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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칼럼] 소방활동과 암의 인과관계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3>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기사입력 2021/01/15 [00:30]

[이건 칼럼] 소방활동과 암의 인과관계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3>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입력 : 2021/01/15 [00:30]

▲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생필품에서부터 IT, 그리고 항공 우주산업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 전반에서 위험물질(유해화학물질 포함)의 사용량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소방관은 암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재난과 맞닥뜨리게 된다.


미국소방대원협회 (IAFF)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순직소방관의 61퍼센트가 암으로 인한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소방관의 암 진단율 역시 일반인 평균치보다 9%, 그리고 사망율의 경우 14% 정도 높다고 지적한다.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예방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해마다 1월을 ‘소방대원 암 예방 및 인식 개선을 위한 달(Firefighter Cancer Awareness Month)’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소방관 암 예방 캠페인은 2005년 발족된 비영리단체인 ‘미국소방대원 암 지원 네트워크 (Firefighter Cancer Support Network)’를 주축으로 미국소방대원협회 (IAFF), 미국소방서장협회(IAFC), 미국의용소방대협의회(NVFC), 미국순직소방대원재단(NFFF)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44개 주에서 진행 중이다.

 

  © 미국소방대원 암 지원 네트워크

 

이 캠페인을 통해 암 예방 교육과 홍보, 그리고 현재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소방대원과 그 가족에 대한 상담과 지원도 하고 있다.  

 

미국이 소방대원의 현장활동과 암의 연관성에 대해 유의미한 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2013년도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기관인 미국국립산업안전보건기구(NIOSH)에서 만든 이 보고서는 1950년부터 2009년까지 시카고와 필라델피아, 샌스란시스코에서 근무했던 2만9993명의 소방대원을 대상으로 암의 원인과 그로 인한 사망율을 분석했다.

 

이 연구는 다수의 소방관을 대상으로 오랜 기간 추적조사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보고서는 화재현장이나 화학사고에서 배출되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과 같은 발암성 물질이 소방관의 암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호흡기, 소화기 그리고 비뇨기관에 암 발생율이 높다는 것에 주목했다. 중피종 (Mesothelioma, 중피 세포에 생기는 종양)의 경우에는 일반인에 비해 발생 수치가 두 배에 달한다고도 나와 있다.


이런 다양한 연구와 노력의 결과로 1982년부터 소방대원의 현장활동과 암의 연관성에 대해 인정하는 소위 ‘암 추정법 (Cancer Presumptive Law)’이 마련됐으며 현재는 48개 주에서 공상으로 인정받고 있다. 참고로 암의 인정 범위에 대해서는 주별로 차이가 있다.
 
한편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방대원 암 등록법 (Firefighter Cancer Registry Act)’에 서명하게 된다.

 

이 법안을 근거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연간 3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미 전역에서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소방대원들의 명단을 만들어 관리하고 암을 예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배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소방대원의 암 질환을 관리하고 암 예방 교육과 정책 마련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약 24만6000여 종의 위험물질이 유통되고 있다. 국내만 해도 4만여 종이 넘는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화학산업 규모가 세계 10위권 이내인 것을 감안해본다면 앞으로도 그 사용량을 짐작할 수 있다.


위험물질은 생산, 운송, 사용, 보관, 폐기에 이르는 전 공정에서 철저한 안전관리와 예방이 필요하다. 일단 위험물질이 누출되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 몸속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유입경로는 직접 만지거나(Contact), 피부로 스며들거나(Absorption),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거나(Inhalation) 또는 부유물이 우리 입속으로 들어오거나 혹은 마시는(Ingestion) 과정을 통하게 된다.


이런 위험물질이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강력하다. 위험물질의 농도, 노출기간, 성상(性狀)은 소방대원 개인의 특성(나이, 성별, 건강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피부, 중추신경계, 혈액, 비뇨기 등을 공격하게 된다. 


따라서 화재나 위험물질 누출사고의 경우 소방관들은 ‘유해물질 비상대응 핸드북(Emergency Response Guidebook)’등을 이용해 위험물질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한 뒤 위험물질 수준에 맞는 적합한 개인보호장비와 현장활동 지침을 통해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최근 혈관육종암, 피부암,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 비호지킨림프종 등 희귀질병들이 대한민국 소방관들에게 발병하고 있지만 이런 질병과 소방활동의 연관성을 분석한 자료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소방이 국가직으로 전환되면서 이제 소방은 국가직 2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보다 전문화되고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소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소방대원의 보건과 안전, 그리고 복지가 선행돼야 한다. 소방관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소방이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된 미국의 소방관 암 예방 캠페인은 단순히 보여주기식 행사에서 머물지 않고 현장활동의 위험성과 예방 대책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 보자는데 근본 취지가 있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장과 정책적인 차원으로 나눠 접근해 볼 수 있다.


우선 일선 소방서와 센터에서는 화학복을 비롯해 관련 개인보호장비의 성능과 유효기간을 점검해서 살펴봐야 한다. 또 안전한 현장활동 지침은 물론 양질의 데이터 확보를 위해 현장활동 내역을 보건안전 관리시스템에 세심하게 기록할 필요가 있다.


정책적인 면에서는 소방청을 중심으로 직무와 암 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사후관리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하고 정기적인 소방수요 조사와 작업환경 측정을 통해 모든 소방관이 건강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소방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난해 ‘공상추정법’이 발의된 것은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부디 이 법안이 사장되지 않고 다양한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올바른 법령으로 제정되길 바란다.


평생 소방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현장활동을 통해 사명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주어진 소임을 마쳤을 때 건강한 모습으로 은퇴할 수 있도록 모두의 실천과 지혜를 모을 때다.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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