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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칼럼] 행복한 소방관이 되기 위한 매뉴얼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10>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기사입력 2021/03/02 [14:09]

[이건 칼럼] 행복한 소방관이 되기 위한 매뉴얼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10>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입력 : 2021/03/02 [14:09]

▲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아주 오래전 인력과 장비, 그리고 예산이 열악했던 시절에는 희생과 봉사라는 말이 소방의 정신을 대변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대한민국 소방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면서 소방청이 만들어지고 소방관의 신분도 국가직으로 전환되는 등 그 위상과 역할이 크게 달라졌다.

 

내년이 되면 7만 소방공무원 시대에 접어들게 되며 ‘한류 소방’의 활약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뉴 밀레니엄 시대에 접어들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를 고민하는 우리 사회에 인문학 열풍이 불었고 소방관들에게도 지나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지금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지를 진단해보는 소위 ‘소방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인문학적 성찰과 자유로운 비판을 통해서 소방관으로서의 나는 얼마나 행복한지를 스스로 평가해 보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소방관의 삶일까? 물론 저마다의 가치와 기준을 갖고 나름의 행복지수를 따져보겠지만 분명한 건 계급이나 연금이 절대적인 평가 기준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개척하라”

행복한 소방관이 되기 위한 첫 번째 매뉴얼은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개척하는 것이다.

 

미국소방에서는 “모든 소방관은 평생 자신이 한 일의 양과 질로써만 평가받는다”라는 말이 있다. 계급은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계급으로 모든 걸 평가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이는 대단히 합리적이고 공평한 말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출세가 계급에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출세는 아주 오랫동안 준비한 사람이 세상 밖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의 길로 접어들었을 때 우리는 그를 진정으로 출세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소방관은 어느 정도 출세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보다 크고 넓게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주지하다시피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관련 분야의 학력과 경력, 그리고 자격증을 매칭시키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방관으로서 끊임없이 전문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씨앗을 뿌릴 수 있다면 언젠가는 아름다운 결실을 맺어 우리 후배들이 보다 더 행복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소방관이 되자”

행복한 소방관이 되기 위한 두 번째 조건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한 해에 약 200여 명의 소방관이 자살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바로 가족관계 단절이다.

 

많은 소방관이 누군가를 구조하기 위해 강하게 몸을 단련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바로 자신의 마음 건강을 살피는 일이다.

 

직무 스트레스나 과도한 민원을 감당하지 못해 사랑하는 가족에게 오히려 상처를 주거나 동료 소방관의 순직을 접하고는 자신 또한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출동 중 만난 주취자의 폭언과 폭행에 심한 우울증이나 분노조절장애를 경험하는 소방관들도 적지 않다.

 

결국 몸과 마음이 건강한 소방관이 된다는 건 나와 내 가족을 포함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며 이게 바로 내 행복지수를 높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노라고 서약하고 소방관이 됐지만 결국 자기 자신과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면 그것은 심각하게 우선순위가 뒤바뀐 상황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변함없는 소방의 가치를 지켜라”

마지막으로는 변함없는 소방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다.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던 다양한 문제들이 공론화되고 더 나은 직무환경이 만들어지기까지 수고한 사람들이 바로 선배 소방인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역할에 대한 평가가 결코 경시돼서는 안 된다. 그들의 노고로 인해 지금의 소방이 만들어졌다면 이제는 우리가 희생과 봉사를 대체할 새로운 소방의 정신에 부합하는 단어를 찾아야 한다.

 

성실과 명예, 충성, 동료에 대한 존경, 타인에 대한 연민, 자부심, 직업윤리, 전문가 정신 등 지금 우리가 만들어 가는 소방의 가치가 곧 미래 소방의 번영을 좌우한다.

 

무관심이나 불공정, 성폭력, 편법, 차별, 무시, 자살, 방관 등의 장애물은 사라져야 하고 바르게 보고 바르게 행동하는 게 소방의 가치를 굳건하게 만들 수 있다.

 

지금 책상 위에 하얀색 종이 한 장을 펼쳐보자. 그리고 나의 행복지수는 과연 몇 점인지 적어보자.

 

혹시라도 지금 내 점수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한 나의 노력은 어떤지, 소방관으로서의 목표 설정, 그리고 더 크게는 소방인으로서의 삶 전반을 성찰해 보고 반성을 통해 행복한 소방관이 되도록 노력해보자.

 

결국 나의 행복이 내 가정과 직장, 그리고 지역사회와 우리 대한민국을 지키는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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