다리차가 단 한 대도 없다. 대도시에 고층 건물이 급증하고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만큼 23층 건물 높이까지 올라가 불을 끌 수 있는 70m 이상 고가사다리차를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


전국적으로도 70m급 고가사다리차는 10대에 불과하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후 소방력 운영과 작전 지휘가 효율적으로 강화된 만큼 소방장비 확충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서둘렀으면 한다. 또한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와 조속한 회복을 기원하며 이재민들이 더 추워지기 전에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길 소망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ㆍ송파ㆍ관악ㆍ성북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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