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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 이야기] “예상된 부주의인가? 피로 누적의 전기적 요인인가?”

일반음식점 화재 감식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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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소방서 이종인 | 기사입력 2020/10/20 [10:30]

[화재조사관 이야기] “예상된 부주의인가? 피로 누적의 전기적 요인인가?”

일반음식점 화재 감식 사례

경기 부천소방서 이종인 | 입력 : 2020/10/20 [10:30]

‘화재는 사회재난이고 예방할 수 있음에도 연간 4만여 건 이상 발생하는 건 안전수칙을 간과하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안전이란 어떤 위험이나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없는 상태, 즉 평온한 상태를 뜻한다. 가만히 있으면 지켜지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규정이나 사회 약속을 지킬 때 비로소 담보된다.

 

화재 현장에서 종종 “평소 잘 사용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안전하게 사용했는데 그럴 리가 없어요”라는 대답을 듣곤 한다. 평소 이상 없었더라도 누적된 전선의 피로도가 조금씩 퇴화하고 열화(劣化)하면서 장시간에 걸쳐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때에는 “평소 잘 사용하고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하죠?”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사고란 뜻밖에 예상치 못한 불행한 일이 발생하는 걸 말한다. 평소 예측하지도 느끼지도 못했던 일이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고 동정받는 사회 현상으로 나타나거나 개인에게 찾아들 때 우린 사고라 말한다.

 

남의 일은 쉽게 “내 그럴 줄 알았다”고 치부하면서 평소 안전을 지키며 조언한 사람처럼 말을 하곤 한다. 남이 하면 잘못이고 내가 하면 실수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작은 일들이 우리에게 큰 사고로 다가온다. 

 

특히 여러 명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관리하는 부분은 더더욱 그렇다. ‘내가 안 해도 누가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작은 일이나 귀찮은 일들은 간과하고 넘어간다. 평소 그냥 지나친 일이라도 다음번에 보면 해결돼 있어 자기 편의주의에서 오는 사고가 종종 있다. 이런 작은 사고를 우린 쉽게 ‘실수’라는 단어로 치부하곤 한다.

 

외부 목격자 진술과 관계자 진술을 분리해 들어보라!

어느 해 겨울의 끝자락 일반음식점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다. 지하 1층, 지상 2층인 건물의 2층은 주택으로, 1층은 식당, 지하층은 운동 시설, 탈의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목격자 한 씨는 “화재건물 아래에서 건물 방향으로 올라가던 중 화재를 목격했다”며 “식당 첫 번째와 두 번째 창문 안쪽에서 불꽃이 보였다”고 진술했다. 관계자 송 씨는 “별채에서 자던 중 메케한 냄새를 맡고 깨서 밖으로 나와 보니 △△산장 계산대 뒷부분에서 불꽃이 있었다. 다른 부분에는 불꽃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 [그림 1] 평면도

 

송 씨가 취침하던 곳은 식당 건물 외부에 별도로 축조된 별채다. 송 씨는 북쪽에서 정남향 방향으로 건물을 보며 진술했고 외부 목격자인 한 씨는 정남향 방향에서 화염을 목격한 거다. 한 씨와 송 씨가 불꽃을 목격한 지점이 일치했다.

 

평면도에서 확인해 보면 불꽃이 목격된 지점은 식당 계산대 뒤편으로 확인된다. 공교롭게도 운동 시설을 운영하는 휴게실과 맞닿아 있어 선행된 발화지점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 [사진 1] 화재 현장


진술과 연소 형태를 살펴라!

소방대 도착 시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여 있었고 일부 건물에는 화염 전파가 전혀 없었다. 1층 식당 부분은 전체적으로 소훼되고 건물이 붕괴해 발화지점 확인이 어려웠다. 건물을 이루고 있던 콘크리트 슬래브(Slab)와 내부 인테리어 일부가 붕괴했다.

 

▲ [사진 2] 전체 전경


한 씨가 목격한 지점이다. 건물 1층과 2층이 전체적으로 소훼됐다. 지하층은 화염 전파가 전혀 없었다. 측면 운동 시설 휴게실로 사용하던 일부만 화염 전파가 관찰되고 내부에서 외부로 화염이 분출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 [사진 3] 불꽃 목격지점


화재로 건물이 붕괴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출입문 측면에는 유리가 있었다. 내부가 보이는 구조였으나 붕괴해 실체 파악이 어려웠다. 출입문 좌측에는 별채가 있었다. 송 씨는 별채에서 계산대 부분을 바라보고 화염을 목격했다. 즉 출입문 우측, 붕괴한 부분이다. 한 씨와 송 씨가 본 지점이 일치했으나 건물 붕괴로 일치하는 지점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주변 연소 상태를 비교 확인하라!

먼저 화재가 목격된 지점과 인접한 운동 시설 휴게실을 확인했다. 

 

▲ [사진 4] 휴게실


운동 시설 휴게실 내부 집기류는 그대로 있었다. 다만 천장 부분이 소훼되고 목재에 균열 흔적이 관찰됐다. 휴게실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내부에는 그을린 형태도 작게 식별됐다. 비닐 재질의 소파도 소훼되지 않은 채 잔류했다. 휴게실은 발화지점일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증거가 확인되기까지 제외할 순 없었다.

 

▲ [사진 5] 휴게실 천장


휴게실 천장 마감재 일부가 남아 있었고 실내 공간 방향의 마감재는 그을린 형태만 관찰됐다. 소실 형태에서 화염 전파는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반자 위 천장은 상대적으로 연소한 흔적이 심하게 식별됐다. 천장 목재는 탄화해 균열한 상태이며 상부만 소훼돼 있었다. 이 경우 천장에서 출화한 건지, 외부에서 화염이 유입된 건지 확인이 필요하다. 

 

▲ [사진 6] 휴게실 천장 단락 흔적


단락 흔적이 식별되는 건 전기가 통전 됐단 증거다. 단락으로 화재가 발생했는지, 다른 지점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연소 확대 과정에서 발생한 단락인지 확인해야 한다. 현장에서 확인은 불가능하지만 경계면 형성과 짧은 변색 흔적, 경화현상 등을 종합해서 관찰해야 한다.

 

증거물을 수거해 금속현미경으로 금속 조직을 분석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런 방법도 100% 정확하다고 할 수 없다. 이럴 때 현장 탄화 정도나 전기 통전 입증을 통해 단락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사진 6]처럼 단락 흔적이 관찰된 지점의 목재 탄화 정도가 약하게 식별됐다. 우측이나 천장 부분에 더 많은 탄화도가 관찰되는 건 단락 흔적이 화염 전파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판단했다. 식당 건물과 휴게실 전기가 분리ㆍ설치돼 있어 전기가 각각 통전하는 형태로 확인했다. 배전반과 분전반도 달리 사용하고 있어 화염 전파에 의해 형성된 단락 흔적으로 판단했다.

 

연소 형태와 연관성을 확인하라!

휴게실 내부에 설치된 화목난로 사용 여부나 잔류한 흔적 등을 확인해야 한다. 현장을 조사함에 작은 증거라도 간과하고 넘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때론 작은 증거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찾기도 한다. 

 

▲ [사진 7] 화목난로


화목난로 내부에는 미연소 목재가 있었고 타고 남은 재는 탄화한 지 한참 지난 형태로 잔류했다. 화목난로 출화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화염이 외부에서 휴게실 내부로 유입됐다면 반대편은 어느 정도 탄화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 [사진 8] 휴게실 외벽


휴게실 외벽은 식당 건물 내부다. 식당 건물이 붕괴해 벽면 탄화도가 그대로 식별됐다. 벽면은 하단부터 탄화한 형태가 식별됐다. 이런 형태는 식당 건물 내부에서 발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화재지점 전기시설을 확인하라!

화재 원인으로 찾는 게 아니라 화재 원인에서 제외하는 근거, 즉 소거법에 따라 하나하나 원인에서 배제하는 방법을 택해 조사했다.

 

▲ [사진 9] 출입구

 

[사진 9]는 식당 건물 출입구다. 우측 붕괴한 곳은 계산대가 있던 지점이다. 계산대 측면에 분전반이 있었다고 하는데 분전반은 확인할 수 없었다. 건물이 붕괴해 정확한 발화지점 확인은 어려웠다. 따라서 확인할 수 있는 곳까지 내부를 확인하고 외부에서도 확인 가능한 정보를 우선 점검하기로 했다.

 

먼저 둘러 본 전기시설에는 배전반과 분전반이 다수 설치돼 있었다. 어떤 배전반이 식당 건지, 운동 시설로 연결된 건지 파악해야 했다. 전기 설비 인입을 알기 위해 한국전력공사에서 공급되는 전기회로부터 확인했다. 책임 분기점부터 확인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전봇대 위 변압기에서 연결된 전선부터 확인이 어려워 책임 분기점을 지나 전력량계가 설치된 지점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식당 건물에서 약 300m 떨어진 지점 전봇대에 전력량계가 설치돼 있었고 탄화 흔적도 관찰됐다.

 

▲ [사진 10] 전력량계


계량기 하단이 전기 에너지에 의해 탄화한 형태고 전력량계 좌측 인입 전선 연결 부분에 특이점이 관찰됐다. 전선 굵기는 충분한데 연결된 전선 여러 가닥 중 일부는 연결돼 있고 일부는 잘려 있었다. 이 경우 부하의 불평형이 발생해 발열 또는 전기적 이상에 의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규격 전선은 정격전압에 맞춰 연결함이 타당하나 애당초 설치에 문제가 있었다.

 

▲ [사진 11] 연결부 용융 흔적


연결부 용융 흔적은 전기적 에너지에 의해 형성됐다. 연결 부분 중 제일 약한 부분이 용융된 형태로 관찰됐다. 책임 분기점에서 분기돼 첫 번째인 전력량계 1차 측에 이상이 있었다. 그러나 1차 측이 문제가 있어 화재가 발생한 건 아니다. 

 

▲ [사진 12] 2차 차단기


두 번째로 전력량계와 연결돼 있던 2차 분전반을 확인했다. 분전반 내 차단기는 트립(Trip) 돼 있었다. 차단기에서 연결된 전선에서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거다. 그게 화재인지, 전기적 문제인지 선을 따라 조사해 트립 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연결된 전선을 따라서 부하 측을 확인해야 하는데 건물이 붕괴해 정확한 연결지점을 찾기란 녹록지 않았다.

 

전선이 끊어지지 않고 건물에 연결된 상태로 잔류한 전선 흔적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2차 차단기에 연결된 전선이 두 지점으로 연결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는 주방에 있는 분전반에, 하나는 계산대가 있는 지점 분전반에 연결돼 있었다.

 

붕괴한 계산대 뒤 분전반에 연결된 전선에서 단락 흔적으로 식별되는 전선 용융 흔적이 관찰되는 점이 특이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지점으로 연결된 전선의 부하 측을 확인해야 한다. 연결된 전선이나 분전반에 단락 흔적 또는 용융점은 없는지 살펴 전기적 이상 점이 발생할 부분을 확인해야만 했다.

 

2차 분전반과 연결된 전선을 확인하기 위해 붕괴한 건물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전선이 주방 앞 분전반으로 연결돼 있었고 분전반 내 차단기는 ON 상태였다. 전기적 이상 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 [사진 13] 3차 분전반


주방 앞에 있던 분전반 2차 측에는 전기적 이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2차 분전반과 3차 분전반 사이에서 전기적 이상 점이나 화염에 의한 피복 손상에 의한 전기적 특이점이 있다는 결론이었다. 전기가 문제가 아니라 식당 내부 다른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 내부 진입 가능한 지점까지 진입해 현장을 조사했다.

 

▲ [사진 14] 붕괴한 지붕


식당으로 사용하던 부분의 지붕이 붕괴했다. 이런 경우 화재조사관은 참 난감하다. 현장 조사를 계속 진행해야 하나, 보이는 곳까지 하고 멈춰야 하나… 화재가 발생하면 누구나 화재 원인이 궁금하다. 그게 ‘미상’일지라도…….

 

▲ [사진 15] 붕괴한 출입구


화재로 인해 천장을 이루고 있던 슬래브가 붕괴하고 철근이 드러나는 형태로 잔류했다.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좁은 틈새로 진입했다.

 

▲ [사진 16] 냉방기와 TV


내부로 들어가니 붕괴하지 않은 지점에 냉방기와 노래방 기기 모니터가 있었으나 출화 현상이나 특이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냉방기와 노래방 기기들은 발화 원인에서 제외했다.

 

▲ [사진 17] 수열 흔적


냉장고 측면에 수열로 인한 물결패턴(Morie Pattern)이 식별됐다. 물결패턴은 수열의 방향성과 온도에 따라 층이 달리 나타나기에 화염의 방향성을 추정하는 데 단서로 작용한다. 냉장고는 외부에서 수열받은 형태로 잔류했고 측면에 연탄난로가 있었다. 연통은 온데간데없고 난로만 덩그러니 있었다. 일부는 적 산화 현상 방향성을 나타내고 있었으나 수열을 준 방향이 붕괴해 정확한 확인은 어려웠다. 

 

▲ [사진 18] 연탄난로


연탄난로 내부를 확인한 바 22구 공탄 9장을 사용하는 난로인데 3구 중 2구만 사용하던 거로 확인됐다. 연탄난로 주변에 가연물 방치나 탄화형태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자체 출화 보다 주변에서 수열 받은 형태로 판단했다.

 

▲ [사진 19] 또 다른 난로

 

송 씨가 측면에 또 다른 난로가 있었다고 진술해 확인하려 했으나 천장이 붕괴해 진입이 불가했다. 널브러진 연탄재 두 개가 관찰됐으나 출화 여부는 단정할 수 없었다.

 

건물이 붕괴해 내부로 진입 불가한 상태여서 조사가 어려웠다. 진입 가능한 부분을 확인하고 연소 형태나 방향성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 [사진 20] 주방

 

주방은 천장 목재만 탄화한 형태로 관찰됐다. 하단으로 내려올수록 연소 상태나 수열 형태가 작게 관찰돼 발화지점에서 제외했다. 주방은 영업 중 늘 화기를 취급하는 시설로 화원이 있다. 화원이 있어도 주변으로 연소 확대한 연속성이 관찰돼야 하는데 볼 수 없었다. 주방 외 부분에서 연소해 화염 전파로 천장이 소훼하면서 하단으로 불꽃이 소락한 형태로 판단했다.

 

처음부터 다시 신고 내용과 목격자 진술을 확인해 봤다. 외부인 출입이 없고 식당은 영업이 끝나 발화요인을 찾아야 했는데 잡힐 듯하면서 뭔가 풀리지 않는 게 있었다. 건물이 붕괴해 정확한 화재 원인의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한 씨와 송 씨가 진술한 발화지점이 일치하는 것으로 볼 때 발화지점은 계산대 주변으로 압축할 수 있었다. 계산대 부근에서 화재 원인을 찾는다면 전기적 요인이 가장 유력해 보였다.

 

그렇다고 전기적 요인으로 단정할 수 없었다. 붕괴한 지붕 아래 뭐가 어떻게 있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기에 불꽃을 목격한 목격자들의 진술만으로 단정할 수 없었다. 목격 위치가 일치해 그 지점의 구조물을 살짝 걷어내고 확인한 결과 1차 전력량에서 2차 분전반으로 연결한 전선에서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사진 21] 전선 연결 확인


[사진 21] 적색 사각 부분의 전선을 확인하니 전봇대에 설치한 전력량계에서 분기해 연결돼 있었고 건물 붕괴로 전선이 드러나 있었다. 드러난 전선은 건물 내 설치된 분전반으로 연결된 형태였다.

 

▲ [사진 22] 메인 전선


메인 전선에서 용융 흔적이 관찰되고 목격자들이 진술한 지점과도 일치했다. 전선이 발견된 지점은 공교롭게도 휴게실과 계산대 벽 위에서 발견돼 어느 쪽에서 발화가 시작됐는지 단정할 수 없었다.

 

발화지점과 연소 확대 경로를 추론해 보자!

신고자는 식당 관계자 송 씨로 별채에서 자다가 메케한 냄새가 방안에 가득해 밖으로 나와 보니 계산대 뒤에서 불꽃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목격자 한 씨는 112로 화재 신고를 했다고 했다. ○○경찰서 상황실로 신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니 오전 2시 10분께 신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한 씨가 첫 번째와 두 번째 창문에서 불꽃이 보였다고 진술한 점 등으로 볼 때 휴게실이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나 진술만으로는 특정할 수 없다. 화재 전일 오후 11시께 귀가해 연탄불을 갈고 연탄재를 난로 주변에 그대로 놓고 취침했다는 송 씨의 진술이 있어 식당 좌측 부분이 발화지점일 가능성도 있다.

 

이 현장에선 전기적 요인과 부주의 가능성이 가장 크게 의심됐다. 그러나 가능성만으로 원인을 규명하기란 쉽지 않았다. 전기적 요인은 다수의 전선에서 단락 흔적으로 관찰되는 용융 흔적이 발견됐고 차단기는 트립 된 형태로 관찰되는 것으로 볼 때 전기적 가능성은 있다. 또 휴게실과 식당 계산대, 식당 좌측에 있었다고 하는 연탄난로 주변을 발화지점에서 제외하지 못했다.

 

휴게실 천장 단락흔이 있는 부분도 배제할 수 없었다. 휴게실 화목난로 연통이 설치된 부분과 전선이 지나는 부분에 석고보드가 있었다. 전선이 지나가는 천장 가까이 설치해, 연통으로 배출되는 열이 전도 또는 복사되면서 전선 피복이 열화되는 현상이 발생했을 것으로 짐작됐다. 따라서 부주의 개연성도 제외하지 못했다.

 

식당 천장이 붕괴한 부분 연탄난로의 연탄을 갈고 재를 처리하지 않은 채 연탄난로 주변에 보관했다는 송 씨의 진술로 짐작하건대 인근에서 미상의 가연물이 연소했다면 그 또한 부주의 개연성이 있었다. 

 

발화지점은 어디일까?

식당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관계자 진술과 최초목격자의 진술을 참고하고 잔류한 증거물을 조사한 후 발화지점을 추론했다.

 

부주의 개연성과 전기적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을 살펴보면 첫째, 송 씨의 부주의 가능성은 진술에 의한 내용뿐이다. 송 씨가 직접 진술한 내용이고 일관성이 있다. 그러나 건물 붕괴로 인해 연탄재 주변에서 발열됐는지, 주변으로 연소 확대됐는지는 단정 지을 수 없다. 잔류한 연탄과 연탄재를 보관하는 건 정상적으로 관리한 것으로 판단되나 난로가 발굴되지 않아 부주의 여부를 논단할 수 없다.

 

둘째, 한 씨의 진술은 도로에서 식당 뒤쪽 주차장으로 이동 중 불꽃을 목격했고 불꽃 위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창문이었다고 했다. 멀리서 봤다고 가정하면 그 내용만으로 발화지점을 단정할 수 없다. 식당 첫 번째, 두 번째 창문이라면 송 씨가 불꽃을 봤다고 진술한 계산대 앞으로 연탄난로 주변에서 발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송 씨가 화재를 인지하고 신고한 시간은 오전 2시 7분이며 한 씨가 112에 신고한 시간은 오전 2시 10분으로 3분 정도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건물 내 연소가 이뤄진 상태에서 목격했을 가능성이 크다. 발화지점을 특정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 씨가 목격한 건 연소 확대가 진행된 후 나타난 현상으로 생각했다.

 

셋째, 현장에 단락 흔적이 잔류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식당 주방 앞 분전반 차단기가 트립 된 부분 없이 ON 상태로 잔류한 건 전기적 이상 점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식당에서 사용하는 부분만 놓고 볼 때 내부 전기 배선의 우측은 발화지점에서 제외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다만 식당 좌측 부분에 있었다고 하는 연탄난로와 평면도에 분전반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두 지점의 이상을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장에 잔류하고 발굴된 전선 용융 흔적과 트립 된 차단기 등을 살피면 전기적 이상에 의해 발열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발생 45일 이후…

화재 발생 45일이 지난 시점에 현장을 재확인했다. 현장을 확인한 건 건물의 철거가 이뤄지기 때문에 잔류한 증거와 발화지점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사진 23] 철거

▲ [사진 24] 계산대 발굴

 

굴삭기를 이용해 철거하는 중이었다. 양해를 구하고 조심스럽게 현장을 확인했다. 발화지점으로 추정된 계산대 부분을 먼저 확인하기로 했다. 계산대가 있던 부분에 붕괴한 건물 잔해들을 제거하고 확인했다. 바닥은 타일이었고 벽면은 석고보드였다. 석고보드에는 하소(Calcine) 현상이 있었다. 벽면부터 하단 바닥까지 탄화한 형태가 관찰됐다. 발화지점은 한 씨와 송 씨가 목격한 지점과 일치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탄난로를 확인하려고 했다. 난로의 연통은 확인됐으나 난로 본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철거할 때까지 현장에서 지켜봤으나 붕괴 상태가 심해 잔해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세세하게 확인하긴 어려웠다. 콘크리트가 수열로 균열해 점성이 떨어진 상태였다. 따라서 굴삭기를 이용해 현장을 세밀하게 발굴하고 확인하긴 어려웠던 사건으로 기억에 오래 남는다.

 

경기 부천소방서_ 이종인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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