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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검정 창문용 자동폐쇄장치 화재시 ‘무용지물’

- 국가 성능인증 기준에 미달 “성능 문제 심각”
- 무늬만 갖춘 창문용 자동폐쇄장치 설치상태, 이대로 좋은가?

최영 기자 | 입력 : 2012/04/09 [09:36]
▲ 현재 입주가 완료된 공동주택에 설치돼 있는 무검정 자동폐쇄장치     © 최영 기자
우리나라 아파트 제연설비에 설치된 일부 창문용 자동폐쇄장치가 관련법에서 규정하는 성능인증을 받지 않은 무검정품인 것도 모자라 화재시 작동이 불가능한 ‘무용지물’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부터 2월 말까지 총 3개월 동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명수 의원실이 실시한 ‘전국 아파트 제연설비 성능 및 유지관리 실태 조사’의 동행취재 결과 이 같은 무검정 제품의 문제점이 여실히 노출됐다.

국회차원에서 실시된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 45개 아파트 중 9개 현장에서 창문용 자동폐쇄장치를 적용하고 있었지만 이 모든 제품이 국가 검정을 받지 않은 무검정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창문용 자동폐쇄장치가 설치된 해당 아파트들은 국가 검정제품의 생산 이전에 지어진 곳이 대부분이어서 법적 위반여부를 판가름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무검정 자동폐쇄장치의 기능적 문제가 심각해 화재시 제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무용지물’ 상태로 전락하고 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제연설비의 구성 시스템 중 하나인 자동폐쇄장치는 화재신호가 발생되면 전체적으로 동작해 신속하게 출입문 또는 창문을 폐쇄시켜 주어야 한다. 현재 가압방식의 제연설비가 설치된 건축물은 화재시 제연구역의 방화문 또는 창문이 닫히지 않을 경우 압력이 누설돼 제연설비에 큰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결과 일부 건축물에 설치된 무검정 창문 자동폐쇄장치는 국가 검정기준에서 요구하는 ‘폐쇄시간 10초’를 초과하거나 동작조차 하지 않았고 정전시 예비전원 상태에선 작동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였다.

또 평상시에 자동폐쇄장치의 예비전원의 이상 유무를 체크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등 정상작동을 기대하기란 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국에는 이러한 무검정 자동폐쇄장치를 설치한 공동주택이 이 외에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연설비 실태조사에 참여한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관계자는 “현재 일부 건축물에 설치된 무검정 창문용 자동폐쇄장치는 소방관련법령에서 규정하는 제연을 목적으로 설치하기엔 현실적으로 부족한 성능을 갖고 있었다”며 “화재시 시스템적 대처방안이 부족한 상태에서 급조로 설치된 제품이기에 화재시 정상작동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무검정 창문용 자동폐쇄장치, 현장실험 해보니…

무검정 제품, 예비전원 구조도 ‘엉망’ = 정상적으로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을 통해 검정을 받은 동폐쇄장치는 정전 등 상용전원이 차단될 경우 예비전원으로 자동 전환이 이뤄지게 된다.

▲ 무검정 창문용 자동폐쇄장치의 전원반의 모습     © 최영 기자
하지만 일부 건축물에 설치된 무검정 폐쇄장치는 자체 제어반의 구조가 예비전원 연결스위치를 수동으로 작동시켜야만 동작되는 구조여서 화재시 정전이 동반하면 사람이 직접 수동으로 작동시키지 않는 이상 작동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 무검정품의 자체 제어반은 전원 중계반과 같은 예비전원 테스트 기능도 없어 건축물에 설치된 폐쇄장치의 예비전원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창문용 자동폐쇄장치의 통상적인 구동방식은 모터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어서 적지 않은 전력이 소모되지만 무검정품은 자체 제어반에서 한 개의 선으로 많게는 수 십 개에 이르는 전원을 일괄 공급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예비전원 자체가 부족한 것이 태반이고 전선의 용량 산정도 주먹구구식이라 정상적 작동을 기대하기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지관리 불가능한 ‘엉터리’ 구조 = 제연구역 창문에 설치된 무검정 자동폐쇄장치는 유지관리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제품의 이상유무 점검기능도 전무했다.

성능 인증품의 경우 설치된 각 자동폐쇄장치로부터 신호를 받아 화재 신호선이나 전원공급선의 고장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무검정품은 수신기에서 직접 신호를 받거나 자체 제어반에서 공급하도록 설계돼 고장여부를 확인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수신기에서 신호선을 직접 공급할 경우 자체 제어반의 단선이나 고장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어렵고 자체 제어반에서 공급될 경우에도 전원선의 이상여부를 확인하지 못해 단선시에는 전 제품이 마비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폐쇄시 안전시스템 없어 인명사고 우려 = 일부 아파트에 설치된 무검정 자동폐쇄장치의 문제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무검정품은 국가 성능인증을 받아 유통되는 제품들과는 다르게 폐쇄장치가 닫히는 시점에서 이물질이 끼이면 폐쇄 동작을 차단해 주는 안전시스템이 없다. 무검정 자동폐쇄장치의 대부분이 화재시 연기나 열을 감지해 자동으로 열리도록 개발된 ‘배연창’을 반대 개념으로 개조해 창문을 닫도록 한 것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반면 성능인증 제품은 인명피해 방지를 위해 이물질 걸림 등이 감지될 경우 열림상태로 복구되었다가 재폐쇄되는 안전시스템을 업체별로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무검정품이 설치된 아파트에서 창문을 사용하는 어린이나 노약자 등 입주자의 손이 끼일 경우엔 치명적인 피해가 나타날 수 있어 안전사고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늬만 갖춘 ‘창문용 자동폐쇄장치’ 이대로 좋은가?
 
제연설비의 목적은 화재시 발생하는 연기를 제어해 피난상의 안전을 확보하고 연기에 따른 추가적인 손실을 방지하는데 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건축물의 구조를 비롯해 방화문, 제연휀, 댐퍼, 자동화재탐지설비, 자동폐쇄장치 등 다양한 공정에서의 세밀한 기술적 융합이 필요하다.

이 중 단 하나의 시스템에서 발생된 오류는 전체적인 제연설비의 무용론을 불러올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화재시 인명의 안전한 피난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제연설비 중 밀폐조건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부 시스템의 실효성도 이러한 무용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문제점이 노출된 공동주택들의 경우 ‘창문용 자동폐쇄장치’가 국가 검정을 받아 유통되기 이전에 설치된 곳이 많아 위법성을 따지는 것은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제연설비가 구축된 건축물을 사용하고 그 곳에서 생활하는 ‘국민들’의 안전이 설비의 상태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떠한 대책이 필요한지는 짚어봐야 한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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