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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칼럼] 소방관 체력검정과 제자리 멀리 뛰기의 상관관계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2>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기사입력 2021/01/07 [11:08]

[이건 칼럼] 소방관 체력검정과 제자리 멀리 뛰기의 상관관계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2>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입력 : 2021/01/07 [11:08]

▲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관이 되기 위해 체대 입시나 국가대표 선발전 수준의 체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다양한 재난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에 적합한 체력을 갖추는 것은 필수다. 

 

이것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체력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소방관 체력검정은 모두 6개 종목으로 악력, 배근력, 앉아 윗몸 앞으로 굽히기, 제자리 멀리 뛰기, 윗몸 일으키기, 왕복 오래달리기로 구성되며 현재 소방공무원 채용시험과 현직 소방관들의 체력검정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평가기준 자체가 단순히 기초체력측정 항목으로만 구성돼 있다는 지적과 함께 직무와 연관성이 있느냐는 실효성 문제, 그리고 남녀소방관의 체력기준을 통일해야 한다는 등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체력검정 결과는 소방공무원 채용시험의 당락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현직 소방관들의 경우 인사고과에도 반영되기에 무리해서 체력검정을 하다가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소방청에서는 지난해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과 함께 ‘소방공무원 체력시험. 체력검정 개선연구’를 진행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지금의 기준을 살펴보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ㆍ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연구보고서를 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체력검정에서 부상이 발생한 숫자는 2014년 394건, 2015년 438건, 2016년 560건, 2017년 660건으로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전체 소방관 부상의 2.4%정도로 집계됐다.  

 

이웃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에서 소방관을 채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것은 1996년이다. 

 

CPAT(Candidate Physical Ability Test, 이하 CPAT)라고 불리는 이 가이드라인은 미국소방대원협회(IAFF)와 미국소방서장협회(IAFC), 그리고 미국을 대표하는 10개의 소방서 관계자, 노조, 의사, 변호사 등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해 법적인 문제와 인종이나 성 차별적인 요소는 없는지 여부, 직무 연관성과 실효성 문제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마련했으며 2007년 한 차례 더 개정을 거쳤다.

 

3만 개나 되는 미국 소방서는 각 주별로 다르긴 하나 현직 소방대원의 체력테스트 역시 CPAT를 활용하거나 일부 변형해서 진행한다. 미국방화협회(NFPA) 기준 1500 (소방서 산업 안전, 보건 및 복지프로그램)에서도 CPAT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CPAT의 목적은 응시자가 직무에 맞는 체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검증 절차에 불과하다. 시험은 합격/불합격 테스트로서 모두 8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계단 오르기, 호스 끌기, 장비 운반, 사다리 올리고 연장하기, 강제 진입, 수색, 구조, 천장 파괴ㆍ당기기로 구성돼 있으며 모든 과제를 10분 20초 이내에 완수해야 한다.  

 

▲ 미국 아칸소 주 신규 소방관 체력테스트 시험  © 출처: fayetteville-ar.gov


각각의 종목은 유연성, 심폐지구력, 근력, 근 지구력 등 소방대원 직무에 필요한 내용을 반영해 설계됐으며 무엇보다도 참여자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각 단계를 완수할만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게 관건이다.  

 

소방관 채용시험 응시자의 경우 CPAT에서 탈락하면 소방관이 될 수 없다. 만약 현직 소방대원이 평가에서 탈락할 경우에는 그 결과가 징벌적이거나 차별적인 요소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마련해 뒀다. 소방서 자체에서 마련한 체력관리프로그램 혹은 동료 피트니스 트레이너 (Peer Fitness Trainer)의 도움을 받아 체력을 향상시킨 뒤에 다시 응시하면 된다. 

 

체력검정은 현장대원만이 대상이며 소위 내근이라고 불리는 사무직 직원들 (예를 들면 소방검사요원, 상황실 근무자 등)은 제외된다.

 

한편 구급대원을 위한 체력테스트 기준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구급대원의 업무내역이 화재진압대원이나 구조대원과는 달라서 별도의 기준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급대원의 체력테스트는 심폐소생술 시연, 인형더미 끌기, 장비 계단 운반 등 총 다섯 가지 종목으로 진행하며 31분 30초 안에 주어진 과제를 완수하면 합격이다.

 

앞에서 언급된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자료에는 체력검정 개선안이 제시돼 있다. 버피테스트, 호스 끌기, 호스당기기, 장비 옮기기, 메디신볼 벽 던지기, 누워서 당기기, 중량썰매밀기, 엎드려 기기, 요구조자 옷깃 끌기, 왕복 오래달리기를 포함해 모두 10가지로 구성돼 있다. 혹시 소방청에서 이 제안을 검토 중이라면 마땅히 시행하기 전에 남ㆍ녀 소방관과 나이대별로 다른 참여자를 모집해 시연을 해 보고 그 실효성에 대해 검증해 봐야 할 것이다.  

 

미국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소방관의 체력검정은 직무연관성과 소방관의 안전, 차별적 요소 배제와 복지를 고려한 세심한 설계가 요구된다. 하지만 미국의 사례가 항상 우리의 상황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 실정에 맞는 체력검정 프로그램은 필요하다.

 

다만 강한 체력이라는 애매한 표현, 체대 입시에나 맞을 만한 평가기준, 인사고과 반영, 또 다른 체력인증제 도입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고민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소방관 체력검정의 근본 목적은 평상시 꾸준한 운동과 관리를 통해 소방관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직무수행 능력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런 점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소방관 체력검정은 계속해서 제자리 뛰기만을 할 우려가 있다.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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