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집중취재] 소방관 생명줄 ‘공기호흡기’가 막혔다?

“공기가 안 나온다고?” 이상 현상 대체 뭐길래
원인 규명해보니… “양압조절기 유입 수분 얼어”
구조 보완해 2만여 개 ‘리콜’ 어떤 대책 내놨나
가혹한 소방학교 훈련서 발생 “현장 문제는 아냐”
소방청 주의사항 전파… 리콜 3월까지 완료키로

광고
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1/03/10 [21:03]

[집중취재] 소방관 생명줄 ‘공기호흡기’가 막혔다?

“공기가 안 나온다고?” 이상 현상 대체 뭐길래
원인 규명해보니… “양압조절기 유입 수분 얼어”
구조 보완해 2만여 개 ‘리콜’ 어떤 대책 내놨나
가혹한 소방학교 훈련서 발생 “현장 문제는 아냐”
소방청 주의사항 전파… 리콜 3월까지 완료키로

최영 기자 | 입력 : 2021/03/10 [21:03]

▲ 공기호흡기를 착용한 소방공무원이 현장 진압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서울 강북소방서 신경호


[FPN 최영 기자] = 유독가스로 가득 찬 화재 현장에서 맑은 공기를 소방관들에게 공급해 주는 공기호흡기. 불을 끄고 인명을 구조하는 소방관들에게 없어선 안 될 중요한 개인안전장비다. 그들에겐 생명줄로 불린다.


자칫 작은 이상이라도 발생하면 사람을 구해야 할 소방관이 위험에 처할 수 있기에 이 장비는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이 공기호흡기가 갑자기 막혀 장비를 착용한 소방학교 교육생이 호흡할 수 없었다는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서울소방학교에서 처음 발견된 뒤 경기소방학교에서 유사 문제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2만여 대가 넘는 공기호흡기 면체의 리콜(보완)이 진행되고 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 문제로 소방관들 사이에선 “이상 현상을 보이는 공기호흡기가 자신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게 아니냐”며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된 사례는 없다는 게 소방청 설명이다.


서울소방과 경기소방, 소방청,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제조사 등은 문제 발생 이후 조사를 거쳐 전국에 보급된 동일 모델을 전량 리콜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의 상세한 정보 없이 일부 언론의 보도만으로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방관들의 불안감과 궁금증은 더 커지고 있다.


소방관의 생명줄인 공기호흡기의 호흡 불능 사태는 어떻게 일어난 걸까. 또 문제는 뭐였을까. <FPN/소방방재신문>이 최근 발생한 공기호흡기의 이상 현상과 지난 3개월간 진행된 사태의 수습 과정을 집중 취재했다.

 

“공기가 안 나와…” 이상 현상 뭐였나 

 

▲ 서울소방과 경기소방이 소방청에 보고한 문제 발생 상황 보고서  © FPN


공기호흡기 면체의 이상 현상은 지난해 12월 11일 처음 확인됐다. 서울소방이 작성한 ‘공기호흡기 면체 기능 이상 현상 발생 보고’ 문건에 따르면 당시 서울소방학교는 신임 소방공무원에 대한 공기호흡기 교육을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일부 면체 양압기의 기능 이상이 발견됐다. 공기호흡기는 공기를 압축해 담은 고압용기와 면체가 호스로 연결되는데 사용 시 얼굴에 쓴 면체 내부로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 준다.


정상적이었다면 용기밸브 개방 직후 용기 내 담긴 공기는 면체로 흘러나와야 했지만 이상하게도 공급되지 않았다. 갑자기 과다하게 공급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소방청에 따르면 당시 75명의 소방학교 교육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날 훈련에선 12개 제품에서 이런 기능 이상 문제가 발생했다. 동일한 현상은 13일 뒤 경기도소방학교에서도 확인됐다. 12월 24일 신규직원 215명이 면체를 착용하고 교육 훈련을 하다 1개 면체에서 유사한 문제가 생겼던 것.


소방은 공기호흡기 면체 아래로 연결되는 양압조절기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020년 구매한 동일 모델(SCA550X) 면체(서울 2893, 경기 3957개)의 전면 사용중지 조치를 내렸다.

 

원인 규명해보니… “양압조절기 유입 수분 얼어”  

 

▲ 공기호흡기 면체와 부착되는 양압조절기 내부로 유입된 수분이 얼어 붙어 있다.  © FPN

 

최초 기능 이상 문제를 발견한 서울소방은 12월 14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이 조사에는 서울소방과 서울소방학교, 해당 제품 제조사, 공기호흡기의 검ㆍ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다.


정확한 원인과 문제 규명을 위한 재현성 시험 등을 거친 결과 ‘수분이 장시간 공급밸브로 유입돼 수분 동결로 막힘 등의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건조 시료와 미건조 시료 등 각각 비교시험을 실시한 결과 수분을 건조하지 않은 제품에서 비정상 작동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구형 면체는 측면 수분 방지턱이 일체형으로 구성돼 공급밸브로의 수분 유입을 방지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동결 문제가 나타난 신형 면체는 측면에 수분 방지턱이 없어 과다한 수분이 있을 경우 공급밸브로 유입될 수 있는 형태다.


일체형 구형 면체와 달리 카트리지 형태로 제작된 신형 면체 흡기밸브 장착부가 극한 조건에서 수분이 유입되면서 동결 문제로 이어졌고 공기 공급에 이상을 불러왔다는 게 관계기관들의 조사 결과다. 

 

▲ 수분 방지턱이 있는 구형 제품과 현행 제품의 구조 비교  © 소방청 보고서

 

구조 보완해 2만여 개 리콜, 3월 내 완료

 

 소방청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과 경기소방학교에서 발생한 면체 이상 현상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기관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소방청과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제조사 등이 참석한 이 회의에선 원인 규명 조사 결과에 따라 제조사의 공기호흡기 면체 구조개선 방안과 리콜 계획 등을 논의했다.

 

▲ 소방청의 면체 동결현상 리콜 조치 세부 계획과 일정  © FPN

이날 확정한 대책은 수분 유입 방지턱을 구성한 카트리지 보완품으로 교체하는 방안이다.


제조사 측은 수분 유입 방지를 위한 보완 카트리지 적용품의 세 차례 실험 결과 공급밸브로의 수분 유입이 없다는 시험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2월 10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으로부터 면체 카트리지 개선 제품에 대한 형식승인을 획득한 제조사는 현재 제품에 대한 보완 조처를 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2월 26일 2895개의 서울소방 납품 면체를 모두 교체했고 경기도에 공급한 3962개, 경북 3273개 면체의 리콜을 완료했다. 남은 1만2천여 개에 대해서도 리콜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모델의 공기호흡기 면체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17개 시ㆍ도 소방과 중앙119구조본부 등에 2만193개가 보급됐다. 전국 소방관서 공기호흡기 중 20%에 달하는 양이다. 소방청은 이달 말까지 문제가 된 모든 공기호흡기 면체의 리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수분 방지 구조, 어떻게 보완하나

 

해당 제조사가 소방청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제품의 구조 보완 방식은 면체 내 카트리지 형상을 변경ㆍ적용하는 방안이다. 수분 유입 가능성이 확인된 면체의 ‘카트리지형 흡기밸브 장착링’을 ‘원통형 수분 유입 방지링’으로 교체한다.


이 ‘수분 유입 방지링’은 면체 경사면을 따라 흘러내리는 수분의 유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측면 방지턱을 보강했다. 과다한 수분이 생성돼 면체 아래 고이더라도 공급밸브 쪽으로는 유입되지 않도록 측면에 약 6.5㎜의 방지턱을 추가했다. 이전 카트리지의 흡기밸브도 일정량의 수분을 차단할 순 있지만 수분이 과도할 땐 이번 사태처럼 공급밸브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게 제조사 판단이다.

 

▲ 리콜 대책에 따라 개선하는 공기호흡기 면체 내부의 카트리지 형상  © 소방청 조사보고서


제조사에 따르면 기존 제품은 면체 내부에서 발생한 수분의 최대 적재량이 10㏄ 정도다. 얼굴에 맺힌 땀이나 날숨에 의한 수분이 생기면 코 고무 외벽 또는 렌즈를 타고 흘러내려 면체 아래 수분이 누적된다. 이때 고개를 숙이는 자세 등을 취하면 공급밸브로 유입될 수 있다. 개선된 구조는 공급밸브 장착부를 지면과 수평이 되거나 경사가 지더라도 수분이 이동하지 않는다. 면체 내부 적재량도 15㏄로 보강했다.


해당 제조사 관계자는 “소방훈련 시 면체 내부에 과다한 수분이 발생할 때처럼 극한 상황에서도 수분 유입을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며 “공급밸브와 면체가 지면과 수평 또는 경사가 이뤄진 상태에서도 수분의 전이 현상이 없도록 보완하고 테스트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일부 소방학교 훈련 시 나타난 문제… “실제 현장 문제는 아냐”

 

이번 공기호흡기 면체 동결 문제는 2만여 개 넘게 보급된 전국 소방관서 중 두 곳의 소방학교에서 발견됐다. 소방학교 훈련이 실제 현장보다 가혹한 조건에서 진행되는 특성 때문에 땀이나 수분 등이 면체 내에서 체류할 가능성이 더 커서 발생했다는 게 소방청 분석이다.

 

 

실제 일선 시ㆍ도의 현장 소방대원이 공기호흡기를 사용하다 같은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같은 형식의 면체는 2018년부터 공급됐으나 일선 현장에서 유사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신임교육 연기로 동절기 소방학교 교육이 이뤄진 점도  동결 문제를 불러올 수 있었던 배경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소방학교가 신임교육 과정을 하던 날의 기온은 영하 14℃였다. 이처럼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면체 내부 하단에 있던 수분이 얼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는 “문제 발견 직후 개선품으로의 교체 방안을 확정하고 동절기 사용상 주의사항과 관리방법을 전국 소방관서에 전파했다. 이후 이상 현상을 사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뒤 리콜을 진행하고 있다”며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와 감독을 더욱 철저히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소방청은 문제 확인 직후인 지난해 12월 30일 ‘동결 현상 발생 사례에 따른 리콜 전 동절기 사용상 주의사항’을 전국 소방관서에 전파했다.


이 문건에서 소방청은 소방학교에 ‘공기호흡기 훈련 후 면체(공급밸브)의 수분(땀) 등 제거 후 보관해 달라’고 당부하고 일선 현장에는 ‘화재 현장 진입 전 공기호흡기 밸브를 개방해 이상 유무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또 최초 개방 시 막힘 현상이 발생하면 바이패스 개방 후 공급밸브를 바닥을 향해 털어 주도록 예방조치 방법을 안내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1/5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